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훈은 눈살을 찌푸리고 입가에 맴돌던 말을 삼켰다.‘환자 가족?’진수혁은 이 말을 듣고 약간 긴장이 풀렸지만 그래도 약간 불만스럽게 말했다.“여보, 앞으로 도움이 필요하면 나한테 부탁해. 알겠지?”“알았어요. 다음엔 그럴게요.”강시연은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한정훈은 두 사람이 함께 지내는 것을 보고 눈 밑이 어두워지더니 참지 못하고 말했다.“시연 씨가 여기 왜...”“아, 우리 바로 앞에 살아요.”강시연은 말하면서 주머니에서 열쇠 꾸러미를 꺼냈고 그 위에는 더킹 맨션의 열쇠가 걸려 있었다.이곳은 시내 중심에서 그리 멀지 않고 교통도 편리하며, 무엇보다 심리 상담소와도 매우 가까워서 전보다 출근하기에 더 편해졌다.곧 한정훈은 놀란 기색이 역력하더니 물었다.“시연 씨도 여기 살아요?”강시연은 흠칫 놀라더니 물었다.“그럼 정훈 씨도...”한정훈은 주머니에서 거의 똑같은 열쇠를 꺼내어 나지막이 말했다.“엄마가 본가에 사는 게 지겹다고 시내에 잠시 머물고 싶다고 하셔서 오늘 마침 집을 구하러 왔어요.”동지안은 두 달 넘게 병원에 입원해 있으며 너무 답답했다. 사람이 많고 번화한 곳에서 살고 싶어졌다.한정훈이 왜 이 집을 샀는지 모르지만 아마도 심리 상담소와 비교적 가까워서 바로 결정을 내렸을지도 모른다.“그럼 우리 지금 이웃이 된 거예요?”강시연은 눈을 깜빡이며 불가사의해서 물었다.한정훈은 가볍게 턱을 끄덕이고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그런 것 같아요.”두 사람은 원래 계속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지만 진수혁의 질투심이 폭발하여 강시연을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여보, 우리 빨리 집에 가.”“알았으니 천천히 가요.”강시연은 어쩔 수 없이 한정훈에게 미안한 눈빛을 보냈다.곧 세 식구는 시야에서 사라졌다.바람이 불어와 땅에 떨어진 낙엽은 바스락바스락 소리를 냈다.한정훈은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서서 그들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보았고 눈 밑에는 깊은 어둠이 스쳤다.같은 시각, 거실.강시연은 사방을 둘러보면서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