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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돌이킬 수 없는: Chapter 261 - Chapter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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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1화

이지아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고 얼굴은 금세 창백해졌다.두려움에 가득 찬 표정으로 이지아가 말했다.“저... 혹시 악귀가 씐 건 아니겠죠? 이대로 가면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아요.”이런 상태가 벌써 한 달 가까이 이어지자 걱정이 많아진 가족들은 근처에 유명한 심리상담소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얼른 데리고 가보라고 권했다.하지만 상담소로 향하던 길에 맞은편에 있던 주운 심리상담소가 더 저렴하고 효과도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지아는 돈도 아낄 겸 발걸음을 그곳으로 옮겼다.“선생님. 저 어떡하면 좋죠?”이지아가 간절하게 묻자 장 선생님은 고개조차 들지 않은 채 차갑게 말을 잘랐다.“쓸데없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그래요. 전부 심리적인 문제예요. 하루 종일 곱씹으니까 스스로 괴로워지는 거죠.”이지아는 순간 멍해졌지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다시 입을 열었다.“그런데 저 정말 힘들어요. 한밤중엔 이상한 소리도 들리고 점점 더 심해지고 있어요.”“내가 보기엔 그냥 생각이 많아서 그래요.”장 선생님이 목소리를 높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약 처방해 줄 테니 먹기만 하세요. 괜히 본인을 환자 취급하지 마요. 요즘 실제로 심리 문제가 있는 사람은 드물어요. 전부 자기 머릿속에서 만들어내는 거예요.”이지아의 얼굴빛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저 진짜 상상하는 게 아니라...”억울하고 막막한 마음에 반박하려 했지만 말문이 막혔다.“시끄러워요.”장 선생님은 짜증 섞인 손짓과 함께 처방전에 몇 줄을 휘갈겼다.“이거 받아서 약 사 먹고 정해진 대로만 드세요. 쓸데없는 생각은 집어치우고 며칠만 지나면 괜찮아질 겁니다.”더 많은 환자를 봐야 수당이 올라가니 장 선생님은 더 시간을 쓰고 싶지 않았다.이지아는 붉어진 눈가와 떨리는 손으로 처방전을 받아 들고 더는 말할 용기도 없었다.그저 조용히 진료실을 빠져나왔고 밖은 이미 해가 저물고 있었다. 이지아는 약봉지를 꼭 움켜쥔 채 집으로 황급히 뛰어갔고 귀를 스치는 바람 사이로 뒤에서 일정한 간격의 구두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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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이지아는 의식을 잃었고 곧바로 긴급히 병원으로 옮겨졌다.의사들의 신속한 처치 덕분에 일시적으로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가 되었지만 이지아의 어머니가 병실로 들어섰을 때 딸은 힘없이 침대에 누워 있었다. 눈빛은 멍하고 천장을 허공처럼 바라보고 있었다.이지아의 어머니는 침대 곁에 앉아 딸을 걱정하며 눈시울이 붉어졌고 조심스레 딸의 손을 잡았다.“엄마 말씀 듣고 장 선생님에게 갔어요. 그런데 장 선생님은 제가 쓸데없는 걱정만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약도 먹어봤지만 소용없었어요. 오히려 더 심해졌어요.”울먹이며 끊어지듯 말하는 딸을 보며 어머니는 주운 심리상담소에서 이지아가 겪은 일을 알게 되었다.순간, 분노가 치솟았다.“정말 무능한 의사네.”두 주먹을 꽉 쥔 채 이를 악물며 마음속으로 반드시 딸이 겪은 억울한 일을 바로잡아야겠다고 다짐했다.다음 날 아침 이지아의 어머니는 잔뜩 성이 나서 거리로 나섰다.발걸음은 급했고 출근 중이던 강시연과 거의 부딪칠 뻔했다.현장에 도착하자 어머니는 심리상담소 회전문을 발로 힘껏 열었다.쿵 하는 소리가 조용한 공간에 날카롭게 울렸다.“돈만 밝히는 심리상담소의 무능한 의사가 내 딸한테 한 짓을 보세요.”어머니는 핸드폰을 들고 눈가가 벌겋게 충혈되어 마치 피가 터질 듯했고 몇 걸음 만에 접수대로 달려가 핸드폰 속 영상을 재생했다.깜박이는 불빛이 눈 부셔 오지원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가렸다.영상 속 소녀는 침대에 누워 있었고 이마에 묶인 붕대에서는 피가 스며 나와 더욱 눈에 띄었고 오지원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눈앞의 사람을 전혀 모르지만 조심스럽게 물었다.“보호자분. 진정해 주세요. 따님 성함이 어떻게 되나요?”“이지아예요.”어머니는 충혈된 눈으로 답했다.오지원은 즉시 검색해 보았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죄송합니다. 저희 심리상담소에는 이지아라는 이름의 환자가 접수된 적이 없습니다.”어머니는 그 말을 듣고 병원이 뭔가를 감추고 있다고 생각하며 분노가 폭발할 듯 소리쳤다.“사장님 나오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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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강시연은 원래 희망 심리상담소와 주운 심리상담소는 단순한 상업적 경쟁 관계에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이번 이지아 사건과 이전 일들을 떠올리고 문득 깨달았다.주운 심리상담소의 의사들은 아마 전문 지식이 전혀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더불어 전문 자격증조차 없을 가능성이 있었고 이건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강시연은 심리 의사로서 수년간 수백수천 명의 환자를 접해왔기에 환자들의 상태가 얼마나 심각해질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심각한 상태를 제때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환자들에게 마지막 결정타가 될 수도 있다.이지아가 바로 그런 사례였다.강시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이었다.이런 상담소가 계속 운영된다면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생길지 두려웠기 때문이다.뿐만 아니라 심리 상담 업계 전체의 사회적 신뢰도 점점 떨어질 것으로 생각했다.깊게 숨을 들이쉰 강시연은 이지아의 어머니를 바라보았고 어머니의 하얀 얼굴에는 진지함과 엄숙함이 가득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업계 전문가들과 연락해서 진료 기록을 검토하도록 하겠습니다. 절대 사람을 해치거나 계속 속이도록 두지 않겠습니다. 따님이 회복된 뒤 우리 상담소로 보내 주시면 제가 직접 진료하겠습니다.”방금 진료 기록을 보고 단편적인 내용만으로도 강시연은 이지아가 전 남자 친구와의 이별 때문에 심한 불안장애를 겪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구체적인 상황은 차분히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이지아의 어머니는 점차 진정하며 감사한 표정으로 강시연을 바라보고 손을 꼭 잡았다.“정말 감사드려요. 정말 고마워요.”강시연은 고개를 저으며 진지하게 말했다.“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업계에 이런 부도덕한 사람이 있다면 제가 가만히 있을 수 없어요.”이어 오지원을 바라보며 지시했다.“지금 바로 전화해서 진 교수님께 상황을 알리고 진료 기록도 팩스로 보내 주세요.”진 교수는 업계에서 명성이 높고 인맥도 넓어 진 교수가 나서면 주운 심리상담소는 이번 사건에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오지원은 고개를 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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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왠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때, 사무실 문이 갑자기 열렸고 한 직원이 뛰어 들어와 급하게 외쳤다.“큰일 났습니다.”“환자 보호자가 정문에서 소란을 피우며 우리 상담소 문을 닫으라고 협박하고 있습니다.”조성철은 탁자를 세게 쾅 치며 요란한 소리를 내더니 직접 밖으로 걸어 나갔다.자신의 상담소에 누가 감히 소란을 피우는지 확인하려는 듯했다.상담소 입구에서는 이지아의 어머니가 두 손을 허리에 얹고 위엄 있게 직원들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외쳤다.“여러분. 좀 들어보세요. 어제 제 딸이 이 상담소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무책임한 의사에게 엉터리 처방을 받았고 병은 전혀 호전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심해졌어요. 제 불쌍한 딸이 지금도 병원에 누워 있어요...”어머니의 목소리는 날카롭고 예리했다.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강시연에게 집중됐다.곧 상담소 안은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무슨 일이야? 여기 상담소에 문제가 있는거야?”“설마 나 방금 장 선생님 예약했는데 취소해야 해?”“친구 추천으로 왔는데 여기 괜찮다고 했잖아.”수많은 속삭임이 들려왔다.이지아의 어머니는 눈을 반짝이며 진료 기록과 병원 영상을 꺼내 모두에게 내밀었다.“여러분 제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어요. 여기는 돈만 밝히는 상담소예요...”충혈된 눈과 분노로 떨리는 온몸 그 모습은 결코 거짓이 아니었다.반신반의하던 사람들도 행동을 멈췄다.곧 급한 발걸음 소리가 멀리서 다가왔다.“여러분. 믿지 마세요.”조성철이 걸어 나와 이지아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날카로운 시선을 던졌다.“우리 상담소는 정식으로 운영되는 곳입니다. 저분이 말한 일은 결코 일어날 수 없습니다.”말이 끝나자 조성철은 옆에 있는 두 경비원을 눈빛으로 지시하며 말을 이어갔다.“이 환자는 망상증을 앓고 있으며 장 선생님 밑에서 치료받던 중 조성철에게 원한을 품고 거짓말을 꾸며낸 겁니다.”“말도 안 돼...”이지아의 어머니는 눈을 부릅뜨고 욕설을 내뱉었지만 말을 끝내기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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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이지아의 아버지는 사람들 사이에 몰래 섞여 막 일어난 일을 들었고 옷은 순식간에 식은땀으로 젖었다.조금 늦게 도착한 탓에 이지아의 어머니가 끌려가는 장면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급히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지만 받는 사람은 없었다.“고객님이 걸으신 전화는 통화 중입니다.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이지아의 아버지의 마음은 점점 무거워졌고 분노와 불안감을 억누르며 조심스레 밖으로 나섰다.성급히 달려 나가면 아내처럼 미친 사람 취급을 받을지 두려웠고 아내의 안전이 걱정되어 경찰에 신고하려 했지만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조성철이 상담소를 제멋대로 운영하고 아내를 끌고 가면서도 뻔뻔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지, 혹시 용성에 뒷배가 있는 건 아닌지 두려웠다.자신은 평범한 회사원일 뿐인데 어떻게 아내와 딸의 억울함을 풀 수 있을지 참담했다.그때, 아버지의 시선이 맞은편으로 스며들었다.아마도 잠깐 강시연과 마주친 경험 덕분에 강시연을 믿고 싶은 마음이 생긴 듯했다.한편, 강시연은 자리에 앉아 최근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오랜만에 돌아온 탓에 밀린 일이 쌓여 머리가 지끈거렸다.그때,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도와줄까?”어느샌가 옆에 있던 진수혁이 손을 내밀며 은근한 미소를 띠고 강시연의 관자놀이를 살짝 눌렀다.“너무 부담 갖지 마. 내가 있으니까 천천히 정리하도록 도와줄게.”강시연은 잠시 멈칫했다.대기업 진한 그룹의 책임자가 왜 자신의 작은 상담소 업무를 돕고 있는 건지 의문스러웠다.하지만 진수혁은 개의치 않고 강시연의 옆에 앉았고 창문으로 부드러운 햇살이 들어와 진수혁의 옆얼굴을 비췄다.각진 얼굴이 한층 더 차가워 보였다.“여보. 나 잘생겼어?”진수혁은 장난기 섞인 미소를 띠며 말했다.강시연은 두 뺨이 살짝 붉어지며 눈을 깜빡이고 급히 시선을 돌렸다.“일...일이나 해요.”두 사람은 함께 앉아 조용히 책장을 넘기며 일을 했고 평화로운 시간이 흘러가는 듯했다.하지만 갑자기 다급한 노크 소리가 그 평온을 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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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강시연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마음을 점차 가다듬은 뒤 프런트로 전화를 걸었다.“오늘은 영업을 잠시 중단하고 모두 로비로 모이세요.”잠시 후, 로비에 모인 직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강시연의 계획을 이해하지 못했다.하지만 모두 상담소에서 오래 일해 온 사람들이었고 한때 이름 없는 작은 심리 상담소를 지금의 규모로 키워낸 강시연을 깊이 신뢰하고 있었다.곧 강시연과 진수혁은 이지아의 아버지를 모시고 내려와 사람들 앞에 섰다.“맞은편 주운 심리상담소에 한 번 갈 생각입니다. 같이 가실 분 있으신가요?”그 말이 떨어지자 직원들은 곧바로 적극적으로 반응했다.“좋아요. 오래전부터 못마땅했어요.”“가야죠. 지난번 주운 심리상담소의 의사 한 명이 밖에서 우리를 조롱했었거든요. 완전 화났었죠.”분명 이들은 주운 심리상담소와 오래된 원한이 있었다.강시연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한 마디를 덧붙였다.“우리는 사람을 구하러 가는 거지 싸우러 가는 게 아닙니다.”모두 고개를 끄덕였고 곧 한 무리의 사람들이 웅장하게 맞은편으로 향했다.주운 심리상담소 안은 여전히 활기가 넘쳤고 가끔 사람들이 방금 일을 이야기하긴 했지만 큰 영향은 없었다.조성철이 방금 사무실에 돌아오고 아직 의자에 제대로 앉지도 못했는데 직원들이 뛰어 들어왔다.“사장님. 저 여자 아직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지금은 어쨌든 법치 사회였고 무리하게 행동할 수는 없었다.조성철은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병 주고 약 주면 되는 걸 내가 뭘 또 가르쳐야 해? 조금 협박하고 돈 주고 비밀 유지 각서 쓰게 하면 되잖아.”직원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고 달려 나갔다.몇 분 뒤, 다시 달려와 숨을 헐떡이며 보고했다.“큰일 났습니다. 또 난동이 일어났어요.”익숙한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조성철은 눈꺼풀이 떨리며 좋지 않은 예감을 느꼈고 분노를 품고 밖으로 걸어 나가자 로비는 사람들로 가득했다.선두에는 한 젊은 여성이 서 있었고 매우 아름다우며 특유의 기품이 풍겼다.조성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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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조성철은 코웃음을 치며 불안에 떨고 있는 환자들을 둘러본 뒤 안심시키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여러분 전혀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우리 상담소는 아주 안전합니다. 단지 유명하다 보니 경쟁자들이 질투해서 이런 소동을 일으킨 것뿐이에요.”말이 떨어지자 동요하던 환자들은 조금씩 숨을 고르며 진정되는 기색을 보였다.누구의 말이 진짜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일단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고 사람들을 가까스로 달랜 것을 본 조성철은 천천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곧 이마의 땀을 훔치고는 강시연 앞으로 다가가 목소리를 낮춰 속내를 드러냈다.“얼마면 돼요? 돈 줄 테니 이번 일 모른척 해주실 수 있어요?”겁이 난 나머지 돈으로 상대를 내쫓으려는 속셈이었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다.강시연은 무표정하게 코웃음을 치며 단호히 말했다.“이지아 어머니를 돌려보내고 모두에게 진실을 밝히세요. 그리고 상담소 의사들을 전면적으로 정비하세요. 그러면 전 물러나겠습니다.”말이 끝나자 공기는 순간 얼어붙었고 조성철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그건 곧 돈줄을 끊으라는 말과 다름없었고 돈줄을 끊는 건 부모를 해하는 것만큼 치명적이었다.조성철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고 강시연을 노려보며 으르렁대듯 내뱉었다.“그럼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거군요?”강시연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단호하게 답했다.“처음부터 협상하려던 게 아닙니다. 그저 통보하는 거죠.”그 순간 조성철은 분노와 당혹이 뒤섞인 듯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평생 살아오며 한낱 젊은 여자의 입에서 이런 협박을 듣게 될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조성철의 눈이 가늘어지고 몸에서는 싸늘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내가 왜 이 주운 심리상담소를 이렇게 크게 키울 수 있었는지 아십니까? 단 두 달 만에 그쪽 손님 절반 이상을 빼앗아 온 이유가 뭔지 알아요? 내 뒤에 있는 힘은 당신들이 감히 상상도 못 할 만큼 강력합니다.”원래는 조용히 넘어가려 했지만 상대가 물러서지 않자 강하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조성철은 차갑게 쏘아붙였다.“마지막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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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조성철은 이지아 이야기는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고 오로지 강시연 일행을 장사가 잘되는 자신을 질투해 찾아온 동종 업계의 훼방꾼으로 몰아갔다.이 대표는 서둘러 들어왔다. 눈빛에 불쾌한 기색이 스쳤지만 조성철이 주기적으로 바치는 돈을 떠올리자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알았어.”이 대표는 옆으로 비켜서며 곁에 있던 남자를 소개했다.“이분은 한정 그룹의 한정훈 대표님이셔. 조금 전까지 함께 사업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용성에서 한정훈의 이름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조성철의 눈빛이 즉시 반짝였고 허리를 깊숙이 굽히며 한껏 공손하게 인사했다.“한 대표님. 처음 뵙겠습니다. 명성은 늘 들어왔는데 이렇게 찾아뵐 기회가 없었습니다.”조성철의 얼굴에는 아부 섞인 웃음이 가득했지만 정작 한정훈의 표정은 밝지 않았고 오히려 고개를 살짝 들어 올리며 강시연 쪽을 흘끗 바라보더니 곧장 강시연에게 다가갔다.“강시연 씨? 여긴 어쩐 일이에요?”“그냥 볼일이 좀 있어서요.”두 사람은 무척 익숙한 사이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다.그 광경에 조성철은 멍하니 굳어버렸다. 두 눈이 커다랗게 뜨이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고 불길한 예감이 서서히 피어올랐다.곧 한정훈의 미간이 좁혀졌다. 강시연과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피며 물었다.“대체 무슨 일이에요?”강시연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이지아와 이지아의 어머니에게 벌어진 일을 낱낱이 설명했고 청아한 목소리가 상담소 안에 울려 퍼졌고 한마디 한마디 또렷하게 박혔다.한정훈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고 곧 시선을 조성철에게로 돌리며 차갑게 물었다.“이게 사실입니까?”“억울합니다.”조성철은 다급히 소리쳤다. 상황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자 부랴부랴 이 대표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늘 든든한 뒷배였으니 이번에도 자신을 지켜줄 거라 믿었지만 뜻밖에도 늘 온화하던 이 대표의 표정이 돌연 차갑게 굳었다.“내가 이런 인간이랑 손잡고 있었다니. 어서 경찰에 신고해요. 이지아의 어머님부터 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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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조성철의 등 뒤는 이미 식은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고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후, 이지아의 어머니가 끌려 나왔다.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두려움에 굳은 얼굴은 방금 전의 공포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다행히도 선을 넘지는 않아 사적인 폭행까지는 하지 않은 듯했다.순간, 사방이 술렁였다. 드디어 진상이 드러난 것이다.“세상에. 주운 심리상담소 사장도 너무 해.”“그러니까 역시 싼 값에 혹하면 안 돼. 다음부터는 맞은편으로 가야겠어.”“이건 신고해야 해. 이런 양심 없는 상담소는 더 이상 영업하면 안 되지.”“폐업 지지. 난 주운 심리상담소 절대 안 갈거야.”분노에 찬 목소리들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조성철의 얼굴빛은 완전히 새하얗게 질렸고 두 눈에는 절망만이 남았다.주운 심리상담소는 이제 끝장이라는 걸 뼛속까지 깨달았다.그뿐만이 아니었다. 감옥살이까지 각오해야 했다.“애초에 욕심만 부리지 않았더라면...”조성철은 뼈저리게 후회했지만 이미 돌이킬 길은 없었다.소동이 끝난 뒤 강시연은 사람들을 데리고 희망 심리상담소로 돌아왔고 직원들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가득했고 그 모습을 본 강시연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좋아요.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서 각자 하던 일 계속해요.”직원들은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화답했다.“최고예요.”“드디어 주운 심리상담소가 무너졌네요. 예전부터 꼴 보기 싫었거든요.”“역시 사장님이 직접 나서야 한다니까요.”강시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직원들의 열기를 그냥 두었다.사무실로 돌아오자 진수혁과 한정훈이 뒤따라 들어왔고 좌우로 나란히 선 모습은 꼭 두 명의 흑기사 같았다.한정훈이 강시연을 보며 미소 지었다.“아까 이소정 씨랑 사업 이야기를 하다가 심리상담소 얘기가 나왔는데 바로 강시연 씨가 떠오르더군요.”강시연의 눈빛에 감사의 기색이 스쳤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번에도 한정훈 씨 도움이 컸어요. 아니었으면 이렇게 깔끔하게 마무리하긴 힘들었을 거예요.”한정훈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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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강시연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두 사람의 대화를 끊었다.“그만 빨리 가요. 방금 엄마에게 전화했더니 이미 집에서 음식 준비해 두고 기다리신대요.”한정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성큼성큼 차를 향해 나아갔다.진수혁은 강시연 옆을 지키며 다소 차가운 기운을 풍겼고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다.그러나 강시연은 달래줄 여유조차 없었다.원래는 뒷좌석에 앉아야 했지만 막상 차에 오르자 두 사람이 곧바로 따라와 좌우로 강시연을 끼워 넣었다.강시연은 눈을 깜빡이며 잠시 멈췄다가 조용히 조수석으로 이동해 문을 닫았다.“기사님. 출발해 주세요.”차 안 공기는 묘하게 차가워졌고 진수혁이 낮게 중얼거렸다.“어떤 사람은 눈치도 하나 없네요.”원래 진수혁이 한정훈을 비꼬려던 말이었지만 예상치 못하게 반박이 돌아왔다.“그러게요. 우리 가족 모임에 외부인이 끼어드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순간, 차 안 공기가 팽팽하게 긴장했다.진수혁은 눈빛을 번뜩이며 말을 이었다.“그렇다면 당신은 시연의 오빠이니 나도 당신을 처남이라고 불러야 하나요?”진수혁는 일부러 처남이라는 말을 강조하며 한정훈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인식시키려 했다.“진수혁 씨...”한정훈은 눈을 크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예전 같으면 명예를 중시하던 진수혁이 자신을 처남이라고 부를 리 없었지만 지금은 달랐다.한정훈은 진수혁을 위아래로 훑으며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했다.“예전과 좀 달라진 것 같네요.”진수혁은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나는 늘 이렇게 행동했어요.”한정훈이 입을 열려는 순간 강시연이 재빨리 끼어들었다.“그런데 엄마가 방금 뭐 먹고 싶은지 물어보셨어요. 집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계시거든요.”강시연의 한마디에 한정훈은 곧바로 주의를 돌리고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저야 뭐 다 괜찮아요.”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별장 앞에 도착했다.강시연이 내리자마자 동지안이 달려 나와 힘껏 안았다.“시연아. 그동안 왜 자주 안 왔어?”동지안은 손을 꼭 잡으며 온화한 미소를 지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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