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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돌이킬 수 없는: Chapter 311 - Chapter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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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1화

강시연은 장민호가 준 증빙 자료를 꺼내 교도관에게 건넨 후 곧바로 방으로 안내되었다.“아빠!”그녀는 문을 열고 그 낯익은 얼굴을 보자마자 순간 눈가가 붉어졌다.방금 일을 마치고 침대에 누워 쉬둰 강민석은 소리를 듣고 바로 일어섰다.그는 눈앞의 사람을 똑똑히 보더니 곧바로 굳어졌다.“시연아, 네가 여길 어떻게 왔어?”강시연은 와락 달려가 그를 꼭 껴안고 울먹였다.“아빠, 우리 드디어 같이 살 수 있게 되었어요.”“그게 무슨 말이야?”강민석은 미간을 찌푸리고 얼굴에는 의혹이 가득했다.너무 갑작스럽게 결정 난 일이라 그는 아직 소식을 받지 못했다.곧이어 강시연은 손에 든 인증 자료를 건네주었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설명하기 시작했다.“당시 가짜 약품 판매 사건은 이미 진실이 밝혀졌어요. 아빠는 모함당했기 때문에 이제 출소할 수 있어요.”맑고 청량한 여자의 목소리가 방 안에 메아리쳤다.강민석은 눈을 부릅뜨고 믿을 수 없는 기색이 스쳤고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그게 정말이야?”자신이 모함당했다는 것을 강민석은 모를 리 없었다.다만, 배후의 세력이 너무 강해서 이 억울함을 묵묵히 참을 수밖에 없었다.귓가에 낮은 흐느낌 소리가 났다.강민석은 정신을 차리고 강시연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가슴이 죄이는 것 같았다.“그동안 고생 많았다.”그는 한숨을 쉬며 넓은 손바닥으로 강시연의 등을 툭툭 두드렸다.순간 분위기가 좀 억눌리기 시작했다.강민석이 고개를 돌리자 갑자기 문 앞에 서 있는 진수혁이 보였고 그의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그는 두 주먹을 꽉 쥐어 뿌드득 소리가 났다.요 몇 년 동안 강민석은 줄곧 감옥에 있었지만 외부의 소문을 듣지 못한 건 아니었다.특히 매번 딸이 자신을 만나러 올 때마다 더욱 초췌해져서 그는 목에 가시가 걸린 것 같았다.이 모든 사건의 장본인이 모두 눈앞의 사람이라는 생각에 강민석은 더 이상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다. 그는 고함을 지르며 오른손 주먹을 휘둘러 진수혁의 뺨을 향해 내리쳤다.“빌어먹을 개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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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2화

“가자.”강민석은 강시연을 끌고 빠른 걸음으로 감옥을 떠났다. 마치 뒤에 불길한 존재가 있는 것처럼.잠시 후.그들은 함께 차에 앉았고 분위기는 더없이 무거웠다.유태오는 감히 뒤돌아보지 못하고 핸들을 잡은 손을 힘껏 조였고 등 뒤의 옷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었다.강민석이 온몸에서 뿜어내는 기세가 너무 무서웠다.그는 심호흡을 하고 쓴웃음을 지으며 가속 페달을 밟았고 차는 빠르게 달려나갔다.‘이것 또한 산업재해가 아닌가?’강시연은 두 사람의 중간에 앉아 그야말로 가시방석이 따로 없었다.그녀는 진수혁의 몸이 안 좋은 것이 생각나 즉시 고개를 돌려 목소리를 낮추고 걱정스럽게 물었다.“몸은 괜찮아요? 많이 다쳤어요?”진수혁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심한 기침 소리에 중단되었다.“시연아, 내 손이 좀 아픈 것 같구나.”이 말이 나오자마자 강시연은 즉시 주의를 돌리고 긴장된 눈으로 옆 사람을 바라보았다.“어디 가요? 한 번 봐봐요. 혹시 감옥에서 생긴 고질병 아니에요?”“괜찮아. 갑자기 나은 것 같구나.”강민석은 머리를 긁적였다. 말하는 사이에 그들은 이미 강씨 가문 저택에 도착했다.일행이 안으로 들어가자 익숙한 가구와 장식이 눈에 들어왔고 마치 다른 세상 같았다.강민석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때 갑자기 작은 그림자가 달려들어 챙챙한 목소리로 외쳤다.“외할아버지!”그가 감옥에 들어갈 때, 진도현은 태어나지 않았으니 자신의 손자를 처음 보는 셈이었다. 강민석은 두 손을 벌려 감격하며 말했다.“내 강아지. 할아버지가 안아보자.”긴장했던 분위기가 순간 누그러졌다. 진도현 덕분인지 강민석은 마지못해 진수혁을 받아들였지만 그를 공기처럼 무시했다.시간이 1분 1초 흘러가고 어느새 밤이 찾아왔다. 찬 달이 허공에 높이 걸려 있었다.거실에서 진수혁은 이맛살을 찌푸리고 장인어른과 어떻게 잘 지낼지 고민하고 있을 때, 갑자기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그는 별다른 생각 없이 바로 수신 버튼을 눌렀고 실수로 옆에 있는 스피커폰을 건드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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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3화

밤이 깊어지자 별장 양쪽의 가로등이 부드러운 빛을 발했다.진수혁은 어두운 곳에 서서 눈빛이 어두웠고 얼굴에는 무력감과 우울함이 가득했다.그는 가까스로 기억을 되찾았고 장인어른도 누명을 벗고 이제 가족이 재회할 수 있었는데 결국 집에서 쫓겨났다.공기 중에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진수혁이 눈을 내리뜨고 대책을 생각하고 있는데 뒤통수가 살살 아프고 의식이 흐려지기 시작했다.그는 무의식적으로 머리 뒤를 만져보았다. 그 결과 손길이 닿는 곳마다 손바닥이 새빨갛게 물들었다.아까 강민석의 주먹을 피하려다가 실수로 상처가 터졌다.진수혁은 숨을 들이마시고 휴대폰을 꺼내 유태오에게 전화하려다가 눈앞이 캄캄해지고 갑자기 기절했다.잠시 후.“수혁아, 너 괜찮아?”통화를 마친 심하은은 막 달려와서 의식을 잃은 진수혁을 보았다.그녀는 크게 당황하더니 숨결을 확인하고서야 마음이 놓였다.별장 안에서 장난치며 노는 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왔다.심하은은 잠시 생각하더니 길가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힘들게 남자를 차에 태웠다.“기사님, 중앙병원으로 가 주세요.”잠시 후.병원 병실에는 소독제의 매캐한 냄새가 가득했다.커튼이 반쯤 닫히고 휘영청 밝은 달빛이 쏟아져 남자의 핏기 없는 얼굴에 떨어졌다.진수혁은 병상에 허약하게 누워 있었고 수액 관이 손등에 연결되어 있었다. 그의 눈은 굳게 감겨 있었고 미간은 약간 찌푸려졌으며 갈라진 입술은 창백했다.심하은은 눈빛을 반짝이며 휴대폰을 꺼내 남자에게 등을 돌리고 각도를 맞춰 셀카를 찍기 시작했다.그녀는 일부러 몸을 기울였고 글로벌 한정판인 파다페리 시계도 함께 화면에 들어갔다. 시계의 주인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셀카를 마친 심하은은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이며 그래픽 텍스트를 편집했다.[네가 빨리 나을 수만 있다면 난 뭐든 할 수 있어.]갑자기 귓가에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렸다.“뭐 하는 거야?”심하은은 깜짝 놀라 하마터면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뜨릴 뻔했다.그녀는 심장이 갑자기 움츠러들고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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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화

“수혁아,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널 바보로 여기다니.”그녀는 눈시울이 붉어지고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는 황급히 진지하게 설명하기 시작했고 동시에 팔 안쪽의 깊고 긴 흉터를 천천히 드러냈다.비록 몇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색깔이 어둡고 충격적인 모습이었다.“난 나를 해칠 수는 있어도 널 해칠 수는 없어. 어렸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변함없어. 너와 자하산에서 만나기로 한 그날, 나도 모르게 정신을 잃었고 깨어나니 넌 이미 보이지 않았어.”심하은은 흐느끼며 설명했고 말하면서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그 후로 넌 계속 강시연과 함께였어. 넌 나를 잊어버리고 나한테 무관심했어. 내가 얼마나 속상했는지 알아?”그녀는 자신을 피해자의 위치에 놓고 말투에는 억울함과 아쉬움이 가득했다.병실 안에 낮은 훌쩍이는 소리가 메아리치고 있었다.심하은은 눈을 붉히며 한마디 보탰다.“내가 정말 널 해치려고 했다면 어떻게 감히 지금 네 앞에 나타날 수 있겠어?”진수혁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눈물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보며 한동안 말이 없었다.그녀 말도 일리가 있었다. 그녀가 이지성과 결탁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었다.그리고 심하은이 예전에 자신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었다.진수혁은 입술을 오므리고 그녀의 팔에 난 흉터를 보고 천천히 한숨을 쉬었다.“됐어. 어쨌든 간에 우리 사이의 빚은 이미 청산했어. 너와 약속한 일도 내가 이미 했으니 이제 떠나줘.”나지막한 자성의 남자 목소리가 천천히 울려 퍼졌다.심하은은 눈을 크게 뜨고 눈앞의 사람이 그렇게 매몰차게 자신을 쫓아낼 줄은 전혀 몰랐다.“난...”그녀는 입을 딱 벌리고 무슨 말을 하려다가 그 차가운 눈빛을 마주쳤다.진수혁은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방금 그 전화가 아니었다면 그는 장인 집에서 쫓겨나지 않았을 것이다.진수혁은 이미 최선을 다했다.심하은은 입술을 깨물며 속으로 달갑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말했다.“몸 잘 챙겨. 나 이제 또 올게.”말이 끝나자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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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5화

진수혁은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무슨 일이요?”곧이어 진혜연은 옆에 있던 심하은을 끌어당기고 웃으며 입을 열었다.“우리 하은이 좀 봐. 몇 년 못 봤더니 이제 아름다운 여자가 됐어.”그녀는 나지막이 말하고 진수혁을 바라보며 눈에는 약간 그리운 기색이 스쳤다.“옛날 일 기억 나? 두 사람 늘 붙어 다녔잖아. 얼마나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는데 아쉽게도...”여기까지 얘기한 진혜연은 한바탕 한숨을 쉬더니 심하은의 손을 잡았다.“하은이 너도 참 바보야. 십 대 시절부터 수혁이 옆에 있더니 이제 곧 노처녀가 되게 생겼어.”“제가 원해서 수혁이 곁에 있는 거예요.”심하은은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저었다.순식간에 병실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진혜연은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로 중얼거렸다.“수혁이가 막 회사를 인수했을 때, 바빠서 밥 먹을 겨를도 없었는데 하은이 네가 직접 음식을 만들어서 가져다주던 일이 생각 나.”그러자 심하은은 갑자기 온몸이 굳어졌고 속이 켕겼다.사실 그 도시락은 모두 강시연이 만든 것이었다.다만, 당시의 진수혁은 강시연을 아주 배척해서 심하은이 덕을 본 것이었다.심하은은 입꼬리를 잡아당기고 아무 말 없이 눈물만 닦고 있는 가련한 모습이었다.한참 동안 침묵이 이어졌다.진수혁도 옛날 일을 생각했는지 안색이 차츰 누그러졌다.“고모, 다 지나간 일이에요.”나지막한 남자의 소리가 천천히 울려 퍼졌다.진혜연은 그제야 입을 다물고 진수혁과 심하은을 번갈아 보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하은아, 네가 남아서 수혁이를 돌봐줘. 난 이만 갈게.”말을 마친 그녀는 문을 닫고 떠났다.병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진수혁이 고개를 들자 여자의 붉어진 두 눈과 마주쳤고 그 안에는 억울함과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몇 초 동안 어리둥절해하다가 과거 두 사람의 관계와 어린 시절의 은혜를 생각하며 결국 마음이 약해져 한숨을 내쉬었다.“너도 이만 가봐.”어쩌면 이지성 사건은 정말 그녀와 무관한 것일 수도 있었다.심하은의 불안했던 마음이 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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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6화

“하지만...”강시연은 또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눈앞 사람의 눈치를 살피다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온 가족이 저녁을 먹은 후, 강민석은 흥분한 얼굴로 진도현과 함께 거실에서 블록을 쌓았다.밤늦게까지 별장 안은 여전히 불이 환했다.강시연은 이미 자기 방으로 돌아와서 씻고 침대에 누웠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옆에 있는 텅 빈 침대를 만지작거리다가 갑자기 조금 어색해졌다.‘진수혁은 지금 뭐하고 있지?’문득 그 차가운 얼굴로 불쌍하게 ‘여보’라고 부르던 남자의 모습이 떠올랐다.강시연은 눈빛이 흔들리더니 귀신에 씐 듯 휴대폰을 들어 소셜 소프트웨어를 열었다.갑자기 특별한 인스타가 눈에 띄었다.[네가 빨리 나을 수만 있다면 난 뭐든 할 수 있어.]강시연은 동공이 움츠러들었다. 그녀는 한눈에 사진 속 그 시계의 주인을 알아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이 사람이 왜 병원에 갔지? 근데 왜 옆에 심하은이 있어?’순간 수많은 생각이 스쳤다.강시연은 눈꺼풀이 펄쩍펄쩍 뛰며 참지 못하고 휴대폰을 들어 기억 속에 있는 그 전화번호를 눌렀다.한참 연결음이 울리고 나서야 상대방은 전화를 받았다.“아, 좀 살살해.”나긋나긋한 여자의 목소리가 작은 흐느낌과 함께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강시연은 온몸이 굳어지고 전혀 믿을 수 없는 표정이었다. 그녀가 막 무슨 말을 하려는데 심하은의 숨소리가 들렸다.“죄송하지만 지금 좀 바빠서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요.”그리고 통화는 곧 끊겼다.방 안의 공기가 마치 모두 굳은 것 같았다.강시연은 오랫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머릿속에 그동안 진수혁과 함께한 모든 일이 떠올랐다.강렬한 배신감이 솟구쳐 올랐다.그녀는 얼굴이 창백해졌고 저도 모르게 두 주먹을 꽉 쥐어 날카로운 손톱이 손바닥에 박혀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역시 처음부터 희망을 품지 말았어야 했다.과거에 실망했던 것들을 생각하며 강시연은 입술을 꼭 깨물고 얼굴의 분노가 점차 단호함으로 변했다.밤이 깊어지자 차가운 달빛이 방안에 쏟아졌다.강시연은 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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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7화

똑똑!진수혁은 눈을 뜨고 은은하게 아픈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쉰 목소리에는 방금 잠에서 깬 나른함이 묻어 있었다.“들어오세요.”그러자 병실 문이 열리고 익숙한 모습이 눈앞에 나타났다.진수혁은 화들짝 놀라더니 무의식적으로 일어나 앉고 기뻐하며 물었다.“여보가 여긴 어떻게 왔어?”그러나 곧 강시연의 손에 캐리어가 들려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익숙한 서류 가방이 눈에 띄었다.진수혁은 눈꺼풀이 펄쩍펄쩍 뛰면서 갑자기 안 좋은 예감이 들었지만 말투는 최대한 부드러웠다.“왜 답이 없어? 아침은 먹었어?”잠시 병실 안의 분위기가 좀 침울했다.진수혁은 입꼬리를 올리고 계속 말을 이었다.“장인어른은 아직도 화나셨어? 몸이 좀 나아지면 내가 선물을 갖고 가서 직접 사과할게.”강시연은 입술을 오므리고 전례 없이 평온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다시 갈 필요 없어요.”말을 마친 후,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캐리어를 바로 내려놓았다. 그리고 냉담하게 몸을 돌려 떠날 준비를 했다.진수혁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마음이 더욱 불안해졌다. 그는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여보, 왜 갑자기 이렇게 차가워? 우리 전에는 좋았잖아.”잠시 침묵이 흘렀다.강시연은 홱 고개를 돌려 눈앞의 사람을 날카롭게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진수혁 씨, 진짜 기억을 잃은 거예요? 아니면 기억을 잃은 척 연기하는 거예요?”이 말이 나오자 병실 전체가 조용해졌다.진수혁은 깊은 눈빛으로 두 손을 힘껏 움켜쥐고 뼈마디가 하얗게 변하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갑자기 무슨 소리야?”동시에 그는 머릿속에서 그동안 발생한 일이 도대체 어디에 허점이 드러났는지 빠르게 생각하고 있었다.곧 맑고 차디찬 여자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어젯밤에 뭐 했어요?”진수혁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대답했다.“계속 병원에 있었어.”강시연은 차가운 얼굴로 자신의 손을 빼내려고 했지만 남자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놓지 않았다.대치상황에서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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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8화

‘게다가 지금의 진수혁은 아직 기억이 회복되지 않은 것 같은데 왜 점점 나 자신이 악당이라는 생각이 들지?’강시연은 공감력이 강한 편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심리 분야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 것이다.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남자의 상처에 시선을 떨어뜨리며 조용히 말했다.“아직도 아파요?”“여보가 호 해주면 안 아파.”진수혁은 이제 점점 기억상실이라는 설정에 적응하고 혜택도 누리면서 점점 뻔뻔해지고 있었다.다행히 병실에는 그들 두 사람만 있었다. 만약 진수혁의 사업 경쟁자가 이 모습을 봤다면 턱이 빠졌을지도 모른다.두 사람이 서로 기대어 애매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강시연은 잠시 그와 함께 있다가 주치의가 회진하러 들어오자 얼굴을 붉히고 황급히 일어섰다.이런 상황에 이미 익숙한 주치의는 의미심장한 당부만 남겼다.“젊은이들은 절제할 줄 알아야 해요.”말이 끝나자 그는 무엇인가 생각난 듯 말을 덧붙였다.“최소한 상처가 나을 때까지는 조심해야 해요.”그러자 강시연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고 귀뿌리까지 번졌다.그녀는 입을 벌리고 그들 사이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하려 했지만 설명하면 더 이상한 것 같았다.주치의가 떠난 후에야 강시연은 천천히 숨을 내쉬고 고개를 숙였지만 진수혁의 눈에는 웃음이 가득했다.분위기는 금방 누그러졌다.문 앞에서 다시 발자국 소리와 두 사람의 대화가 울려 퍼졌다.“하은아, 아침 일찍부터 죽 끓여오느라 정말 고생 많았어.”“아니에요. 수혁이가 빨리 낫는 게 중요하죠.”심하은이 연약하게 말하자 진혜연은 코웃음을 치고 말투에는 불만이 가득했다.“강시연은 대체 뭐 하고 있는지 몰라. 아내의 의무는 다하지 않고 계속 수혁이 발목만 잡고 있잖아.”말이 떨어지는 순간, 문 앞에 도착하니 마침 안에 서 있는 강시연이 보였다.진혜연은 눈가에 당황함이 스쳤지만 곧 그녀를 무시하고 진수혁에게 다가가서 관심을 보였다.“수혁아, 오늘은 좀 어때?”말하면서 그녀는 심하은을 병상으로 끌고 가서 강시연을 밀어내고 얼굴에 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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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9화

강시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저는 그런 생각 해본 적 없어요.”“그럼 됐어요. 이제 그만 가요. 여기서 걸리적거리지 말고.”진혜연의 말투에는 숨길 수 없는 증오과 경멸이 담겨 있었다.그녀는 진수혁을 등지고 거의 울분을 토해냈다.강시연은 완전히 싸늘해진 얼굴로 심하은과 대화하고 있는 남자를 힐끗 쳐다보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돌아섰다.“시연아...”진수혁은 무의식적으로 소리를 지르고 일어나 쫓아가려 했다. 순간 자신이 지금 링거를 맞고 있다는 것을 까먹었다.심하은은 안색이 약간 변하여 급히 말했다.“수혁아, 얼른 누워. 주삿바늘이 비뚤어졌어.”옆에 있던 진혜연도 따라서 말렸다.“그래. 시연 씨가 급한 일이 있어 먼저 가나 보지. 너 움직이지 마. 내가 간호사 불러올게.”곧 병실에 의료진이 가득 찼다.진수혁은 어쩔 수 없었다. 몸이 좀 나아지면 강시연에게 가서 설명해야겠다고 생각했다.한편, 강시연은 집에 돌아와서 함께 놀고 있는 강민석과 진도현을 보고 나서야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할아버지, 나 내일은 학교 가요.”진도현이 갑자기 아쉬워하며 말했다.“할아버지도 나랑 함께 학교 가면 안 돼요?”부모님이 너무 바빠 진도현은 약간 외로웠다. 전에는 강시연이 그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나중에 그녀의 사업을 시작한 후로 가끔 그를 돌볼 수 없게 되었다.물론 지금의 강시연도 좋았다.진도현은 뭔가 생각난 듯 강민석의 팔을 흔들려 애교를 부렸다.“나랑 함께 학교에 가요. 할아버지. 네?”강민석은 온 얼굴에 주름이 가득 잡힐 정도로 웃음이 터졌지만 손사래를 쳤다.“하하. 나는 이미 졸업했어. 도현이가 학교 마치고 돌아오면 할아버지와 같이 놀자.”진도현은 조금 실망했지만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고 또 궁금한 듯 물었다.“그럼 내가 학교 가면 할아버지는 집에서 뭐 해요?”“난...”강민석의 얼굴에서 웃음이 약간 굳어지며 무언가 생각난 듯 진도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집에서 우리 도현이가 돌아오길 기다려야지.”비록 강민석이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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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0화

“그래요!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시고 얼른 가서 쉬세요.”잠시 후, 거실에 불이 꺼졌다.강시연은 방으로 돌아와 다음 계획을 고민하고 있었다. 요즘 그녀는 아버지의 사건을 뒤집느라 자기 일을 소홀히 했다.다만 용성은 확실히 수도에서 너무 멀어 양쪽을 번갈아 다니기 불편했다.그녀는 어릴 때부터 강성에서 살았고 가족과 친구들도 여기에 있었다. 차라리 근처에 심리 상담소를 여는 것이 나았다.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강시연은 눈을 반짝이며 마음속이 이미 계획이 생겼다. 갑자기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시연 언니, 우리가 지금 어디게요?”익숙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오고 공항의 방송 소리도 함께 들려왔다.강시연은 기뻐하며 말했다.“민주 너 혹시 강성에 왔어?”“나뿐만 아니라 오빠와 엄마도 같이 왔어요. 내일 점심 같이 할래요?”한민주가 웃으며 말하자 강시연은 망설임 없이 동의했다.어느덧 다음 날이 되었다.그녀는 아침 일찍 일어나 진도현을 먼저 근처의 귀족 초등학교에 보냈다.집에 돌아왔을 때, 강민석은 이미 일어나서 마당에서 태극권을 연습하고 있었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가득했다.강시연은 갑자기 뭔가 생각이 나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참, 아빠. 제가 미처 말씀 못 드린 일이 있는데 얼마 전에 제게 양어머니가 생겼어요.”그러자 강민석은 하던 동작을 멈추고 궁금해했다.“누구? 혹시 나도 아는 사람이야?”강시연은 그제야 한씨 가문과 인연을 맺고 또 동지안을 양어머니로 삼은 일을 말해주었다.잠시 침묵이 흘렀다.강시연이 혼자 용성으로 갔다는 말을 듣고 강민석의 눈이 순식간에 붉어졌다.마음속으로 진수혁에 대한 불만이 더욱 커졌다.그는 심호흡을 하고 딸의 어깨를 두드리며 조용히 말했다.“그동안 네가 고생이 많았어.”“난 괜찮아요.”강시연은 코끝이 찡해나며 고개를 저었다. 과정은 좀 힘들었지만 결과는 좋았다.슬픈 분위기는 바로 사라지고 강민석은 한민주 일행이 이미 강성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하며 즉시 말했다.“시연아, 내가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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