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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돌이킬 수 없는: Chapter 301 - Chapter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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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1화

순간, 공기는 마치 굳어버린 듯했다.진수혁의 얼굴은 창백해지고 전화를 쥔 손은 통제할 수 없이 떨렸다.가슴 속에서는 전에 느껴보지 못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도현이가 어떻게...”강시연도 방금 그 전화를 들었고 얼굴은 순식간에 핏기가 사라졌고 충격에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였다.그녀는 가까운 책상을 겨우 붙잡고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 서 있었다.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곧바로 기사님에게 전화를 걸었다.“아저씨. 지금 어디예요? 도현이 만나셨어요?”전화 너머로 기사님의 초조고 죄책감이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모님. 죄송합니다. 가는 길에 사고가 나서 방금 해결했어요. 지금 바로 별장으로 가고 있습니다.”강시연의 마음은 한층 더 무겁게 내려앉았다.운전기사는 아직 도착도 못 했고 방금 통화를 고려하면 진도현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 거의 확실했다.아직 어린아이인데 혹시나 무슨 일이 생겼을지 생각만으로 강시연의 눈가가 순식간에 붉게 물들고 눈물이 통제할 수 없이 흘러내렸다.그녀는 속삭였다.“도현아. 도현아...”그 순간, 그녀는 머리를 번쩍 들었다.어제 장문호가 떠날 때의 음흉한 눈빛과 잔혹한 말들이 스쳤고 큰 소리로 외쳤다.“장문호예요. 장문호가 도현이를 납치했어요.”진수혁은 얼굴을 찌푸리며 곧바로 의심의 화살은 장문호에게로 향했고 망설임 없이 전화를 걸었다.곧 전화가 연결되었다.전화 속 장문박의 목소리는 약간의 비아냥과 우쭐거림이 섞여 있었다.“좋네요. 이렇게 빨리 알아채다니요.”“원하는 게 뭐죠?”진수혁의 눈빛은 먹구름처럼 어두웠고 두 손은 무의식적으로 꽉 쥐어졌다.이를 악물고 치아 사이로 간신히 몇 마디를 뱉었다.“아들 구하고 싶어요?”장문호는 비웃듯 일부러 말투를 길게 늘리며 말했다.“강시연 씨와 함께 연안 부두로 와요. 기억해요. 둘만 와야 해요. 경찰에 신고하면 이 꼬마는 무사하지 못할 거예요.”사무실 안은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였고 유태오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초조함과 걱정으로 가득 찬 얼굴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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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도현아.”강시연의 동공 순간 흔들렸다.심장이 칼로 찢기는 듯한 고통이 몰려왔고 무작정 요트를 향해 달려 나갔다.하지만, 그녀가 요트에 다가선 순간 누군가가 튀어나왔고 장문호였다.“시연 씨. 뭘 그렇게 급하게 달려가요?”장문호의 얼굴에는 악랄한 미소가 번졌고 재빠르게 다가와 강시연의 손목을 한 손으로 붙잡더니 뒤로 끌어당기고 비아냥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천천히 얘기해요.”강시연은 얼굴이 창백해지고 눈빛에는 분노와 공포가 가득했다.온 힘을 다해 팔을 뿌리치려 했지만 결국 남자의 힘을 당해낼 수 없었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한 마디씩 뱉었다.“정말 이런 짐승일 줄은 몰랐어요.”말이 끝나자 장문호는 그녀의 귀에 다가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시연 씨가 모르는 일도 훨씬 많아요.”순식간에 현장의 공기는 숨 막히게 긴장감으로 뒤덮였다.장문호는 요트 위에 높은 위치 멈춰 서서 맞은편 진수혁을 내려다보며 콧방귀를 뀌었다.“아내와 아이는 지금 내 손안에 있어요. 기회를 줄게요.”“도대체 어쩌려는 건가요?”진수혁의 얼굴은 어둡게 변했고 눈빛에서는 스산한 음침함이 드리웠다.“게임 하나 할래요?”장문호는 손가락을 튕기며 장난기 섞인 웃음을 지었다.“아내와 아이 중 한 명만 구하고 남은 한 명은 바다에 던져요.”진도현과 강시연은 둘 다 수영을 할 줄 몰랐고 바다에 던지면 곧 죽음과 다름없다.진수혁의 눈빛은 칠흑처럼 어두웠고 온몸에서 등골이 오싹해지는 살기가 흘러나왔다.주먹은 단단히 쥐어진 채 이를 악물며 한 마디씩 겨우 뱉었다.“감히 한 올이라도 건드리면 절대 용서하지 안 해요.”장문호는 그 말을 듣고 웃음이 터진 듯 머리를 뒤로 젖히며 깔깔 웃었다.그가 수년간 공들인 것을 어제 주주총회에서 단 두 사람 때문에 망쳐버렸기 때문이다.게다가 증거들이 경찰에 넘어가면 자신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것이 분명했기에 그렇다면 차라리 둘 다 끌어들여 같이 위험에 빠뜨리겠다는 심산이었다.장문호의 눈에는 광기가 번뜩였고 얼굴에는 아랑곳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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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아내와 아들을 놓아주기를 원한다고요?”장문호의 얼굴에는 광기가 서려 있었고 표정은 뒤틀리고 사납게 일그러졌다.갑자기 차가운 비웃음을 터뜨리며 외쳤다.“꿈도 꾸지 마요.”순간, 현장은 극도의 긴장감으로 뒤덮였고 공기 속에는 숨이 막힐 듯한 살기가 감돌았다.장문호의 눈빛은 싸늘했고 손에 든 단검은 서늘하게 번뜩이며 강시연의 목에 겨누어졌다.그는 목소리를 낮추고 한 음절씩 천천히 말했다.“난 일부러 진 대표님 아내와 아들을 진 대표님 눈앞에서 비참하게 죽게 할 거예요. 견디지 못할 고통을 느끼게 하고 내가 수년간 겪은 괴로움을 똑같이 돌려줄 거라고요.”말하는 도중 감정이 격해진 장문호는 팔을 홱 떨었고 날카로운 단검이 강시연의 목에 스치며 붉은 상처가 생겼다.“으.”강시연은 숨을 들이마시며 고통을 참았다.하얀 목 위로 선명한 피가 천천히 흘러나오고 한 방울씩 떨어졌다.그 광경은 보는 사람까지 숨 막히게 했다.진수혁의 순간 동공이 흔들렸고 몸이 굳어 발걸음을 멈췄다.“왜... 우리 사이에 원한이 있던 것도 아니잖아요. 돈이나, 혹은 진한 그룹 지분을 원한다면 천천히 이야기할 수도 있었는데...”“늦었어요.”진수혁의 말은 성난 포효로 잘려 나갔다.장문호의 얼굴은 어둡게 굳어지고 목청 터지게 소리쳤다.“진 대표님이 뭘 알아요. 태어나면서부터 진씨 가문에서 호화롭게 자라며 사랑받고 원하는 건 뭐든 얻었겠죠. 하지만 나는 버림받은 자식으로 밑바닥에서부터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어요.”강시연은 목에 느껴지는 극심한 통증을 애써 참았고 눈물이 글썽이면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진수혁 씨가 가진 화려함만 보고 그가 진씨 가문 뒤에서 견뎌낸 압박과 위험을 모르는 거예요.진수혁 씨가 이끌어온 모든 영광은 무수한 위험과 고난 속에서 피와 땀으로 얻어낸 거라고요.”“닥쳐요.”장문호는 듣지 않았다.이미 자신의 세계에 완전히 빠져 눈빛에는 집착과 광기가 번뜩였다.“난 피땀 흘려 신흥 제약을 일구었고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건데 당신들이 전부 망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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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긴박한 순간이었다.“잠깐만요.”진수혁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찡그린 눈썹 팽팽하게 튀어나온 핏줄 이를 악물고 마치 큰 결심을 한 듯 단호한 표정이었다.두 다리는 약간 굽혀져 있었고 언제든지 준비가 된 자세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무릎 꿇고 절을 한다면 그럼 아내랑 아들을 놓아줄 거죠?”진수혁이 한 걸음씩 다가오는 것을 보며 강시연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눈물은 멈추지 않고 흘러내리며 강시연은 작게 중얼거렸다.“안 돼요. 진수혁 씨. 하지 마요...”강시연은 장문호가 단지 자신들을 가지고 놀기 위해 이런 상황을 만든 것뿐이라는 것과 지금 진수혁이 그가 원하는 대로 한다 해도 절대 놓아줄 리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한편, 진수혁은 강시연을 똑바로 바라보며 자신이 예전에 그녀를 얼마나 무심하게 대했는지 떠올렸다.강시연의 진심을 짓밟고 제대로 소중히 여기지 않았던 기억이 머릿속을 스치면서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과 깊은 죄책감이 섞여 있었다.“시연아. 미안해.”진수혁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거친 목소리에는 후회와 깊은 애정이 담겨 있었고 강시연은 잠시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가 죄책감과 단호함이 뒤섞인 진수혁의 눈빛을 마주하며 혼란스러워졌다.왜 갑자기 사과를 하는 건지 몰랐다.자신을 시연이라고 부르는 진수혁을 마주한 순간 설마 진수혁이 기억이 돌아온 건지 헷갈렸다.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고민할 때가 아니었다.장문호는 흥미롭다는 듯 이 모든 광경을 지켜봤고 점점 짜증스러운 표정이 역력해지며 입술을 비틀었다.“서둘러요. 난 연극 따위 볼 시간이 없어요.”무의식적으로 진수혁은 이미 강시연 앞까지 걸어와 있었다.그의 얼굴은 살짝 어두워졌고 발로 해변 위로 파도에 떠밀린 돌을 정확히 차올려 장문호의 손에 든 단검을 떨어뜨렸다.그 순간, 진수혁은 기회를 노리며 온몸의 힘을 다해 강시연을 밀어냈다.“얼른 도현이한테 가 봐.”장문호도 반응했다.단검을 주워 들고 사납게 강시연을 향해 달려들었다.그러나 그 앞에는 거대한 그림자가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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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진도현의 입에 있던 헝겊이 제거되고 묶여 있던 밧줄도 풀리자 그는 바로 강시연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엉엉 울기 시작한 모습만 봐도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 여실히 드러났다.강시연은 몸을 떨며 작은 몸을 꼭 안아주면서 마음속이 착잡했다.두 사람은 서로를 안고 한참 울다가 서서히 마음을 가라앉혔다.멀지 않은 곳에서 싸움은 아직 계속되고 있었다.강시연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장문호의 단검이 몇 차례나 진수혁의 가슴을 향해 날아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답답한 마음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아빠가 위험하지 않을까요?”진도현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강시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손바닥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었고 손톱이 깊게 박혀 있어도 전혀 아픔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그때, 한 줄기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강시연의 시선에서 멀리서부터 경찰차가 하나둘 보였고 눈에는 놀람과 기쁨이 가득했고 마음속의 긴장도 천천히 풀리기 시작했다.살았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그러나 그들은 예상치 못했다.장문호가 사이렌 소리를 듣고 얼굴이 일그러지며 완전히 광기에 사로잡혔다.“내가 살 수 없다면 누구도 편히 살지 못할 거예요.”장문호는 단검을 들고 진수혁을 요트 쪽으로 밀어붙였다.아래는 거센 파도가 이는 바다, 한번 떨어지면 이 험난한 바다에서 살아남을 희망은 극히 희박했다.진수혁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혔고 입술은 단단히 다물렸으며 눈빛은 긴장과 경계로 가득 차 있었다.그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기회를 포착해 온몸의 힘을 다해 장문호가 들고 있는 단검을 강하게 빼앗았다. 그리고 곧바로 어깨를 향해 찔렀다.하지만 장문호는 피하지 않았고 충혈된 눈에는 광기와 결의가 가득했다. 진수혁이 반응하기도 전에 그를 끌어안고 함께 바다로 뛰어들었다.둔탁한 소리가 앞뒤로 이어졌다. 강시연은 눈앞에서 벌어진 광경을 보고 얼굴이 창백해졌다.망설임 없이 바다 쪽으로 달려가며 울음 섞인 목소리가 담겼다.“진수혁 씨. 어디 있어요?”강시연이 아래를 바라보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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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말하는 사람은 진수혁의 고모 진혜연이었다.진수혁이 진한 그룹을 맡기 전 바로 그녀가 회사를 관리하고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대기업 진한 그룹을 계속 이끌어 가지는 못했다.진혜연은 진수혁에게 특별한 존재였다. 스승이자 친구와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최근 진한 그룹의 소식을 듣고 일부러 해외에서 돌아온 것이다.강시연은 곧장 다가가 얼굴에 다소 긴장함과 경건한 기색을 띠며 천천히 말했다.“아직 응급치료 중이에요. 의사 선생님이 나오지 않으셨어요.”진혜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참지 못하고 질책했다.“시연 씨가 수혁의 아내 아니었나요? 남편과 아이조차 제대로 돌보지 못해 이런 사단을 만들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저는...”강시연이 입을 열었지만 말을 채 하기도 전에 또 다른 부드러운 여성의 목소리가 끊었다.“혜연 고모, 시연 씨를 너무 탓하지 마세요.”심하은도 함께 왔었다. 그녀는 진혜연 옆에 서 있었고 두 사람은 꽤 친근해 보였다.“하지만 수혁이 최근 상황이 정말 안 좋았어요. 내일 제가 청원사에 가서 평안 부적을 좀 받아올게요.”“청원사는 규칙이 많아서 평안 부적을 받는 것도 쉽지 않아. 마음만 있어도 충분해.”진혜연은 그녀의 손등을 톡톡 두드렸다. 강시연을 바라보는 눈빛은 점점 더 불만스러워졌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리고 간다면 당연히 시연 씨가 가야죠.”진명진은 줄 서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예전에 강시연 때문에 몇 번 곤란을 겪은 탓에 강시연에게 좋은 감정이 없었고 한마디 덧붙였다.“제가 보기엔 시연 씨는 문제를 만드는 사람이에요. 수혁이가 시연 씨와 결혼한 이후로 골칫거리가 특히 많아졌잖아요. 이번 일도 그렇고 목숨까지 위태로워질 뻔하다니 말도 안돼요.”진명진의 목소리는 날카롭고 귀를 찌르는 듯했으며 표정도 과장되어 복도에 있는 모든 사람이 들을 정도였다.순식간에 분위기가 긴장감으로 팽팽해졌고 진혜연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녀는 본래 불교 신자라 이런 일을 매우 꺼렸다.응급실에서 생사불명으로 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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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순간, 복도는 살벌한 긴장감으로 가득했다.진혜연의 얼굴빛이 조금 굳어지더니 입꼬리를 억지로 당기며 말했다.“형수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제가 더 반대할 이유는 없네요.”허자옥은 원래 강시연을 가장 싫어했던 사람이고 명문가 집안의 자식이 아니라며 늘 못마땅해했었는데 지금 태도를 바꾸니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진혜연의 눈빛에 잠시 의문이 스쳤고 곧 냉소를 흘리며 돌아서려 했다.“하은아. 가자.”어차피 지금 진씨 가문은 불안정하기에 언젠가는 자신의 도움이 필요해질 터였다.“네. 혜연 고모.”심하은이 재빨리 뒤따르며 미소를 거두었다.떠나기 전 강시연을 향해 날카로운 시선을 던지는 것도 잊지 않았다.남은 진씨 가문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그녀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지만 허자옥이 옆에 있어 감히 더 말은 못 했다.“어때? 다친 데는 없어?”허자옥이 다가와 강시연을 위아래로 살펴보며 걱정스럽게 물었고 강시연은 고개를 저었다.“저는 괜찮아요. 다만 진수혁 씨가...”말끝이 떨어지자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고 허자옥의 눈빛이 흔들리며 손끝이 꽉 쥐어졌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너무 자책하지 말아. 수혁이는 괜찮을 거야. 전부 다 그 악랄한 놈 때문이야.”그 순간, 강시연은 경찰이 아직 장문호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는 사실이 떠올랐고 뭔가 말하려는 순간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수술실 문이 열렸다.흰 가운을 입은 담당 의사가 걸어 나왔다. 그는 마스크를 벗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허 여사님, 시연 씨, 안심하셔도 됩니다. 진 대표는 물을 좀 삼켜서 그렇지 큰 문제는 없습니다. 몸에 생긴 몇 군데의 타박상 정도여서 입원하고 이틀 정도만 더 지켜보면 퇴원할 수 있을 겁니다.”그 말을 듣자 강시연은 굳게 죄어 있던 마음을 놓으며 벅차게 말했다.“감사합니다. 유 박사님. 정말 고맙습니다.”이야기가 끝나고 모두 서둘러 병실로 향했다.침대 위의 진수혁은 이미 깨어 있었고 머릿속에서는 방금 되살아난 기억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그때, 급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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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강시연이 천천히 입을 열어 설명했다.“경찰이 아직 찾지 못했어요. 게다가 그때 이미 상처도 입었으니 아마 바다에 가라앉았을 가능성이 커요.”“하늘이 도왔네.”허자옥이 비웃으며 얼굴 가득한 분노가 순식간에 통쾌함으로 바뀌었다.그러나 진수혁은 눈썹을 찌푸리며 바다에 떨어졌던 순간을 떠올리며 가슴 한구석에 지울 수 없는 불안감이 피어올랐다.그가 기억하기로 장문호가 다친 곳은 어깨였고 치명상이라고는 할 수 없는 상처였다.장문호가 쉽게 죽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 강시연이 진수혁의 기색이 이상한 것을 눈치채고 부드럽게 물었다.“배고프지 않아요?”진수혁은 유난히 따뜻한 기운이 섞인 목소리로 낮게 있었다.“여보가 끓여주는 쇠고기 죽이 먹고 싶어.”“알았어요. 금방 가져올게요.”강시연은 미소를 지으며 병실을 나섰고 허자옥도 곧 따라가 진도현을 돌보러 진씨 가문 본가로 향했다.곧 병실엔 진수혁 혼자만 남았다.그의 눈가에 머물던 온기는 사라지고 대신 싸늘하고 날카로움이 서렸다.점차 되살아나는 기억 속에서 진수혁은 이지성의 범죄 증거가 어디에 있는지까지 또렷이 떠올렸다.그날 지하실에서 있었던 일까지도 말이다.짙은 어둠 같은 기운을 풍기며 진수혁은 휴대폰을 꺼내 유태오에게 전화를 걸었다.“진 대표님? 벌써 깨어나셨어요?”놀랍고 기쁜 기색이 목소리에 가득 담겨왔다.진수혁의 눈빛에 서늘한 빛이 스쳤고 낮게 얘기했다.“회사 금고 안에 비밀 문건이 있어. 지금 바로 꺼내고 이 대표님의 범죄 증거 자료도 전부 정리해서 경찰에게 넘겨.”“진 대표님, 혹시...”유태오는 깜짝 놀라 말문을 열었지만 진수혁은 눈을 가볍게 떨며 차갑게 끊어냈다.“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고 시키는 일부터 처리해줘.”“네.”유태오는 순식간에 진수혁의 뜻을 이해했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이지성은 별장에서 자신이 이미 파멸의 문턱에 섰다는 사실도 모른 채 소파에 앉아 와인잔을 흔들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내가 심하은 씨더러 알아보라고 했어. 지금으로선 진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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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강시연은 아직 두 사람이 붙잡혔다는 사실을 모르고 여전히 병원에서 진수혁을 돌보고 있었다.밤이 깊어지자 창밖으로 쏟아지는 달빛이 은은하게 병실 안으로 스며들었다.강시연은 하품을 한번 하고는 눈가와 이마 사이에 감춰지지 않는 피로를 드러냈다.낮 동안의 사건이 너무나 충격적이었기에 긴장이 풀리자마자 밀려드는 졸음을 더는 버티지 못했고 그녀는 침대 곁에 엎드린 채 저도 모르게 눈을 감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진수혁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앉아 고개를 숙였다.시선은 곁에 잠든 그녀의 얼굴에 머물렀고 희고 매끄러운 피부, 길게 드리운 속눈썹이 뺨 위에 작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과거의 기억이 떠오르자 가슴이 바늘로 찌르는 듯 아려왔다.“시연아...”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공기 중에 흩어졌다.진수혁은 몸을 일으켜 조심스레 그녀를 안아 올렸다. 한쪽 팔은 강시연의 무릎 뒤로 다른 한쪽 팔은 등을 받치며 부드럽게 들어 침대 위로 옮겼다.그동안의 동거 속에서 강시연은 이미 진수혁의 품에 익숙해져 있었다.은근한 차가운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잠결에도 그녀는 살짝 찡그리며 몸을 뒤척이다 곧 가장 편안한 자세를 찾은 듯 진수혁의 품에 파고들었고 입술 끝에는 알 수 없는 미소가 엷게 번졌다.진수혁 역시 가볍게 미소 지으며 강시연의 매끈한 이마에 입을 맞췄다.“잘 자.”다음 날 새벽, 갑작스러운 전화벨 소리에 강시연은 눈을 떴다.“시연아. 아버지 사건에 새로운 사실이 확인되어 오늘 경찰서로 올 수 있어?”눈을 비비며 졸음에 허우적대던 강시연은 그 말을 듣고 단번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아버지께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전화기 너머에서 곧장 설명이 이어졌다.“아니야. 어젯밤 새로운 증거가 나왔어. 8년 전 강성 그룹의 가짜 약품 유통 사건은 아버지와 무관하다는 것이 밝혀졌어.”“정말인가요?”그토록 간절히 찾던 단서를 확보했다는 소식에 강시연은 두 눈을 크게 뜨며 얼굴에 벅찬 감격이 번졌다.“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바로 가겠습니다.”그녀의 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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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아저씨, 아버지 사건이 정말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은 건가요?”눈앞의 사람은 강민석의 오랜 친구였다. 이 모든 세월 동안 강성 그룹 사건을 몰래 조사해 온 사람이었다.장민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굴에는 안도와 기쁨이 섞인 미소가 번졌고 두 사람을 향해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정말 좋은 소식이야. 어젯밤 이지성이 체포되었고 밤을 새운 심문 끝에 8년 전 강성 그룹의 가짜 약품 유통 사건은 이지성이 꾸민 일이었다고 자백했어. 목적은 강민석을 모함하기 위함이었지. 주이정도 이지성을 도운 공범이었어.”“역시 예상한 대로군요.”강시연은 이미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사실을 확인하자 억눌러왔던 충격과 분노가 한꺼번에 치밀어 올랐다. 그녀의 두 손이 자신도 모르게 옷자락을 세차게 움켜쥐었다.이때 장민호가 두툼한 서류들을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설명했다.“이걸 봐. 이번 사건의 핵심 증거들이야. 민석의 억울함도 이제야 풀릴 수 있겠어.”강시연은 잠시 멍하니 서류를 바라보다가 눈빛이 흔들리며 믿기지 않는 듯 중얼거렸다.“이건 제가 간신히 찾아냈던 자료잖아요?”진수혁이 기억을 잃은 뒤 함께 사라져 버렸던 증거였다. 그런데 그것이 어떻게 경찰 손에 들어온 건지 강시연은 의아한 눈빛으로 눈썹을 모았다.그 순간 유태오가 눈가를 씰룩이며 앞으로 나서더니 곧장 자백했다.“시연 씨, 사실은 제가 어제 서재에서 물건을 찾다가 우연히 발견했어요.”“서재에서요?”강시연은 입술을 꼭 다물고 더 큰 혼란에 빠졌다.그녀는 이전에 서재를 구석구석 뒤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아무 단서도 발견하지 못했다.강시연은 고개를 돌려 진수혁을 바라보았고 눈빛에는 의아함이 서려 있다.혹시 진수혁의 기억이 돌아온 건지 의심하고 있었다.그러나 진수혁은 그녀의 시선을 눈치채고는 장난스럽게 눈을 깜빡이며 태연한 표정으로 물었다.“여보. 왜 그래?”“아무것도 아니에요.”강시연은 고개를 저었다. 어제 하루 종일 진수혁과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 떠올랐고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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