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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1화

일반적으로 심리 최면술사는 자신만의 비법과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외부에 전파하지 않았다.강시연은 그의 자랑스러운 제자로서 현장에서 참관하고 심지어 모방하며 배울 수 있었다.잠깐 거실은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분위기가 좀 긴장되기 시작했다.강시연은 숨을 죽이고 눈앞에 있는 진 교수 그리고 진수혁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침을 삼켰다.“수혁 씨, 긴장 푸세요.”진 교수는 전에 없던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진수혁은 얼굴을 찡그리며 기분이 언짢았다.비록 상대가 강시연의 은사일지라도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이 노인을 거역하고 있었다.그때, 귓가에 부드러운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수혁 씨...”강시연은 남자를 바라보며 맑은 눈동자로 간청했다.진수혁은 진 교수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강시연을 믿고 눈을 감고 몸과 마음을 천천히 풀었다.최면은 계속 진행되었다.강시연은 옆에 서서 조용히 바라보며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으려 했다.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꽉 쥐었고 손바닥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시간이 1분 1초 흘러가고 원래 조용했던 거실에는 진 교수의 나지막한 최면 안내 소리만 들렸다.갑자기 강시연은 진 교수가 얼굴을 찌푸리고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알아차렸다.“교수님, 왜 그러세요?”강시연이 초조한 목소리로 물었다.진 교수는 손동작을 멈추고 안경을 벗은 후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약간 피곤한 기색을 보였다.“진수혁에게 최면을 건 사람은 고수야. 수법이 매우 은밀하고 복잡해서 기존의 해독방법은 효과가 없어. 해독하려면 먼저 최면술사가 누구인지 확인한 다음 그의 약점을 파악해야 해.”진 교수는 한숨을 내쉬고 안타까워하며 말했다.“취면을 걸 수 있는 전문가는 그리 많지 않지만 그래도 세계에 십여 명이 있어. 하나씩 시도하다 보면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2차 피해를 줄 수 있어.”그러자 강시연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누가 진수혁에게 최면을 걸었는지 제가 알아요.”“누구?”진 교수도 너무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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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강시연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그러나 나이가 지긋한 진 교수는 고강도의 최면술을 건 후, 부어오른 눈썹을 부드럽게 문지르며 얼굴에 피로와 노곤이 가득했다.강시연은 이를 보자마자 즉시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서 조심스럽게 진 교수를 부축하고 옆에 있는 소파 쪽으로 가서 조용히 말했다.“일단 푹 쉬세요. 제가 이미 다 배웠으니 남은 최면은 제게 맡기세요.”진 교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투에는 약간의 무력감과 감회가 담겨 있었다.“에휴, 가끔은 정말 늙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 별다른 일 없으면 난 먼저 돌아가마.”강시연은 진 교수를 문 앞까지 배웅하고 운전기사가 그를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다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안배했다.차가 멀어지고 나서야 그녀는 돌아서서 거실로 돌아갔다.그때 소파에 누워있던 진수혁이 일어나 앉으면서 두 눈을 번쩍 떴다.순간, 그의 깊은 눈동자에서 날카로운 빛이 스쳤고 곧이어 혼란이 찾아왔다.그는 강시연을 보며 조용히 불렀다.“여보?”강시연은 이 소리를 듣고 몸이 약간 굳어지더니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방금 그 순간, 그녀는 하마터면 예전의 진수혁이 돌아온 줄 알았고 마음속에 복잡한 감정이 일었다하지만 곧 익숙한 친근한 호칭이 그녀를 정신 차리게 했다.강시연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마음은 말할 수 없이 복잡해졌다.한 달 후면 눈앞의 이 어린아이처럼 애교도 부리고 사랑을 독차지하려고 노력하고 항상 뻔뻔하게 달라붙어 있는 진수혁이 사라질 거로 생각하니...강시연 얼굴의 미소가 점차 사라지고 눈빛도 조금씩 어두워지며 원래의 기쁨이 마치 어두운 그림자에 조용히 가려진 것 같았다.“여보, 왜 그래?”진수혁은 강시연의 이상함을 예리하게 알아차리고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걱정스럽게 물었다.“괜찮아요. 시간이 늦었으니 우리 빨리 방으로 돌아가서 자요.”강시연은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고 입가에 간신히 웃음을 지어 보이며 진수혁의 손을 잡고 위층으로 향했다.방으로 돌아온 진수혁은 강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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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진수혁은 먼저 그녀의 깨끗한 이마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강시연의 몸은 약간 굳어졌고 두 손은 무의식적으로 남자의 옷자락을 꽉 조였다.바로 이어서.진수혁의 키스는 그녀의 눈썹과 콧등을 따라 내려가다가 결국 그녀의 입술에 떨어졌다.강시연은 눈이 휘둥그레지고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가득했지만 그녀가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그 키스는 매우 급해졌다.“여보가 안 주니 내가 직접 상을 받으러 올 수밖에 없잖아.”나지막한 자성의 목소리가 천천히 울려 퍼졌다.강시연은 온몸에 힘이 빠져 그의 키스를 받으며 두 손으로 남자의 옷을 꽉 잡고 손끝이 하얗게 변했다.방 안의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여 야릇한 기운이 공기 중에 자욱하게 퍼졌다.강시연은 그의 열렬한 공세에 뇌는 마치 안개 속에 휩싸인 듯 점점 하얗게 변했다.원래 마음속에 가득했던 서글픔과 갈등은 이 분위기 속에서 이미 하늘로 던져졌다.그녀의 뺨은 붉고 두 눈은 흐릿하며 호흡도 가빠졌다.결정적인 순간이 다가오자 강시연의 머릿속에 갑자기 한 줄기 빛이 스쳐 지나갔다. 마치 찬물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끼얹은 것 같았고 순간 정신을 차렸다.그녀의 눈빛에 당황한 빛이 스쳐 지나갔고 무의식적으로 온 힘을 다해 진수혁을 세게 밀쳤다.그러나 깊은 사랑에 빠져 있던 진수혁은 전혀 반응하지 못했다.몇 번 비틀거리더니 몸이 걷잡을 수 없이 뒤로 넘어져 책상 모서리에 세게 부딪혔다.탁자 위의 컵이 갑작스러운 진동으로 흔들렸고 이어서 와르르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졌다. 그 후 맑은 굉음이 울렸고 곧이어 사분오열되어 파편이 바닥에 흩어졌다.펑!진수혁은 이 소리와 충격에 완전히 정신을 차리고 억울한 표정으로 강시연을 바라보며 눈빛에는 의혹과 불만이 가득했다.그는 입술을 살짝 내밀고 물었다.“여보, 우리 부부 아니야? 왜 안 되는 거야?”강시연은 시선을 피하며 감히 그의 눈빛을 마주치지 못했다.‘이럴 때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이미 이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해야 할까?’강시연은 눈앞의 진수혁이 진실을 알게 되면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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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그의 눈빛에는 혼란과 의혹이 가득했고 미간을 약간 찌푸리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다음 날 아침, 햇빛이 베이지색 커튼을 통해 큰 침대에 부드럽게 쏟아졌다.강시연이 유유히 깨어났을 때, 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옆자리를 만졌지만 차가운 침대 시트밖에 없었다.그녀가 눈을 번쩍 뜨고 일어나 사방을 둘러보니 진수혁이 침대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설마 어젯밤 일 때문에 진수혁이 가출했나?”이 생각은 한 줄기 천둥처럼 그녀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강시연은 순간 정신이 맑아졌고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뛰기 시작했으며 강한 불안감이 그녀의 마음을 꽉 움켜쥐었다.그녀는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쭈글쭈글한 잠옷을 정리할 겨를도 없이 즉시 몸을 뒤척이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동작이 너무 급해서 하마터면 시트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지금 마음이 너무 급했다.강시연은 기억을 잃은 진수혁이 혼자 밖에서 위험에 처할까 봐 두려웠다.이 위험은 그들을 노리는 이지성 등 사람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암투와 암류가 있는 진씨 가문에서도 비롯되었다.강시연은 슬리퍼를 신고 문을 뛰쳐나오고 비틀거리며 계단을 내려갔다.그녀가 애가 타는 사이, 익숙한 음식 냄새가 콧속으로 스며들었다.강시연은 걸음을 멈추고 의심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돌려 주방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진수혁의 모습을 보았다.약간 우스꽝스러운 앞치마를 두른 채 가스 불 앞에서 달걀 프라이에 집중하고 있는 그의 손에는 주걱이 날렵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능수능란한 모습이 꽤 현모양처 같았다.강시연은 눈빛이 살짝 번쩍이고 마음속의 걱정은 순식간에 사라졌으며 대신 복잡한 감정이 자리 잡았다.그녀는 천천히 걸어갔고 진수혁은 그녀의 접근을 알아차린 듯 고개를 돌렸다. 마치 어젯밤의 불쾌함을 완전히 잊은 듯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여보, 밖에 좀 앉아 있어. 금방 끝나.”강시연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식탁에 가서 앉았다.이윽고 푸짐한 아침이 모두 식탁에 올랐다.식탁에 앉아 있던 진도현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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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강시연이 막 상담소 문에 들어서자마자 매우 특색 있는 오지원의 목소리가 들렸고 그녀는 한창 흥분하여 말하고 있었다.“다들 들었어요? 7년 동안에 무려 수십 편의 핵심 잡지를 발표한 Y 여사가 학술 교류회에 참가했어요!”이 말이 나오자 주위는 순식간에 발칵 뒤집혔다.“와! 그분은 정말 나의 우상이에요. 늘 직접 만나보고 싶었어요.”“그러게요. 오랫동안 기다린 끝에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는데 대체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어요.”“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아요. 내 생각에는 아마 업계 거물이 위장한 신분일지도 몰라요. 어쩌면 우리가 평소에 잘 알고 있는 심리학계의 거물일 수도 있다는 거죠.”검은 뿔테 안경을 쓴 남자 직원이 안경을 올리며 아주 그럴듯하게 분석하고 있었다.오지원은 듣자마자 뛰쳐나와 반박했다.“말도 안 돼요. 절대 그럴 리 없어요. 내가 Y 여사의 찐 팬이라 모든 문헌을 여러 번 반복해서 연구했어요. 그분의 사상은 아주 젊고 진보적이에요. 그 고루한 사람들과는 완전히 달라요. 업계 거물들의 연구 스타일을 내가 너무 잘 알고 있는데 Y 여사의 문체와 연구 방식은 그들과 완전히 달라요.”모두 저마다 한마디씩 떠들고 있을 때, 갑자기 한 사람이 목청을 돋우어 감격스럽게 외쳤다.“나왔어요! 학술 교류회 영상이 나왔어요!”순간 사무실 전체가 조용해졌다.모두가 동작을 멈추고 숨을 죽이며 시선을 컴퓨터 화면에 일제히 집중했다. 눈빛에는 기대와 설렘이 가득했다.오지원도 예외는 아니었고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즉시 심사위원석을 바라보았다. 곧 ‘Y’라고 적힌 명찰을 보았다.그러자 더할 나위 없이 익숙한 얼굴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이 사람은...”오지원은 순간 입이 떡 벌어졌고 눈동자는 튀어나올 듯 휘둥그레졌으며 얼굴에는 믿을 수 없는 표정이 가득했다.“시연 언니?”“대표님?”놀라움의 함성이 거의 동시에 울려 퍼지며 짧은 침묵을 깼다.사무실 전체가 순간 들끓었고 동료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충격적인 표정이 서서히 기쁨으로 변했다.“이게 정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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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화

강시연은 직원들의 열정에 쑥스러워 얼굴에 홍조를 띠며 연신 손사래를 쳤다.“다들 너무 이러지 마세요. 전 그냥 제가 좋아하는 연구를 했을 뿐이고 여러분의 평소 업무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것은 없어요. 다들 멍하니 있지 말고 빨리 일하세요. 상담소에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요.”그녀의 거듭된 설득에 동료들은 아쉬워하며 흩어지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지만 눈빛에는 여전히 때때로 강시연에 대한 숭배가 드러났다.같은 시각, 강시연도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갔다.맞은편에 있던 주운 상담소가 문을 닫은 후, 그녀의 상담소는 정상으로 돌아왔다.그녀는 책상 앞에 앉아 기다란 손가락으로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를 가볍게 쓸어넘겼다. 깊은숨을 들이마신 후 그동안 밀린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오전 내내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이때, 다급한 전화벨 소리가 갑자기 울려 사무실 안의 고요함을 깨뜨렸다.옆 소파에 앉아 있던 진수혁이 소리를 듣고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화면에 낯선 번호가 표시된 것을 보고 그는 미간을 약간 찌푸린 채 망설임 없이 바로 끊었다.그러나 맞은편에서는 매우 끈질긴 듯했고 전화벨 소리가 다시 울렸다.강시연은 순간 동작을 멈추더니 무의식적으로 그를 쳐다보며 의문스럽게 물었다.“뭐예요? 계속 전화가 울리잖아요?”진수혁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중얼거렸다.“광고 전화겠지. 모르는 번호야.”강시연은 손에 든 펜을 놓고 일어나서 진수혁에게 다가가서 달래며 말했다.“급한 일일 수도 있잖아요. 받아 봐요. 중요한 일을 놓치면 어떡해요.”강시연의 권유로 진수혁은 어쩔 수 없이 수신 버튼을 눌렀다.순간, 가볍지만 약간의 조마조마한 여자의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흘러나왔다.“수... 수혁아. 나야. 너 괜찮아?”이 소리는 강시연의 귀에 선명하게 들려왔다. 그녀의 몸은 갑자기 굳어졌고 눈빛은 순식간에 날카로워졌으며 온몸의 피가 굳어버린 것 같았다.그녀는 당연히 이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고 있었다. 그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심하은이었다.강시연의 머릿속에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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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전화기 너머로 심하은은 긴장해서 숨을 죽였다.진수혁이 얼굴을 찌푸리고 막 말을 꺼내려는데 강시연이 그의 휴대폰을 앗아갔다.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고 코웃음을 쳤다.‘이지성 그 인간 정말 급하긴 했나 보네. 이제 심하은을 시켜 진수혁을 떠봐?’강시연이 생각하고 있는데 진수혁이 갑자기 다가와 두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았다. 그는 큰 몸을 약간 구부린 채 그녀의 목에 머리를 묻었다.“여보, 나 믿어 줘. 나 정말 방금 그 여자가 누군지 몰라.”진수혁은 눈가에 긴장감이 스치며 급히 입을 열었다.그는 강시연이 오해할까 봐 손을 들어 맹세하고 싶은 심정이었다.순식간에 공기가 갑자기 굳어졌다.강시연은 눈썹을 치켜올리고 진수혁을 똑바로 바라보며 웃는 듯 마는 듯 말했다.“그래요? 만약 그 여자가 당신 내연녀라면요?”그녀는 원래 농담으로 긴장된 분위기를 풀려고 했다.그러나 진수혁은 잔뜩 진지한 얼굴로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두 손으로 강시연의 어깨를 잡았다.“여보, 내 마음속엔 당신밖에 없어.”진수혁은 강시연을 똑바로 바라보았고 얼굴은 전에 없이 진지했다. 마치 자신의 진심을 모두 꺼내 그녀에게 보여주려는 듯했다.강시연은 멍하니 제자리에 있었다.고개를 들자 남자의 애틋한 눈동자에 델 것 같아 그녀는 황급히 시선을 뗐다.“나... 알아요.”강시연은 입술을 깨물고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낮췄다.방금 진수혁의 행동을 보면 그가 정말 심하은을 잊은 것 같았다.그런데 하필이면 그녀를 기억하고 있었다.진수혁의 잠재의식 속에서 강시연은 매우 중요하며 최면에 걸려도 그녀를 기억하고 있다는 뜻일까?강시연의 눈가에 의혹이 스쳤다.그녀는 확신할 수 없었고 감히 더 깊이 생각할 수 없어 책상으로 돌아갔다.잠시 침묵이 흘렀다.강시연은 심호흡을 하고 서류를 집어 들어 뒤집으며 자신을 진정시키려 했다.사무실이 막 조용해졌을 때, 귀에 거슬리는 전화벨 소리가 갑자기 울렸다.강시연이 눈살을 찌푸리고 핸드폰을 들자 전화기 너머로 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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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화

전화를 끊은 후, 강시연은 진수혁을 보고 물었다.“왜 돌아가기 싫은 거예요? 회사의 현재 상황이 매우 위급한 것 같아요.”진수혁은 어두운 얼굴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두 손으로 강시연의 손을 잡아 깍지를 꼈다.“그룹의 본사는 강성에 있어. 만약 내가 이 난장판을 해결하려면 너와 떨어져야 하잖아.”그는 여태 가족과 기업을 위해 살았으니 이제는 제멋대로 행동하고 싶었다.진수혁은 강시연을 바라보며 전에 없이 진지한 눈빛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난 너와 떨어지고 싶지 않아.”순식간에 공기가 굳어버린 것 같았다.강시연은 눈을 부릅뜨고 온몸이 굳어진 채로 제자리에 서 있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미처 몰랐다.지금의 진수혁은 이전의 워커홀릭 진수혁과는 완전히 딴사람이었다.그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한참 만에야 몇 글자를 뱉었다.“맘대로 해요.”어느새 어둠이 내렸다.휘영청 밝은 달이 허공에 걸려 부드러운 빛을 발하고 있었다.강시연은 오늘 업무를 마치고 뻣뻣해진 목을 움직인 뒤 진수혁과 진도현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그러나 그들이 막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예상치 못한 그림자를 보았다.“여사님?”강시연은 잠시 멍해 있다가 눈앞의 허자옥을 보고 눈 밑에 의심스러운 빛이 스쳤다.줄곧 호강을 즐기며 강성에서 행복을 누려야 하는 사람이 왜 갑자기 여기에 나타났을까?“여긴 어쩐 일로 오셨어요?”강시연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허자옥은 눈이 약간 붉어지고 눈물이 핑 돌았다. 그녀는 전에 없이 당황하고 초조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허자옥은 대뜸 손을 뻗어 강시연의 손을 꽉 잡았다.그리고 잔뜩 쉰 목소리로 말했다.“어떡해? 그 천한 잡종 놈이 돌아왔어.”‘잡종?’강시연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손을 빼려고 했지만 허자옥이 더 꽉 잡아 그저 내버려 두었다.잠시 침묵이 흘렀다.허자옥은 심호흡을 하며 간신히 진정하려고 노력한 후에야 계속 입을 열었다.“수혁이 아버지는 바람둥이였어. 종일 술에 빠져 살았고 수혁이가 태어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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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진수혁은 안드레아에게 최면에 걸린 후로 기억 일부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성격도 많이 변했다.더 중요한 것은, 그가 얼마 전에 대표직을 양도했다는 것이다.그러니 진한 그룹에 대한 진수혁의 통제력은 전례 없이 허약했다.그런데 하필이면 이 시국에 그 사생아가 돌아왔다.강시연은 눈꺼풀이 펄쩍펄쩍 뛰면서 갑자기 머리가 아팠다. 그녀가 용성으로 돌아온 지 얼마 안 됐는데 지금 상황이...사방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하고 우울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강시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어이없는 한숨을 내쉬었다.“알겠어요. 내일 수혁 씨와 함께 강성에 다녀올게요.”이 말이 나오자 허자옥의 눈가에 희열이 스쳤다.“고마워.”예전에 강시연을 잘 대해주지 않았다는 생각에 허자옥은 얼굴이 복잡해졌고 마음속으로는 부끄럽고 자신에게 화가 났다.강시연은 손을 흔들며 그런 일은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녀는 돌아서서 방으로 돌아와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잠시 후.밖에서 들어오던 진수혁은 강시연이 캐리어를 여는 걸 보고 물었다.“여보, 우리 어디 가?”“강성에 돌아가요.”“뭐?”진수혁은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우리 돌아온 지 얼마 안 됐잖아?”강시연은 진수혁에게 갑자기 이복형이 생긴 것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진수혁을 똑바로 바라보며 붉은 입술을 열어 또박또박 말했다.“당신 나 믿어요?”“그럼!”진수혁은 서슴없이 대답했다.강시연은 눈빛이 번쩍이고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이어갔다.“좋아요. 그럼 내일 강성으로 돌아가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해요.”그 사생아는 너무 갑작스럽게 나타났고 게다가 타이밍이 절묘했다.강시연은 상대방이 이지성과 결탁했는지 확실하지 않으므로 더욱 조심해야 했다.진수혁은 이유를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이튿날 아침.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오자 강시연 가족은 출발했다.비행기는 구름 속을 누비고 창밖의 경치는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강시연은 창밖을 바라보았지만 생각은 이미 강성에서 직면하게 될 복잡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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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유태오는 문을 열고 공손하게 물었다.“시연 씨, 댁으로 모실까요? 아니면 다른 곳으로 모실까요?”강시연은 굳은 얼굴로 결연한 눈빛을 번쩍이며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바로 회사로 가죠.”유태오는 움찔하더니 백미러를 통해 강시연의 진지한 표정과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를 보았다.순간 한때 기세등등하고 신속하게 일을 처리하던 진수혁의 모습을 본 것 같았다.유태오는 마음속에 존경과 희망이 솟아올랐다.“네! 알겠습니다!”유태오는 힘껏 고개를 끄덕이고 시동을 걸고 진한 그룹 쪽으로 질주했다.가는 길에 차 안의 분위기는 매우 무거웠고 곧 그들은 진한 그룹의 건물에 도착했다.강시연은 차 문을 열고 먼저 내려갔다. 그녀는 눈앞의 고층 건물을 올려다보며 심호흡을 하고 큰 걸음으로 안으로 들어갔다.회사 로비.진수혁과 강시연이 나란히 서 있자 주변 직원들은 이를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고 얼굴에는 감격스러움이 벅차올랐다.“대표님! 오셨어요?”“정말 대표님이 돌아왔어!”누군가 소리를 지르자 이 소식은 날개 돋친 듯 순식간에 회사 안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그때 강시연과 진수혁은 이미 회의실 입구에 도착했고 안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어쨌든 장 선생님도 진씨 가문의 혈맥이고 다년간의 관리 경험이 있어요. 외부에서 제 경영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으니 저는 대리 이사장 직위를 장 선생님께 양도해 회사를 어려움에서 벗어나도록 이끌 것을 제안합니다.”신임 이사장의 목소리가 나오자 회의실 안은 순식간에 발칵 뒤집혔다.“말도 안 됩니다. 저분은 아직 진한 그룹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업무를 잘 모릅니다.”“저는 오히려 가능하다고 보는데요? 장 선생님은 수중에 큰 회사를 장악하고 있으니 업무에 적응하는 건 쉬울 겁니다.”“저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저분도 진씨 가문 핏줄 아닙니까? 그러니 저희가 큰 어르신의 뜻을 거스르는 것도 아니죠.”...주주들은 저마다 찬성과 반대의 소리를 내며 시끌벅적하게 떠들어댔다.회의실 안이 아수라장이 되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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