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친구가 생겼다고?”놀란 건 이정현의 엄마뿐이 아니라 소지훈도 마찬가지였다.눈이 휘둥그레진 소지훈은 이정현이 통화 중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말했다.“언제... 남자 친구가 생겼어요?”그러자 전화기 너머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이어졌다.“정현아, 옆에 누가 있어?”“네.”이정현의 말투는 여전히 태연했다.“남자 친구랑 지금 차에 같이 타 있어요.”위잉...그 말에 소지훈은 머릿속이 잠깐 하얘졌다.‘나... 나라고?’“남자 친구라고?”어머니는 거의 비명을 질렀다.“맞아요.”이정현이 입꼬리를 올리며 소지훈을 바라봤다.“지훈 씨, 우리 엄마께 인사드려요.”‘부모님께 인사라니... 이건 거의 집안에 정식으로 인사하는 수준이 아니야?’소지훈은 멍해진 얼굴로 한 박자 늦게 입을 뗐다.“어... 어머님, 안녕하세요.”그러자 전화기 쪽이 잠깐 고요해졌다.“푸흣.”이정현이 웃음을 터뜨렸다.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은 소지훈은 얼굴이 활활 달아올랐다.“아, 아니... 그게 아니라... 안녕하세요. 정현 씨의 남자 친구 소지훈입니다.”이정현의 엄마도 정신이 없는지 연달아 같은 말만 반복했다.“아, 네... 그래... 그래요. 지훈 씨, 안녕하세요.”그때 이정현이 통화를 정리했다.“엄마,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할게요. 지금 집에 도착했어요. 소개팅은 앞으로 안 해도 돼요. 그럼 먼저 끊을게요.”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통화를 마치자 차 안에 다시 정적이 내려앉았다.소지훈은 아직도 얼떨떨했다.“왜... 왜 제가 정현 씨의 남자 친구라고 한 거예요?”마침 차가 소지훈 아파트 단지 앞에 섰다. 이정현이 주차하고 고개를 돌리면서 물었다.“왜요? 싫어요?”소지훈은 손사래부터 쳤다.“아니, 아니에요. 너무 좋아요.”꿈에서도 바라던 순간이었나. 그런데 소지훈은 곧 표정이 살짝 수그러들었다.“혹시... 어머니 때문에 급하게 그렇게 말한 건가 해서요.”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정현의 숨결이 가까워졌다. 소지훈이 반응할 틈도 없이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