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갑자기 날카로운 여자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강시연? 네가 여기 어쩐 일이야?”강시연은 고개를 들어 눈앞의 사람을 보았다. 그녀는 짙은 화장을 하고 진한 향수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누구세요?”강시연은 머뭇거리며 눈앞의 사람이 대체 누구인지 생각했다.“하, 강시연 건망증이 심각하네.”백아연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예전에 우리 학교에서 싸웠는데, 잊었어?”강시연은 문득 눈앞에 있는 사람의 신분이 생각났다.“백아연? 많이 변했네.”그녀는 상대방이 가난한 학생이었던 것을 기억했다. 겨우 경성대학교에 합격했고 부유한 집안에 시집가 운명을 바꾸려 했다.당시 학교의 스타는 단연 진수혁이었다.백아연은 한동안 진수혁을 끈질기게 쫓아다녔고 당연히 강시연의 관심을 끌었다.두 사람은 진수혁 때문에 말싸움이 아니라 심지어 몸싸움까지 했었다. 나중에 강시연이 진수혁과 결혼한 후로는 백아연을 만나지 못했다.강시연이 백아연을 위아래로 훑어보니 그녀는 성형수술을 했고 온몸에는 명품 브랜드를 휘감았다.어쨌든 백아연은 부자와 결혼했으니 당시 자신의 꿈을 실현한 셈이었다. 그때, 그 비꼬는 여자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이제 기억났어? 너 진수혁과 이혼한다며?”백아연의 입가에 비아냥거리는 웃음이 떠올랐다. 예전에 그녀는 강시연에게 졌지만 지금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렇게 생각한 백아연은 턱을 약간 들고 더욱 오만한 표정을 지었다.“너희 집은 아마 파산했지? 혼자 강성에서 얼마나 힘들겠어. 그래도 안면이 있는 사이인데 내가 좀 도와줄 수...”백아연은 갑자기 강시연의 옷에 시선이 꽂혔다.경매가 시작되면서 주변의 불빛이 매우 어두웠고 가끔 한 줄기의 불빛이 떨어졌다.백아연은 그제야 강시연이 입고 있는 것이 유명한 해외 거장 미첼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소문에 의하면 전 세계에 딱 하나, 그것도 누군가를 위해 맞춤 제작된 것이라고 했다.백아연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강시연의 현재 실력으로는 절대 입을 수 없는 옷이라고 생각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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