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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돌이킬 수 없는: Chapter 321 - Chapter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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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1화

강시연이 강성에서 심리상담소를 오픈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꺼내자 곧바로 몇몇 사람들의 지지를 얻었다.“언니, 나도 같이 할래요.”한민주는 말을 마치고는 곧바로 한정훈을 원망스럽게 흘겨보며 투덜댔다.“안 그러면 우리 오빠는 매일 내가 집에서 먹고 놀기만 한다고 싫어해요.”“그건 네가 집에서 쓸데없는 생각만 할까 봐 그런 거야.”한정훈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설명했다.하지만 2년간의 치료 끝에 한민주의 정신 질환은 이미 완전히 회복되었고 오랫동안 재발하지 않았다.강시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문제없지. 지금 마침 인력이 부족했어.”말이 끝나자 한민주는 환호성을 지르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그럼 그렇게 정한 거예요. 급여 대신 언니가 나중에 강성 구경 제대로 시켜줘요.”“좋아. 마침 대형 마트가 오픈했는데 친구 말로는 꽤 괜찮대.”강시연이 막 말을 마치자 동지안도 흥미진진하게 대화에 끼어들었다. 액세서리와 가방에서부터 뷰티 시술까지 이야기가 이어졌고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강민석은 도무지 끼어들 틈이 없어 가볍게 술을 기울이며 한정훈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공손하면서도 기죽지도 않는 이 기품과 인품이 바른 자가 어째서 내 사위가 아니지?”강민석은 한숨을 쉬더니 그만 속마음을 불쑥 내뱉고 말았다.순간, 거실은 고요해졌고 강시연의 눈빛에 난처함이 스쳤으며 입을 뗐다가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때, 동지안이 갑자기 눈을 반짝이며 찻잔을 내려놓고 강민석을 보며 말했다.“우리 생각이 같네요. 예전에 처음 시연이를 봤을 때부터 늘 아쉬웠어요. 왜 제 며느리가 아닌가 하고요.”분위기가 한순간에 누그러졌다.강민석은 크게 웃으며 어쩐지 동지안과 유난히 잘 맞는 것 같다고 생각을 하며 말을 이었다.“우리 딸은 어릴 때부터 예쁨을 많이 받았죠. 바르고, 눈치 빠르고, 애교도 많고...”두 사람은 눈을 마주치며 한껏 즐겁게 대화를 이어가며 속으로도 각자만의 머리를 굴렸다.그러자 동지안의 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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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2화

강시연은 마침 고개를 숙이고 있어 한정훈의 이상한 기색을 눈치채지 못했다.별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대형 마트가 하나 있었고 두 사람은 걸으며 이야기를 나눴다.자연스레 미래 계획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강시연은 천천히 한숨을 내쉬었다.“나는 괜찮은데 주로 저희 아빠가...”강민석의 야망과 능력이라면 이렇게 은퇴하는 데 만족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이 나이에 다시 창업한다면 몸이 과연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바로 그때, 한정훈이 입을 열었다.“예전에 주력하신 분야가 의약 관련 사업이었죠? 마침 제가 하는 프로젝트 중 하나가 함께 협력할 수 있을 것 같아요.”“정말요?”강시연의 눈이 반짝였다. 너무 기뻐서 무심코 그의 소매를 움켜쥐었지만 곧바로 자신이 한 행동을 깨닫고 미안하다는 듯 손을 뗐다.“미안해요. 계속 말씀하세요.”한정훈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프로젝트 내용과 방향을 간단히 설명했고 낮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잔잔하게 이어졌다.강시연은 온전히 집중하며 듣고 있었고 뒤에서 몰래 따라오는 그림자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멀지 않은 곳에서 심하은이 과일을 사서 병원으로 가져가려던 참에 익숙한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강시연인 것을 확인하자 그녀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도 눈빛이 반짝이며 조심스럽게 따라붙었다.그리고 곧 다른 남자와 함께 다정하게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말을 주고받으며 웃는 모습은 마치 아주 즐겁게 대화하는 듯했다.심하은은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 사진 몇 장을 찍고 잠시 고민하다가 가장 위에 고정된 계정으로 보냈다.상대방은 답장하지 않았지만 분명 확인했을 거라 믿었고 과연 그녀가 예상한 대로였다.진수혁은 휴대폰을 집어 들었고 주먹을 저절로 움켜쥐었다. 손가락 관절이 하얗게 굳어지며 화면 속 사진만 노려보았다.그곳에는 완벽하게 아름답고 정교한 얼굴이 선명히 담겨 있었고 그녀 옆에는 똑같이 잘생긴 남자가 서 있어 두 사람은 그야말로 잘 어울리는 한 쌍 같았다.강시연은 눈웃음을 지으며 따뜻한 미소를 띠고 있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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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3화

강시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누가 찾아 온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아빠, 제가 나가서 보고 올게요.”그녀가 말하자 강민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산들바람이 불어오는데 오늘 밤은 유난히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강시연은 외투를 여미며 문을 열었고 곧바로 눈앞에 어두운 얼굴이 들어왔다.“진수혁 씨? 여긴 어떻게 왔어요?”지금쯤이면 병원에 있어야 할 사람이 눈앞에 있으니 강시연의 눈에 놀람이 스쳤다.진수혁은 대답하지 않고 시선을 강시연 뒤편 거실로 돌렸다.강민석은 얼굴에 웃음꽃이 만발해 한정훈과 신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자신이 있을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그 생각에 진수혁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지며 이를 악물며 말했다.“뭐야? 내가 너희 가족 모임을 방해한 거야?”뒤쪽 몇 음절을 특히 세게 내뱉으며 비아냥거리는 듯한 말투였다.강시연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했다. 그저 가족과 식사하고 있었을 뿐인데 왜 이토록 화가 난 건지 알 수 없었으나 아직 그의 상처가 다 낫지 않았음을 떠올리며 참고 설명했다.“민주랑 정훈 씨가 강성에 와서 아빠가 그동안 저를 돌봐준 것에 감사하다며 식사 자리를 마련하신 거예요.”이때 진수혁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더니 손을 들어 그녀의 턱을 움켜쥐었다.손끝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고 낮은 목소리고 얘기했다.“정훈 씨? 꽤 다정하게 부르네.”허스키한 목소리에는 질투가 가득 담겨 있었고 강시연의 말은 더 이상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 듯했다.강시연은 눈살을 깊게 찌푸리며 숨을 들이켰다.“진수혁 씨, 아파요.”그러나 그는 손을 놓을 기미가 없었고 오히려 캐묻듯 물었다.“오늘 오후에 한정훈 씨하고 마트에서 뭐 한 거야?”강시연은 순간 얼떨떨해졌다가 무심결에 대답했다.“그냥 일 얘기랑 미래 계획 얘기한 거뿐인데요?”그러다 불현듯 고개를 번쩍 들어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잠깐... 어떻게 알았어요?”무언가를 떠올린 듯 강시연의 얼굴빛이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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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4화

해 뜰 무렵, 먼 곳에서 희미한 여명이 비쳤다.진수혁은 쉬지도 않고 곧장 회사로 돌아왔고 애당초 진한 그룹을 이끌어 왔었기에 다시 업무를 접수하는 것도 매우 수월했다.회의실 안에서는 몇몇 주주들이 괜히 폼을 잡으며 이번 기회를 빌미로 진수혁에게 일부 권한을 양도하라고 압박을 가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복귀한 진수혁은 전보다 더 날카로워져 있었고 싸늘한 표정과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는 무서울 정도였다.“나가든가 아니면 닥쳐요.”낮고 거친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회의실은 곧바로 얼어붙었다.사람들은 너도나도 고개를 푹 숙였고 혹여라도 불똥이 튈까 두려워했다.괜히 그 주주들에게 누구를 못 건드려서 하필 진수혁을 건드리냐면서 비아냥거렸다.유태오의 날들도 편하지 않았다. 겨우 오전을 버텼건만 책상 위에 한 통의 초대장이 놓여 있었다.“유 비서님, 오늘 저녁에 연회가 있습니다. 진 대표님이 참석하셔야 합니다.”말을 던지자마자 상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마치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는 듯 도망치듯 달아났다.유태오의 얼굴은 금세 굳어졌고 별수 없이 초대장을 들고는 머뭇머뭇 걸음을 옮겼다.이어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사무실 안 진수혁은 그간 밀린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시선을 한 치도 흐트러뜨리지 않고 낮게 말했다.“무슨 일이야?”“대표님, 오늘 저녁에 연회가 있습니다...”유태오는 간단히 설명하다가 문득 뭔가 생각난 듯 조심스럽게 물었다.“대표님, 강시연 씨께 전화를 드려서 오늘 밤 파트너로 동행하도록 할까요?”그는 조심스레 말하며 강시연이 와 준다면 진수혁의 상태가 조금이나마 나아질지 내심 기대했다.말이 끝나자 진수혁이 들고 있던 펜이 순간 멈추며 드디어 서류에서 고개를 들어 올려 유태오를 똑바로 바라봤다.그 때문인지 사무실을 짓누르던 낮은 기압이 살짝 풀린 듯한 착각이 들었고 유태오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 들고 속으로 기도하기 시작했다.연결음이 울리고 곧 맑고 청아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태오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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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화

그 시각, 다른 한편에서는 한민주가 호기심 가득 물었다.“언니, 누구한테 온 전화예요?”강시연은 별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으며 전화를 끊고 다시 말을 이었다.“우리 아까 어디까지 얘기했지?”금세 주제가 바뀌자 한민주의 눈빛이 반짝이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새 심리상담소 위치 얘기하고 있었잖아요.”말을 멈추더니 휴대폰으로 지도를 켜 신도시 쪽을 가리키며 덧붙였다.“저는 여기 쪽이 좋아 보여요. 한정 그룹도 근처로 옮길 준비 중이니까 나중에 서로 도움도 되고요.”멀리서 그 말을 들은 한정훈이 참지 못하고 농담을 던졌다.“내가 보니까 넌 그냥 한정 그룹에 와서 밥 얻어먹으려고 그러는 것 같은데?”그는 워낙 개방적인 사람이라 회사 분위기도 젊고 자유로웠고 휴게실과 오락 시설도 많았다.한민주는 장난스럽게 혀를 내밀며 들킨 것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어젯밤 저녁 식사 후 강민석은 흠뻑 취해 한정훈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꼭 하루 머물고 가라고 연신 얘기했고 마침 별장에 빈방이 많아 한정훈도 하룻밤 머무르게 된 것이다.강시연은 한참 동안 지도를 들여다보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나쁘지 않은 것 같아. 내 친구 서아름도 그 근처에 살거든.”신도시는 비록 번화가는 아니었지만 지난 몇 년간 점점 발전해 이제는 거의 강성의 또 다른 핵심 지역이 되어가고 있었다.말이 끝나자 한민주는 병아리처럼 고개를 끄덕였다.“어차피 오늘 시간도 있는데 우리 직접 가서 봐요.”강시연도 흔쾌히 동의했다. 용성 쪽에는 이미 단골 고객과 직원들이 있으니 심리상담소 위치만 확정되면 언제든 시작할 수 있었다.아침 식사 후 각자 할 일을 하러 흩어졌고 강시연과 한민주는 짝을 지어 오늘은 매물을 알아보러 다니기로 했다.거리는 인파로 북적이고 차량은 분주히 오갔다.두 사람은 신도시에 도착해 이곳저곳을 돌며 거의 모든 오피스 빌딩을 둘러보았으나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한민주는 고개를 숙이며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좋은 위치는 다 임대됐고 남은 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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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6화

한정훈은 가볍게 말했지만 자리에 있는 이들 모두 성인이었다. 강시연 역시 사회생활을 오래 한 터라 세상에 그냥 주어지는 도움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한정훈이 자신을 위해 빚을 진 셈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해졌지만 그 오피스 빌딩이 꼭 필요하기도 했기에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이렇게 큰 도움을 주셨는데 제가 한 끼 대접할게요.”강시연은 한정훈을 바라보며 속으로 이 은혜를 반드시 기억해 두리라 다짐하며 미소를 지었다.그러나 한정훈은 잠시 눈썹을 찌푸리며 대답하지 않았다. 강시연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으며 의아해 물었다.“왜요? 제가 뭐 잘못 말했나요?”“사실 저도 강시연 씨와 꼭 식사하고 싶지만...”한정훈은 말끝을 흐리며 아쉬움이 담긴 목소리로 이어갔다.“오늘 밤에 꼭 참석해야 하는 중요한 연회가 있어서요. 도저히 빠질 수가 없어요.”강시연은 금세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괜찮아요. 다음에 같이...”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정훈은 살짝 미소 지으며 얘기했다.“강시연 씨가 괜찮으시다면 저와 함께 그 연회에 동행해 주실 수 있을가요?”“그건...”강시연이 곤란하다는 듯 말을 잇자 낮고 단호한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민주를 위해서라고 고려해 주세요. 예전엔 늘 방 안에만 틀어박혀 있어서 큰 자리에 나와본 적이 없으니 오늘이 좋은 기회가 될 거예요.”이 정도로까지 말했는데 더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기에 강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고 한민주는 코웃음을 치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시연 언니랑 같이 가고 싶으면 그냥 솔직히 말하지 또 나 핑계 대네.”그러나 목소리가 너무 작아 두 사람 모두 듣지 못했다.곧 저녁 연회를 위해 한정훈은 두 사람을 차에 태우고 드레스 숍으로 향했다.한민주는 연둣빛 드레스를 골라 입었고 발랄한 청춘의 기운이 물씬 풍겼다.준비를 마친 뒤 들뜬 마음으로 옆방으로 달려갔고 마침 강시연도 막 마무리 단계였다.그녀는 블랙 컬러의 롱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치맛단에 반짝이는 보석이 수 놓여 있어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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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화

한정훈은 잠시 멈칫하다가 웃으며 설명했다.“제 여동생 지인이에요.”한민주는 이미 여러 사람 앞에서 얼굴을 내민 적이 있어서 그 사람도 더 이상 묻지 않고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듣기론 한 대표님이 앞으로 강성에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죠? 앞으로 자주 뵈어요.”드디어 세 번째 분을 보내고 나자 한민주는 불평 섞인 말로 중얼거렸다.“저 사람들 왜 오가면서 하는 말이 다 똑같은 거야.”한정훈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사업이라는 게 다 그렇지 지루하면 언니랑 놀러 가.”연회장은 매우 넓었고 그 중에는 케이크와 디저트를 놓는 공간도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다른 사람들은 모두 교류하느라 바빴고 그 틈에 강시연과 한민주는 자연스럽게 편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언니, 이 케이크 진짜 맛있어요. 지난번 A국에서 먹어본 것보다 훨씬 맛있어요.”한민주는 볼을 통통하게 부풀리며 마치 작은 햄스터처럼 먹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강시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눈을 살짝 감추며 너그러이 말했다.“나중에 배탈 나지 않게 조심해.”말이 끝나자 한민주는 갑자기 아랫배가 은근히 아파지고 얼굴이 일그러졌다.“그...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그리곤 순식간에 사라졌다.강시연은 웃음을 참으며 그대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외모와 기품이 워낙 뛰어나 금세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저 사람 어느 집 딸이야? 정말 예뻐.”“약혼은 한 걸까? 내 아내로 삼으면 좋겠어.”젊은 날의 열정은 그곳에 있는 엘리트들도 예외가 아니었고 강시연은 평소 공개석상에 잘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한눈에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다.“왜 여기 혼자 있어요?”강시연이 잠시 휴대폰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에 그림자가 드리우며 귀에는 불친절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잠시 멈칫하다가 고개를 들어 마주친 낯선 얼굴에 말을 꺼냈다.“누구...”윤아정의 얼굴은 약간 어두웠고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과연 인맥이 넓으신 분들은 사람을 잘 기억을 못하시네요.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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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8화

외모나 기품이나 능력이나 모두 진수혁에 전혀 뒤지지 않았다.그저 집안이 조금 덜 화려할 뿐 진씨 가문처럼 잡음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윤아정은 갑자기 강시연이 진수혁과 헤어지더라도 주변에 뛰어난 남자가 부족할 리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자신만만했던 미소가 순간 굳어버렸다.“정말 제가 과소평가했군요.”윤아정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한정훈이 있는 자리라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초라한 모습으로 자리를 떠났다. 그 뒷모습에는 다소 당황스러움이 섞여 있었다.강시연은 옆에 있는 한정훈을 돌아보았다. 자신을 도와줄 줄은 몰랐기에 약간 감사한 마음으로 말했다.“아까는 고마웠어요.”한정훈은 한결 같은 표정을 지으며 깊은 눈동자로 강시연을 바라보면서 그 눈빛에는 약간의 안타까움이 섞여 있었다.“그냥 다른 사람이 강시연 씨를 괴롭히는 걸 참을 수가 없었어요.”그 말에 강시연은 잠시 멈춰 서서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이제까지 한정훈은 그녀에게 오빠 같은 존재였고 다른 감정을 드러내는 법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 깊고 뜨거운 눈빛을 마주하자 강시연은 당황해 시선을 돌리며 머쓱하게 말했다.“괜찮아요. 저런 무례한 사람한테 상처받지 않아요.”한정훈은 살짝 실망한 듯 고개를 숙였지만 금세 입가에 다시 미소를 띠었다.“신도시에 새로 디저트 가게가 생겼다고 들었는데 관심이 있으면 나중에 민주랑 같이 가요.”“좋아요.”강시연은 안도하며 화제를 바꿨고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떠들어 긴장된 분위기는 금세 풀렸다.바로 그때, 입구로 두 사람이 천천히 들어왔고 한 명은 진수혁 또 다른 한 명은 심하은이었다.진수혁은 회사에서 밀린 일을 겨우 마치고 시간을 내어 연회장에 도착했다. 심하은도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일부러 입구에서 기다리다가 마치 우연인 듯 나타났다.“수혁아, 너도 이제 막 도착했어?”진수혁은 고개를 끄덕이고 빠른 걸음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온몸에서 차분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풍겼다.그가 중간쯤 걸어가다가 무언가를 발견한 듯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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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9화

진수혁은 어두운 표정으로 눈앞의 사람을 빤히 바라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이게 네가 어젯밤 얘기한 약속이야?”말이 끝나자 차가운 시선이 두 사람 사이를 맴돌았다.강시연이 고개를 들어 마침 분노로 불타는 그의 눈동자와 마주쳤고 질문이 쏟아졌다.그녀는 본능적으로 해명하려 했지만 머릿속에는 어젯밤의 다툼이 떠올랐고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화가 남아 있었다.시선은 멀지 않은 곳의 심하은에게 향하자 강시연의 얼굴도 차갑게 변하고 도도하게 턱을 들어 올리며 웃었다.“진수혁 씨, 무슨 자격으로 날 추궁할 권리가 있죠? 진수혁 씨도 몰래 심하은 씨와 또 연락하지 않았나요?”“또?”진수혁은 얼굴이 살짝 어두워지며 다른 말은 무시한 채 온몸에서 위협적인 아우라를 풍겼다.“그럼 네가 어젯밤 나를 거절한 이유가 한정훈 씨의 여자 친구가 되려는 거였단 말이야?”그는 강시연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며 한 걸음씩 바짝 다가섰다. 단 한 번 고개를 젓기만 해도 모든 오해를 풀 수 있었지만 강시연은 맞은편의 심하은을 바라보며 약간 투정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그래서 뭐 어때요?”말이 떨어지자 공기가 순간 얼어붙는 듯했다.진수혁의 눈빛에 살기가 서렸고 그는 강시연의 손목을 잡아 힘껏 조여 목소리는 거칠게 갈라졌다.“강시연, 우리 아직 부부라는 걸 잊지 마.”그는 원래 아직 이혼하지 않았다고 말하려 했지만 자신의 기억상실인 설정을 떠올리며 말을 바꿨다.“으윽.”강시연은 손의 통증에 차가운 숨을 삼켰다. 눈가에 눈물이 맺히자 한정훈은 이를 보고 즉시 그녀 앞으로 나서서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진 대표님, 여자를 곤란하게 하는 건 신사다운 행동이 아니에요.”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진수혁의 눈에 거슬렸고 특히 한정훈이 보호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어 마치 그가 강시연의 남편인 것 같았다.진수혁은 눈꺼풀이 떨리고 머리가 아플 정도로 극도의 분노에 휩싸였으나 곧 주변의 수군거림이 귀에 들어왔다.여기서 일어난 소동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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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화

잠시 후 한정훈은 계속해서 사업 파트너 응대에 바빴고 강시연은 혼자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아마도 디저트를 너무 많이 먹어서인지 약간 느끼하고 메슥거리는 기분이 들었다.“주스 한 잔 부탁해요.”마침 지나가던 웨이터가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강시연이 주스를 받아 한 모금 마시려던 순간 갑자기 악의가 가득 담긴 시선이 자신을 정면으로 노려보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본능적으로 시선을 돌렸다.심하은이었다.“심하은 씨, 무슨 일 있으신가요?”강시연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참을 수 없어 물었다. 말이 끝나자 심하은의 얼굴에는 당황스러움이 잠깐 스쳤다가 금세 눌렸고 가볍게 기침을 했다.“아니에요. 계속하세요.”강시연은 처음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이렇게 이상한 태도를 보이자 눈꺼풀이 살짝 떨리며 동시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도 이상한 점은 찾을 수 없었다. 그녀는 눈쌀을 찌푸린 채 손에 든 주스를 들어 다시 마시려는 순간 뒤에서 한민주의 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잠깐만요.”강시연은 즉시 손을 멈추고 돌아보며 다소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민주야,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곧이어 한민주가 빠른 걸음으로 달려오면서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초조함이 묻어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강시연이 든 주스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얼마나 마신 거예요?”“조금. 무슨 문제라도 있어?”강시연은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순간 얼굴빛이 굳어졌다. 주변 사람들도 다시 모여들며 이 소란에 시선을 빼앗겼다.심하은은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서서히 군중 속에서 빠져나가려 했다.“어디 가려는 거예요?”한민주는 굳은 표정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했고 목소리는 차갑게 날카로웠다.“음료에 뭐 넣은 거죠? 설명 안 하면 못 가요.”사실 한민주는 아까 화장실에서 나올 때 심하은의 작은 행동을 목격했다. 처음엔 별생각 없이 지나쳤지만 그 주스가 강시연의 손에 들어 있는 것을 보고 초조한 마음에 즉시 달려온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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