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침묵이 흐른 후 강시연은 낮게 대답했다. 표정은 겉으로는 변함없어 보였지만 마음속은 이미 수많은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알겠어요. 먼저 돌아가세요.”유태오는 고개를 끄덕이고 차를 몰고 떠났다.강시연은 그 자리에서 자신의 운전기사를 기다리며 서 있었지만 머릿속에는 방금 전의 대화가 계속 떠올랐다. 진수혁이 화를 내며 연회를 떠났는데 유태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면 그는 지금 어디로 간 건지 마음속에 걱정이 스며들었다. 강시연은 자연스레 눈썹을 찌푸렸고 마침 운전기사도 호텔 앞에 도착했다.“오래 기다리셨죠. 길이 조금 막혔어요.”운전기사가 공손히 뒷좌석 문을 열어주었다. 강시연은 손을 흔들어 괜찮다는 뜻을 보이고 안전벨트를 매고 출발했다.그때,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그녀가 잠시 멈칫하며 휴대폰을 열자 익숙한 번호가 화면에 떠 있었고 망설임 없이 전화를 받았다.“진수혁 씨? 어디예요?”하지만 반대편에서는 곽지훈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약간 초조한 기색이 섞여 있었다.“형수님, 빨리 와주세요. 수혁 형이 술에 취해서 계속 형수님 이름만 부르고 있어요.”강시연은 입술을 깨물고 말을 꺼내기도 전에 곽지훈이 다시 말했다.“오늘 밤 술을 많이 마셔서 안 오시면 병원에 실려 갈 수도 있어요.”진수혁은 오랫동안 위장병을 앓고 있었고 게다가 과음까지 해서 언제 큰 문제가 생길지 모르는 일이었다. 강시연은 눈꺼풀이 떨리며 급히 말했다.“일단 진정시키세요. 제가 바로 갈게요.”전화를 끊자 그녀 옆의 두 손이 본능적으로 움켜쥐어졌고 손바닥에는 식은땀이 가득했다.“아저씨, 집에 가지 말고 매영 바로 가주세요.”조금 후 강시연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주변은 어둡고 시끄러운 록 음악이 귀에 울렸고 공기 중에는 진한 담배와 술 냄새가 가득했다.그녀의 눈빛에 불쾌함이 스치고 사람들을 지나 곧 닫혀 있는 한 룸 앞에 도착했다.문을 열자마자 익숙한 남자가 소파 중앙에 앉아 있었고 발치에는 이미 비어버린 술병이 가득했다.곽지훈이 그의 팔을 잡고 간절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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