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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닝포인트의 모든 챕터: 챕터 421 - 챕터 430

454 챕터

제421화

빈이 엄마 윤미연의 말을 듣고 신예린은 미소를 지었다.조금 전에 신예린이 했던 말은 단순히 주아윤의 마음에만 씨앗을 심은 게 아니라 윤미연의 마음속에도 조용히 뿌리내렸다.주시우는 신예린이 주아윤의 손을 잡고 돌아오는 모습을 바라봤다. 그녀는 그가 제자리에 서 있는 걸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투덜거렸다.“뭐 해요, 얼른 와서 짐 좀 들어주지?”윤미연은 끝내 사 온 과일과 우유를 들고 가지 않겠다고 고집 부렸고 신예린은 할 수 없이 그걸 한아름 들고 돌아왔다.“엄마, 내가 들게요.”주아윤은 손을 쑥 내밀어 봉투 하나를 낚아챘고 덩치가 작아 걷는 모습이 위태위태했지만 그만큼 더 귀여웠다.주시우는 허리를 숙여 가볍게 봉투를 들어올렸다. 그러자 주아윤은 버럭 소리쳤다.“이리 줘요! 내가 들 거예요!”결국 주시우는 손을 놓았고 그 순간 주아윤은 중심을 잃고 그대로 털썩 하고 엉덩방아를 찧었다.“하하하!”신예린은 그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엄마 웃지 마요!”주아윤은 얼굴이 빨개져선 뾰로통하게 소리쳤다. 아직 앳된 목소리라 도무지 화난 것처럼 들리지 않았다.신예린은 웃음을 꾹 참고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안 웃을게.”주시우는 슬며시 무릎을 꿇어 주아윤을 일으켜 세우고 봉투에서 사과 몇 개를 꺼내 짐을 덜어주었다.“이제 됐어.”그가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주아윤은 금세 기분이 풀린 듯 봉투를 들고 쏜살같이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신예린도 그 뒤를 따라 들어가려는 순간, 주시우가 슬쩍 그녀의 손에서 남은 짐을 받아 들고 불쑥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너무 느닷없는 행동에 신예린은 눈을 크게 떴고 재빨리 앞에 있는 주아윤을 확인하고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뭐 하는 거예요!”주시우의 눈빛은 봄날의 햇살처럼 부드러우면서 따뜻했고 신예린은 거기에 잠시 넋이 나갈 것 같았다.“그냥 보고 있으니까 뽀뽀하고 싶어서.”주시우는 신예린을 보면 그녀에게 가까이 가고 싶고, 가까이 있으면 안고 싶었으며, 안고 있으면 키스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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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화

주시우가 느릿느릿 방 안으로 들어오며 부드럽게 물었다.“아윤이는 왜 자기 방에 안 가고 여기 있어?”주아윤은 신예린의 팔을 꼭 껴안은 채 대답했다.“엄마 아빠랑 같이 잘래요.”그러고는 큼지막한 눈을 반짝이며 신예린을 올려다봤다.“엄마, 앞으로 아윤이도 쭉 엄마랑 같이 자면 안 돼요?”이 달콤한 말에 신예린은 심장이 녹아버릴 것 같았다. 그녀는 생각할 틈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좋지!”‘그럼 나는 어디서 자라고?’주시우는 말문이 막혔다.주아윤은 신나서 엄마의 품에 안긴 채 한참 동안 애교를 부렸고 주시우는 한숨을 내쉬고는 이불을 들추고 침대에 올라갔다.역시나 그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겨우 다시 시작된 신혼 같은 삶은 주아윤 덕분에 끝나버렸다.그리고 며칠 뒤, 주아윤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소지훈은 거의 폭발 직전이었다.“아윤이가 돌아왔는데 나한테 말도 안 했어? 내가 아윤이를 얼마나 보고 싶어했는데! 지금 나한테 아윤이의 위로가 얼마나 필요한지 알아?”“그래서 지금 말했잖아.”주시우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참 빨리도 말한다.”전화기 너머로 소지훈의 분노가 터져 나왔다.“그럼 오늘 저녁에 우리 집에 와서 밥 먹을래?”주시우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하! 안 가! 나 지금 너한테 화났거든!”‘어쭈, 삐졌어?’주시우는 옆에 있는 주아윤에게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다.“아윤아, 대부가 오늘 안 온대. 그럼 그냥 우리끼리 먹자.”“아니, 야...”소지훈은 그제야 주아윤도 옆에 있다는 걸 알아챘다. 그래서 기세가 순식간에 꺾였다.주아윤은 주시우의 손을 잡고 폰을 달라고 하더니 귀에 가져다 대고 말했다.“대부님.”맑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들려왔다.“진짜 안 와요? 아윤이가 보고 싶지도 않아요?”그 한마디가 소지훈의 오만한 태도를 산산조각 냈다. 그는 주아윤이 속상해서 우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는 것 같았다. 물론 주아윤은 눈물을 흘린 적이 없고 전부 소지훈의 상상이었다.그는 바로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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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3화

밤이 되자 소지훈은 또 신나게 달려왔다. 현관에서 ‘쿵쿵쿵’ 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윤아, 문 열어! 나야, 네 대부!”거실 바닥에 앉아 퍼즐 맞추던 주아윤은 그 소리를 듣자마자 후다닥 뛰어나가 문을 열어주었다.앞치마를 두른 주시우도 주방에서 나오고 있었고 신예린은 막 그릇과 젓가락을 챙기고 있었다.문이 열리자마자 소지훈이 두 손 가득 크고 작은 봉투를 들고 있는 게 보였다.주아윤이 집에 없을 때는 빈손으로 와서 먹을 것만 챙겨 먹고 가는 그가 오늘은 웬일로 이렇게 많이 사 왔나 싶었다.“대부님!”주아윤은 그를 보자마자 달려가 안겼다.“아윤아!”소지훈은 손에 들고 있던 봉투를 내려놓고 두 팔을 활짝 벌렸다. 그리고 둘은 그 자리에서 꽉 끌어안았다.이 장면이 너무 익숙한 듯 주시우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었지만 신예린은 슬쩍 웃으며 말했다.“저러는 거 보니까 아윤이가 지훈 씨랑 더 친한 거 같네요?”주시우는 늘 차분하고 진지한 스타일인 반면 소지훈은 유치하고 장난기 많은 타입이라 주아윤이 그를 더 좋아할 만했다.주시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그래서 뭐? 어차피 내 딸이야. 지훈이는 가끔만 아윤이를 데리고 노는 거고.”그의 말투는 아주 당당했다.소지훈은 주아윤을 품에 꼭 안은 채 놓을 생각이 없었고 특유의 애교 섞인 말투로 물었다.“우리 아윤이, 그동안 대부 보고 싶었어?”“아니요.”주아윤은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단칼에 잘랐다.그러자 소지훈은 가슴을 부여잡으며 총 맞은 사람처럼 비명을 질렀다.“으악! 내 심장!”그 과장된 표정에 주아윤은 깔깔 웃기 시작했다.신예린은 현관에 기대선 채 말했다.“아윤이가 아빠한테도 똑같이 말해요.”그 말에 소지훈은 순식간에 위로받은 듯한 표정을 짓더니 주시우를 흘끗 보고 다시 아윤에게 물었다.“그럼 우리 아윤이는 아빠가 더 안 보고 싶었어, 아니면 대부가 더 안 보고 싶었어?”주아윤은 아빠 주시우와 대부 소지훈을 번갈아 바라봤고 심각한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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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과자를 너무 많이 먹은 탓에 주아윤은 저녁을 한 숟갈도 못 먹었다. 하지만 주시우와 신예린은 억지로 먹으라고 하지는 않았다. 소지훈이 이렇게 집에 오는 것도 드문 일인데 오늘은 그냥 맘껏 풀어주자 싶었다.주아윤은 쉴 새 없이 재잘거리며 이번 여행에서 있었던 일을 줄줄 늘어놓았다. 소지훈은 듣는 내내 만족스러운 리액션을 했고 주아윤이 신나는 부분을 말할 때마다 오버스럽게 눈을 크게 뜨고 박수쳤다.“진짜?”“헐, 대박!”“역시 우리 아윤이 최고야!”그의 단골 멘트들이 쏟아져 나오자 주아윤은 완전히 신이 났다.신예린은 옆에서 보다가 주시우에게 슬쩍 말했다.“저 입담으로 어떻게 아직까지 솔로일까요?”“아마 써야 할 데에 제대로 못 써서 그럴 거야.”주시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아윤이처럼 유치원도 아직 졸업 못 한 애들한테나 먹히는 거지, 유치원 졸업장만 있어도 속지 않았을 거야.”“아니에요. 대부분 여자들은 저런 거 좋아해요. 말도 예쁘게 하고 다른 사람의 얘기를 잘 들어주잖아요.”그 말에 주시우는 눈길을 옆으로 흘겼다.“여자들이 저런 거 좋아한다고?”질투하는 게 느껴지는 어조였다.신예린은 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저는 달라요. 저는 시우 씨 같은 사람이 좋아요.”그러고는 몸을 살짝 기울여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시우 씨의 입이 달콤하거든요.”신예린은 자기가 말해놓고도 얼굴이 빨개져서 눈을 피했다.그 말을 듣자 주시우는 갑자기 몸이 뜨거워졌고 눈앞이 흐리멍덩해졌는데 문득 고개를 들자 맞은편에 앉은 소지훈이 짐짓 역겨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그걸 진짜 믿어?”앞부분만 들은 모양이었다.“내 아내가 한 말인데 당연히 믿지.”주시우는 태연하게 대답했다.“너도 칭찬 듣고 싶으면 네 아내한테 해 달라고 해.”그 말이 정곡을 찔렀는지 소지훈은 곧바로 서럽다는 듯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주아윤에게 매달렸다.“아윤아, 너희 아빠가 대부를 괴롭혔어.”하지만 주아윤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아빠는 대부님을 안 괴롭혔는데요.”“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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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화

‘대부님, 안녕히 가세요’라니...말문이 막힌 건 소지훈뿐만 아니라 주시우도 마찬가지였다.주아윤을 소지훈의 집에 보내고 아내 신예린과 단둘이 오붓한 시간을 보내려던 주시우의 작전은 또다시 실패했다....다음 날 오전, 신예린은 냉장고에 있는 도시락 생각뿐이었다.오전 회진을 끝내고 수술 들어가기 전에 잠깐 물이나 마시려고 회의실에 갔는데 문을 열자마자 안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밤 근무를 끝내고 아직 퇴근 안 한 동료 몇 명이 둥글게 모여 앉아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진짜라니까요? 완전 잘생겨서 우리 학교 여학생들이 다 좋아했어요. 잘생겼지, 똑똑하지, 그야말로 만인의 이상형이었어요.”“정말? 사진 없어?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죄다 대머리 아니면 배 나온 아저씨들이라 볼 것도 없었는데.”“잠깐만요. 제가 교수님 사진을 몰래 찍어둔 거 있었는데... 아, 벌써 졸업하고 1년 넘었네요. 폰 용량 때문에 다 지워버린 거 같아요.”“그런데 그렇게 잘생긴 분은 결혼하셨어?”“결혼하셨다던데요? 손에 항상 반지를 끼고 다니셨어요. 그런데 소문을 들으니까 사모님은 외국에 계시고 교수님 혼자 애를 보신다고 했어요.”“헉, 그럼 혹시 이혼한 거 아니야?”“우리 사이에서도 그런 얘기가 엄청 돌았어요. 사모님을 본 사람이 한 명도 없었거든요.”신예린이 들어오자 그 몇 명은 휴대폰을 뒤적거리는 척했다.그녀는 무심코 물었다.“누구 얘기하는 거예요? 엄청 잘생겼다는 그분?”“아, 방금 옷 갈아입으면서 잘생긴 남자 얘기를 하다가 소정이가 자기 대학교 다닐 때 제일 잘생겼던 교수님 얘기를 꺼냈거든요. 하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서 도대체 얼마나 잘생겼길래 그러나 해서요.”동료가 웃으며 설명했다.“진짜 잘생기셨어요. 뭔가 성숙한 남자들만 풍기는 그런 매력이 있다고 할까요? 제가 지금까지 잘생긴 사람을 많이 봤는데 아직까지도 대체불가예요, 맹세코.”소정은 손을 번쩍 들며 맹세했다.신예린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그녀는 하루 종일 주시우 같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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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화

수술실로 향하는 길, 조금 전 신예린이 했던 말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두 사람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2번 병상 환자는 오늘 고열이 있었어요. 제가 혈액 배양검사를 했고 11번 병상은 상처 회복이 좋아서 모레쯤 퇴원 가능할 것 같아요. 또 16번 병상은 치료비가 밀렸는데 가족들하고 이야기 나눴더니 포기하지 않고 돈을 마련 중이래요.”짧은 이동 시간에도 신예린은 담당 환자들의 상황을 빠짐없이 정리해 보고했다.그녀는 원래부터 꼼꼼하고 책임감이 강해 실수가 거의 없었다. 얼마 전 들어온 부원장의 조카라는 이유로 특별대우를 받는 동료와는 확연히 달랐다. 그 동료 때문에 얼굴을 찌푸리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누구도 대놓고 불만을 표하지 못했다.그래서일까. 주임이 신예린을 자신에게 배정해 준 걸 이석훈은 늘 다행이라 생각했다.이석훈은 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듣다가 시선이 저도 모르게 신예린의 얼굴에 머물렀다. 입술이 움직이는 모양과 살짝 떨리는 속눈썹까지 눈에 들어왔다.신예린이 이상함을 느끼고 말을 멈추며 고개를 돌렸다.“왜 그래요?”그제야 정신을 차린 이석훈은 시선을 피하며 헛기침했다.“수술 끝나고 식당 가면 반찬이 다 떨어졌을지도 몰라요. 뭐 먹고 싶어요? 제가 부탁해서 같이 시켜 놓을게요.”이석훈은 신예린의 마음을 가늠할 수 없었다. 그녀는 언제나 무심한 태도였고 이석훈은 자존심이 강해 먼저 들이대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석훈은 어쩔 수 없이 마음이 끌렸다.굳이 대놓고 쫓아다니지는 않았지만 같은 직장이라는 좋은 점이 있었고 일하면서 가까워질 기회도 많았다.이석훈은 환자 문제를 대신 처리해 주거나 작은 배려를 더 하다 보면 언젠가는 자신을 다르게 보게 되리라 믿고 있었다.하지만 신예린은 담담하게 말했다.“괜찮아요. 오늘은 도시락 가져왔어요.”그 짧은 대답이 신예린의 자신감에 금이 가는 순간이었다.“쿵!”그때,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흔들리며 멈췄다. 두 사람 모두 중심을 잃고 휘청했고 이석훈이 반사적으로 신예린의 팔을 붙잡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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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화

‘이석훈은 어쩌자고 꼭 굳이 그런 질문을 꺼내는 걸까.’신예린은 이석훈이 왜 갑자기 이런 화제를 꺼내는지 알 수 없었다.“여자들 눈에는 정말 외모가 제일 중요한 거예요?”이석훈은 집요하게 물었다.신예린은 속으로 혹시 이석훈이 예전에 외모 때문에 누군가에게 거절당한 적이 있는 건 아닐지 짐작했다.어쨌든 지금 엘리베이터 안에 갇힌 상황에서 어색하게 침묵하는 것보단 뭐라도 대화하는 게 나았다.신예린은 잠시 생각하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꼭 그렇진 않죠. 결국 사람의 매력이 가장 중요해요. 품성이 바르면 외모는 그저 겉껍데기일 뿐이에요.”말을 하고 보니 신예린은 자신도 우스웠다.매일 그렇게 잘생긴 남편을 끌어안고 살면서 남 앞에서 외모는 껍데기라고 말하다니... 그냥 모순 그 자체였다.하지만 이석훈의 귀에는 마치 자신을 향한 암시처럼 들렸다.‘인격적으로만 괜찮으면 외모 따위는 상관없다는 건가?’짧은 정적 끝에 이석훈이 낮고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신 선생님 눈에 저는 어떤 사람인가요?”“네?”갑작스러운 물음에 신예린은 얼떨떨했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그게 무, 무슨... 어떻게 보이냐니요?”이석훈은 자신이 너무 직설적이었나 싶어 조금 돌려 말했다.“만약 제가 신 선생님 남자 친구라면... 저를 받아 줄 수 있어요?”그 말에 신예린은 순간 어이가 없었다.‘다른 여자에게 거절당한 마음을 이제 와서 자기한테 달래 보려는 걸까.’신예린은 말없이 입꼬리를 올렸다가 공손하면서도 선을 긋듯 짧게 내뱉었다.“후후.”“...”‘저 웃음은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이석훈은 알 수 없었다.그때 엘리베이터 밖에서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안에 사람 있어요?”신예린은 얼른 대답했다.“네. 있습니다!”“걱정하지 마세요. 곧 구해 드리겠습니다.”“네.”곧이어 문이 열렸고 수리 직원들이 들어와 정비를 시작했다.신예린과 이석훈은 다른 엘리베이터로 갈아타고 수술실로 향했고 조금 전의 어색한 대화는 더 이어지지 않았다.수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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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8화

“쾅.”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식당 안에 울렸다.이석훈이 들고 있던 도시락통이 바닥에 떨어져 버렸다.이석훈은 믿기지 않는 듯 얼굴이 굳어졌다. 혹시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어 낮게 중얼거렸다.“뭐라고요?”순간 식당 안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고요해졌고 놀란 건 이석훈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동료들도 모두 신예린의 대답이 충격적이라는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남편이요?”이석훈의 눈빛은 한순간에 깊게 가라앉았다. 남편이라는 두 글자는 이석훈에게 너무 낯설고 충격적인 말이었다.“맞아요.”신예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위를 둘러봤다. 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자 신예린은 담담히 웃으며 말을 이었다.“다들 물어본 적이 없어서 굳이 말하지 않았을 뿐이에요. 결혼한 지 벌써 6년이 됐고 아이는 다섯 살이에요.”“뭐라고요!”또다시 터져 나온 폭탄 같은 소식에 모두의 눈이 더 크게 휘둥그레졌다.“아이가... 다섯 살이라고요?”이석훈의 목소리는 갈라져 나왔고 얼굴은 금이 간 듯 일그러졌다.함께 일해 온 동료들조차도 이석훈이 이렇게 평정을 잃은 모습을 처음 보는 듯했다.신예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대답했다.“네.”“...”이석훈의 표정은 시시각각 달라졌다. 까맣게 가라앉은 눈빛은 신예린만을 향했고 그 안에는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얽혀 있었으며 마치 한순간이라도 번개가 칠 것 같은 먹구름 같았다.‘결혼한 여자를 두고 내가 감정을 가졌다고?’이석훈은 자신이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 게다가 동료들 앞에서 이 일이 얼마나 조롱거리가 될지 생각하니 자존심이 산산이 부서지는 기분이었다.이석훈은 결국 목소리를 높였다.“결혼했으면 왜 진작 말하지 않은 겁니까!”날 선 질문에 신예린은 눈살을 찌푸렸다.“제가 결혼한 걸 이 선생님께 굳이 보고해야 하나요?”그 한마디에 이석훈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가 다시 창백해졌다. 곁에서 지켜보던 동료들의 호기심 섞인 시선이 더 큰 압박이 되었다.“뭘 봐!”이석훈은 주위를 향해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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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화

이석훈이 식당을 나가는 뒷모습만 봐도 온몸이 살짝 떨리는 게 느껴졌다. 무언가를 참아내려는 것처럼 보였고 결국 아무 말 없이 식당을 떠났다.그 소식은 부서 안에 순식간에 퍼졌다. 신예린이 결혼했다는 사실 자체보다도, 이석훈이 신예린이 결혼에 아이까지 있다는 걸 알고 보인 그 실수가 모두의 화젯거리였다. 사람들은 쾌재를 부르면서도 동시에 약간은 동정했다.사랑하면 안 되는 사람을 사랑해 버렸다는 노래 가사가 있듯이 이석훈도 그런 마음이었던 걸까.신예린은 그런 병원에서 떠도는 소문을 전혀 모른 채 집으로 돌아갔고 기분이 좋아서 퇴근길 내내 들떴다. 저녁을 같이 먹고 세 식구가 나란히 아파트 단지를 한 바퀴 돌고 집에 돌아와서는 차례로 샤워했다. 거의 자러 갈 시간이 되었을 때, 주아윤이 신예린의 손을 잡아 방으로 이끌었다.“엄마, 이야기 들려줘.”주시우는 장난감 정리를 하는 척하면서도 신예린이 자기 방으로 아윤이를 데려가는 모습을 슬쩍 흘겨봤다. 하지만 주시우는 눈빛을 굴린 뒤 금세 얼굴을 숙이고 정리에 집중했다. 방에 들어갔을 때는 이미 주아윤이 눈을 감고 곯아있는 상태였다. 신예린은 이불 위에서 살짝 배를 두드리며 재우려 했고 자신도 눈을 반쯤 감은 채 곧 잠들 것 같았다.주시우는 망설임 없이 다가가서 허리 숙여 키스했다. 갑작스러운 프렌치 키스에 신예린이 깜짝 놀라 몸을 움찔하며 눈을 번쩍 떴다.“읏.”신예린은 겨우 주시우의 몸을 밀어내며 원망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봤다.“딸이 있으니까 남편은 필요 없다는 거야?”정말로 투정 부리는 불만을 터트리는 듯한 주시우의 말투였다. 학생들 앞에서는 언제나 점잖던 주 교수님이 아내 앞에서는 이렇게나 직설적일 줄은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신예린은 주시우의 말뜻을 알았기에 얼굴을 살짝 붉히며 답했다.“그럴 리가요.”등불 아래에서 신예린의 볼에는 은은한 홍조가 돌았고 눈빛에는 촉촉한 기운이 맺혔다. 주시우는 목젖이 움직이고 다시 몸을 숙여 키스했다. 입술이 닿자 신예린은 숨이 막힐 것 같아 거의 버둥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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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화

신예린의 눈가에는 웃음이 번지며 두 팔을 주시우의 목에 감았다.애교 섞인 목소리는 나직이 떨렸다.“아까워서 어떻게 그렇게 하겠어요.”“요즘은 며칠이나 지났는데... 한 번도 생각 안 했어?”커다란 어깨로 신예린의 몸을 감싼 주시우가 거친 숨결을 내뿜으며 물었다.신예린은 얼굴이 달아올랐지만 일부러 눈을 깜빡이며 장난스럽게 되물었다.“뭘요?”신예린은 뻔히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며 되물었다.주시우는 신예린의 손가락을 끌어다 자기 뺨에 대고 옆으로 고개를 돌려 손바닥에 입을 맞추었다.입술이 스치며 부드럽게 빨아들이자 심장이 움찔거렸고 전류처럼 찌릿한 감각이 퍼져 나가 가슴까지 파고들었다.신예린은 눈가에 물기를 지은 채 대담하게 주시우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생각했어요.”그 한마디는 마치 불씨 위에 기름을 부은 듯했다.주시우의 눈빛은 더욱 짙어지고 곧장 입술을 물어뜯듯 포개더니 혀끝으로 신예린의 입술을 헤집으며 깊이 파고들었다.숨이 막힐 만큼 뜨겁게, 거칠게 말이다.달아오른 주시우의 팔이 신예린의 허리를 꽉 붙들고 끌어안았고 곧 몸을 뒤집으며 순식간에 자리를 바꿨다.예상치 못한 강력한 동작에 신예린의 눈동자가 흔들리며 촉촉이 젖었다.“그러면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보여 줘.”거친 호흡이 섞인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지만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불타는 숨결이 이어지고 빗발치듯 쏟아지는 입맞춤은 온몸을 휘감았다.피부 위로 남은 붉은 흔적마다 뜨거움이 번졌다.주시우의 길고 단단한 손가락은 신예린의 곡선을 따라 움직였고 자신의 탄탄한 근육 위로 신예린의 손을 이끌었다.“요즘 매일 운동했어.”주시우의 거친 숨이 섞인 목소리가 귀를 울렸다.“만져 보면 알 거야... 효과 있는지.”손바닥 가득 느껴지는 단단한 복근과 선명한 결이 온전히 전해졌다.“네.”신예린의 입술 사이에서 가늘게 흘러나온 소리마저 나른하게 떨렸다.손끝이 점점 아래로 미끄러지자 주시우의 눈가가 붉게 물들며 낮게 읊조렸다.“예린아...”신예린은 주시우가 자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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