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윤아, 며칠 동안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서 지낼래?”주혁재는 소지훈처럼 주아윤에게 말할 때면 무의식적으로 말투가 부드러워졌다.음식을 집던 주시우가 손을 멈칫했고 주아윤은 망설이는 듯 아빠와 엄마를 번갈아 보았다.“아윤아, 할아버지가 뒷마당에 연못도 하나 파서 금붕어와 거북이를 키우고 있어. 너도 같이 놀 수 있단다.” 주혁재가 혹하는 말을 던졌다.“거북이요?” 주아윤은 금세 마음이 동했다.“그래, 금붕어들은 색도 다양해서 엄청 예뻐.”주아윤이 신예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엄마, 그래도 돼요?”신예린이 웃으며 말했다. “물론이지.”주아윤이 다시 주시우를 바라보았고 주시우는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목을 가다듬었다.“아윤이가 여기 있고 싶으면 그렇게 해.”“앗싸!”주아윤은 신이 나서 외쳤다.신예린이 언뜻 시선을 돌리자 주시우의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딸보다 더 기뻐하는 것 같았다.저녁을 먹고 잠시 함께 앉아 있다가 신예린과 주시우는 인사를 하고 떠났다.“아빠, 엄마, 안녕.” 주아윤이 문 앞에 서서 그들에게 손을 흔들었다.“아버지, 아윤이 놀 때 잘 지켜보세요. 물에 빠지지 않게.”주시우의 당부에 주혁재가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알았어.”“...”신예린은 시아버지가 제법 젊게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가자.” 주시우가 신예린을 끌고 차에 태웠다.주아윤은 엄마 아빠가 차에 타는 걸 보고 함께 집에 갈지 말지 고민하는 모양이었다.주시우가 누구던가, 한눈에 딸의 생각을 알아차리고는 문을 닫기 무섭게 액셀을 밟으며 멀어졌다.주아윤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검은 차가 번개처럼 눈앞에서 사라지는 걸 바라보았다. 생각할 틈조차 없었다.“...”집에 돌아온 신예린은 카펫 위에 다리를 꼬고 앉아 주아윤이 등교할 때 필요한 물건을 점검했다.“가방, 교복, 물컵...” 그녀는 확인하며 중얼거렸다.“갈아입을 옷을 몇 벌 더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욕실에서 나온 주시우는 아직도 정리 중인 신예린을 보며 고개를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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