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복도는 살벌한 긴장감으로 가득했다.진혜연의 얼굴빛이 조금 굳어지더니 입꼬리를 억지로 당기며 말했다.“형수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제가 더 반대할 이유는 없네요.”허자옥은 원래 강시연을 가장 싫어했던 사람이고 명문가 집안의 자식이 아니라며 늘 못마땅해했었는데 지금 태도를 바꾸니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진혜연의 눈빛에 잠시 의문이 스쳤고 곧 냉소를 흘리며 돌아서려 했다.“하은아. 가자.”어차피 지금 진씨 가문은 불안정하기에 언젠가는 자신의 도움이 필요해질 터였다.“네. 혜연 고모.”심하은이 재빨리 뒤따르며 미소를 거두었다.떠나기 전 강시연을 향해 날카로운 시선을 던지는 것도 잊지 않았다.남은 진씨 가문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그녀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지만 허자옥이 옆에 있어 감히 더 말은 못 했다.“어때? 다친 데는 없어?”허자옥이 다가와 강시연을 위아래로 살펴보며 걱정스럽게 물었고 강시연은 고개를 저었다.“저는 괜찮아요. 다만 진수혁 씨가...”말끝이 떨어지자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고 허자옥의 눈빛이 흔들리며 손끝이 꽉 쥐어졌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너무 자책하지 말아. 수혁이는 괜찮을 거야. 전부 다 그 악랄한 놈 때문이야.”그 순간, 강시연은 경찰이 아직 장문호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는 사실이 떠올랐고 뭔가 말하려는 순간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수술실 문이 열렸다.흰 가운을 입은 담당 의사가 걸어 나왔다. 그는 마스크를 벗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허 여사님, 시연 씨, 안심하셔도 됩니다. 진 대표는 물을 좀 삼켜서 그렇지 큰 문제는 없습니다. 몸에 생긴 몇 군데의 타박상 정도여서 입원하고 이틀 정도만 더 지켜보면 퇴원할 수 있을 겁니다.”그 말을 듣자 강시연은 굳게 죄어 있던 마음을 놓으며 벅차게 말했다.“감사합니다. 유 박사님. 정말 고맙습니다.”이야기가 끝나고 모두 서둘러 병실로 향했다.침대 위의 진수혁은 이미 깨어 있었고 머릿속에서는 방금 되살아난 기억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그때, 급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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