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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돌이킬 수 없는: Chapter 231 - Chapter 240

266 Chapters

제231화

진수혁은 잠에서 깨어나 씻고 늘 입던 양복으로 갈아입고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바깥의 날이 아직 밝지 않았다.강시연과 진도현을 깨울까 봐 그는 조심스럽게 행동했다.잠시 후, 입구의 마이바흐가 천천히 출발하여 별장을 떠났다.자하산은 강성 교외에 있었고 가는 데 약 10분 정도 걸렸다.진수혁의 눈빛은 어두워졌다. 심하은을 만나기 위해 마음이 급한 것이 아니라 이 기형적인 관계를 완전히 끝내고 싶어 안달이 났다.그리고...진수혁은 모든 일을 잘 처리해서 강시연과의 간극이 완전히 사라지고 난 후 그녀에게 털어놓고 싶었다.그와 심하은은 처음부터 끝까지 목숨을 구해준 은혜를 갚는 관계였다고, 아주 결백하다고 말이다.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강시연과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여기까지 생각한 진수혁의 마음은 약간 설레었고 핸들을 잡은 손이 살짝 조여지면서 뼈마디가 하얗게 변했다.늘 냉정하던 두 눈에 파도가 일었다.어느새 그는 자하산 아래에 도착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진수혁은 눈꺼풀이 펄쩍 뛰면서 왠지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암투를 벌이는 가문에서 강한 예감은 그의 목숨을 몇 번이고 구했다.다만 지금 진수혁은 이 모든 것을 끝내고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그 불길한 예감을 간과했다.그는 산을 향해 걸어갔고 이윽고 산꼭대기에 올랐다.찬바람이 스쳐지나 몸에 스치니 좀 쌀쌀했다.진수혁은 얼굴을 찌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사방의 빛이 약간 어두웠고 심하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설마 날 놀리는 거야?’진수혁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그때 하늘가에 희끄무레한 빛이 감돌았다.산꼭대기의 빛도 점차 밝아지고 시야도 선명해졌다.진수혁은 잠시 제자리에 서서 기다리다가 휴대전화를 꺼내 심하은에게 전화를 걸었다.연결음이 울려도 상대방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같은 시각, 멀지 않은 곳에서 몇 사람이 서서 계속 그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다.“진수혁을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요? 정말 죽게 내버려 둘 수 있어요?”귓가에 쉰, 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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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그 순간, 이지성은 강시연이 그날 밤 일부러 시간을 끌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쩐지 그렇게 열정적으로 자신에게 말을 많이 하더라니.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그 자료는 아마 이천우가 훔쳐 강시연에게 넘겼을 것이다.이지성은 매우 당황했지만 주이정은 침착하게 그에게 주의를 주었다.“걱정하지 마세요. 그 자료에 관련된 세력이 복잡하게 얽혀 있으니 우리는 자료가 노출되기 전에 파기하기만 하면 돼요.”이지성은 양미간을 찌푸리며 의아해했다.“자료가 이미 저쪽에 넘어갔는데 어떻게 할 생각이죠?”...이지성의 기억은 천천히 되살아났고 어두운 시선은 멀지 않은 곳에 떨어졌다.진수혁은 제자리에 서서 이리저리 걸어 다니며 심하은에게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상대방이 이미 자신을 배신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진수혁, 날 탓하지 마.”심하은은 입술을 깨물고 마음속으로 은근히 양심의 가책을 느꼈지만 꾹 삼켰다.그녀는 처음에 진수혁과 잘해 보고 싶었지만 그가 강시연에만 목을 맬 줄 누가 알았을까?‘이렇게 된 이상, 날 독한 여자라고 욕하지 마.’심하은은 심호흡을 하고 눈앞의 두 사람을 보며 물었다.“이제 제가 뭘 하면 되는 거죠? 제가 원하는 돈은 모두 챙겼어요?”이지성은 코웃음을 치며 묵직한 손가방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여기 마취약 한 병이 있어요. 가서 진수혁에게 사용하세요. 일이 성사되면 이 돈은 모두 하은 씨 것입니다.”심하은은 눈빛이 번쩍였고 그 갈색 작은 병을 들고 성큼성큼 떠나갔다.날은 이미 훤히 밝았다.진수혁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인내심이 거의 한계에 다다랐고 돌아서서 떠날 준비를 했다.“수혁아.”뒤에서 갑자기 부드러운 여자 목소리가 울렸다.진수혁의 발걸음이 뚝 멈췄다. 말투가 좋지 않지만 그래도 인내심을 갖고 말했다.“왜 이렇게 늦었어? 일출을 보겠다며?”“음.”심하은은 오늘따라 유난히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진수혁을 바라보며 눈 밑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그녀는 천천히 걸어갔고 초롱초롱한 눈동자도 점점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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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산꼭대기의 움직임이 완전히 잠잠해지자 어둠 속에 숨어 있던 두 개의 모습이 서서히 나타났다.“잘했어요.”이지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었다.그는 원래 심하은이 마음이 약해질까 봐 조금 걱정했는데 이 여자가 이렇게 독할 줄은 몰랐다. 그녀는 진수혁을 쓰러뜨리지 못할까 봐 한 병의 약을 모두 공기에 뿌렸다.심하은은 마음이 복잡해졌다.왠지 모르게 진수혁의 마지막 눈빛을 생각하면 자신이 뭔가 중요한 걸 놓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심하은은 곧 머리를 흔들며 머릿속의 그 엉망진창인 생각들을 떨쳐버렸다.그녀는 눈앞의 두 사람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난 이미 당신들의 임무를 완수했으니 돈을 받아도 되겠죠?”심하은은 이지성과 주이정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까 봐 긴장하며 침을 삼켰다.그렇게 되면 돈도 못 받을 뿐만 아니라 진수혁까지 끌어들인 셈이 된다.이지성이 무슨 말을 하려는 듯 눈빛을 반짝였지만 주이정이 막았다.“좋아요. 여기 총 6억 원이에요. 문제없는 지 확인해봐요.”심하은은 얼굴에 화색이 돌더니 이내 무거운 상자를 집어 들었다.그녀가 열자마자 노란 지폐가 눈에 들어왔고 곧바로 상자를 닫았다.심하은은 시간을 끌면 번거로운 일이 생길까 봐 얼른 상자를 들고 도망쳤다.그녀의 모습이 시야에서 점차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며 이지성은 참지 못하고 얼굴을 찌푸렸다. 그는 옆에 있는 주이정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정말 이대로 놓아줄 생각이에요? 우리 얼굴을 봤는데 혹시라도 신고...”이지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이정이 가로챘다.그는 마치 바보를 바라보는 듯한 눈빛으로 이지성을 보며 비아냥거렸다.“당신이 어떻게 부자가 됐는지 잊었어요?”“심하은처럼 죽는 걸 두려워하는 인간이 만약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어떤 일을 저지를지 어떻게 알아요?”“걱정 마세요. 이미 사람을 시켜 지켜보고 있어요. 그리고 뒷일은 심하은이 책임지게 만들 거니까.”비록 주이정의 말이 일리가 있지만 이지성은 높은 위치에 익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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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방 안은 텅 비어 있었고 이부자리는 이미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남자는 아침 일찍 서둘러 나가 버린 모양이었고 얼마나 급했는지 평소 늘 챙기던 예비 휴대폰조차 두고 간 상태였다.보통 진수혁은 휴대폰을 두 개 가지고 다녔는데 하나는 개인용, 다른 하나는 업무용이었다.그런데 방에 남겨져 있는 건 하필이면 업무용이었다.그 순간, 갑자기 휴대폰에서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강시연이 고개를 숙여 화면을 확인해 보니 발신자는 유태오였고 망설이던 그녀는 곧장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에요?”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유태오의 목소리는 다급했다.“강시연 씨, 혹시 진 대표님이랑 같이 계신가요? 갑자기 연락이 전혀 닿질 않습니다.”“네?”강시연은 심상치 않은 상황인 것 같아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하지만 불안한 예감이 가슴 깊숙이 치밀어 오르려는 걸 억누르며 최대한 침착하게 대답했다.“제 곁에 없어요. 새벽부터 나가 버렸거든요. 어디로 간 건지도 모르고요. 일단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마 급한 일이 생긴 게 아닐까요?”“이상하네요.”유태오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진 대표님은 항상 일정표에 맞춰 움직이시잖아요. 이렇게 돌발 상황은 거의 없는데...”강시연은 점점 더 불길해졌다.“진수혁 씨가 자주 가던 곳이라든가, 혹은 가까운 친구들에게 연락해 보시는 게 어때요?”“네. 그렇게 해보겠습니다.”유태오는 즉시 대답하고 서둘러 움직였다.방 안은 다시 정적에 잠겼다.강시연은 오히려 그 고요 속에서 불안이 더 크게 번져가는 걸 느껴 결국 휴대폰을 들어 서아름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무슨 일이야?”상대방은 방금 깬 듯, 나른한 목소리로 물었다.“아름아, 네가 좀 도와줘야 할 일이 생겼어. 지금 진수혁 씨가 어디 있는지 찾아봐 줄래?”“뭐라고?”서아름은 마치 자기 귀를 의심한 듯 벌떡 일어나며 물었다.“강시연, 설마 다시 화해한 건 아니겠지? 너 예전에 했던 고생 다 잊었어? 속이 말이 아닌데도 빨래 돌리던 그날들이 정말 기억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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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진수혁은 눈앞에 서 있는 이지성을 보자마자 그대로 굳어버렸다.잠시 침묵하던 그는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이 대표님, 저희 사이에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저를 여기까지 끌고 온 이유가 뭡니까?”그의 말투는 점점 더 강해졌다.“설마 진씨 가문 전체를 적으로 돌리려는 겁니까?”비록 지금은 진한 그룹의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진수혁은 여전히 최대 주주였다.그러니 그는 아직도 진씨 가문의 ‘심장’을 쥐고 있는 인물이었다.그러나 이지성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냉랭한 말투로 되물었다.“진 대표님, 제가 왜 당신을 끌고 왔는지는 본인이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진수혁은 불길한 예감이 점점 짙어져 동공이 흔들렸다.사실 두 사람 다 서로의 의도를 파악 못 할 만큼 어리석은 상대가 아니었다.이지성의 서늘한 시선을 마주한 순간, 진수혁은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이천우가 날 팔아넘긴 건가? 아니면...’또 다른 가능성이 떠올랐다.중요한 자료가 사라진 걸 눈치챈 이지성이 가장 먼저 자신을 의심했을지도 모른다.두 사람 사이에 팽팽한 침묵이 이어졌지만 먼저 고요를 깨뜨린 건 이지성이었다.“자료를 내놓으시면 살려 보내드리겠습니다.”이지성의 차가운 목소리가 지하실을 울렸다.그 역시 함부로 진수혁을 해치고 싶지는 않았다.진씨 가문의 후계자가 무슨 일이 생기면 자신에게도 골칫거리가 될 테니까.지금 그의 머릿속은 앞으로의 계획과, 지금 해야 할 일을 계산하느라 분주했다.일단 자료만 손에 넣으면 해외에서 유명한 최면 전문가를 불러들이면 된다고 생각했다.그리고 진수혁에게 최면을 걸어 이 납치 사건을 완전히 잊게 만드는 것이 최종목표였다.하지만 문제는 강시연, 설령 그녀가 과거의 진실을 알게 된다 해도 증거만 없다면 자신을 어찌할 수 없을 터였다.이지성의 머릿속에서 퍼즐이 하나둘 맞춰졌지만 정작 예상치 못한 건, 진수혁이 눈을 감아버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완강한 침묵은 곧 저항의 표시였다.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이지성의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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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제가 뭐라고 했냐고요? 당신은 겁쟁이라고 했습니다.”진수혁의 말이 끝나자마자 지하실에 날카로운 굉음이 울려 퍼졌다.이지성이 손에 쥐고 있던 열쇠 꾸러미를 그대로 내던진 것이다.진수혁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홱 돌려 피했지만 날카로운 쇳조각이 스치며 얼굴을 베고 말았다.차가운 얼굴 위에 붉은 상처가 선명히 그어졌다.곧, 선혈이 한 방울 두 방울 바닥으로 떨어졌다.진수혁은 이 사이로 피를 핥으며 어금니를 깨물었고 따끔거렸지만 참을 만했다.그리고 그의 눈빛에는 여전히 조롱이 스며 있었다.강시연이 자신을 외면했을지언정 그는 결코 그녀의 ‘대역’ 따위를 두려워한 적이 없었다.진수혁에게 그것은 오직 겁쟁이나 할 짓이었다.이지성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분노로 온몸이 덜덜 떨렸다.그는 이를 악물고 마치 진수혁을 씹어먹을 듯한 기세로 말했다.“좋습니다! 어디 한번 두고 보자고요. 도대체 언제까지 오만한 입을 놀릴 수 있는지를!”말을 끝낸 이지성은 기다렸다는 듯 어디선가 철제 몽둥이를 꺼내 들었고 표면에는 살을 찢는 가시까지 돋아 있었다.한 번 내려치기만 해도 피와 살점이 난무할 것이 분명했다.이제 협상은 끝났다.말이 통하지 않는다면 힘으로 쥐어 짜내는 수밖에 없는 법.이지성이 천천히 몽둥이를 들어 올리는 순간, 등 뒤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울렸다.“잠깐만요.”목소리의 주인공은 주이정이었다.당당하게 팔짱을 낀 채, 그녀는 마치 구경꾼처럼 여유로운 미소를 띠고 서 있었다.“또 뭡니까?”이지성은 짜증이 나 미간을 찌푸리며 불만 섞인 목소리로 쏘아붙였다.“만약 제가 이 일로 무너지면 당신은 물론이고 당신 뒤에 있는 사람도 다칩니다. 잘 아시잖아요?”주이정은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씩 웃었다.“흥분하지 마세요. 저는 그냥 도구를 바꾸라는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이었어요.”말을 마친 그녀가 손을 쭉 펼치자 은빛 바늘 몇 개가 반짝였다.그 끝은 예리하게 빛을 쏟으며 공기를 베었다.“몽둥이는 금방 흔적이 남고...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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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이지성은 생각에 잠겼다.사실 그는 진수혁만 납치하면 모든 일이 손쉽게 풀릴 거라 생각했다.그러나 현실은 달랐다.가장 쉬울 줄 알았던 첫걸음이 끝났을 뿐, 정작 가장 어려운 건 이 고집스러운 남자의 입을 여는 일이었다.만약 지금 당장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강시연은 다시 자취를 감춰버릴지도 모른다.그렇게 되면 그들이 곧장 수세에 몰릴 터였다.더군다나 진수혁의 실종 소식은 오래 감출 수도 없는 법.“이대로는 곤란하겠습니다.”이지성은 물론 주이정조차 난처한 기색이 역력한 채, 바닥에 쓰러져 있는 진수혁을 내려다보았다.“제법 의리 있는 사람이네요.”그녀는 숨을 들이켠 뒤, 결심이라도 한 듯 이런 말을 내뱉었다.“안 되겠어요. 최면을 바로 겁시다. 안드레아 선생님이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계세요.”이지성은 잠시 주춤하더니 미간을 찌푸렸다.“그 외국인... 믿을 만한 사람입니까? 만약 진 대표님이 나중에 기억이라도 해낸다면 저희는 전부 끝장입니다.”주이정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를 흘겨보았으나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실 방금까지만 해도 그녀는 직접 손을 댄 적이 없었고 얼굴도 드러내지 않고 단지 목소리만 흘려보냈을 뿐이었다.만약 모든 것이 드러난다 해도 화살은 고스란히 이지성에게 쏠릴 것이다.하지만 주이정은 당연히 자신의 속내를 내뱉지는 않았고 담담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안드레아 선생님은 국제적으로 손꼽히는 최면 전문가예요.”그 말을 들은 이지성은 긴장을 조금 내려놓았다.얼마 후, 그는 기절한 진수혁을 침대에 눕힌 뒤 지하실 문을 열어 밖에 있는 사람을 불러들였다.문 안으로 들어온 이는 금발 곱슬머리를 한 40대 중후반의 남자였다.“오, 세상에. 이 사람에게 무슨 짓을 한 겁니까?”안드레아의 목소리가 지하실에 크게 울리자 이지성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제지했다.“시킨 일만 잘하시죠. 보수는 약속대로 줄 테니까 다른 건 묻지 마시고요.”돈에 눈이 먼 안드레아는 입을 꾹 다물었고 성공한 뒤에 돌아올 막대한 보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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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자료 찾는 건, 당신이 좀 맡아줬으면 합니다.”“그게 무슨 소리예요?”주이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모르는 척 능청을 떨었다.그러자 이지성은 코웃음을 흘리며 냉랭하게 말했다.“이미 다 알아봤습니다. 당신 뒤에 있는 비밀스러운 인물에 대해. 그 사람... 진한 그룹 내부 인물 맞죠?”순간, 주이정의 안색이 확 변했다.나른하던 태도 또한 싹 사라지고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는 듯 긴장감이 번졌다.“또 뭘 알고 있는 거죠?”이지성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걱정하지 마세요. 그 사람의 정체를 파헤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알아두세요. 저는 당신들이랑 같은 배를 탄 사람이라는 걸.”그의 목소리에는 경고의 의미가 드러나 있었다.“제가 무너진다면 당신도 무사하지 못할 겁니다.”주이정의 표정은 점점 굳어지더니 차갑게 대답했다.“알겠어요. 그 자료가 정말 진한 그룹에 있다면 제가 사람을 써서라도 빼낼게요.”그제야 이지성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옆에서 지켜보던 안드레아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에게 중요한 건 오직 돈뿐, 그 이상은 관심도 없었다.“이제 제 일은 끝난 거겠죠? 그럼 전 가도...”안드레아가 말하기도 전에 주이정이 먼저 끼어들었다.“가기 전에 기억 좀 바꿔주세요. 저희는 여기에 온 적도, 당신을 본 적도 없어요. 대신 심하은이라는 여자가 짝사랑에 미쳐서 이 남자를 가둔 거예요. 제 말... 아시겠죠?”이지성의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곧장 고개를 들어 주이정을 노려보았다.‘역시 독한 여자야.’그녀가 왜 심하은을 풀어주자고 고집했는지 이제야 알았다.주이정은 처음부터 이런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이지성은 본능적으로 섬뜩한 기운에 몸서리를 쳤고 눈앞에 서 있는 여자가 더욱 두려워졌다.잠시 후, 안드레아는 지친 얼굴로 이마의 땀을 훔치며 말했다.“끝났습니다.”그렇게 지하실은 다시 고요해졌다.진수혁은 바닥에 쓰러진 채, 어지럽게 구겨진 옷차림 그대로 눈을 감고 있었고 간신히 내뱉는 호흡만이 그의 생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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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강시연은 순간 멍해졌다.그리고 그녀가 아직 입을 열지도 전에 수화기 너머에서 서아름이 먼저 외쳤다.“봐, 네가 이렇게 걱정하고 있는데 결국 다른 여자 만나러 간 거잖아! 그딴 인간을 뭘 그리 걱정하는 거야?”서아름의 목소리에는 억울함과 화가 가득했다.강시연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지만 금세 싸늘하게 가라앉았다.‘아니야, 뭔가 이상해.’과거에 진수혁이 심하은 편을 들어준 적은 많았다.그렇다 해도 사적인 감정 때문에 일을 그르치거나 며칠씩 잠적하는 사람은 아니었다.이번 실종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구석이 투성이였다.그녀는 서아름에게 짧게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고개를 들어보니 허자옥이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는 걸 발견했다.“내 아들은 분명 심하은에게 당한 거야.”허자옥의 목소리는 단호했다.애초에 그녀는 무명에다 신분조차 확실치 않은 여자가 옆에 끼어드는 걸 진작부터 탐탁지 않게 여겨왔다.그런데 진수혁과 진도현이 모두 심하은에게 마음을 주고 있었으니 말 한마디 꺼내지도 못했다.그러나 지금은 달랐다.허자옥의 이목구비는 분노로 일그러졌고 날 선 말이 쏟아졌다.“내가 뭐랬어. 그 여잔 처음부터 수상했어. 겉으론 순진한 척, 하지만 속은 독사 같은 년이지. 이익만 걸리면 누구보다 잔인해져.”여자의 촉은 역시 날카로웠다.강시연은 놀라며 속으로 감탄했다.‘이렇게 빨리 본색을 꿰뚫다니... 대단한데?’“하지만 제가 알기론 늘 진수혁 씨한테 순종적이었잖아요. 갑자기 왜 배신을 하는 거죠?”그녀의 물음에 허자옥은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세상에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어. 영원한 건 오직 이익뿐이지. 심하은이 등을 돌린 건, 누군가 더 큰 미끼를 던졌기 때문일 거야.”순식간에 거실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강시연은 생각을 정리하듯, 진수혁이 쓰던 업무용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그리고 유태오의 번호를 눌렀다.곧바로 전화가 연결되자 수화기 너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떻게 됐습니까? 진 대표님은 찾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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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허자옥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고 숨이 쉬어지지 않아 호흡이 가빠졌다.그녀에겐 진수혁이 세상 단 하나뿐인 아들이었다.만약 그런 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터였다.그 순간, 강시연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우선 진정하세요. 누구도 감히 진수혁 씨를 해치진 못할 겁니다. 만약 단순한 납치라면 분명 뭔가를 요구할 거예요.”입술은 단단히 다물고 있었지만 사실 그녀 또한 마음이 편치 않았다.혹시 자기 때문에 진수혁이 위험에 빠진 거라면 평생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몰랐다.허자옥은 몇 차례 깊은숨을 몰아쉰 뒤, 마침내 안정을 되찾았다.“자하산으로 가자.”...가는 길, 강시연은 유태오에게 전화를 걸었다.“믿을 만한 사람들 몇 명만 데리고 교외로 와요. 하지만 지금은 절대 소문이 새면 안 돼요. 진수혁 씨가 실종됐다는 소문이 퍼지면 진한 그룹 주가는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을 겁니다.”유태오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몇몇 부하들을 불러 모아 회사에서 급히 빠져나왔다.하지만 그의 발자국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또 다른 불청객이 조용히 찾아들고 있었다.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대낮의 태양은 사정없이 열기를 내뿜었기에 강시연은 눈을 가늘게 뜨며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훔쳤다.그녀는 허자옥과 서로 부축하며 힘겹게 자하산 정상에 올랐다.“어머님, 괜찮으세요?”옆에서 헐떡이며 숨을 몰아쉬는 허자옥을 본 그녀는 걱정스럽게 물으며 물병을 건넸다.“고마워.”허자옥은 이미 체면을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다.헝클어진 머리카락에 거칠게 오르내리는 가슴. 하지만 눈빛만은 또렷했다.그녀는 순간 강시연을 바라보다가 마음 한구석이 씁쓸해졌다.지금까지 그녀에게 날 선 말만 했던 자기가 어쩌면 사람을 잘못 본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일까, 하자옥은 볼이 조금 붉어지더니 미안한 마음에 강시연의 눈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그러나 지금은 사과할 때가 아니고 제일 중요한 건 진수혁의 행방이었다.두 사람은 산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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