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 하늘 높이 날아오르자 주아윤이 신나서 이정현에게 말했다. “이모, 대부님 정말 대단하죠?”이정현은 침착한 소지훈을 한 번 쳐다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응, 무척 대단하네.”그 말에 소지훈은 더 이상 차분한 모습을 유지하기 힘들었고 몸이 둥둥 뜨는 기분을 느끼며 이정현에게 말했다.“봐요. 더 높이 날릴 수도 있어요. 다른 사람들보다 무조건 더 높이 날 거예요.”모래사장에는 그들 외에도 연을 날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소지훈은 릴을 들고 달리기 시작하며 멋지게 달리는 자세를 유지하려 애썼다. 그는 이미 자신이 이 바닷가에서 가장 멋진 남자라고 상상하고 있었다.“봐요. 날아올랐어요.”이정현의 시선이 연으로 향하자 그는 더 힘껏 달렸다. 그런데 발이 부드러운 모래 위에서 미끄러지며 슬리퍼 밑창이 발목으로 올라가더니 그대로 모래사장에 넘어지고 말았다.“대부님.”멀리서 주아윤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아윤아, 대부님이라고 부르지 마. 이제부터 너에게 대부님은 없어. 오직 체면이 구겨진 남자만 있을 뿐이지.’어수선한 발소리 사이로 주아윤의 외침이 섞여서 들렸다.“대부님, 괜찮아요? 괜찮아요?”그들은 땅에 쓰러져 움직이지 않는 소지훈 앞으로 달려갔다. 그의 얼굴 전체가 모래에 파묻혀 있어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괜찮아요?” 이정현이 조심스럽게 그를 밀자 절망에 빠진 소지훈은 대답하지도 못한 채 그저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었다.주아윤은 소지훈이 전혀 반응하지 않자 눈시울이 금방 붉어지며 소리쳤다.“대부님, 죽지 마세요. 대부님, 저 무섭게 이러지 마요.”소지훈은 주아윤이 울려고 하자 급히 고개를 들며 입에 든 모래를 뱉어냈다.“아윤아, 난 괜찮으니까 무서워하지 마. 난 괜찮아.”고개를 들자 그의 얼굴 전체가 모두에게 드러났다. 모래로 범벅이 된 얼굴은 초라하면서도 우스꽝스러워 보였다.이정현과 주아윤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거의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소지훈은 차라리 죽어버리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한편 신예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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