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은 텅 비어 있었고 이부자리는 이미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남자는 아침 일찍 서둘러 나가 버린 모양이었고 얼마나 급했는지 평소 늘 챙기던 예비 휴대폰조차 두고 간 상태였다.보통 진수혁은 휴대폰을 두 개 가지고 다녔는데 하나는 개인용, 다른 하나는 업무용이었다.그런데 방에 남겨져 있는 건 하필이면 업무용이었다.그 순간, 갑자기 휴대폰에서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강시연이 고개를 숙여 화면을 확인해 보니 발신자는 유태오였고 망설이던 그녀는 곧장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에요?”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유태오의 목소리는 다급했다.“강시연 씨, 혹시 진 대표님이랑 같이 계신가요? 갑자기 연락이 전혀 닿질 않습니다.”“네?”강시연은 심상치 않은 상황인 것 같아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하지만 불안한 예감이 가슴 깊숙이 치밀어 오르려는 걸 억누르며 최대한 침착하게 대답했다.“제 곁에 없어요. 새벽부터 나가 버렸거든요. 어디로 간 건지도 모르고요. 일단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마 급한 일이 생긴 게 아닐까요?”“이상하네요.”유태오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진 대표님은 항상 일정표에 맞춰 움직이시잖아요. 이렇게 돌발 상황은 거의 없는데...”강시연은 점점 더 불길해졌다.“진수혁 씨가 자주 가던 곳이라든가, 혹은 가까운 친구들에게 연락해 보시는 게 어때요?”“네. 그렇게 해보겠습니다.”유태오는 즉시 대답하고 서둘러 움직였다.방 안은 다시 정적에 잠겼다.강시연은 오히려 그 고요 속에서 불안이 더 크게 번져가는 걸 느껴 결국 휴대폰을 들어 서아름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무슨 일이야?”상대방은 방금 깬 듯, 나른한 목소리로 물었다.“아름아, 네가 좀 도와줘야 할 일이 생겼어. 지금 진수혁 씨가 어디 있는지 찾아봐 줄래?”“뭐라고?”서아름은 마치 자기 귀를 의심한 듯 벌떡 일어나며 물었다.“강시연, 설마 다시 화해한 건 아니겠지? 너 예전에 했던 고생 다 잊었어? 속이 말이 아닌데도 빨래 돌리던 그날들이 정말 기억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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