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도 혹시 이런 사람들 만나면 제가 곁에 없더라도 바로 주변에 도움을 청해요. 저런 인간들은 많지 않으니까 겁먹지 말고요.”소지훈이 당부하자 이정현은 대답 대신에 맞잡은 손을 잠시 내려다봤다.그제야 소지훈이 퍼뜩 손을 뺐다.“아, 미안해요. 흥분해서 그만...”손끝에는 아직 이정현의 온기가 남아 있었고 소지훈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아까 화내지만 말고 손을 더 오래 잡아 볼 걸...’순간 소지훈은 후회가 훅 올라왔다.“괜찮아요. 아까 고마웠어요.”이정현이 담담히 말했다.사실 소지훈이 없었어도 이정현은 대처할 방법이 있었지만 오래 혼자 버텨온 자신을 위해 누군가가 앞에서 막아 준다는 설렘이 묘하게 마음을 건드렸다.철없을 땐 철없어도, 겁 없고 든든한 소지훈의 등은 웬만한 일은 다 막아낼 것만 같았다.이정현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번졌다.“아까는... 꽤 남자다웠어요.”소지훈은 머리를 긁적이며 쑥스러워했다.“에이, 별말씀을...”하지만 올라가는 입꼬리는 감출 수 없었고 몸까지 둥둥 떠오르는 기분이 들었다.‘이건 꼭 예린 씨한테 보고해야 해. 오늘 남자다웠다는 소리 들었다고 말이야.’그날 밤, 소지훈은 내내 그 말이 꿈에까지 따라붙었다.이정현이 남자답다고 말하는 장면만 반복 재생했다. 소지훈은 반쯤 자고 반쯤 깬 채, 웃는 입술로 그날 밤을 보냈다.다음 날, 소지훈은 기분 좋게 눈을 떴다가 알람을 보고 벌떡 일어났다.지각할 것만 같았다.그는 양치하다가도 어젯밤이 떠올라 바보 같은 웃음을 흘렸다.‘나도 이제 연애하는 날이 머지않겠지.’소지훈은 단지 앞에서 택시를 잡아 병원으로 향했다. 기사님은 수다쟁이였고 이야기에 열을 올리다 옆 차와 몇 번이나 부딪칠 뻔했다.그러자 소지훈이 식겁해서 말했다.“사장님, 운전에만 집중하시면 좋겠어요.”“에이, 걱정하지 말아요. 제가 운전한 지가 몇 년인데... 눈 감고도 간다니까요.”‘사장님이 눈 감으면 저는 내려야 해요...’쿵!그 생각이 스치자마자 커다란 충격음이 났다.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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