원래 빈이 엄마는 친척을 통해 주시우의 아내에 대해 살짝 알아보려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웬걸, 그 통화 덕분에 엄청난 ‘핵폭탄급 소문’을 들어버린 것이다.“어쩐지 애를 버려두고 혼자 도망갔더라니, 알고 보니 얼굴을 못 들고 살 일을 한 거였네요.”그녀는 모임에서 은근히 불씨를 던졌다.“봐봐요, 아윤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엄마를 못 보고 지냈잖아요. 얼마나 불쌍해요. 한 아이의 엄마라는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독한지.”다른 엄마들도 같이 고개를 끄덕이며 불만을 쏟아냈다.“맞아요. 저는 우리 애를 보려고 직장까지 그만뒀다니까요. 이게 엄마 마음이죠.”“이 나이의 애들한테 제일 필요한 게 부모랑 같이 있는 건데, 어떻게 저렇게 매정할 수가 있어요?”“엄마라고 해서 다 자식을 사랑하는 건 아닌가 보네요.”그런데 그때 왁자지껄하던 목소리들이 갑자기 뚝 그쳤다.빈이 엄마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다른 엄마들이 한쪽을 바라보며 눈치를 보는 걸 보고 따라서 시선을 돌렸다.그러자 바로 조금 전까지 그들의 이야기 소재였던 부부가 주아윤의 손을 잡고 그곳에 서 있었다. 가로등 불빛 아래 서 있는 그들의 눈빛은 어두웠고 한없이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할 정도였다.“아윤아, 저기 가서 친구들이랑 놀고 있어.”주시우가 몸을 낮추고 아이에게 다정하게 말했다.주아윤은 잠깐 빈이 엄마 쪽을 흘깃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달려갔다.남은 엄마들은 괜히 죄책감에 눈알만 굴리며 어색하게 웃었다.“어... 집에서 해야 할 게 있었는데 이제야 생각났네. 먼저 가야겠다.”“저도 우리 애를 보러 가야겠어요.”“아, 택배 찾아야 하는데.”다른 엄마들은 한마디씩 핑계를 대고 뿔뿔이 흩어졌다.“아니, 저기...”빈이 엄마는 황당했다. 조금 전까지 그녀와 같이 떠들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녀와 주시우, 신예린 부부만 남겨 놓았다.자신이 숫자에서 밀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빈이 엄마는 슬쩍 자리를 뜨려 했다. 하지만 신예린이 그 앞을 막아섰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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