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왜 그래?”방 안으로 들어서자 어질러진 공간 한가운데 앉아 있는 강시연이 눈에 들어왔다.눈시울이 붉어진 채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눈물을 글썽였다.진수혁은 서둘러 다가가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무슨 일이야? 누가 우리 여보 울렸어? 내가 당장 가서 혼쭐내줄게!”목소리에는 평소와는 다른 단호함이 묻어났다. 이내 굳은 얼굴로 무시무시한 기운을 내뿜었다.강시연은 애써 마음을 다잡고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진수혁을 바라보며 물었다.“만약 진수혁 씨한테 정말 중요한 무언가가 있고, 그게 저랑 관련된 거라면 어디에 둘 것 같아요?”그녀의 눈빛에 간절한 기대가 담겨 있었다. 기억 상실증에 걸렸을지언정 오랜 시간에 걸쳐 몸에 밴 습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하지만 진수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솔직하게 대답했다.“잘 모르겠어. 그게 정말 중요한 거고 너랑 관련이 있다면 분명 꼭꼭 숨겼을 거야. 어쩌면 나 자신도 못 찾을 정도로.”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강시연을 바라보며 의아한 목소리로 되물었다.“잃어버린 물건이라도 있어?”“아니요.”강시연은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고 휴대폰을 꺼내 이지성에게 전화를 걸었다.“우리 만날까요?”지금까지의 관계로 보면 두 사람은 거의 등을 돌린 상태였다.그래서인지 강시연의 연락을 받은 이지성도 은근히 놀랐다. 하지만 곧 뭔가를 경계하는 듯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시간, 장소.”강시연의 눈빛이 반짝였다. 초조했던 마음이 점차 안정되었다.“오후 두 시, 진한 그룹 앞 카페에서 봐요.”이지성이 모든 걸 알게 된 이상 강시연도 굳이 연기할 필요가 없었다. 이내 용건만 전하고 전화를 끊었다.현시점에서 자료가 유실된 사실은 분명하나, 그것이 이지성에게 넘어갔는지는 아직 불확실했다.그래서 오후에 확인하려고 했다.이때, 귓가에 질투 섞인 투정이 울려 퍼졌다.“여보, 방금 누구랑 통화한 거야? 오후에 만나려고?”진수혁은 기억을 잃고 나서 유난히 집착이 심해졌고 통제욕도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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