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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터닝포인트: Chapter 441 - Chapter 450

454 Chapters

제441화

신예린은 이석훈의 질문에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무표정하게 그를 바라보았다.“이석훈 씨, 설마 저 좋아하는 거예요?”조금 전 이정현이 던진 농담 섞인 말에 이미 눈치를 챘다. 게다가 술기운 탓인지 오늘따라 이석훈의 시선이 지나치게 자신에게 머무른다고 느껴져 순간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이석훈의 얼굴은 금세 굳어졌다. 유부녀를 좋아한다고 인정하는 건 곧 스스로 격을 낮추는 일이었지만 술이 이성을 무너뜨렸고 결국 잠시 망설인 뒤 낮게 내뱉었다.“맞아요.”신예린은 놀라지도 않았고 담담하게 말했다.“저는 이미 결혼했어요. 이런 건 저한테 큰 부담이에요.”그 차분한 말은 이석훈의 가슴에 차갑게 꽂혔다.“예린 씨한테는 남편이 그렇게 좋아요?”“물론이죠.”신예린은 한 치 망설임도 없었다.이석훈의 자존심은 서서히 구겨졌다. 자신도 둘이 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알 수 없는 본능처럼 자꾸 신예린에게 시선이 끌리고 뒤를 따라오게 되는 것이었다.“대학교 강사가 뭐 얼마나 대단하다고... 저보다 돈을 잘 벌어요?”자신이 신분이 낮아졌다고 생각한 이석훈은 그 불쾌함을 억누르려다 보니 결국 다른 데서 우위를 찾으려 했다.신예린은 그런 심리를 꿰뚫어 본 듯,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남편이 버는 돈은 제가 관리해요. 봤는데 저희보다 많더라고요.”그러자 이석훈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신예린은 더 이상 말할 가치도 없다는 듯 정리하듯 말했다.“우린 같은 과잖아요. 매일 얼굴 보는데 괜히 어색해지기 전에 분명히 선을 그어두는 게 좋죠. 저는 일에 영향 주는 게 제일 싫어요. 이석훈 씨, 일에서는 저보다 더 철저하니까 잘 아시잖아요.”그 목소리는 크지도 작지도 않았지만 단호하게 박혔다.이석훈은 멍하니 신예린이 떠나는 뒷모습만 바라봤다.신예린은 문 앞에 다다라서 잠시 멈췄다. 그리고 휴대폰을 꺼내 주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신호음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연결되자 다짜고짜 애교 섞인 목소리를 흘렸다.“여보, 제가 술 많이 마셨어요. 좀 데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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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2화

남자의 체격은 길고 곧게 뻗어 있었고 선이 잘 드러나는 얼굴에 도드라진 눈썹뼈, 깊고 맑은 눈매가 더해져 마치 난초처럼 고결하고 옥처럼 단정한 기품을 풍겼다.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안정감이 느껴졌고 급할 것 없는 태도 속에서 검은 눈동자에는 오로지 신예린의 모습만이 담겨 있었다.그 손을 잡은 아이는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주아윤이었다. 까르르 뛰어다니는 발걸음에 피부는 마치 조각한 듯 고왔고 또렷한 이목구비에는 아빠와 엄마의 장점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특히 까만 눈망울은 보는 이마다 어쩜 이렇게 귀여워’하는 탄성을 먼저 터뜨리게 할정도였다.신예린은 주시우와 주아윤이 올 거라는 건 알았지만 이런 모습으로 등장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차려입었다고 하기에는 주시우의 옷차림은 편안해서 한 다섯 살쯤은 더 어려 보였고 그렇다고 가볍다고 하기에는 주아윤이 마치 파티에 갈 듯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아니, 이 옷은 그때 교수 이미지랑 안 맞는다며 못 입게 하더니... 왜 지금은 당당히 입고 나온 거야.’그 모습은 꼭 화려한 왕자님 같았다.순간 멍하니 바라보는 사이, 주시우는 이미 주아윤과 함께 신예린 앞에 다다랐다.가까이에서 보니 주시우의 인상은 더 또렷했고 시선이 저절로 끌렸다.“와, 진짜 잘생겼다.”누군가 무심결에 내뱉었다.“신 선생님, 남편 잘생겼다고 해도 못 믿었는데... 진짜였네요.”“이런 남편이랑 같이 자면 매일 웃다가 깰 듯하겠네요.”“세상에, 따님도 너무 예쁘네.”농담 섞인 말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석훈은 주시우를 보는 순간 얼굴빛이 확 굳었다.그제야 신예린이 말한 잘생겼다는 기준이 어떤 건지 알았다. 남자인 자기 눈으로 봐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도저히 비교조차 되지 않는 외모였다.신예린은 동료들의 놀림을 받으며 가볍게 웃고는 주시우 팔을 끌어당겨 소개했다.“제 남편 주시우예요. 그리고 이쪽은 제 딸, 아윤이에요.”주시우의 시선이 자연스레 사람들을 훑고 지나갔다가 이석훈 앞에서 잠시 멈췄다.상대의 눈빛에는 뭔가 억눌린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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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3화

“얼굴이 밥 먹여줄 수도 있죠. 지금처럼요. 우리 예린이가 지금 기꺼이 저를 먹여 살리잖아요.”주시우는 태연한 듯 그렇게 말했고 그 말은 오히려 당당함이 묻어났다.‘뭐야, 남자가 그렇게 자랑스럽게 빌붙는 걸 대놓고 말하다니...’이석훈은 비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곧 예상치 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주... 주 교수님?”화장실에서 급히 달려 나온 소정이 말했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주시우를 보고는 두 눈을 비비며 거듭 확인했다.‘교수님?’신예린의 동료들도 그 말에 모두 놀라 고개를 돌렸다.분명 예린이가 선생님이라고만 했는데 어쩌다 교수라는 말이 나온 걸까. 게다가 저렇게 젊은데 벌써 교수라니 믿기지 않았다.옆에서 듣던 이석훈의 가슴 속에는 서서히 불길 같은 불안이 피어올랐다.주시우의 시선이 소정을 향했다.“저를... 아세요?”“알죠. 알죠!”소정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주 교수님, 전 주경 의대 출신이에요. 교수님 강의 들은 적 있어요.”주시우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답했다.“그래요. 반가워요.”황이슬은 그제야 주시우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다가 점점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소정 씨, 혹시... 소정 씨가 말하던 그 교수님이...”소정은 흥분을 주체 못한 듯 황이슬의 팔을 붙잡고 크게 외쳤다.“맞아요. 바로 그분이에요. 제가 말했던 교수님 말이죠. 잘생기고, 학력도 최고고, 우리 학교 역사상 최연소로 교수직에 오른 전설적인 분입니다.”그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은 다시 술렁였다.주경 의대 최연소 교수라니, 그 무게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여기 앉아 있는 이들 중에도 주경 의대 출신이 많았고 아무리 의술이 뛰어나도 학교로 돌아가면 선생님이라 부르며 존경해야 할 존재였다.“세상에... 신 선생님이 바로 우리 사모님이었네요. 같이 근무하는 동료였다니 감격스러워서 울고 싶네요.”“...”“...”신예린과 주시우는 잠시 서로를 바라보며 난감하게 웃었고 분위기는 마치 팬 미팅 현장 같았다.모든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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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4화

밤하늘은 마치 먹물을 풀어놓은 듯 짙게 내려앉아 있었고 자동차는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차 안에서 신예린은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운전대를 잡은 주시우가 옆눈으로 그녀를 흘깃 바라보았다.주아윤이 의자를 붙잡고 엄마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엄마, 뭐가 그렇게 웃겨?”그건 당연히 오늘 밤에 있었던 일 때문이었다.처음에는 단지 주시우를 불러내 이석훈에게 현실을 보여주고 스스로 물러나게 하려는 의도였을 뿐인데 뜻밖에도 상황이 훨씬 더 잘 풀렸고 신예린은 그 여운을 곱씹다 보니 차 안에서까지 웃음이 새어 나왔고 마음까지 시원하게 뚫린 듯했다.신예린은 커다란 눈망울을 반짝이는 딸을 바라보며 물었다.“아윤아, 이 원피스는 네가 고른 거야?”주아윤은 고개를 저으며 옆자리의 주시우를 가리켰다.“아니에요. 아빠가 입으래서 입었어요.”“응?” 신예린은 의미심장하게 미소를 지으며 주시우를 바라봤다.“아빠가 왜 이 옷을 입히고 싶으셨을까?”“아빠가 자기 체면이 걸린 문제라 그랬어요.”“에헴.”운전석의 주시우가 헛기침했다.신예린의 눈웃음과 마주친 순간, 주시우는 시선을 피하며 더듬거렸다.“나... 그냥 한 말이야.”신예린이 대답하기도 전에 주아윤이 잽싸게 덧붙였다.“엄마, 그런 게 아니에요. 아빠는 옷도 여러 번 갈아입었어요. 그리고 저한테 아빠 잘생겼냐고 계속 물어봤어.”“콜록, 에헴.”주시우의 기침은 점점 심해졌고 귀 끝이 붉게 달아올랐으며 그는 이를 악문 채 낮게 말했다.“아윤아, 넌 정말 입이 무겁구나.”하지만 주아윤은 그 반어법을 알 리 없었다.“아빠, 저 하나도 안 무거워요. 진짜 가볍거든요?”순진한 대답에 신예린은 결국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제가 아직 전화도 안 했는데 어떻게 알고 나타났어요? 그것도 그렇게 멋지게 차려입고...”신예린은 식당 앞에서 우연히 마주친 장면이 떠올라 고개를 기울였다.“혹시... 오늘 소지훈 씨가 무슨 말을 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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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5화

“내려놔요!”신예린이 다급히 주시우의 손목을 붙잡았다.주시우는 여전히 주아윤을 안은 채 조심스럽게 신예린을 바라보았고 두 사람 모두 숨조차 크게 쉬지 못한 채 상황을 지켜봤다.다행히 주아윤은 눈꺼풀만 살짝 파르르 떨더니 다시 천천히 감아버렸다.그러자 부부는 동시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아윤아...”신예린이 손으로 살짝 흔들며 불러봤지만 주아윤은 꼼짝도 하지 않았고 고른 숨결만 이어졌다.주시우는 조심스레 몸을 일으켜 딸을 안고 방으로 나갔다.잠시 후 빈손으로 돌아온 주시우에게 신예린이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정말 안 깬 거 맞아요?”“응. 안 깼어.”두 사람이 마주 보는 순간, 괜히 공기만 뜨거워졌다.주시우가 낮게 웃으며 중얼거렸다.“내가 내 아내랑 같이 자는 게... 왜 이렇게 몰래 바람피우는 것 같지?”신예린은 얼굴이 달아올라 손으로 주시우의 팔을 가볍게 쳤다.그러자 주시우가 신예린의 손가락을 단단히 잡아 얽어쥐며 몸 가까이 끌어당겼다. 숨결이 엉켜 서로의 숨이 그대로 전해졌다.술기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신예린의 볼은 복숭아꽃처럼 붉었다.“저는 이석훈 씨랑 아무 일도 없어요.”신예린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시우가 오늘 밤 보여준 행동이 전부 그 사람 때문임을 알기에 오해는 풀어야 했다.주시우는 잠시 신예린을 바라보다가 부드럽게 대답했다.“알아. 넌 빛나는 사람이야. 누가 좋아해도 이상하지 않지. 하지만 넌 보석이고 내가 운 좋은 건... 그 보석을 내가 먼저 손에 넣었다는 거야.”‘자신이 운이 좋다고 말하다니...’신예린은 눈시울이 살짝 젖으며 주시우의 이마에 이마를 대었다.“아니에요. 운이 좋은 건 저예요. 제가 당신에게 선택받았기에 그 순간 보석이 된 거예요.”서로가 서로를 행운이라 믿는 순간, 두 사람은 더 가까워졌다.“오늘 당신이 나타났을 때 제가 무슨 생각 했는지 알아요?”“뭐?”“와, 이 남자 진짜 멋있네... 이 잘생긴 남자가 내 남편이라니. 저는 정말 세상에서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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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6화

신예린은 얼굴이 화끈거려 견디지 못하고 마치 화풀이하듯 주시우의 어깨를 꾹 깨물었다.“으음...”낮게 신음을 흘린 주시우는 곧바로 웃음을 터뜨렸다.“그렇게 물어뜯는 게 좋아?”이런 때 나오는 말은 뭐든 곧장 엉뚱한 쪽으로 연결되기 마련이었다.신예린의 뺨은 금세 불길처럼 달아올랐다.주시우의 목소리는 한층 낮아져 귓가를 울렸다.“입 뗄 생각은 하지 마.”겹치는 그림자와 거칠어지는 호흡이 온몸을 데워 왔다.신예린은 주시우의 목에 매달려 스스로 손등을 물고 목구멍에서는 숨죽인 신음이 흘러나왔다.한바탕이 지나고 난 뒤, 깨끗이 씻은 신예린은 힘이 풀린 채 의자에 늘어져 앉아 주시우가 침대 시트를 갈아엎는 모습을 지켜봤다.방 안에는 아직 달콤하고도 진한 공기가 감돌았다.허리를 굽혀 시트를 팽팽히 펴는 주시우의 얼굴은 피곤한 기색 하나 없이 오히려 한결 여유롭고 옆모습에는 은근한 미소까지 번져 있었다.‘이제와서 정상적인 사람 같긴 하네... 아까 짐승처럼 날뛰던 모습은 어디다 숨겼대.’신예린은 속으로 투덜댔다.“창문 좀 열어서 바람 들여요.”신예린은 게으른 투정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 금방 할 게.”주시우가 대답했지만 신예린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불평했다.“보세요. 자기 좋을 때만 바로바로 대답하고 제가 뭐라 하면 말도 안 듣잖아요.”신예린의 새침한 말투에 주시우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신예린은 시선을 외면하며 못 본 척했다.입가에 미소를 띤 주시우는 손에 들린 시트를 내려두고 창문을 열었다.차가운 밤바람이 스며들자 방 안의 후끈한 공기가 한결 가라앉았다.주시우는 곧 신예린 앞으로 다가와 그녀를 내려다보며 웃음 섞인 눈길을 보냈다.“이제 만족해요? 우리 작은 공주님.”작은 공주님이라는 호칭에 신예린의 가슴이 간질거리듯 떨렸다.주시우의 다정한 눈빛과 겹치자 금세 시선을 피하며 뻣뻣하게 말했다.“남편이라면 이 정도는 해야죠.”주시우는 몸을 기울여 의자 등받이에 팔을 짚고 신예린을 가두듯 내려다봤다.“뭐,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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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7화

“읍...”신예린은 반사적으로 숨을 들이켰다.주시우가 눈을 가늘게 뜨더니 신예린의 앞에 쭈그려 앉았다.“다쳤어? 아까 씻을 때 확인했는데 상처 없었잖아. 다시 봐줄게.”주시우는 말하며 당연하다는 듯 손을 뻗어 신예린의 바지를 잡으려 했다.‘이런 말을 왜 그렇게 진지한 얼굴로 하는 건데...’신예린은 얼굴이 활활 달아올라 이를 악물 듯 말했다.“저 아무렇지도 않아요! 얼른 시트나 갈아요.”주시우는 신예린의 붉어진 얼굴을 보며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천천히 일어섰다.“알았어. 지금 바로 갈아줄게.”그러다 시선이 문 쪽을 스치자,그곳에 서 있는 작은 그림자를 발견했다.“아윤아!”주시우가 놀란 목소리를 냈고 그 순간 신예린도 급히 고개를 돌렸다.잠옷 차림의 주아윤이 인형을 끌어안은 채 문 앞에 서 있었고 두 눈은 동그랗게 커져 있었다.‘끝났다... 들켰어.’신예린은 그 자리에서 굴러떨어질 뻔했다.“아빠 엄마, 왜 제가 제 방에 있어요?”주아윤의 맑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그게... 에헴...”신예린은 머리끝까지 뻣뻣해져 억지 기침을 해대며 고개를 홱 돌렸다.마치 수업 시간에 선생님 눈을 피하는 학생처럼 혹시라도 주아윤의 질문이 자신을 향할까 두려워서였다.주아윤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이번에는 아빠를 바라봤다.주시우는 잠시 눈빛을 흔들더니 곧 태연하게 설명했다.“아빠가 침대 시트를 갈아야 해서 잠깐 아윤이를 방에 데려다준 거야.”주아윤은 방 안을 둘러보았고 반쯤 갈아진 시트가 눈에 들어오자 고개를 끄덕였다.“아빠, 또 시트 더럽혔구나?”신예린은 뒷모습으로만 대응하면서 속으로 구멍이라도 있으면 당장 들어가고 싶었다.주시우는 미간 하나 찌푸리지 않고 담담히 대답했다.“응.”“아빠, 제가 도와줄게요!”주아윤은 인형을 꼭 안은 채 총총 달려왔다. 그 모습이 귀엽고 엉뚱해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괜찮아. 넌 엄마 옆에 가 있어.”주시우는 부드럽게 말했다.주아윤은 얌전히 신예린 쪽으로 가서 안겼고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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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8화

다음 날, 신예린은 엘리베이터에서 이석훈과 마주쳤다.이석훈은 신예린을 보자 눈동자가 순간 움찔하더니 곧 시선을 피하며 구석으로 바짝 물러섰다. 마치 무서운 짐승을 피하듯 멀찍이 떨어져 섰다.그 후로는 신예린이 눈에 보이면 이석훈은 가던 길도 일부러 돌아가 버렸다. 신예린이 무슨 재앙이라도 되는 듯싶었다.점심시간, 복도에서 동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너희도 눈치챘어? 요즘 이석훈이 신예린만 보면 도망 다니잖아. 예전에는 다들 이석훈을 피했는데 이제 상황이 바뀐 거지.”“그러니까. 지금은 완전히 기죽은 사람이 되었더라. 어디서도 예전의 오만한 태도를 찾아볼 수 없어.”“잘됐지 뭐. 제 분수도 알아야지. 어제 그 자리에서 얼굴 잘생긴 거 밥 먹여주냐고 떠들던 거, 완전 본인 얼굴에 침 뱉기잖아. 신예린 씨의 남편분은 잘생기기만 한 게 아니라 능력까지 뛰어나던데? 나 집에 가서 따로 찾아봤는데 화려한 경력에 눈이 빙글빙글 돌더라. 이석훈이랑은 비교도 안 돼.”“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 법이지. 능력 있다고 다 된 게 아니라 사람은 겸손해야 해. 괜히 다른 사람 무시할 필요는 없잖아.”“맞아. 근데 솔직히 신예린이랑 남편분은 너무 잘 어울리더라. 거기다 딸까지... 어제 보는데 진짜 천사 같더라. 손 꼭 잡아보고 싶었는데 괜히 민망해서 못 했어.”안쪽에서 이어지는 대화에 신예린은 굳이 끼어들지 않고 발걸음을 돌렸다.그런데 돌아서자마자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이석훈과 눈이 마주쳤다.이석훈의 얼굴은 파랗게 질렸다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안에서 오간 이야기를 모조리 들은 게 분명했다. 신예린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이석훈은 이를 악물고는 등을 돌려 그대로 가버렸다.‘내가 시켜서 한 말도 아닌데...’신예린은 속으로만 중얼거렸다.무엇보다 신예린 곁에서 제일 신이 나 있던 사람은 종일 달라붙어 있던 간호사 소정이었다. 다음 날 아침, 소정은 신예린을 보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외쳤다.“사모님. 사모님!”소스라치게 놀란 신예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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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9화

네 사람이 굳이 차를 두 대 몰고 갈 필요는 없어서 주시우는 출발할 때 소지훈을 태우기로 했다.곧장 소지훈의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그는 이미 짐을 내려놓고 기다리고 있었다.신예린은 바닥에 놓인 짐이 제법 많은 걸 보고 눈길을 주었다.“차 안에 있어. 내가 가서 같이 짐을 옮길게.”주시우가 말하고는 차에서 내려 소지훈에게 다가갔다.신예린이 창문을 내리자 주아윤이 몸을 앞으로 쑥 내밀며 반가운 목소리를 외쳤다.“대부님!”“아, 아윤아!”소지훈은 짐을 옮기던 손을 멈추며 대답했고 목소리가 저절로 높아졌다.신예린이 차창에 손을 얹고 물었다.“근데 왜 텐트를 두 개나 챙기고 매트까지 들고 오셨어요?”소지훈은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혹시 이정현 씨가 안 챙겼을까 봐...”신예린은 그 말을 듣자 깊게 웃음을 터뜨렸다.“역시 지훈 씨는 세심하시네요.”“이정현 씨?”주아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대부님이 좋아하는 그 이정현 선생님 말씀하시는 거예요? 같이 오셨어요?”“그럼.”신예린은 눈을 굴리더니 주아윤의 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주아윤은 눈을 크게 뜨더니 곧장 신나게 고개를 끄덕였다.소지훈은 조수석에 탔고 세 시간 남짓한 여정을 두 남자가 번갈아 운전했다. 신예린과 주아윤은 뒷좌석에서 과자를 먹으며 놀았고 가끔 앞자리의 두 사람에게 하나씩 건네주기도 했다.한참을 달린 뒤, 신예린은 몸을 뒤로 기대며 배를 쓸어내렸다.“아, 피곤하네.”주아윤도 신예린의 배 위에 드러누우며 힘없이 중얼거렸다.“저도 피곤해요.”앞자리에 있던 두 남자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운전하는 사람은 멀쩡한데 먹기만 한 모녀가 피곤하다는 게 우스웠기 때문이다.잠시 뒤, 소지훈이 운전대를 잡고 나서 뒷좌석은 금세 조용해졌다.주시우가 고개를 돌려 보니 신예린은 잠든 채 기대 있었고 주아윤은 엄마 품에 파묻혀 쌔근쌔근 자면서 손에 쥔 과자 봉지를 놓치고 있었다.“툭.”봉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주시우는 미소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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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0화

주아윤의 들뜬 웃음은 곧장 옆에 있던 세 사람에게도 번져 나갔고 모두가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신예린 가족은 가족형 호텔방을 예약했고 소지훈은 바로 옆방을 잡았다. 체크인을 마친 후 방에 들어서니 넓은 발코니가 있었고 그곳에 서자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아래쪽 모래사장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즐겁게 놀고 있었다.주아윤은 두 눈을 반짝이며 소리쳤다.“아빠 엄마, 우리도 내려가서 모래 놀이해요!”“좋아.”신예린은 가방에서 선크림을 꺼내며 말했다.“햇볕이 강하니까 먼저 선크림을 바르자. 피부가 타면 안 돼.”신예린이 손짓하자 주아윤이 얌전히 앞으로 나섰다. 신예린은 손바닥에 선크림을 짜서 주아윤의 얼굴과 목, 팔까지 꼼꼼히 발라주었다.그때 주시우가 다가오자 신예린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당신은 뒤에 줄 서요. 다음은 당신 차례에요.”주시우는 미소를 머금으며 결국 순순히 주아윤의 뒤에 섰다.주아윤이 끝나자마자 물러섰고 이번에는 주시우가 앞으로 다가왔다. 두 사람이 마주 선 순간, 주시우의 눈빛이 깊게 신예린을 파고들었다.‘대체 누가 저런 눈빛을 버틸 수 있나... 왜 이렇게 날 정성스럽게 쳐다보는 거야...’신예린은 괜히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눈 감아요.”그러자 주시우는 아무 말 없이 눈을 감았다.바로 눈앞에 잘생긴 얼굴이 놓이자 신예린은 잠시 숨을 고르고 잡생각을 지우며 선크림을 골고루 발라주었다.‘이럴 수가... 피부가 나보다 더 좋잖아.’신예린은 속으로 투덜거리며 손길이 조금 세졌다.그러자 눈을 감고 있던 주시우가 중얼거렸다.“네 손길에서 점점 개인적인 원한이 느껴지는 건 내 착각이겠지?”“설마... 저는 당신을 아껴주기도 모자라는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품을 수 있겠어요?”신예린이 일부러 능청스럽게 받아치자 주시우의 입가에 부드러운 웃음이 번졌다.“자, 내려가자.”마침 방 문은 열려 있었고 짐을 정리하던 소지훈이 들어왔다. 소지훈은 신예린이 주시우 얼굴에 선크림을 발라주는 장면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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