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시우는 잠시 눈썹을 치켜올리며 자신이 어느새 택시 기사가 되어버린 상황에 조금 놀란 듯했다.“그러면... 택시 기사님이 아니세요?”진숙희가 차창 옆에서 의아하게 물었다.신예린은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기분이었고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려 주시우에게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주시우는 상황을 금세 파악했다.‘이제 내 정체가 남편에서 기사로 바뀐 거군.’그는 장난기 어린 눈길로 신예린을 바라보며 운전대 위에 손을 올리고 천연덕스럽게 말했다.“이 손님 말씀대로 해요. 뭐든 손님이 시키는 대로죠.”그 말투가 어딘가 묘하게 느껴져서 만약 진숙희가 두 사람을 기사와 승객이 아니라는 걸 몰랐다면 괜히 오해할 뻔했다.진숙희는 신예린 쪽으로 몸을 돌리며 말했다.“예린아, 괜찮겠니? 걱정하지 마. 요금은 내가 다 낼게. 요즘 병원 앞에선 택시 잡기도 힘들더라. 지난번엔 십몇 분 넘게 기다렸어.”신예린은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주시우를 바라봤다.그러자 주시우는 아주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손님께서 결정하세요.”오랜 이웃이기도 해서 결국 신예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진숙희는 신이 난 듯 뒷좌석에 올라탔다.벤츠라는 차를 직접 타본 게 처음이라 차 안에 앉자마자 진숙희는 시트 가죽을 이리저리 만져보면서 연신 감탄했다.얼마 전 아들이 차를 사려고 여러 모델을 알아봤던 기억이 떠오른 듯했다.‘이 차는 정말 멋지네. 이참에 아들한테도 이 차를 추천해 봐야지.’하지만 아들은 벤츠는 수입차라 엄두도 못 낸다며 웃었던 게 떠올랐다. 진숙희는 이렇게라도 벤츠를 타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예린아, 네 덕에 이런 좋은 차도 타보고 정말 복 받았어!”진숙희는 휴대폰을 꺼내 인증샷까지 찍으며 신이 났다.“이따 아들한테 자랑해야지.”신예린은 민망해서 낮은 목소리로 웃으며 대답했다.“아, 아닙니다...”“이렇게 비싼 차 부르면 요금도 평소보다 훨씬 더 나오겠지?”“뭐... 거의 다 비슷해요.”신예린은 어쩔 수 없이 얼버무렸다.“아유, 정말 좋네.”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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