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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돌이킬 수 없는: Chapter 121 - Chapter 130

176 Chapters

제121화

“뭐라고요?”강시연은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빛엔 다급함이 묻어났다.“뭘 알아냈다는 거예요?”요즘 강시연은 수사 진행이 멈춰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진수혁 쪽에서 먼저 단서를 찾아냈다.낮고 매력적인 남자의 목소리가 천천히 흘러나왔다.“그때 육태하가 사고 났을 때 한민주 말고도 현장에 기자 한 명이 더 있었어.”“정말이에요?”강시연의 눈이 반짝였고 얼굴에는 놀라움과 반가움이 가득 차올랐다. 그녀는 무심결에 한 발 앞으로 다가서더니 진수혁의 옷소매를 덥석 붙잡았다.“그 기자 이름이 뭐예요? 지금 어디 있어요?”하지만 진수혁은 고개를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너무 오래전 일이야. 아직 사람을 찾고 있어. 소식이 들어오면 제일 먼저 너한테 알려줄게.”강시연은 잠시 실망했지만 곧 마음을 다잡았다.그래도 단서가 생겼으니 그 기자만 찾으면 모든 진실이 곧 드러날 것이다.그때였다.진도현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나온 뒤 신나게 뛰어왔다. 아이의 볼은 빨갛게 달아올랐고 얼굴엔 천진난만한 웃음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아빠, 엄마, 둘이서 무슨 비밀 얘기하고 있었어요?”강시연은 고개를 저으며 아이 앞에 쪼그려 앉았다.“뭐 더 놀고 싶어?”진도현은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둘러보더니 시선을 어느 한 어두컴컴한 집 쪽으로 고정했다.그러고는 강시연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신이 나서 말했다.“엄마, 우리 아빠랑 같이 저기 가봐요!”‘귀신의 집?’진수혁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강시연을 바라보았다.“가기 싫으면 내가 도현이랑 같이 들어갈게.”강시연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제가 왜 가기 싫어할 거라고 생각해요?”진수혁은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 기억엔 네가 어두운 걸 무서워했던 것 같아서, 특히 좁고 으스스한 공간 말이야.”그 말이 끝나자 주위가 순간 조용해졌다.강시연은 시선을 돌리며 씁쓸하게 웃었다.“알고 있었네요.”분명 무서워하는 걸 알면서도 지난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물어봐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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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그때, 진도현이 옆에서 달려왔다.진도현은 강시연과 진수혁이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있는 모습을 보고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엄마, 우리 한 번만 더 놀아요.”그제야 정신을 차린 강시연은 순간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얼른 진수혁의 손을 놓았다.“난 안 탈래. 아빠랑 다녀와.”진도현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그럼 안 탈래요.”진도현은 금세 다른 놀이기구를 향해 신나게 뛰어가 버렸다.제자리에 남겨진 두 사람 사이엔 묘한 기류가 흘렀다.진수혁은 조용히 손가락 끝을 문질렀다.아직도 강시연의 따뜻한 손길이 아른거리는 듯했다.하지만 그 손을 계속 붙잡고 있을 순 없었다.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의 마음은 점점 조급해졌다.이번에 돌아가면 다른 일은 잠시 미뤄두고 반드시 그 목격자인 기자를 먼저 찾아야 했다.어느새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진도현의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진도현은 연신 하품을 하면서도 억지로 눈을 부릅뜨며 계속 놀겠다고 버티고 있었다.그때 누군가 정중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안녕하세요. 저는 사진작가인데요, 혹시 가족사진 한 장 찍어드려도 될까요?”강시연은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진수혁이 먼저 진도현의 손을 잡고 다가갔다.“엄마, 빨리 와요.”강시연은 어쩔 수 없이 그들을 따라갔다.사진작가는 카메라를 들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조금 더 가까이 서주세요. 네, 더 가까이요. 아버님, 팔로 사모님을 살짝 안아보실까요? 좋아요, 그렇게요. 다 같이 웃어볼게요.”잠시 후, 사진 한 장이 출력되었다.세 사람은 나란히 서서 정면을 바라보고 입가엔 미소가 번져 있었다.그 모습은 누가 봐도 행복한 한 가족 같았다.강시연은 사진을 손에 쥐고 몇 번이나 뒤집어가며 바라보았다.그녀의 눈동자엔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예전에 강시연은 세 식구의 가족사진 한 장을 위해 애써야 했고 진수혁에게 몇 번이나 부탁한 끝에 겨우 한번 찍을 수 있었다.하지만 당시엔 시간이 없어 허겁지겁 찍은 탓에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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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진도현이 사라졌다고?’강시연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그들은 지금 공중화장실 바로 앞에 있었다.만약 아이가 무슨 위험에 처했다면 아무 소리도 안 들릴 리가 없었다.그렇다면 스스로 나간 거다.진수혁 역시 이 점을 눈치챈 듯 얼굴이 어두워졌고 낮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평소에 너무 관대했던 탓이지.”강시연은 천천히 숨을 내쉬며 마음을 가라앉혔다.그리고 차분하게 말했다.“됐어요. 지금은 아이를 찾는 게 먼저예요.”어느새 하늘은 완전히 어두워졌다.문제는 이 시간에 진도현이 어디에 있을 수 있느냐였다.강시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얽힌 생각들로 가득 차 당장 아무런 실마리도 떠오르지 않았다.그때 진수혁도 감정을 수습한 듯 굳은 얼굴로 말했다.“놀이공원 밖으로는 나가지 않았을 거야. 일단 근처부터 찾아보자.”시간이 흐를수록 놀이공원 안의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었다.하지만 익숙한 그 작은 아이의 모습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강시연은 점점 초조해졌다.비록 그녀는 진씨 가문을 떠났지만 진도현을 몇 년이나 정성껏 돌보며 진심으로 사랑해 왔다.그 아이가 무사히 건강하게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히 똑같았다.머릿속엔 오늘 하루의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진도현의 그 행복해하던 얼굴이 떠오르자 강시연은 문득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요즘 내가 너무 차갑게 굴었던 건 아닐까?’차가운 밤바람이 불어와 그녀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강시연은 불안감이 온몸을 감쌌다.그때, 누군가의 그림자가 그녀의 앞에 드리워졌다.진수혁은 강시연의 앞에 서서 거센 바람을 막아주고 있었다.“걱정하지 마. 내가 꼭 도현이를 찾아낼게.”진수혁은 외투를 벗어 강시연의 어깨에 조심스럽게 걸쳐주며 부드럽게 말했다.강시연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진수혁의 깊은 눈동자 속에는 전례 없는 진지함이 담겨 있었고 차가운 얼굴에도 어렴풋이 그녀를 위로하려는 마음이 느껴졌다.강시연은 입술을 꾹 다문 채 말했다.“아직 안 찾아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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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흑흑...”진도현의 눈물은 비 오듯 쏟아졌고 많이 서러워 보였다.강시연은 살짝 한숨을 쉬며 진도현의 등을 천천히 다독이며 달래주었다.“아빠는 너를 혼내려는 게 아니야. 그만큼 널 걱정해서 그런 거야.”하지만 진도현은 전혀 듣지 않으려는 듯 등을 진수혁에게 돌린 채 오롯이 강시연에게서만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를 마음껏 들이마셨다.얼마 지나지 않아 진도현은 울다가 지쳐 울음을 멈췄고 작은 어깨는 아직도 간간이 들썩이고 있었다.어느덧 하늘은 새까맣게 져 있었다.그때 놀이공원 보안요원이 다가왔다.“죄송하지만 이제 곧 폐장 시간입니다. 서둘러 퇴장해 주세요.”강시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진도현의 손을 잡고 앞장서 걸었다.진수혁은 말없이 그 뒤를 따랐고 세 사람은 금세 차에 도착했다.차는 조용히 출발했고 창밖 풍경은 빠르게 뒤로 흘러갔다.진도현은 여전히 강시연 곁에 바짝 붙어 있었다.울음을 그친 진도현은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무언가 생각에 빠진 듯했다.차는 어느새 저택 앞에 도착했다.강시연이 먼저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뜻밖에도 진도현이 그녀를 뒤따라왔다.“이제 난 들어가야 해. 넌 아빠랑 집으로 돌아가야지.”강시연은 난감한 듯 부드럽게 설명했다.하지만 진도현은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고집을 부렸다.“아빠 싫어요. 저 엄마랑 있을 거예요.”진도현은 이제 마음을 완전히 정했다.진수혁이 강시연을 다시 데려올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자기가 먼저 움직여서 아예 강시연의 집에 눌러앉기로 한 것이다.진수혁은 믿었던 아들이 이렇게 등을 돌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 순간, 주위는 정적에 휩싸였다.강시연은 눈을 깜빡이며 어린 아들과 이성적으로 대화를 시도해 보려 했다.“엄마는 평소에 병원에서 일해서 널 돌볼 시간이 없어. 이 집엔 도우미 아주머니도 없고, 아빠 집이 훨씬 편할 텐데?”하지만 진도현은 입술을 쭉 내밀며 말했다.“저 이제 여덟 살이에요. 저 혼자서도 잘할 수 있어요.”강시연은 끝내 이 고집 센 아이를 설득하지 못하고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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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강시연이 막 입을 열어 설명하려던 찰나, 진도현은 그녀의 손을 툭 놓고는 한민주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누나, 안녕하세요! 저는 진도현이라고 해요. 올해 여덟 살이고 블루스카이 어린이집에 다녀요!”진도현의 얼굴은 진수혁과 강시연의 모든 장점을 빼닮았는데 순진해 보이는 외모는 완전히 속임수였다.한민주는 순간 당황해 멍하니 바라보다가 본능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어, 안녕?”그러자 그 맑고 귀여운 목소리가 다시 이어졌다.“민주 누나, 저 이 집에서 잠깐 지내도 될까요? 저 정말 착하고 스스로 양치랑 세수도 잘해요. 옷도 혼자 입을 수 있고, 누나 일 도와드릴 수도 있어요.”그 말을 마친 진도현은 고개를 들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한민주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방금까지 울었던 탓에 길게 말린 속눈썹 끝에 아직도 눈물이 맺혀 있었고 그 모습은 마치 버려진 아기 고양이처럼 안쓰러웠다.그 순간, 한민주의 모성 본능이 폭발했다.“그래! 나도 혼자 있으니까 심심했는데, 잘됐다!”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진도현은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 반짝이는 눈 안에는 교활한 웃음기까지 어른거렸다.강시연은 그 모습을 보고 체념한 듯 문 앞에 서 있는 진수혁을 향해 말했다.“좋아요, 그러면 며칠만 여기 있다가 기분 풀리면 데려가요.”진수혁은 어딘가 억울해 보였다.그는 입술이 몇 번이나 움직였고 그 역시 진도현처럼 여기서 함께 살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강시연이 절대 허락하지 않으리란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진도현의 조그만 뒷모습을 바라보며 진수혁은 잠시 아이가 부럽다는 생각까지 들었다.하지만 이내 생각을 바꿨다.‘그래, 아이를 핑계로 계속 소통하면 시연이랑 다시 가까워질 수 있겠지.’그렇게 생각하니 다시 기분이 나아졌다.“알았어. 며칠 후에 데리러 올게.”진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내 강시연의 따가운 눈빛에 못 이겨 아쉬운 걸음으로 별장을 빠져나왔다.차가운 달빛이 나뭇가지에 걸려 은빛으로 쏟아져 내렸다.진수혁은 홀로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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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유태오는 곧장 대답했지만 이내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진 대표님, 사모님도 이 분야 전문가시잖아요. 한번 봐주시면 어떨까요?”그러자 진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지금은 너무 늦었으니까 내일 내가 직접 이야기할게.”한편, 별장 안은 오랜만에 웃음소리가 가득했다.진도현은 남을 기분 좋게 하는 법을 잘 알았기에 금세 한민주와도 친해져서 둘이서 티격태격 장난을 치며 놀고 있었다.“언니, 아드님이 정말 재밌네.”한민주가 웃으며 말하자 강시연은 장난치는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이렇게 한민주가 신경을 다른 데 쓰면 증상이 도질 확률도 줄어드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잠시 두 사람을 지켜보다가 방으로 돌아갔다.그때 한민주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잠깐만! 진도현은 진수혁의 아들인데... 이렇게 집에 남게 하면 결국 오빠한테 한 방 먹인 셈 아닌가?’한민주는 괜히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한편으로는 멀리서 블록을 쌓고 있는 어린 소년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사실 입장을 조금만 바꿔 생각해 보자. 만약에 진도현을 잘 설득해서 새아빠를 받아들이게 하면 오빠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는 거 아니야? 아내도 생기고 아들도 생기고 말이야. 정말 나는 천재야.’한민주의 얼굴에는 더욱 환한 미소가 번졌고 진도현을 바라보는 눈길도 한층 부드러워졌다.‘이제 넌 곧 내 조카가 될 거야.’“에취!”진도현이 갑자기 재채기했고 등줄기를 따라 오싹한 기운이 스쳤다. 괜히 누가 자신을 노려보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밤이 깊어가자 별장은 다시 조용해졌고 모두 깊은 잠에 빠졌다.진도현은 원래 엄마랑 같이 자겠다고 졸랐지만 단호하게 거절당해 결국 옆방에 있는 게스트룸에서 자게 됐다.다음 날 아침.강시연은 천천히 눈을 뜨고 일어나자마자 진수혁에게서 온 메시지를 확인했다.[전에 얘기했던 목격자를 찾았어. 근데 좀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직접 만나 볼래?]이 문자를 읽자마자 강시연의 심장이 쿵 하고 뛰었고 설레는 마음에 주저하지 않고 바로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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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용성 요양원.따스한 햇살이 병실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고수영은 과일 바구니를 들고 밝은 미소를 지은 채 병실로 들어섰다.“아빠, 저 왔어요.”침대에 누운 중년 남성은 파란색과 흰색 줄무늬 환자복을 입고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딸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것처럼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고수영의 눈동자에 잠시 어두운 그림자가 스쳤지만 이내 애써 기운을 내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아빠, 아빠 소식을 어떤 자선사업가가 알게 됐대요. 그분이 A국에서 유명한 신경외과 전문의를 모셔 와서 치료를 받게 해주신대요.”고수영은 눈을 반짝이면서 말했다.“아빠는 분명 곧 나을 거예요.”하지만 고천수는 그저 멍하니 창밖의 푸른 하늘만 바라볼 뿐 고수영의 말에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그때, 병실 밖에서 노크 소리가 났고 담당 의사가 고수영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보호자시죠? 잠깐 밖으로 나와 보시겠어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고수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병실을 나섰다.하지만 그녀가 자리를 비운 사이 병실에는 또 다른 두 사람이 들어왔다.강시연은 병상에 누워 멍한 눈빛만 머금은 고천수를 바라보며 진수혁이 말했던 문제가 무엇인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잠시 멈칫한 그녀는 이내 얼굴을 굳히고 곧장 침대 곁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고천수 씨, 안녕하세요.”하지만 강시연이 아무리 말을 걸어도 고천수는 그저 아무런 반응도 없을 뿐이었다.그때 진수혁이 뒤에서 설명을 이어갔다.“그날 육태하가 사고를 당했던 날에 이분도 현장에 있었어. 기자로서 직업정신을 지키려고 모든 상황을 기록하려 했지만 결국 나쁜 놈들에게 당하고 말았지. 가족들 말로는 고천수 씨가 이틀간 실종됐다가 돌아온 뒤 이렇게 변해버렸대.”그 말에 강시연의 눈빛이 어두워지고 두 손은 절로 주먹이 쥐어졌다.“그 자식들은 정말 너무 심했어요!”그 순간, 문 쪽에서 날카로운 여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심한 건 바로 너희잖아!”고수영이 굳은 얼굴로 병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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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강시연은 두 팔을 가슴에 안고 진지하게 말했다.“아주 간단해요. 저는 강 기자님의 아버지를 꼭 낫게 하고 싶고 그날의 진실을 알고 싶어요.”고수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지금까지는 분노에 휩싸여 모든 걸 믿지 않았지만 가만히 곱씹어보니 뭔가 이상한 점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무슨 뜻이에요?”고수영이 조심스럽게 되묻자 강시연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천천히 설명했다.“우리 아버지도 그때 누명을 썼어요. 육태하를 해친 것도 고천수 씨를 이렇게 만든 것도 사실은 따로 범인이 있어요. 그러니까 우리 둘의 목표는 같아요. 그때 강성 그룹을 함정에 빠뜨린 진짜 범인을 찾아야 하죠.”말을 마치고 강시연은 깊이 고수영을 바라봤고 고수영은 입을 조금 벌린 채 너무 놀라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아버지가 사고를 당한 뒤로 줄곧 강씨 가문만을 원망해 왔는데 지금 와서 전혀 다른 사람이 범인일 수 있다고 하니 충격을 감출 수 없었다.“제가... 제가 강시연 씨의 말을 왜 믿어야 하죠?”고수영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고 강시연의 단호한 눈빛을 마주하자 점점 자신감이 없어졌다.그때 강시연이 그동안 모아온 증거들을 하나씩 꺼내 고수영 앞에 내밀었다.“이건...”고수영은 손을 덜덜 떨며 자료를 넘겨받았고 다 읽고 난 뒤에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한참이 지나서야 고수영은 고개를 들었고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낮게 말했다.“미안해요. 그동안 제가 괜히 오해했네요.”강시연은 손을 내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이제 중요한 건 고천수 씨를 치료하는 것과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거예요. 협조해 주세요.”그러자 고수영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제가 뭘 하면 되죠?”강시연은 주위를 살피며 살짝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고수영의 귀에 몇 마디를 속삭였다.고수영은 표정이 여러 번 변했지만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강시연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비록 고천수에게서 직접 답을 듣지는 못했지만 오늘만 해도 큰 성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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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전재혁이 또 온 거예요?”그 순간, 이다혜 역시 일정표에 적힌 이름을 보고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말했다.“지난번에도 괜히 언니를 붙잡고선 이상하게 상담실에서 못 나가게 했잖아요. 정말 이해가 안 돼요. 오늘도 또 찾아오다니. 제가 바로 내보낼게요!”이다혜가 곧장 밖으로 나가려 하자 강시연이 손을 들어 그를 말렸다.“잠깐만요. 그냥 들어오라고 해요.”종이에 적힌 이름을 바라보니 자신도 모르게 궁금증이 생겼다.‘전재혁이 일부러 나를 찾으러 온 이유가 뭘까?’잠시 뒤 익숙한 얼굴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전재혁은 고개를 푹 숙이고 눈길조차 제대로 주지 못한 채 더듬거리며 인사했다.“강... 강 선생님, 안녕하세요.”강시연은 그를 한 번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의자에 느긋하게 기대어 물었다.“그래요. 무슨 일로 온 거죠?”전재혁은 입술을 깨물다가 한참을 망설인 끝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이정이... 이정이 요즘 연애를 시작한 것 같아요. 근데 상대가 유부남이에요.”강시연은 순간 눈썹을 치켜올리며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그다지 관심을 보이진 않았다.“그래서요?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죠?”전재혁의 얼굴에는 답답함이 가득했고 절박한 목소리로 말했다.“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요. 강 선생님, 제발 도와주세요.”강시연은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고는 어깨를 으쓱하며 무심하게 말했다.“여긴 심리상담소이지 연애 상담소가 아니거든요. 제가 굳이 당신네 일에 끼어들 이유는 없지 않나요?”강시연의 말이 끝나자 상담실에는 적막만이 흘렀다.전재혁은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마침내 말을 바꿨다.“저는... 선생님이 요즘 뭔가 조사하고 계신 거 알아요. 그 유부남이 어쩌면 선생님에게도 도움이 될 수도 있어요.”그러고는 핸드폰을 꺼내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다.사진 속에는 주이정이 중년 남성과 함께 서 있었고 아마 멀리서 찍은 듯 다소 흐릿했지만 상대의 얼굴은 대충 알아볼 수 있었다.강시연의 눈이 커지며 놀란 목소리가 튀어나왔다.“도병철... 삼촌?”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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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따라와요.”반 시간쯤 뒤, 평범한 승용차 한 대가 용성 항구 앞에 멈춰 섰다.이곳은 풍경이 아름다워서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명소였다.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다의 파도 소리가 귓가를 울렸고 짭조름한 바람 냄새가 공기 가득했다.강시연은 잠시 멈춰 서서 전재혁을 바라보며 물었다.“어디에 있어요?”전재혁은 멀지 않은 곳의 멋스럽게 지어진 건물을 가리켰다.“저기요. 주이정이랑 그 아저씨가 자주 저 안에서 차를 마셔요.”강시연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건물 쪽으로 걸음을 옮겼고 하지만 혹시라도 모를 상황을 대비해 미리 휴대폰 녹음 기능을 켜서 가방 안에 넣었다.그러나 강시연이 문턱을 넘으려던 순간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튀어나와 그녀의 입과 코를 꽉 막았다.“강 선생님! 조심하세요!”전재혁이 깜짝 놀라 외쳤지만 대낮에 이런 일을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하지만 전재혁은 평범한 대학생일 뿐이었고 상대는 훈련받은 프로였다.눈 깜짝할 사이 전재혁은 막대기에 맞고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강시연 역시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상대의 힘을 이겨낼 수 없었다.그러다 이상한 냄새가 코를 찌르자 숨을 멈추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점점 의식이 흐려지고 몸도 축 늘어지더니 결국 완전히 정신을 잃었다.한편, 진수혁은 불길한 예감에 계속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왠지 모르게 가슴이 답답해졌고 자꾸만 불안한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잠시 후, 밖에서 또렷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수혁아, 별장에 가봤는데 도현이가 안 보이던데?”심하은이 방으로 들어오면서 입을 열었고 그녀는 살짝 충혈된 눈을 비비며 금세 눈물까지 맺혔다.“이번 일은 정말 내 잘못이야. 한밤중에 도현이 데리고 반딧불 잡으러 가는 게 아니었는데... 사과하고 싶어서 왔어.”진수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단호하게 말했다.“아니야. 도현이는 지금 엄마 집에서 잠시 지내고 있어.”그 말에 심하은은 안색이 미묘하게 굳어졌다.“강 선생님은 이제 괜찮으신가 봐? 전에 그 일 때문에 그렇게 힘들어하시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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