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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돌이킬 수 없는: Chapter 331 - Chapter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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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1화

연회 후반부 심하은은 강제로 끌려갔다. 떠날 때 얼굴은 매우 안 좋았으며 눈동자에는 억울함과 원망이 가득했다.다른 손님들은 하나둘 강시연을 향해 동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본처로서 첩에게 이렇게 당하는 것도 참 가엾은 일이었다.심지어 연회 주최자도 뒤늦게 나와 강시연에게 온갖 사과를 하고 주스는 바로 검사를 위해 가져가도록 했다. 다행히 단지 약간의 최면용 약물만 첨가되었을 뿐 다른 성분은 없었다.심하은 같은 바보의 지능과 용기를 생각하면 이런 치사한 수법밖에 쓸 줄 모른다는 걸 알 수 있었고 강시연은 비웃었다.“시연 언니, 괜찮아요? 몸 어디 불편한 곳은 없어요?”한민주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한정훈도 소식을 듣고 즉시 달려와 그녀 곁을 지켰고 온몸이 억눌리는 듯 답답했다.“병원 예약해 놓을게요.”이 시간대에 대부분 병원은 문을 닫아 응급실만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의 인맥을 활용하면 강시연을 위해 몸 전체를 검사하도록 바로 준비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두 사람의 배려에 강시연은 마음속에 따뜻함을 느끼며 살짝 미소 지었다.“괜찮아요. 아무 이상 없어요.”아마 조금만 마셨기 때문에 의식은 또렷했고 최면 약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한정훈과 한민주 두 남매는 비로소 안도하며 숨을 내쉬었고 밤이 깊어지면서 연회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그들은 원래 그녀를 배웅하려 했지만 강시연이 거절했다.“제 운전기사한테 이미 오라고 했어요. 같은 방향도 아니고 늦었으니 그렇게 수고할 필요 없어요.”“알겠어요. 안전하게 돌아가요.”한민주는 입술을 삐죽이며 강시연을 설득할 수 없다는 걸 보고 결국 오빠를 따라갔다.찬바람이 스쳐 지나가 몸이 서늘했고 강시연은 몸을 감싼 외투를 고쳐 입었다.조금 뒤 눈앞에 익숙한 검은색 마이바흐가 멈춘 것을 발견했다.“시연 씨, 진 대표님은요?”유태오가 운전석에 앉아 창문을 내리며 말했다. 아마도 진수혁을 데리러 올 시간을 계산한 듯했다.강시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이미 돌아갔어요.”“네?”유태오는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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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화

잠시 침묵이 흐른 후 강시연은 낮게 대답했다. 표정은 겉으로는 변함없어 보였지만 마음속은 이미 수많은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알겠어요. 먼저 돌아가세요.”유태오는 고개를 끄덕이고 차를 몰고 떠났다.강시연은 그 자리에서 자신의 운전기사를 기다리며 서 있었지만 머릿속에는 방금 전의 대화가 계속 떠올랐다. 진수혁이 화를 내며 연회를 떠났는데 유태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면 그는 지금 어디로 간 건지 마음속에 걱정이 스며들었다. 강시연은 자연스레 눈썹을 찌푸렸고 마침 운전기사도 호텔 앞에 도착했다.“오래 기다리셨죠. 길이 조금 막혔어요.”운전기사가 공손히 뒷좌석 문을 열어주었다. 강시연은 손을 흔들어 괜찮다는 뜻을 보이고 안전벨트를 매고 출발했다.그때,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그녀가 잠시 멈칫하며 휴대폰을 열자 익숙한 번호가 화면에 떠 있었고 망설임 없이 전화를 받았다.“진수혁 씨? 어디예요?”하지만 반대편에서는 곽지훈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약간 초조한 기색이 섞여 있었다.“형수님, 빨리 와주세요. 수혁 형이 술에 취해서 계속 형수님 이름만 부르고 있어요.”강시연은 입술을 깨물고 말을 꺼내기도 전에 곽지훈이 다시 말했다.“오늘 밤 술을 많이 마셔서 안 오시면 병원에 실려 갈 수도 있어요.”진수혁은 오랫동안 위장병을 앓고 있었고 게다가 과음까지 해서 언제 큰 문제가 생길지 모르는 일이었다. 강시연은 눈꺼풀이 떨리며 급히 말했다.“일단 진정시키세요. 제가 바로 갈게요.”전화를 끊자 그녀 옆의 두 손이 본능적으로 움켜쥐어졌고 손바닥에는 식은땀이 가득했다.“아저씨, 집에 가지 말고 매영 바로 가주세요.”조금 후 강시연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주변은 어둡고 시끄러운 록 음악이 귀에 울렸고 공기 중에는 진한 담배와 술 냄새가 가득했다.그녀의 눈빛에 불쾌함이 스치고 사람들을 지나 곧 닫혀 있는 한 룸 앞에 도착했다.문을 열자마자 익숙한 남자가 소파 중앙에 앉아 있었고 발치에는 이미 비어버린 술병이 가득했다.곽지훈이 그의 팔을 잡고 간절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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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3화

강시연의 한숨을 쉬며 이미 뒷좌석에서 취해 있는 진수혁을 바라보고는 어쩔 수 없이 함께 차에 올랐다.“이제 어디로 가실까요?”운전기사의 목소리가 앞에서 들려왔다.강시연은 잠시 생각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는 아버지 성격상 진수혁을 길바닥에 내버릴 게 뻔했기에 절대 강씨 가문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시연아, 가지 마. 제발...”귀에 스치는 낮고 쉰 목소리 간절한 부탁이 섞여 있었다.강시연이 올려다보자 남자는 눈이 흐릿했고 의식도 완전히 또렷하지 않으면서 계속해서 그녀의 이름을 반복하고 있었다. 결국 그녀의 마음도 살짝 무너졌다.“아리아 레지던스로 가죠.”강시연이 천천히 입을 열었고 눈빛이 복잡하게 흔들렸다. 그곳은 그녀가 7년간 살아온 곳으로 결혼 후 이사할 때까지 많은 고통스러운 기억이 담긴 곳이었다.마지막으로 마음속으로 괜찮다고 되뇌었다.밤은 점점 깊어지고 차가운 달빛이 반쯤 떠 있었다.강시연은 운전기사에게 진수혁을 침대에 눕히도록 도와달라고 하고 옷도 갈아입혔다. 일련의 행동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고 예전에 수없이 반복했던 모습과 같았지만 마음은 천지 차이였다.그 후 그녀는 흩어진 옷들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드라이클리닝에 맡기려 했다.익숙한 인테리어와 소품을 보자 마음은 더욱 복잡했다. 전기 스위치 박스 위에는 얇은 먼지가 덮여 있었으며 그녀가 떠난 후 집은 원래의 색을 잃었다.진수혁과 진도현 두 부자는 용성으로 이사 간 뒤 강씨 가문에 거의 돌아오지 않았었다. 강시연은 이를 악물고 부엌으로 들어가 해장국을 끓이려 했다.하지만 어째선지 시야가 순간 흐려졌고 발걸음이 비틀거리고 지난 연회에서 마신 그 과일주스가 떠올라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하지만 그녀는 단지 한 모금만 마셨고 몸에 이상도 없었다. 혹시 반응이 느리게 나타나는 건지 의심하는 찰나 점점 의식이 흐려지자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방으로 돌아가려 했다.그러나 침대 위에는 이미 한 남자가 누워 있는 것을 잊고 있었다.“시연아...”남자의 쉰 목소리가 낮게 들려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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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4화

강시연은 온몸의 쑤심과 나른함을 참으며 조심스레 침대에서 내려왔다.그때 탁자 위 휴대폰이 진동했고 오지원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메시지에는 이미 공항 도착해서 새 심리상담소 위치를 묻는 내용이 담겨있었다.강시연은 잠시 멈칫하다가 휴대폰을 들어 바로 지금 데리러 간다고 답장을 보냈다.어제 사무실 위치를 확정한 뒤 그녀는 용성 쪽에 연락해 출장을 갈 수 있는 직원 몇 명을 파견했고 그중 오지원도 포함되어 있었다.강시연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진수혁을 한 번 더 바라보고는 표정이 복잡했지만 조심스레 방을 나섰다. 12시가 되어서야 진수혁은 천천히 눈을 떴다. 머리가 터질 듯 아팠고 몸을 일으켜 앉으면서 자신이 이미 집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전날 밤의 기억은 일부만 남아 있었고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장면은 곽지훈이 자신에게 더 이상 술을 마시지 말라며 말리는 모습이었다.자신이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는지 이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전부 기억이 나지 않았다.그와 강시연은 아직도 싸우고 있었기에 당연히 상대방을 생각하지 않고 그냥 곽지훈이 자신을 집으로 데려다준 것이라 생각했다.그때, 갑작스레 전화벨이 침묵을 깨뜨렸다.진수혁이 휴대폰을 집어 들자 유태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진 대표님, 어디 계신가요? 지금 확인이 필요한 중요한 서류가 있어서요.”“곧 갈게.”진수혁은 눈빛을 잠시 굳히고 쉰 목소리로 답했다. 지난밤 일을 따지지 않기로 하고 나중에 곽지훈에게 묻기로 마음먹었다.그는 몸을 일으켜 옷을 갈아입고 간단히 세수한 뒤 곧장 밖으로 나갔다.잠시 후,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바쁜 업무에 몰두하며 곽지훈을 찾는 일은 완전히 잊어버렸다. 위가 은근히 아파서야 자신이 아직 밥을 먹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유태오에게 쇠고기죽을 준비해 달라고 했다.기다리는 동안 진수혁은 계속 서류를 뒤적였다. 바쁘게 일할 때만 전날 연회에서의 불쾌한 기억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그 순간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진수혁은 고개를 들지 않고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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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5화

진혜연이 옆에 있는 심하은의 손을 잡고는 웃으며 말했다.“수혁아, 예전에 나에게 약속했던 거 아직 기억하지?”“물론이죠.”진수혁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그때 그는 아직 어렸다. 주변이 온통 적들로 가득한 진씨 가문에서 오직 진혜연만이 힘을 보태주며 그가 후계자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게 도와주었다. 진수혁은 진혜연을 매우 존경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반드시 돕겠다고 약속했다.진혜연은 얼굴 가득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수혁이 네가 은혜를 잊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어. 사실 나 조금 부탁할 게 있어.”“말씀하세요.”진수혁은 펜을 내려놓고 눈앞의 사람을 진지하게 바라보았고 곧이어 진혜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한숨 섞인 얼굴로 말했다.“하은이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나한테 하은이를 잘 봐달라고 부탁했어. 너도 알다시피 몸이 좋지 않은데 계속 무대에 서다가는 언젠가 큰일 나게 되어 있어.”진수혁은 눈꺼풀이 살짝 떨렸지만 태연하게 물었다.“그래서 고모 생각은...”말이 여기까지 나온 이상 진혜연은 더는 돌려 말하지 않고 곧장 말했다.“하은이 네 밑에서 일하게 하고 싶어. 가벼운 일만 시키면 돼. 나머지는 내가 불안해서 안 되겠어.”“혜연 고모...”심하은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감동 어린 목소리로 말했고 사무실 안이 갑자기 조용해졌다.진수혁은 눈썹을 찌푸리며 마음속으로 내키지 않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이미 강시연과 잘 지내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단번에 거절은 못했다. 하지만 심하은이 함께 있다면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수 있었기에 머뭇거렸다.잠시 기다렸지만 진혜연이 답을 받지 못하자 얼굴이 금세 굳어졌다.“이렇게 작은 부탁도 들어줄 수 없는 거야?”인사이동 때문에 진한 그룹은 최근 꽤 불안정했고 고모의 불만을 사면 상황이 더 복잡해질 수 있었다. 진수혁이 깊은 고민에 잠겨 있는 그때 다시 진혜연의 목소리가 들렸고 전보다 약간 부드러워져 있었다.“그저 하은이 걱정돼서 그래. 구체적으로 어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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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6화

일주일 후 희망 심리상담소가 강성에서 정식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한정훈도 바쁜 일정 속에서 시간을 내어 개업 축하 선물을 들고 찾아왔다.“축하해요.”“고마워요.”강시연은 눈가가 미묘하게 올라가며 얼굴 가득 자신감과 자랑스러운 미소를 띠었고 이 순간의 그녀는 더 이상 이전처럼 남편과 아들에게 의존하던 가정주부가 아니었다.첫날 영업은 예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몇몇 단골손님이 소식을 듣고 상담을 받기 위해 차례로 찾아왔다. 오픈 혜택으로 강시연은 첫 3일 동안 무료 진료를 진행하기로 했고 상담소 앞은 사람들로 붐비며 심지어 긴 줄까지 생겼다.어느덧 해가 지기 직전이었다.강시연은 일어나 뻣뻣한 목을 풀며 마지막 환자까지 진료를 마쳤고 하루 종일 찾아온 손님들은 대부분 크고 작은 심리적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들의 고민을 듣고 비록 즉시 해결은 못 해도 얼굴에 다시 웃음이 돌아오는 것을 보니 마음속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강시연은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와서 문을 열자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아빠? 도현아? 왜 그래?”할아버지와 손자가 서로 등을 맞대고 앉아 있었다. 특히 진도현은 얼굴이 부르르 달아오른 듯 화가 난 표정이었다.정말 신기한 광경이었다.강민석은 손자를 처음 보는 순간부터 너무나 귀여워했고 눈빛 속 사랑이 거의 넘칠 지경이었다. 원하는 건 무엇이든 주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둘이 다투다니 강시연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강민석을 바라보았다.그는 표정이 어색했고 입을 열었다가 닫는 등 무언가 말하려다 멈춘 모습이었다.강시연은 이미 짐작이 가서 진도현을 향해 돌아서자 어린 목소리가 화난 듯 들려왔다.“엄마, 선생님이 오늘 숙제를 내주셨어요. 아빠한테 마사지해드리고 영상으로 찍어서 단체 채팅방에 올리래요. 근데 아빠가...”진도현은 억울한 듯 강민석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아빠가 외할아버지한테 쫓겨났어요.”순간, 분위기가 무거워졌고 강시연은 미간을 눌러 잡으며 살짝 머리가 아팠다. 보통 사람들은 시어머니와 며느리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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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화

강시연은 눈앞의 진한 그룹 건물을 바라보며 갑자기 세상과 동떨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진수혁에게 완전히 실망한 이후 그녀는 이곳에 다시 오지 않았고 덕분에 진도현을 제외하고는 회사 직원들은 진수혁의 아내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다행히 진도현이 자주 진수혁을 찾아왔기에 예약 없이 얼굴 인식만으로도 들어갈 수 있었다.“도련님, 안녕하세요.”“도련님. 키가 큰 것 같아요.”칭찬이 하나씩 들려오자 진도현은 턱을 살짝 들고 자랑스러운 미소를 지었고 강시연은 그 모습을 보고 진도현이 왜 회사에 오기를 좋아하는지 이해가 되었다.대표실은 최고층에 있었고 강시연은 진도현의 손을 잡고 직통 엘리베이터에 올라 23층으로 향했다.‘딩동’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열리자 사무실 안은 매우 분주했다. 눈앞의 열 몇명의 비서와 조수들은 모두 진수혁만을 위해 일하고 있었다.강시연은 다른 사람들의 업무를 방해하지 않고 진도현과 함께 끝 쪽 사무실 문 앞까지 갔다.손을 들어 막 문을 두드리려는 순간 뒤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시연 씨, 언제 온 거예요?”작은 소리와 숨이 찬 듯 땀범벅인 채 나타난 것은 유태오였고 강시연은 별생각 없이 말했다.“도현이가 아빠 보고 싶어 해서 같이 왔어요.”말을 마치고 다시 손을 들어 문손잡이를 돌리려는 순간 또 한번 제지당했다.“시연 씨, 진 대표님은 지금 회의 중이세요. 도련님과 함께 휴게실에서 잠시 기다리시는 게 어떨까요?”유태오는 이마의 땀을 닦으며 목소리까지 떨리고 있었다.강시연은 잠시 멈춰 평소와 다른 유태오의 모습에 의심을 품었다. 눈빛이 흔들리고 작은 행동이 잦은 건 명백한 거짓말의 신호였다.혹시 안에서 감춰진 무언가가 있는 건지 의문스러웠던 강시연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앆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며 손을 들어 사무실 문을 밀었고 그 순간 눈앞에 들어온 장면은 충격적이었다.진수혁은 책상 앞에 앉아 정장을 입고 셔츠 맨 위 단추까지 잠근 채 금욕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 깨끗한 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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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8화

생명이 위태로웠다.진수혁은 이를 악물고 방법이 없어 사무실로 돌아가 한 손으로 눈앞의 여인을 들어 올렸다.“하은아, 버텨. 곧 병원에 도착할 거야.”말하며 그는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향했고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심하은을 안고 차에 올랐다. 한편 강시연도 차 안에 있었지만 바로 떠나지 못했다. 방금 목격한 장면의 충격이 너무 커 온몸이 아직도 멍한 상태였다.“엄마, 왜 그래요?”진도현의 걱정 어린 목소리가 귀에 들렸고 강시연은 정신을 차리고 차창 밖을 보았다. 진수혁이 한 사람을 안고 얼굴에는 전례 없는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을 안은 듯했다.이런 대우는 자신에게는 한 번도 없었다.강시연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눈빛에는 슬픔과 무감각이 가득했고 천천히 운전기사한테 말했다.“아저씨, 우리 집으로 가요.”차 안의 공기는 무겁고 답답했다. 진도현조차 함부로 움직이지 않고 뒷좌석에서 조용히 앉아 엄마를 걱정스레 바라보았다.잠시 후 그들은 집에 도착했고 강시연은 아무 말 없이 바로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강민석은 원래 서재에서 신문을 보고 있었지만 소란에 놀라 나와 진도현을 보며 물었다.“그... 너 숙제하러 갔던 거 아니었어? 벌써 돌아왔어?”“외... 외할아버지...”진도현은 입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말을 망설이는 표정이었다. 사실 이전에도 그는 심하은과 친하게 지내고 싶었지만 몇 번의 상처를 받은 뒤 이 세상에서 진심으로 자신을 아껴주는 사람은 엄마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외할아버지조차 진도현에게 온화하게 대하는 이유는 엄마 때문이었다. 그는 아직 나이가 어리지만 남녀 간의 감정은 잘 모르면서도 아빠가 엄마를 슬프게 한 것 같다는 것은 이해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강민석은 지팡이를 짚고 낮게 묻자 진도현은 몇 초 망설이다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엄마랑 회사에 갔는데 아빠가... 아빠가 심하은 이모랑 안고 있었어요. 그래서 엄마가 저랑 함께 돌아왔어요.”“그 개자식이 감히.”강민석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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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9화

진수혁의 첫 반응은 당연히 거절이었다.심하은이 어떤 사람인지는 일단 제쳐두고 본래부터 자신에게 편견을 가진 장인어른 강민석이 보면 당장 쫓겨날 게 뻔했다. 하지만 심하은은 창백한 얼굴에 진심을 담아 여러 번 약속하며 말했다.“나 안 나가고 그냥 차 안에 있을게. 만약 강시연 씨 쪽에서 내 설명이 필요하면 그때 나가서 말할게.”“그래.”진수혁은 눈썹을 찌푸리며 머릿속에서 강시연이 떠난 뒤의 실망과 담담한 눈빛이 스쳤다. 마치 마음이 바늘로 찔린 듯 온몸에 촘촘한 통증이 번졌다. 그는 깊은 눈빛으로 방향을 틀고 액셀을 밟았다.서둘러 강시연 집으로 가서 그녀에게 상황을 설명하려 했다.“시연아, 나...”눈앞에 익숙한 그녀의 모습이 보이자 진수혁은 마음이 잠시 안정되었다.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말을 꺼내려 했지만 그 순간 강민석이 갑자기 나타나 딸 앞을 가로막았다. 얼굴에는 전례 없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너 내가 죽여버리겠어.”그는 회색 외투를 입고 두 주먹을 꼭 쥔 채 남자의 얼굴을 향해 힘껏 내리쳤고 순식간에 주변의 분위기는 긴장감으로 팽팽해졌다.다행히 진수혁도 몇 년간 복싱을 배운 적이 있어 반응이 빨랐고 첫 공격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강민석은 마치 목숨을 걸듯 다시 주먹을 휘두르며 덤벼들었다.심하은은 원래 차 안에 앉아 있다가 밖의 소란을 듣고 못 이겨 내려 확인하려 했다. 주먹이 진수혁의 얼굴로 향하는 순간 눈빛을 반짝이며 마음속으로 자신의 위험과 자신의 이득을 계산했다.“수혁아, 조심해.”부드러운 여자의 목소리가 갑자기 울리더니 이어서 고통스러운 외침이 터졌다. 심하은이 갑자기 튀어나와 진수혁 앞을 막고 그 주먹을 온전히 맞은 것이다. 이어 관성 때문에 몸이 그대로 넘어가서 가시에 피부가 긁혔다.순식간에 선명한 핏자국이 눈앞에 들어왔다. 주변은 순간 정적에 휩싸였고 강시연은 즉시 달려가 미친 듯이 날뛰는 아버지를 붙잡았다.그가 이성을 잃고 두 사람을 때리거나 다치게 할까 봐 꼭 붙잡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심하은이 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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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0화

그녀는 이미 이 정도까지 해냈는데 왜 아직도 진수혁의 감정을 신경 써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때, 갑자기 강민석의 분노 섞인 외침이 귀에 울렸다.“뭘 보고 있어? 또 한 대 맞고 싶어?”심하은은 즉시 몸을 떨며 본능적으로 시선을 거두고 남자의 품에 바짝 몸을 웅크렸다.잠시 후 검은색 마이바흐는 출발했고 별장 앞은 다시 조용해졌다. 강민석은 아직 화가 가시지 않았는지 사납게 말했다.“너 나 막지 말았어야 해. 이 빌어먹을 것들 내가 죽일 수 있었는데 말이야.”“그 다음에는 멋있게 감옥 가고 나를 또 혼자 내버려두는 거에요?”강시연이 눈을 치켜뜨며 불만스레 말했다. 그 말에 강민석은 금세 풀이 죽고 마음이 불편한 듯 코를 만졌다.“그냥 말한 것뿐이야.”한편 진도현은 왕희주가 막아 밖에서 있었던 소동은 보지 못했고 엄마와 외할아버지가 돌아오자 곧바로 흥분하며 말했다.“지금 밖에서 뭐 했어요? 심하은 이모가 울었다는 소리 들었어요.”“아무것도 아니야. 얘야 빨리 자.”강시연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여러 번 달래서 방으로 돌려보냈다.이번 소동을 겪고 나자 처음 느꼈던 배신감도 많이 사그라들었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입가에 안도 섞인 미소를 띄었다. 개도 자신의 본성을 못 버리 듯 기억 상실 이후의 진수혁도 결국 심하은을 선택했다고 생각했다.며칠 뒤 양측이 모두 진정하면 그녀는 이혼 합의서를 건네주면 된다.그때, 전화벨이 울렸다.“시연아, 오늘 밤에 시간 돼? 노을 바에 또 새로운 미남들이 들어왔다고 하던데 그냥 나랑 구경이나 갈래?”서아름의 들뜬 목소리가 전화 너머로 들려왔고 강시연의 눈에는 한심스러움이 비쳤다.그녀는 자신이 실패한 결혼을 겪고 난 뒤 남자에게 알게 모르게 거부감이 생긴 것 같았다. 최대한 눈요기만 하고 아무리 좋아해도 그 이상은 발전시키지 않고 있었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술집에서 미남 보는 걸로 만족하게 된다.서아름이 다시 간절한 어조로 얘기했다.“안 될까? 너 요즘 나랑 한 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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