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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los capítulos de 터닝포인트: Capítulo 541 - Capítulo 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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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1화

주아윤이 손을 뻗어 꽃을 살짝 만지더니 고개를 들었다.“엄마, 꽃 한 송이 가져가도 돼요?”“그럼. 한 송이는 무슨... 열 송이도 가져도 돼.”신예린이 웃으며 답했다.뒷좌석에서 신이 난 주아윤이 들썩거리자, 신예린에게 번뜩 아이디어가 떠올랐다.“아, 이 꽃들 어떻게 할지 생각났어요.”그러자 운전하던 주시우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신예린이 주아윤에게 물었다.“아윤아, 엄마 아빠랑 게임 하나 하자. 어때?”“좋아요!”주아윤의 맑은 대답이 차 안을 채웠다....도시의 밤, 화려한 네온이 얽혀 빛을 만들고 사람들은 바쁘게 스쳐 지나갔다.크지 않은 광장 한편에서 한 여자와 아이가 지나가는 이들에게 꽃을 나눠 주고 있었다..“아가씨, 꽃 한 송이 드릴게요. 오늘도 행복하세요.”“언니, 이 꽃은 언니만큼 예뻐요.”“할아버지, 노래 정말 잘하시네요. 이 꽃 받으세요.”“오빠, 오늘 입은 옷 멋있네요. 꽃 드릴게요!”조금 떨어진 곳에서 주시우는 두 사람을 지켜봤다.지금 이 순간의 모녀는 유난히 반짝였다. 누군가에게 선의를 건네며 동시에 되돌아오는 온기를 온몸으로 받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신예린은 두 손이 텅 빈 채 종종걸음으로 돌아왔다. 계속 걸어 다닌 탓에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얼굴에는 들뜬 홍조가 피어올랐다.“자.”어디서 꺼냈는지 신예린은 꽃 한 송이를 불쑥 내밀었다.“진정한 주인한테 드려야죠. 마지막 한 송이는 당신을 위한 꽃이에요.”“내 것도 있어?”주시우가 받으며 고개를 기울였다.“당연하지. 당신이 내게 제일 중요한 사람이니까요. 난 당신이 가장 행복했으면 좋겠어요.”‘가장 중요한 사람이라고...’그 말이 주시우의 가슴을 울렸다.“신기하네. 나도 같은 생각 중이었거든.”그 말과 함께, 주시우가 등 뒤로 감춰 둔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손에는 선명한 장미 두 송이가 들려 있었다.“너희가 나누기 전에 살짝 빼놨어. 기쁨과 행복을 나누는 김에, 우리도 한 송이씩은 가지자.”서로를 먼저 떠올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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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2화

신예린이 상대를 유심히 보더니 확신했다. 두꺼운 안경을 벗고 머리를 길게 묶어도 또렷한 이목구비는 분명 정가을이었다.신예린이 살짝 주시우의 옆구리를 건드려 저쪽을 가리키자, 주시우의 눈빛이 스쳤다. 주시우도 바로 정가을을 알아봤다.정가을은 밀크티 가게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고, 같은 직원으로 보이는 여직원을 등 뒤로 감싸며 맞은편 손님에게 쏘아붙였다.“겉모습은 멀쩡해 보이는데 왜 이렇게 부끄러운 짓을 해요.”손님은 일이 커지자 발끈 화를 냈다.“이게 당신들 가게 서비스야? 점장 불러. 바로 신고할 거야.”정가을은 물러서지 않았다.“제가 점장입니다.”손님의 표정이 굳었다.정가을은 직원의 어깨를 살짝 앞으로 밀며 차갑게 말했다.“선택하세요. 첫째, 직원분께 사과하고 잘못을 인정하든가. 둘째, 제가 지금 경찰에 신고해서 며칠간 경찰서에 계시든가...”주변에서 웅성거림이 번지자 손님의 얼굴이 시뻘게져 입술이 달달 떨렸다. 결국 이를 악물고 말했다.“미안합니다.”그는 더 버티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가게 밖으로 뛰쳐나갔다.직원을 짧게 달랜 정가을이 다시 일을 시작하려던 순간,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가을아.”고개를 들자, 조금 떨어진 곳에 세 사람이 서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주 교수님은 작은 아이의 손을 잡고 있었고, 신예린은 밀크티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순간, 정가을은 시간을 건너온 듯 어지럽고도 아득했다. 이내 눈빛이 흔들리더니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오랜만이야.”...길가에서 주아윤은 주시우의 그림자를 콩콩 밟으며 빙글빙글 돌았다. 주시우는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고개를 숙이고 주아윤을 보며 웃었다.신예린과 정가을은 창가 자리에 마주 앉아 그 모습을 통유리창 너머로 내려다봤다.“아이도 많이 컸네.”정가을의 목소리에는 묘한 감개가 스며 있었다.“응. 시간도 참 빠르네.”신예린의 시선이 정가을에게로 옮겨졌다. 마지막으로 만난 지 벌써 5년이 넘었다.그 시선을 느낀 정가을이 고개를 갸웃했다.“내가 어떻게 지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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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3화

“가게 열기 전에 한 번 도준호를 찾아갔어. 침대에 누워 꼼짝도 못 하고, 거의 시체처럼 있더라. 그땐 마음속으로 빌었어. 제발 의식은 남아 있게 해 달라고, 그렇게 백 살까지라도 살아보라고 말이야.”움직일 수는 없지만 모든 걸 느끼는 삶, 그것이야말로 통쾌한 처벌이라 생각했다.“그러다 재활병원 복도 다리에서 비 온 뒤 무지개를 봤어. 그때 문득 마음이 풀어지더라. 세상에는 비만 내리는 게 아니고, 이렇게 예쁜 무지개도 뜨잖아. 난 도준호를 용서한 게 아니라, 그냥 나 자신을 놓아준 거야. 도준호의 인생은 거기서 멈췄지만, 내 인생은 아직 한참 남았으니까.”정가을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모든 걸 내려놓은 사람만이 낼 수 있는 고요함이 배어 있었다.신예린은 목이 콱 막힌 듯했고 한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정가을이 화제를 돌렸다.“지금은 의사로 일하는 거야?”신예린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태성 병원 심장외과에 있어.”정가을이 미소를 지었다.“좋겠다. 나도 예전에는 의사가 되고 싶었거든.”그런 일들이 없었다면, 해외에 나가 공부한 사람도 정가을이었을 테고 흰 가운을 입은 것도 정가을이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도 나쁘지 않아. 난 지금에 만족해.”신예린이 입꼬리를 띄웠다.“정말 다행이다.”“그때 내가 무너지지 않게 붙잡아 준 게 너랑 주 교수님이었지. 치료비도 도와줬고... 걱정하지 마. 열심히 벌어서 꼭 갚을게.”신예린이 급히 손사래를 쳤다.“아니야. 그럴 필요 없어.”사실 그 돈은 주시우의 부모님이 보탠 것이기도 했다.하지만 정가을은 똑바로 신예린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당장 다른 동기가 없을 땐, 그걸 내가 버티는 이유로 삼을래.”신예린의 표정이 살짝 가라앉았다.“아무튼 그 얘기는 여기까지야. 내가 여기에서 일하는 걸 알았으니... 시간 되면 놀러 와. 밀크티는 서비스로 줄게.”“응.”신예린이 웃으면서 대답했고 정가을은 문 앞까지 배웅했다.“여기까지만 나와... 너도 바쁠텐데 얼른 가서 일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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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4화

“신 선생님, 제가 드디어 5킬로 뺐거든요. 축하 의미로 오늘 과 사람들한테 밀크티 살 게요. 뭐 드실래요?”동료가 들뜬 얼굴로 의사 사무실에 뛰어들었다.“밀크티라고요?”신예린이 문득 떠올라 물었다.“어느 집으로 시킬 거예요?”“아직 못 정했어요. 배달 앱 좀 뒤져 보려고요.”“제가 괜찮은 집 하나 알거든요. 거기로 해 볼래요?”“아주 좋아요. 신 선생님 덕분에 고민 끝!”얼마 지나지 않아 동료가 밀크티를 한가득 들고 돌아왔다. 손에는 작은 디저트 상자도 쥐여 있었다.“어, 디저트는 또 뭐예요?”“몰라요. 가게에서 같이 주더라구요. 우리가 많은 걸 시켰다고 서비스 준 건가 봐요. 서프라이즈말이죠!”동료한테 고맙다고 인사한 뒤 신예린이 휴대폰을 켰다. 예상대로 조금 전, 정가을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너 심장외과라고 했지? 고마워. 다음에 또 밀크티 필요하면 미리 말해. 할인해 줄게.][고마워. 오히려 내가 고마워해야지. 디저트 정말 맛있었어.]그러자 정가을한테서 이모티콘 하나가 귀엽게 퐁 하고 날아왔다. 신예린은 피식 웃었다.주시우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사람은 희망을 품어야 다시 시작할 용기가 생긴다.”어쩌면 정말 그럴지도 몰랐다.그날 저녁, 집에 돌아오자마자 날아든 소식은 달갑지 않았다.주시우가 며칠 외지로 출장을 가야 했다.그러자 신예린과 주아윤은 코딱지처럼 주시우에게 착 달라붙었다.“아빠, 가지 마세요.”신예린도 주아윤 따라 했다.“여보, 가지 마세요.”주시우는 한 손으로 신예린을, 다른 손으로 주아윤을 번쩍 받치며 웃었다.“딱 사흘이야. 셋째 날 밤에 바로 집에 올게.”신예린이 번쩍 떠올라 물었다.“그럼 아윤이는요?”신예린은 근무가 일정치 않은 심장외과 의사였기에 주말에도 쉬지 못할 때가 많다. 공교롭게도 출장 기간에 주말이 끼어 있었으니 주아윤을 혼자 둘 수는 없었다.세 사람은 거실 바닥에 동그랗게 앉아 주아윤을 돌보기 작전 회의를 열었다.“제가 동료랑 근무를 바꿔 볼게요. 당신이 오면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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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5화

신예린은 주시우의 귀를 살짝 잡아 올리면서 표정은 한껏 사납고 말투는 장난스럽게 말했다.“제 말을 못 알아들었어요? 중점은 아무 데서나 매력을 내뿜지 말라는 거라고요!”주시우의 귀를 잡아 올리는 신예린은 손에 별로 힘을 주지 않았고 단지 투닥거리는 표정이었다. 주시우는 다정하게 신예린을 달래면서 연달아 대답했다.“알았어. 당신 말을 들을게.”신예린은 이런 식으로 군말 없이 맞춰 주는 주시우가 좋았다. 마음 한구석이 꿀로 가득 찬 듯 달콤했다.“휴... 남편이 너무 잘생겨도 고민이네요. 괜히 너무 불안하잖아요.”신예린이 말을 툭 던지자 주시우는 입가가 살며시 올라갔다.신예린한테서 잘생겼다는 말을 듣자 주시우도 기분이 좋았다.“내가 그렇게 잘생겼어?”주시우가 다가오자 신예린이 씩 웃으면서 말했다.“그럼요. 제가 몇 번을 말했는데요.”“아내 칭찬은 많이 들을수록 좋은 법이지.”주시우의 얼굴에는 웃음이 잔잔히 번졌다.신예린이 아예 작정하고 말을 퍼부었다.“잘생김 끝판왕이죠. 절세 미남에, 영락없는 조각 미남... 멋짐이 폭발하는 데다가, 매력이 철철 넘치고, 키도 크고 듬직하기까지 하니...”일부러 과하게 치켜세우는 걸 알면서도 주시우의 입꼬리는 신예린의 말이 이어질수록 더 높아졌다.“아이고, 입꼬리가 아주 날아가겠네요.”신예린이 슬쩍 놀리자 주시우가 그녀를 끌어안으며 눈빛을 깊게 했다.“키스 한 번, 오케이?”“시간이 이미 늦었어요. 내일 이른 비행기잖아요.”신예린이 밀어내려 하자, 주시우의 팔이 강철처럼 딱 버텼다.“키스 한 번 하는 데 얼마나 걸린다고. 앞으로 며칠 못 하겠는데 지금 미리 해 둬야지.”‘며칠 못 하는 게 뭐 그리 큰일이라고...’신예린은 이런 생각을 하다가 솔직히 인정했다.‘사실 키스는 실로 중독되기는 하지...’신예린이 먼저 고개를 들어 입술을 맞댔다. 서로의 입술이 닿는 순간, 주시우의 눈빛이 번뜩였고 손바닥이 그녀의 목덜미를 살며시 감싸안았고 손목 힘이 조금 더 세졌다.주시우는 키스 한 번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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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6화

주시우가 출장을 떠난 뒤, 주아윤은 이틀 동안 할머니 댁에 맡겨졌다. 신예린은 근무가 끝나면 거기서 같이 저녁을 먹고 돌아왔고, 셋째 날에는 주아윤을 데려와 오후 근무에 함께 출근했다.집을 나서기 전, 신예린은 집에서 과자 한 움큼을 집어 주아윤의 작은 배낭에 넣어 주며 당부했다.“엄마가 바쁘면 계속 아윤이를 못 지켜볼 수도 있어. 절대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고, 의사 사무실에서 얌전히 있어야 해.”주아윤은 고개를 꼿꼿이 들고 말했다.“엄마, 제가 얼마나 말을 잘 듣는데요. 걱정하지 마세요.”주아윤의 너무 진지한 표정에 신예린은 웃음이 났다.신예린이 미리 동료한테 얘기해 둔 터라 모두가 주아윤이 올 걸 알고 있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주아윤을 싫어할 사람은 없었다.주아윤이 언니라고 하고 달콤하게 부르니 간호사들은 입이 귀에 걸렸고 그녀들은 결국 서랍 속 비상 간식까지 꺼내 주었다.그 덕분에 주아윤의 배낭은 더 묵직해졌다. 주아윤은 마음 씀씀이도 넉넉해서 엄마가 챙겨 준 과자도 돌아가며 나눠 주었다.“아윤이는 정말 예의도 바르네.”주아윤과 마주친 사람마다 같은 말을 했다.그때, 이석훈이 간호사실 앞을 지나가다 사람들이 주아윤을 둘러싸고 떠드는 걸 보고 시선을 좁혔다. 그러더니 손끝으로 책상을 두 번 탁탁 두드리며 말했다.“소정 씨, 3번 병상에 제가 방금 내린 처방 확인했어요?”휙 들어온 이석훈의 목소리가 공기를 가르자 소정이 움찔하며 대답했다.“네, 지금 확인하겠습니다!”주아윤은 고개를 들어 이석훈과 눈이 마주쳤다.‘아, 저번에 표정 시무룩했던 의사 아저씨네.’주아윤은 배낭 안으로 손을 넣고 잠깐 망설였다.‘음... 난 어차피 애니까... 다른 사람한테 너그럽게 대해줘야지.’막 결심하고 과자를 집어 든 순간, 이석훈은 벌써 몸을 돌려 가 버렸다.“아윤아!”정작에 소지훈의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는데 먼저 목소리부터 들려왔다.의자에 앉아 있던 주아윤이 고개를 번쩍 들자 소지훈이 병동 문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며칠 사이에 안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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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7화

주아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마침 그때, 문가에 한 사람이 나타났고 소지훈은 한눈에 자기 여자 친구인 걸 알아차려 주아윤에게 슬쩍 눈짓했다.“대모님!”방금 들어오던 이정현은 순진한 아이의 목소리에 멈칫했다. 다음 순간, 주아윤이 다가와서 이정현의 다리를 와락 끌어안았다.이정현은 웃으며 주아윤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곁눈질로 소지훈을 째려봤다.“대체 아윤한테 뭘 가르친 거예요.”소지훈은 억울하다는 표정이었다.“저 아니에요. 아윤이가 스스로 부른 거라니까요.”주아윤은 고개를 들어 소지훈을 한 번 바라보더니 어이없는 표정으로 말없이 웃었다.‘뭐... 둘이 좋으면 됐지.’업무를 정리한 뒤, 소지훈과 이정현은 퇴근했다. 나가기 전에 저녁을 같이 먹자고 물었지만 주아윤은 고개를 저었다.“아빠 기다릴래요.”신예린은 배달을 시켰고 둘은 사무실에서 저녁을 먹었다. 그때 막 수술을 마친 병실 환자에게 긴급 상황이 생겼고, 신예린은 급히 일어나면서 주아윤에게 당부했다.“아윤아, 엄마가 잠깐 환자 보러 갔다가 올게. 그동안 절대 돌아다니지 말고, 의사 사무실에서 얌전히 있어야 해. 알겠지?”주아윤은 간호사 언니가 준 간식을 오물오물 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신예린이 서둘러 나가고, 주아윤은 혼자 의자에 앉아 다리를 살살 흔들며 엄마를 기다렸다.잠시 뒤, 복도 쪽에서 발소리가 났다. 주아윤은 엄마가 온 줄 알고 반갑게 고개를 들었다가, 뜻밖에도 그 시무룩한 얼굴의 이석훈과 눈이 딱 마주쳤다.이석훈도 사무실에 애만 덩그러니 있는 게 예상 밖이었는지, 시선이 스치자 발걸음이 잠깐 멈췄다.“아저씨, 안녕하세요.”주아윤이 먼저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엄마는 환자 보러 가셨어요.”“응.”이석훈은 입술을 한 번 다물었다가, 담담하게 대답하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사실 이석훈은 아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일하다 보면 아이들을 종종 대하지만, 대개는 산만하고 말썽이 많았다. 그래서 이석훈은 동료가 아이를 사무실로 데려오는 것도 내켜 하지 않았다. 조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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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8화

주아윤이 입을 살짝 벌렸다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오래 앉아 있었더니 엉덩이가 아파서요. 잠깐 서 있고 싶었어요. 엄마가 사무실을 벗어나면 안 된다고 해서... 여기까지만 나왔어요.”그러나 이석훈의 목소리는 다소 매서웠다.“어린이 혼자 베란다에 나오는 게, 위험하다는 거 몰라?”“난간 가까이에는 안 갔어요. 그냥 여기 서 있었어요.”주아윤이 곧바로 덧붙였다.“과자를 먹고 싶긴 했는데... 아저씨 일에 방해될까 봐 못 먹었어요.”그제야 이석훈은 주아윤의 손에 방금 뜯은 과자 봉지가 들려 있는 걸 보았다.“어쨌든 여기는 함부로 오면 안 되는 곳이야. 안으로 들어가.”“네.”주아윤은 말 잘 듣는다는 듯 사무실로 돌아가더니, 손발을 써서 자기 의자에 다시 올라갔다.이석훈은 베란다 문을 닫고 자리에 앉았다.사무실로 돌아왔으면 과자를 먹으려나 했지만 주아윤은 여전히 조용히 앉아 있었다.이석훈은 아까 한 번 가슴이 철렁했던 터라, 또 사라질까 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잠시 망설이던 이석훈이 말했다.“의자를 이쪽으로 가져와서 앉아.”그러자 주아윤은 다시 의자에서 내려왔다. 작은 몸으로 의자를 끌어 보다가 도저히 안 되자 도움을 청했다.“아저씨, 의자가 무거워서 제가 못 옮길 것 같아요.”“...”이석훈은 자신이 생각이 짧았음을 인정하며, 직접 가서 의자를 번쩍 들어 왔다. 그때 옆눈에 아직 덜 먹은 과자가 들어와서 그것도 집어 들었다.의자를 자기 자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내려놓자, 주아윤이 올라앉았고 이석훈은 과자 봉지를 주아윤의 품에 쥐여 주며 말했다.“먹어.”하지만 이석훈의 말투는 여전히 딱딱했다.주아윤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올려다봤다.“정말 먹어도 돼요?”“내가 먹지 말라는 말도 안 했잖아.”이석훈의 허락이 떨어지자 주아윤은 기쁜 얼굴로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키보드 두드리는 소리에 과자 봉지 사각거리는 소리가 섞였다.결국 아이는 아이였다. 과자를 두 손으로 안고 맛있게 먹으면서도 두 다리는 살짝살짝 흔들렸다.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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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9화

신예린과 주아윤이 사무실을 떠나자마자, 자리에 앉아 있던 이석훈은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꼬맹이한테 칭찬 들으니... 괜히 기분이 좋네.’엘리베이터 앞에 막 도착했을 때, 맞은편에서 주시우가 걸어왔다.“아빠!”주아윤이 두 눈을 반짝이며 달려갔다. 주시우가 허리를 숙여 번쩍 주아윤을 안아 올리고는 작은 배낭을 보고 물었다.“오늘 병원 한 바퀴 돌더니 수확이 꽤 많은가 보네?”“아저씨, 아줌마, 언니, 오빠들이 준 거예요.”주아윤이 주시우의 목을 끌어안고 말했다.그러자 신예린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이제 완전 우리 과의 마스코트가 되었어요. 동료들이 아윤이를 어찌나 좋아하는지.”마스코트라는 말에 주아윤은 고개를 쭉 들고 으쓱했다.주시우가 주아윤의 코끝을 톡 집었다.“이러다가 코가 하늘에 닿겠어.”그리고 주시우의 시선은 신예린에게 머물렀다. 불과 사흘 정도 못 봤을 뿐인데, 서로 눈이 마주치자 꽤 오래 떨어져 있었던 것처럼 마음이 출렁였다.“자, 안아 줘.”주시우가 두 팔을 벌리며 말하자 신예린은 주변을 한번 훑어보고 사람 없는 걸 확인한 뒤 그의 품에 폭 안겼다. 익숙한 체온과 향기가 코끝을 스치며 마음이 가라앉았다.“내일은 퇴근하고 내가 데리러 올게.”주시우는 낮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내일은 쉬는 날이에요?”“응. 출장 다녀왔다고 하루 쉬라고 해. 그 틈에 우리 아내랑 딸이랑 종일 붙어 있으려고.”그러자 신예린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괜히 그런 소리하지 마세요. 원래 응당 받아야 할 휴가죠.”다음 날, 주시우는 약속대로 신예린을 데리러 왔다. 신예린이 차에 타자, 주시우가 시동을 걸며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어젯밤은 바빴어?”“조금요. 상태가 불안정한 환자가 있어서 새벽까지 지켜봐야 했어요.”신예린은 말을 마치며 하품했다.“다크서클이 좀 심한데.”“정말 그렇게 심해요?”신예린은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감히 다크서클이 심하다고 말하다니... 이제 결혼 오래 하더니, 외모 지적까지 하는 거야?’“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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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0화

“싫어요. 전 돌 거예요. 계속 돌 거라고요.”신예린은 겁도 없이 주시우 앞에서 빙글빙글 춤을 췄다. 얇은 잠옷 너머로 가늘게 잘록한 허리와 매끈한 실루엣이 어렴풋이 드러났다.주시우는 눈빛이 한층 깊어지며 저도 모르게 손이 뻗었다.그러자 신예린은 마치 토끼처럼 훌쩍 방으로 뛰어 들어가 문을 철컥 잠가 버렸다.문밖에서 귓불을 간질이는 듯한 노크 소리가 났다.“왜요?”신예린의 경계심이 가득한 목소리가 안에서 들렸다.“좀 쉬었다가 같이 아윤이 데리러 갈까?”“좋아요.”“그럼 푹 자.”주시우의 말끝에 거실은 고요해졌고, 멀어지는 발자국만 또각또각 끊겼다.문 뒤에 기대 서 있던 신예린은 괜스레 수상한 느낌이 들었다.‘웬일이래... 정말 나한테 더 달려들지 않는 거야? 일부러 파놓은 함정인가?’조금 버티다 신예린은 결국 살짝 문틈을 열어 밖을 살며시 훔쳐봤다.하지만 주시우는 정말로 떠나고 없었고 거실은 텅 비어 있었다.신예린은 자신의 마음속을 보송보송 간질이는 깃털 같은 감정이 올라왔다. 그녀는 문을 다시 닫으려다 말고, 아주 조금만 열어 둔 채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갔다.‘들어오라고 열어둔 건 아니고... 그냥 공기가 답답해서...’그런데 신예린이 눈을 감고 한참 기다렸지만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입으로는 싫다고 했지만 마음은 어쩐지 허전했다.‘됐어. 그냥 자자...’밤새 근무 때문에 피곤했는지, 신예린은 베개에 머리만 얹었는데 곧 잠이 들었다.다시 깨어 보니 오후 세 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처음에는 멍하니 천장을 보다가, 틈새로 남겨 둔 문이 어느새 닫혀 있는 걸 발견했다.슬리퍼를 끌고 나가 보니 집 안은 조용했다.‘서재에 있겠지.’살금살금 문을 열어 고개를 들이밀자, 예상대로 주시우가 등을 보인 채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너무 몰입해 있는지 주시우는 문 열린 것도 눈치 못 챘다.신예린이 발끝으로 조심조심 다가가더니, 등 뒤에서 주시우를 훅 끌어안으면서 목을 감았다.깜짝 놀란 주시우가 돌아보며 웃었다.“벌써 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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