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하면 할수록 딱 두려워하는 일이 벌어진 상황이었다.신예린은 조마조마한 눈빛으로 주시우를 힐끔 보더니 한쪽 구석으로 가서 주아윤과의 영상통화를 슬쩍 얼버무릴 궁리를 했다.“괜찮아.”신예린이 말릴 겨를도 없이 주시우는 바로 전화를 받아 버렸다.“잠깐...”말이 끝나기도 전에 휴대폰 너머에서 주아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할머니, 아빠예요!”“응.”주시우가 다정하게 영상통화를 받았다.“엄마는요?”“옆에 있어.”신예린이 급히 화면 앞으로 얼굴을 들이밀고 손을 흔들었다.“아윤아, 엄마 여기 있어.”화면 속 주아윤이 방긋 웃더니, 주위 소리에 귀 기울이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거기 너무 시끄러워요. 지금 뭐 하세요?”그 순간, 신예린은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그러자 주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엄마랑 이제 영화 보려고.”“아빠, 엄마, 저 몰래 영화 보러 간 예요?”주아윤이 깜짝 놀라서 외쳤다.“몰래는 아니야.”주시우가 부드럽게 달랬다.“우리 아윤이가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서 돌아오면 다음에는 우리 같이 보자.”“좋아요!”주아윤이 바로 밝게 대답했다.“할머니, 할아버지 댁은 재미있어?”“재미있어요! 큰 거북이 봤어요. 할아버지가 저보고 이름 지어 보래서 샌드위치라고 했어요.”‘샌드위치?’신예린은 잠깐 생각하더니 속으로 감탄했다.‘상상력 하나는 정말 기가 막히네.’주시우가 낮게 웃었다.“아주 좋은 이름이네.”“그럼 영화 보세요. 저는 샌드위치랑 놀게요.”주아윤의 말투는 살짝 새침하고 차분했다.“아빠, 엄마, 안녕!”그러자 영상 통화가 딱 끊겼다.뜻밖에 너무 쉽게 넘어가서 신예린은 잠시 멍했다. 주아윤이 섭섭해할 줄 알았는데 반응이 예상 밖이었다.주시우가 신예린의 생각을 읽은 듯, 휴대폰을 가방에 넣어 주며 말했다.“요즘 아윤이는 차분히 이야기하면 다 이해해. 굳이 숨길 필요 없어. 우리 둘만의 시간 갖고 싶을 때마다 아윤이를 속일 수도 없잖아.”주시우가 말을 은근히 달콤하게 풀어놓자, 신예린은 부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