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선생님, 4호 환자가 찾아요.”연구실 호출기에 간호사의 목소리가 울리자 신예린은 일어나서 연구실을 나섰다.그녀가 돌아왔을 때는 이미 점심시간이 되었다.“신 선생님, 같이 구내식당에서 식사하죠.” 이정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래요.” 신예린이 대답했다.“밀크티 마실래요? 갑자기 마시고 싶어서요. 제가 사 드릴게요.”“지난번에 다이어트한다고 하지 않았어요?”“에이, 그땐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죠.”그들은 나란히 걸어 나갔다. 연구실의 다른 사람들도 짝을 지어 하나둘씩 식사하러 갔다.오직 도지윤만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배경 때문에 먼저 친근하게 다가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지만 어디까지나 마음을 터놓고 지내지는 않았다.그러나 신예린은 의사들도 좋아하고 간호사들도 같이 일하고 싶어 하며 함께 다니길 좋아했다.분명 먼저 온 사람은 도지윤이고 사람들과 함께 지낸 시간도 더 길었다.다만 신예린이 자신보다 가식을 잘 떨고 너그러운 척, 배려 깊은 척 굴어 환자들마저 칭찬이 자자한 거라고 생각했다.도지윤이 콧방귀를 뀌었다.“선생님.”이때 문에서 한 목소리가 들리며 50대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다.“무슨 일이에요?” 도지윤의 목소리는 무덤덤했다.“신 선생님 계세요?”‘있는지 없는지 보면 모르나.’도지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지만 당연히 입 밖에 꺼내지는 않았다.“없어요.”“아, 죄송해요.” 여자가 가려 하자 도지윤이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 “잠깐만요.”여자가 고개를 돌렸다.도지윤은 한결 누그러진 표정으로 말했다.“무슨 일로 찾으세요? 식사하러 가셨는데 돌아오시면 전해 드릴게요.”여자가 망설이는 표정을 지었다.“우리 집 영감 알부민 주사 좀 끊어줄 수 없을까요? 저희 집 사정이 어려워서 한 병에 몇십만 원 하는 걸 좀 아끼고 싶어서요.”“몇 호죠?”“11호 환자요.”“알겠어요. 신 선생님이 돌아오시면 중단하라고 전할게요.”“네, 수고하세요.”여자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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