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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돌이킬 수 없는: Chapter 291 - Chapter 300

514 Chapters

제291화

회의실 안의 공기는 마치 굳어버린 듯 모든 사람의 시선이 진수혁과 강시연에게 집중되어 있었다.장문호의 얼굴에는 여전히 온화한 미소가 떠 있었지만 눈 속에는 미묘한 차가운 기운이 스쳤다.“시연 씨. 여기서 뵐 줄은 몰랐습니다.”장문호가 천천히 일어서며 말투에는 은근한 의미심장함이 섞여 있었다.강시연은 정신을 가다듬고 최대한 침착하게 자신을 다잡았고 장문호를 똑바로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저도 장문호 씨가 이러한 모습으로 여기 나타날 줄은 몰랐어요.”기억 속의 장문호는 언제나 온화하고 점잖으며 친근했는데 지금 눈앞의 모습은 완전히 달랐고 이게 그의 진짜 얼굴일지도 몰랐다.장문호는 가볍게 웃으며 시선을 진수혁에게 돌리며 말투에는 도발적인 기운이 섞여 있었다.“진 대표님. 이미 직위에서 물러나셨는데 왜 다시 돌아오셨죠?”진수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몇몇 기억은 잃었지만 본능적으로 눈앞의 사람이 자신과 강시연에게 적대적임을 느꼈다.“제 일은 신경 쓰지 마세요. 오히려 당신 같은 외부인이 무슨 권리로 진한 그룹 일에 끼어드나요?”진수혁이 한 걸음 앞으로 나와 강시연 앞을 막으며 차갑게 말했다.장문호의 미소가 잠시 굳었지만 곧 다시 돌아왔고 손을 펼치며 가볍게 말하였다.“외부인? 그렇다면 진 대표님이 우선 나를 형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거 아닌가요?”순식간에 회의실의 분위기는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강시연은 가볍게 기침하며 침묵을 깼다.“이건 나중에 이야기합시다. 태오 씨. 자료 가져와요.”말이 끝나자마자 유태오는 한 뭉치의 자료를 꺼내어 탁자 위에 쿵 하고 내려놓았다.다른 주주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치를 보았지만 강시연은 이미 자료를 나누어 주며 한 사람씩 갖도록 했다.자료를 들여다보니 현 임원 이사장의 범죄 행위가 적혀 있었다.뒷거래 수수부터 공적 업무를 사적으로 이용한 정황, 인사이동의 혼란을 초래한 정황, 심지어 회사 재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기록도 있었다.회의실은 순식간에 술렁였고 사람들은 새로운 이사장을 바라보며 눈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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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화

“좋아요. 내가 물러나는 건 문제없어요. 그런데 대신할 사람은 있나요?”하동우가 차갑게 진수혁을 바라보며 입가에 비웃음을 띠면서 말했다.“지금 모두가 약점 잡으려고 노리고 있는데 설마 진 대표님이 맡으실 건 아니시죠?”바로 그때, 갑자기 누군가 목소리를 냈다.“제가 할게요. 제가 할 수 있어요.”진준우가 흥분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얼굴에 화사한 미소를 띠었다.그토록 기다렸던 순간, 드디어 자신의 차례가 온 것이라고 여겼다.순식간에 시끄럽던 분위기가 잠시 멈췄다가 곧 다시 논의가 이어졌다.“진준우 씨. 쓸데없는 참견 하지 말고 앉으세요.”“진수혁 대표가 최적이긴 하지만 얼마 전에 물러났다가 갑자기 돌아오면 너무 가볍게 보이지 않을까요?”“난 장문호 씨도 괜찮다고 봐요. 하동우 씨에게 문제가 있더라도 장문호와는 상관없잖아요.”사람들은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진준우는 무시당한 채 어색하게 그 자리에 서서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여기서 모두가 의견 충돌로 난처해하는 순간 강시연의 눈빛이 반짝였다.“이렇게 합시다. 실력으로 결정합시다. 일주일 후 주주총회에서 바로 투표를 진행해서 표가 가장 많은 사람이 차기 이사장이 되는 거예요.”말이 떨어지자마자 많은 사람이 찬성했다.물론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반대할 만한 핑계도 없었기에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불쾌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누구시죠? 우리가 왜 자네 말을 들어야 하지?”강시연이 입을 열기 전 낮고 단호한 목소리가 들렸다.“시연의 말이 내 뜻이에요. 문제 있나요?”진수혁이 진지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주저 없이 그녀를 지켰다.진수혁의 온몸에서 날카로운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오자 몇몇 주주들은 말문이 막혀 대답하지 못했다.“문제없습니다.”상황이 잘 마무리되고 있는 것을 확인한 강시연은 진수혁의 소매를 살짝 잡고 빨리 자리를 떠야 했다. 지금의 진수혁 상태로는 오래 있으면 실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특히 장문호에게 들키면 매우 불리하다.진수혁은 강시연의 불안을 감지하고 그녀의 손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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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3화

강시연은 고개를 저으며 낮고 진지하게 말했다.“전쟁은 이제 막 시작됐어요. 너무 방심하면 안 돼요.”유태오는 즉시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거두고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손에 남은 일을 떠올리며 유태오는 두 사람에게 보고했다.“진 대표님, 시연 씨, 저는 먼저 볼일이 있어 나가겠습니다.”강시연은 낮게 대답했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사무실 문이 세게 닫히자 진수혁이 다가왔다. 진수혁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뀌었다.“여보. 방금 내 모습 어땠어?”낮고 듣기 좋은 목소리가 강시연의 귀에 스며들었고 강시연이 고개를 들어보니 눈앞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은은한 남자의 향기가 사방을 감쌌다.진수혁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머리를 목덜미에 묻은 채 살짝 비비며 스쳤다.지금 그는 마치 칭찬을 바라는 순종적인 야생 늑대 같았다.강시연의 눈빛은 부드러워졌고 손을 들어 진수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잘했어요.”방금 일어난 일로 진수혁의 상태가 정확히 어떻든 간에 하동우 일당은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장문호를 생각하자 강시연의 눈꺼풀이 깜빡이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장문호가 이번 사건에서 어떤 역할을 한 건지, 예전의 강성 그룹이 함정에 빠졌을 때도 연루되어 있었던 건지 의심스러웠다.강시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점점 더 두려워졌고 감옥에 있을 때 아버지가 끝없이 주의를 준 이유가 이해됐다.그녀가 고민에 빠져 있을 때 낮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여보. 표정 풀어.”진수혁은 고개를 숙인 채 그녀의 찌푸린 미간을 손으로 부드럽게 펴며 말했다.“무슨 일이든 나한테 말해. 내가 있잖아.”강시연의 심장이 갑자기 뛰기 시작했고 진수혁과 눈을 마주치자 심장이 멎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조금 흔들리는 듯싶었다.만약 진수혁의 기억이 돌아온 후에도 지금과 같은 상태라면 과거의 인연을 다시 이어가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닐지도 몰랐다.하지만 곧 강시연은 고개를 저으며 머릿속의 잡다한 생각들을 떨쳐냈다.지금은 당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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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상황은 이러합니다. 진수혁 씨가 한동안 회사를 떠나 있어서 회사의 몇몇 업무에는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삼촌께 조금 도움을 청하고 싶어요.”이 말이 떨어지자 원래 불만 가득했던 진준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변했다.그의 눈에 놀라움이 스쳐 지나가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자신을 가리켰다.“수혁이가 나한테 회사 업무에 도움을 받고 싶다고요?”진준우는 말이 길어질수록 목소리를 자연스럽게 높이며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강시연은 입술을 살짝 올리며 미소 지었다. 역시 자신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우수한 심리 최면술사인 자신에게는 원하기만 하면 어떤 대상도 다룰 수 있었다.“어려울까요?”강시연은 잠시 말을 멈추고 갑자기 진수혁의 손을 잡으며 돌아서 나가려 했다.“원하지 않으면 괜찮아요. 다른 사람을 찾아보죠.”그녀의 이러한 밀당에 진준우는 결국 참지 못하고 말했다.“좋아요. 물론이죠.”그가 말한 대상은 진수혁이었다. 진씨 가문 역사상 가장 뛰어난 후계자였고 어릴 적부터 진준우는 진수혁의 웃어른이었음에도 늘 비교 대상이 되곤 했다.그래서 진준우가 진수혁에게 품었던 적대감은 매우 컸다.하지만 그동안의 권력 싸움에 지금 그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이미 하동우로 바뀌었고 장문호도 은근히 원한을 갖게 되었다.“수혁아. 삼촌이 예전엔 가르칠 기회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가르쳐줄게.”진준우는 입가에 반짝이는 미소를 띠며 참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진수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못마땅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그의 손은 강시연에게 단단히 잡혀 있었다.강시연의 손끝이 마치 새끼 고양이 발톱처럼 진수혁의 손바닥 위를 살짝 스쳤다.진수혁은 깊게 찌푸렸던 눈썹을 펴고 강시연을 바라보며 무심한 듯하지만 애정 어린 눈빛을 보냈다.결국 그는 반박하지 않고 진준우와 함께 회사를 나와 진씨 가문 본가로 향했다.강시연이 차에서 내리자 눈앞에 익숙한 건물이 보였고 그녀의 마음속에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올랐다.하지만 아직 수행해야 할 일이 있다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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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5화

분위기는 갑자기 조용해졌다.허자옥의 얼굴은 점점 굳어졌고 진명진을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내 며느리예요. 계속 막말을 한다면 날 깔보는 거나 다름없잖아요?”진명진은 멍해졌다.분명 예전에는 허자옥이 항상 자신과 함께 강시연을 저격했고 공개적으로도 그녀를 곤란하게 만들었는데 지금은 왜 갑자기 달라진 건진 몰랐다.그 후, 허자옥의 차갑고 단호한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사과해요”“뭐라고요?”진명진의 눈빛에는 놀라움과 억울함이 섞였고 곧 반박하려고 했지만 허자옥이 차갑게 말을 잘랐다.“형수님. 저...”“내가 말했죠. 시연에게 사과하라고요.”거실은 숨소리조차 들릴 만큼 조용했다.진명진의 얼굴은 생기를 잃어갔고 강시연을 한 번 노려본 후 황급히 거실을 빠져나갔다.그 뒷모습은 매우 초라했다.다른 진씨 가문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진명진의 전례를 보고 감히 말도 못 했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지만 강시연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경외와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허자옥은 결국 진씨 가문의 안주인으로서 그녀의 태도는 여전히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강시연은 잠시 놀랐다. 이번이 진씨 가문에 처음 오는 날인데 이전처럼 조롱이나 차가운 시선을 받지 않았다.하지만 곧 그녀의 시선은 진준우에게로 향했고 웃으며 말했다.“시삼촌, 우리 서재로 가서 얘기하죠.”진준우은 평소 집안의 권력 다툼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성큼성큼 위층으로 걸어갔고 강시연과 진수혁이 그의 뒤를 바짝 따랐다.밤은 점점 깊어졌다.그들이 서재에서 나오자 아래층에는 이미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진준우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채 두 손을 등 뒤로 감추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진수혁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수혁아. 아직 많이 배워야 해. 앞으로 내가 천천히 가르쳐 줄게.”진수혁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시연이 옆에서 분위기를 조절해 주지 않았다면 상황은 지금처럼 원만하지 않았을 것이다.강시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시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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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6화

“아...알겠어.”허자옥이 입을 살짝 열었지만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멈춰 섰다. 두 사람의 뒷모습이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며 마음속엔 후회가 가득 차올랐다.만약 그때 강시연에게 조금이라도 잘해 줬더라면 지금 상황이 달라졌을까 하는 후회와 함께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치며 몸을 스쳤다.강시연은 콧잔등을 살짝 훌쩍이며 본능적으로 얇은 옷자락을 여며 몸을 감쌌다.그때, 옆에 있던 진수혁이 그녀의 작은 동작을 눈치챘다.그는 눈썹을 살짝 찌푸렸지만 아무 말 없이 자기 외투를 벗어 강시연의 어깨에 걸쳐주었다.순간, 깨끗하면서도 청량한 남자의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고마워요.”강시연은 고개를 들어 진수혁을 바라보았고 차분한 눈동자 속에 미묘한 파문이 일렁였다.이 시간을 함께하며 강시연의 마음속 깊은 곳엔 알 수 없는 감정이 서서히 싹트고 있었다.두 사람은 나란히 집을 향해 걸었고 집 앞에 다다랐을 때 익숙한 한 사람이 그들의 앞에 서 있었다.“수혁아...”심하은의 목소리는 살짝 떨렸고 고요한 밤 속에서 더욱 또렷하게 들렸다.진수혁을 보고 흥분했는지 아니면 마음속 두려움 때문인지 심하은의 두 손은 불안하게 옷자락을 움켜쥐었다.“수혁아.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심하은은 웬만하면 이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지만 이지성에게 협박당했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나온 것이다.그러나 진수혁은 눈썹을 찌푸리며 두 걸음 물러나 그녀와 거리를 두었고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만난 적이 있던가요?”심하은의 얼굴에 미소가 순간 굳어졌지만 곧 깨달았다.이지성이 말한 게 맞는 듯 진수혁은 그날 있었던 일을 잊어버렸고 그녀의 배신도 잊은 것이다.심하은은 안심했고 눈동자를 굴리며 자신에게도 기회가 다시 생길 수 있다는 기대로 가득 찼다.어쨌든 진수혁이 예전에 자신에게 마음이 있었던 적도 있으니 옛 감정을 되살릴 수도 있지 않을지 싶어서였다.그 생각이 들자 심하은은 결심한 듯 빠르게 가방에서 눈부신 붉은 루비 목걸이를 꺼냈다.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억울한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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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7화

한편, 방 안에서 진수혁은 너무 초조한 나머지 불쑥 강시연의 손을 잡았다. 손끝에 너무 힘이 들어가 강시연의 손은 하얗게 변할 정도였다.그의 눈빛은 초조함으로 가득했고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여보. 정말 모르는 여자야. 믿어줘. 그 목걸이는 전혀 기억나지 않아. 분명 지어낸 말이 틀림없어.”진수혁의 목소리는 약간 떨렸고 이마에는 진땀이 맺혔다. 눈앞의 사람이 자신을 믿지 않을지 두려웠던 것이다.하지만 강시연은 매우 차분했다.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고 목소리 또한 담담했다.“알아요.”강시연은 차가운 얼굴로 평온해 보였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이미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있었다. 그동안 함께한 시간으로 살짝 흔들렸던 마음은 심하은이 목걸이를 꺼내는 순간 순간적으로 다시 얼어붙었다.과거에 진씨 가문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진수혁에게 오해받았던 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괜찮아요. 저한테 설명할 필요 없어요.”강시연의 말투는 담담했고 진수혁은 그녀의 이 냉담한 태도에 깜짝 놀랐다.그는 어쩔 줄 몰라 제자리에 서서 손을 무심코 꼭 쥐었다 풀었다 반복하며 깊은 눈동자 속에 혼란과 당혹감을 드러냈다.잠시 후, 진수혁은 이 숨 막히는 분위기를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왜 조금도 질투하지 않는 거야?”진수혁의 말투에는 약간의 섭섭함과 분노가 섞여 있었다.강시연은 잠시 멈칫하며 입가에 비꼬는 듯한 미소를 띠었다.그녀는 입을 열었지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이런 상황에 자주 처해서 익숙해졌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강시연은 눈을 내리깔았다. 길게 휘어진 속눈썹이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 안은 순간 침묵에 잠겼고 숨조차 쉬기 힘들 정도로 답답했다.진수혁은 강시연이 자신과 거리를 두고 있는 모습을 보고 마음은 급하고 불안해졌다.마치 다음 순간 그녀가 자신의 곁에서 사라질 것만 같았다.진수혁은 더 이상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고 갑자기 팔을 뻗어 강시연을 껴안았다.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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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8화

“미안해. 내 잘못이야. 내가 몰아붙이지 말아야 했는데 너무 충동적이었어.”진수혁은 강시연의 얼굴을 살며시 감싸며 엄지로 얼굴에 흐른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주었고 눈빛에는 온통 자책과 안타까움이 묻어 있었다.“울지 마. 전부 내 탓이야. 앞으로 절대 이런 일 없을 거야.”강시연은 진수혁의 당황하고 후회 섞인 모습을 보며 마음속의 억울함과 분노가 서서히 사그라드는 것을 느꼈다. 한숨을 내쉬고는 옷을 정리한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자요.”“좋아. 우리 자자.”진수혁의 목소리는 낮아졌고 잘못한 아이처럼 죄책감 어린 눈빛으로 강시연을 꼭 안았다.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은 채 깊이 잠들었다.다음 날 아침, 햇살이 커튼 틈을 뚫고 방 안으로 스며들었고 강시연과 진수혁은 거의 동시에 잠에서 깨어 간단히 세수하고 함께 회사로 향했다. 다른 주주들을 설득하는 일도 계속 이어졌다.진준우의 지원까지 확보했으니 큰 변수가 없다면 다음 주 주주총회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을 터였다.날이 차츰 지나 어느새 주주총회 당일이 되었다.강시연은 조금 긴장하며 깊게 숨을 들이마셨고 양손은 본능적으로 주먹을 쥐었다.“괜찮아. 내가 옆에 있을거야.”그때, 귀에 낮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울렸다.강시연이 진수혁을 바라보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고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그와 함께 회의실로 들어섰다.긴 테이블 양쪽에는 이미 사람들이 가득 앉아 있었고 긴장된 공기가 감돌았다.장문호는 이미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강시연과 진수혁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자신감 있는 미소를 지었다. 표정에는 승리를 확신한 듯한 여유가 묻어 있었다.“두 분 준비는 잘 되었나요?”강시연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리며 마음속에 좋지 않은 예감이 스쳤다. 어떠한 변수가 생긴 지 두려웠다. 이어 강시연은 진준우가 앉아야 할 자리를 바라보았고 여전히 비어 있었다. 아무도 오지 않았고 불안한 마음이 점점 커졌다.그때 진수혁이 살며시 그녀의 손을 잡았다. 따뜻한 손바닥이 그녀의 작은 손을 감싸며 낮고 단호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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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9화

주주총회는 계속되었다.세 번째 투표가 시작되려는 순간 장문호는 승리를 확신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강시연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살짝 눈짓으로 유태오에게 신호를 보냈고 즉시 상황을 이해한 유태오는 몰래 회의실을 빠져나갔다.그때 사회자가 득표수를 발표하기 시작했고 장문호가 확실히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그는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진수혁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숨길 수 없는 자만심이 가득했다.“앞으로 진한 그룹은 나한테 맡겨요.”진수혁은 표정변화도 없이 장문호의 도발 섞인 말투를 듣지 않은 듯 담담했다.시간이 흐를수록 장문호의 표정은 점점 더 밝아졌고 거의 승리를 확정한 듯 마지막 결과만 기다리고 있었다.곧 사회자의 목소리가 천천히 울려 퍼졌다.“지금 진한 그룹의 차기 이사장을 발표하겠습니다.”“잠깐만요.”강시연이 갑자기 말을 끊었다.장문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얼굴의 미소가 순간 굳었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시연 씨. 결과는 이미 바꿀 수 없습니다. 현실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세요.”장문호는 수년간 이 순간을 계획해 왔고 오늘만 기다렸다.하지만 강시연은 차가운 얼굴로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한마디씩 또박또박 말했다.“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은 당신이에요.”말이 끝나자마자 회의실 문이 열렸다.유태오가 땀에 흠뻑 젖은 채 뛰어 들어왔고 손에는 한 뭉치의 서류 자료를 들고 있었다.“진 대표님, 시연 씨, 가져 왔어요.”“수고했어요.”강시연은 재빨리 걸어가 그의 손에서 자료를 받아 긴 테이블 양쪽에 앉은 주주들에게 나눠주며 천천히 말했다.“여러분. 먼저 장문호의 진짜 모습을 확인하고 투표 여부를 결정하세요.”장문호가 진씨 가문의 사생아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강시연은 의심을 품었다.그녀는 유태오를 보내 조사하게 했고 조사 결과 여러 비밀이 드러났다.순식간에 회의실 주변의 공기는 마치 얼어붙은 듯했고 장문호의 눈꺼풀이 튀어 오르며 시선이 그 자료들에 고정됐다. 마음속에 강렬하고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다음 순간,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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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화

이 순간 장문호는 더 이상 가식적인 위선자를 연기하지 않았고 그의 얼굴에는 잔혹함과 날카로운 포악함이 숨김없이 드러났다.“시연 씨. 나 신고해서 잡으려는 거예요?”강시연은 차가운 표정과 혐오와 단호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그렇다 해도 그건 응당 받아야 할 대가죠.”주변의 공기는 칼날처럼 날카롭게 긴장되었고 장문호의 눈동자에 살기가 번쩍 스쳤다.그는 악랄하게 협박했다.“잘 생각해요.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겠어요?”그때, 진수혁이 갑자기 앞으로 나아가 장문호와 강시연의 사이를 재빨리 막았다.“장문호 씨. 무슨 원한이 있으면 나한테 직접 덤벼요.”“좋아요. 참 부부애가 깊네요.”장문호는 얼굴이 새파래지고 이마의 핏줄이 튀어나왔다.화를 참지 못하고 강시연에게 후회할 거라는 말만 던진 뒤 머리도 돌리지 않고 걸어 나갔다.장문호가 떠나고 주변의 긴장은 금세 풀렸다.회의실 안에는 기뻐하는 사람도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주주들은 일제히 진수혁을 바라보며 호감을 담은 미소를 지었다.“진 대표님. 돌아오신 걸 환영합니다.”“진 대표님. 진한 그룹은 오직 대표님만이 이끌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우리를 번영으로 이끌어 주세요.”주변에서 아첨 섞인 목소리가 이어졌다.반대로 진수혁을 배신했던 주주들은 속으로 후회가 치밀어 고개를 숙이고 숨고 싶어 했다.진수혁은 그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손을 살짝 흔들며 냉정하게 말했다.“좋아요. 해산합시다.”진수혁이 더 이상 보복할 생각이 없다는 걸 확인한 사람들은 마음을 놓고 감사의 시선을 보내기 시작했다.시간이 어느덧 흘러 밤이 찾아오고 차가운 달빛이 하늘에 걸렸다.진수혁과 강시연은 이미 집으로 돌아왔지만 집 안은 유난히 조용했다.“무슨 일 있어?”진수혁은 옆에서 말없이 앉아 있는 강시연을 바라보며 걱정스레 물었다.강시연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장문호가 떠날 때의 그 음흉한 모습과 남긴 협박 섞인 말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불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머리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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