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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돌이킬 수 없는: Kabanata 351 - Kabanata 360

505 Kabanata

제351화

강시연은 진수혁이 그렇게까지 미칠 줄은 몰랐고 문짝을 세게 두드렸지만 밖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장도영 씨 불러주세요.”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바깥쪽은 여전히 차가웠다.“장 비서는 출장 중입니다. 사모님께서는 그냥 방에서 편히 계시죠.”주변은 순식간에 죽은 듯 고요해졌고 강시연은 주위를 둘러봤지만 창문은 단단히 잠겨 있어 도망칠 길이 전혀 없었다. 한참 몸부림치다 결국 힘이 빠져 털썩 주저앉았다.침대 머리맡 협탁에는 자신이 좋아하던 심리학 서적이 몇 권 놓여 있었다.강시연의 눈빛이 살짝 차가워지고 입가에는 비웃음이 스쳤다. 그의 세심함을 고마워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알 수 없었다.어느새 해가 지려 하고 있었고 문 앞에서 다시 발소리가 들렸다.“듣기론 오늘 아무것도 안 먹었다고?”진수혁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문을 열고 들어왔고 손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쇠고기 죽 한 그릇이 들려 있었다.그가 본 것은 방 한쪽 구석에서 몸을 잔뜩 웅크린 강시연이었다. 머리는 약간 흐트러져 있었고 눈을 뜬 채 남아 있는 건 냉담함과 거리감뿐이었다.“진수혁 씨, 도대체 목적이 뭐죠?”목소리는 쉰 채로 나왔고 진수혁은 입을 다물고 그릇을 든 채 그녀 옆에 쭈그려 앉았다.말투는 전례 없이 부드러웠다.“이제 나한테 투정 그만 부려.”이전처럼 지내면 안 될 게 뭐가 있냐는 듯 그는 숟가락을 집어 들고 살짝 불어 식힌 뒤 강시연의 입가로 가져갔다.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쨍그랑 소리와 함께 뜨거운 쇠고기 죽 그릇이 바닥으로 곧장 떨어지며 산산조각 났고 뜨거운 국물이 몇 방울 손등에 튀었다.진수혁은 마치 아무렇지 않은 듯 무표정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죽이 입맛에 안 맞아? 뭐가 먹고 싶어? 내가 주방에 가서 해 줄게.”“나가고 싶어요.”강시연이 싸늘하게 말했고 진수혁은 망설임 없이 거절했다. 그녀의 턱을 움켜쥔 그의 거친 손끝이 살며시 피부를 문질렀다.“내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어. 자신은 생각하지 않더라도 상담소를 생각해야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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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2화

그도 별다른 의심은 하지 않았지만 별장에 돌아온 뒤에야 분위기가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엄마, 엄마가 좋아하는 약과 가져왔어요.”진도현이 깡충깡충 뛰어오며 기쁘게 말했다.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든 아이는 언제나 죄가 없는 법이었기에 강시연은 그에게 화를 내지 않고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고마워. 도현아.”어느새 밤이 고요히 내려앉았다.곧 잠을 잘 시간이 다가오자 강시연은 잠시 후 진수혁과 단둘이 있을 것을 떠올리며 눈꺼풀이 저절로 파르르 떨렸다.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의 진수혁은 유난히 위험했다.그녀 마음속에는 알 수 없는 거부감이 차오르며 강시연은 진도현의 작은 손을 꼭 잡고 낮게 말했다.“도현아, 오랜만에 엄마가 자기 전에 동화 이야기 들려줄까?”“좋아요. 좋아요.”진도현의 눈이 반짝이며 신나게 대답했다. 두 모자는 방으로 돌아와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을 닫았고 일련의 동작은 매우 재빨랐다.진수혁의 잠시 체념한 듯한 표정이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누구든 너무 몰아붙이면 좋을 게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냥 두기로 했다.그때,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고 진수혁은 휴대폰을 꺼내 화면을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첫 번째 전화는 받지 않았지만 상대는 급한 일이 있는 듯 끊임없이 다시 걸어왔고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결국 통화 버튼을 눌렀다.“수혁아, 미안해. 내가 방해한 거야? 그런데 나 너무 무서워...”연약한 울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수혁의 눈빛이 잠시 어두워지며 낮게 물었다.“일단 울지 말고 얘기해. 무슨 일이야?”“나 지금 밖인데 누가 뒤 따라오는 것 같아.”심하은의 목소리는 바람처럼 희미하게 귓가를 파고들었고 곧이어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진정해. 지금 바로 갈게.”진수혁의 동공이 흔들리며 주저 없이 밖으로 나가면서도 떠나기 전 이종우에게 당부했다.“못 나가게 잘 봐요.”방 안에서는 강시연이 밖에서 벌어진 일을 전혀 모른 채 멍하니 동화책을 넘겼다. 머릿속은 오직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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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3화

이종우는 순간 몸이 움찔하며 바로 빌라의 대문을 열었다.“사모님, 제가 사모님과 작은 도련님을 바래다...”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시연은 진도현을 안고 달려 나갔다. 길가에서 손을 들어 택시를 잡아 올라타고 문을 닫았고 일사천리였다.이종우는 자신이 완전히 함정에 빠진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대로 서서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그는 바로 휴대폰을 꺼내 집안 상황을 진수혁에게 알리려 했지만 전화 건너편에서는 아무도 받지 않았고 밤은 점점 깊어졌다.“엄마, 내 연기 어때요?”진도현의 두 눈이 반짝였고 너무 신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고 무슨 게임을 하는 듯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강시연은 입가를 살짝 올리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고 칭찬했다.“아주 잘했어.”강시연과 진도현은 함께 차에 앉아 곧 강씨 가문 별장으로 돌아왔고 익숙한 환경을 보고서야 그녀는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강시연은 먼저 아이를 방으로 데려다 재운 뒤 돌아서다 방에서 나오는 강민석과 마주쳤다.“시연아? 출장 갔다고 하지 않았어?”“네?”강시연은 잠시 얼어붙었고 강민석이 바로 진씨 가문까지 쳐들어갈지 두려워 자신이 감금된 사실을 말할 수 없었고 억지로 고개만 끄덕였다.“행사가 갑자기 취소됐어요.”강민석은 고개를 끄덕이고 깊이 생각하지도 않은 채 물 한 잔을 마시고 나갔다.곧이어 강시연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문을 닫고 습관처럼 잠금장치를 걸었다. 두 다리는 약간 풀려 침대에 늘어져 앉았고 어느새 등은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머릿속으로는 다음 계획을 계속 생각했다.생각난 대로 강시연은 휴대폰을 꺼내 조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반대편에서는 여전히 예의 바르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이 시간에 방해해서 죄송해요.”“강시연 씨, 괜찮아요. 이건 원래 제 일이에요.”조 변호사는 웃으며 말했다.퇴근 후에 걸려 온 전화 때문에 짜증 난 기색은 전혀 없었고 주로 후한 보수 때문이었다.강시연은 돌려 말하지 않고 곧바로 말했다.“지난번에 말씀드린 이혼 합의서 남편이 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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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4화

언제 임신한 건지 혼란스러운 강시연은 머릿속에 얼마 전 바에서 진수혁을 집으로 데려간 그날 밤이 스쳐 지나갔고 원래도 하얗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저, 괜찮으세요?”“괜...괜찮아요.”강시연은 정신을 되찾고 절망적인 미소를 억지로 지었다. 황 박사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아이를 지울 생각이라면 빨리 결정해야 해요.”매일 산부인과를 찾는 임산부는 헤아릴 수 없이 많았고 기뻐 어쩔 줄 모르는 사람도 있고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든 사람도 많았다. 강시연이 혼자 온 걸 보고 황 박사는 또 한 명의 바람둥이에게 속은 어린 소녀라는 걸 짐작했다.“알겠습니다. 집에 가서 생각해 볼게요.”강시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마치 영혼이 나간 듯 양손을 꽉 쥐며 걸어 나갔다.원래의 산전 검사 보고서도 주먹에 쥐어 구겨졌다.왜 하필 지금인지 상황이 원망스러웠다. 수년 전 그때도 그녀는 혼전 임신으로 진수혁과 결혼했고 그때부터 악몽이 시작됐다.하지만 지금은 그녀에게 다른 선택을 할 권리가 있다.강시연은 고개를 숙이고 아랫배를 어루만지며 눈에는 갈등과 혼란이 가득했다.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수혁아, 미안해. 내가 폐를 끼쳤네.”진수혁도 여기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강시연은 순간 반응하며 구석의 기둥 뒤로 몸을 숨겼다.심장은 두근거리고 손바닥에는 땀이 흘렀다. 직감적으로 절대로 상대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면 안 된다는 것을 느꼈고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이 다시 되풀이될 것이다.곧이어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맞은편에서 걸어왔고 남자는 냉철하고 고귀한 기품을 풍기고 여자는 아름답고 부드러워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웠다.두 사람은 매우 가까이 붙어 있었고 심하은은 거의 몸의 절반을 남자의 팔 앞으로 기대어 아주 은밀한 분위기였다.강시연은 잠시 얼어붙어 그들이 지나가는 모습과 산부인과로 들어가는 걸 눈앞에서 지켜봤다. 자신은 혼자 조심스레 산전 검사를 받으러 왔는데 남편은 다른 여자와 함께 산부인과로 향하는 것을 보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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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5화

진수혁의 눈동자에 어쩔 수 없는 무력감이 스치며 눈앞의 심하은을 바래다줄 수밖에 없어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심하은이 잠든 것을 확인하고서야 그는 일어나 떠날 준비를 했지만 발걸음은 바쁘고 마음 한편은 불안했다.한밤중, 이종우가 여러 번 전화를 걸어온 것을 보고 생각이 많았지만 집안 상황은 알 수 없었다. 아마 강시연이 속상해했을 거라고 생각했다.강시연이 화가 나서 발끈하는 모습, 마치 곤란해진 작은 고양이처럼 떠오르며 진수혁 눈가에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그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성서 쪽의 그 약과를 기억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일부러 돌아서 두 박스를 사서 일종의 사과 겸 선물로 하려 했다.머릿속에 그 생각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 아파트 입구에는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위층을 가리키며 웅성거리고 있었다.진수혁은 눈꺼풀이 떨리며 마음속에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스쳤다. 그는 엘리베이터에서 급히 나와 1층 로비에서 고개를 들자 익숙한 얼굴이 꼭대기 층에 서 있는 것을 보았고 그 홀쭉한 모습은 매우 무력하고 절망적이었다.“세상에. 저 아가씨 무슨 일이야? 아직 그렇게 어린데 저런 생각을 하다니.”“멍하니 뭐해. 빨리 경찰에 신고해야지.”수군거리는 소리가 귓가로 들렸고 진수혁은 한눈에 그녀가 심하은이라는 걸 알아보았다. 동공이 흔들리며 즉시 엘리베이터로 되돌아갔다.“뭐 하는 거야?”그는 심하은과 거리를 두고 싶었지만 눈앞에서 생명을 구해준 은인을 죽게 두고 볼 생각은 없었다.“수혁아, 너도 날 버렸는데 내가 살아 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심하은은 눈가가 붉게 물들고 눈물이 속절없이 계속 흘러내리며 목이 멘 채 말했다.“혼자 너무 무서워. 머릿속엔 어젯밤 따라오던 장면만 계속 떠올라. 나...”말이 이어질수록 그녀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고 목소리도 떨렸다. 진수혁은 찡그린 채 그녀가 품에 파고들어 울게 두었고 끝내 밀어내지 않았다.아마 어젯밤의 그림자가 너무 컸던 모양이었고 며칠 후 감정이 안정되면 괜찮아질 것으로 생각하며 눈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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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6화

“나도 더는 강요하지 않을게. 이렇게 하자. 딱 한 달 만이야. 내가 볼 일 다 해결되면 직접 하은이를 데리고 떠날 거야.”이 말을 들은 진수혁은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의 대화가 고스란히 귀에 들어오자 심하은의 시선이 잠시 흔들리더니 진수혁의 셔츠 자락을 더욱 꽉 움켜쥐었다. 입가에는 자신만의 승리의 미소가 살짝 번졌다.진수혁의 아이만 가지면 자연히 이 집에 머물 명분이 생길 것이다. 생각해 보면 강시연 역시 그렇게 자리를 잡았던 것이라고 생각하면 한 달이면 충분했다.그 자리에 선 세 사람의 마음은 제각각이었고 그 사이 강시연은 오랜만에 평화로운 나날을 보냈다.처음에는 진수혁이 집으로 들이닥칠까 걱정했지만 뉴스에서 그와 심하은의 스캔들이 연달아 터지자 마음이 점점 무뎌졌다.오늘은 경매장에서 사랑을 위한 촛불 행사에 다녀오고 내일은 자선 파티에서 몇 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사며 청혼을 준비한다는 기사까지 소식이 하나둘 이어질수록 강시연은 입꼬리를 비틀며 냉소를 지었다.괜한 걱정이었다.그럼에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이혼 합의서를 계속 우편으로 보냈고 하루라도 빨리 끝내야 그가 원하는 여인에게 자리를 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모든 서류는 마치 바다에 던진 돌처럼 감감무소식이었다.강시연은 의아한 마음에 휴대폰을 집어 들었지만 막상 전화를 걸려니 망설여졌다. 며칠 뒤에 조 변호사에게 소송 준비가 어느 정도 됐는지 물어보고 결정하려고 했다.시간은 그렇게 흘러 그녀의 심리 상담소도 마침내 강성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어느 날, 강시연이 집에 돌아오니 거실이 유난히 북적이며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시연 언니, 돌아왔어요?”한민주가 반가운 얼굴로 다가와 손을 꼭 잡았다.“내일 엄마 생일이에요. 작게 파티를 열 건데 언니도 올 거죠?”“엄마 생일?”강시연은 잠시 놀란 뒤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지. 이렇게 중요한 자리에 내가 빠질 수 있겠어.”그때, 강민석도 그 말을 듣고 소매를 걷어 올리며 의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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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화

강시연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며 무의식적으로 배를 감싸 쥔 채 놀란 기색으로 고개를 저었다.다행히 작은 차 안의 사람들은 다치지 않았고 곧 구급차가 도착했다. 한정훈은 그녀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걱정스레 물었다.“왜요? 병원에 가볼래요?”“괜찮아요.”강시연은 고개를 저으며 나직이 말했다.“우리 계속 가죠.”잠시 뒤 두 사람은 마트에 도착해 신선식품 코너로 걸어갔다. 남녀가 함께 선 모습이 잘 어울려 고기를 파는 아주머니도 한두 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신선한 생닭 있어요. 아내한테 사다 주면 몸 보신으로 최고죠.” 말이 끝나자 강시연의 눈가에 순간 난처함이 스쳤고 설명하려고 입을 열려던 참에 한정훈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아주머니의 농담을 못 들은 듯 웃으며 말했다.“하나 주세요.”“알겠어요.”아주머니는 손이 빨랐고 순식간에 포장을 마쳤다.강시연은 옆에 서서 어색한 기색으로 입을 열 듯하다가 조용히 삼켰고 두 사람은 계속 마트를 돌아다니며 꼭 부부처럼 보였다.갑자기, 플래시가 번쩍였다.한정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재빠르게 반응해 구석을 흘끗 보았다. 그곳엔 수상쩍은 그림자가 서 있었고 말하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최근 한정훈이 한정 그룹을 이끌고 강성에 진출하면서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었기 때문에 그에게 이런 사람들은 이미 익숙했다.그의 시선이 곁에 있는 아무것도 모르는 강시연에게 잠시 머물렀고 눈빛이 스쳤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사진기자에게 사진을 내놓으라고 요구하지도 않았고 평소 같으면 내일쯤엔 스캔들 잡지에서 핫이슈로 떠올랐을 것이다.강시연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신이 나 강민석과 동지안이 좋아하는 과일을 고르고 있었고 순식간에 카트가 가득 찼다.그녀는 한정훈을 바라보며 조금 미안한 듯 머쓱하게 말했다. “나도 모르게 많이 담았네요. 우리 배달 기사 불러서 보내죠.”“좋아요. 그렇게 하죠.”한정훈의 입가에 미묘한 미소가 번졌고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그의 말투엔 어딘가 다정함이 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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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8화

말이 끝나자 심하은의 얼굴에 걸려 있던 미소가 순식간에 굳어 버렸다.결혼은 그녀도 하고 싶었지만 강시연이 무슨 수를 썼는지 진수혁의 마음을 빼앗아 가 버린 것이었다. 이번에 돌봐주는 것도 자신이 자살을 빌미로 억지로 얻어낸 것이었다.병실의 공기가 단숨에 차갑게 식었고 간호사가 고개를 들었을 때 눈앞에 드러난 그 사납게 일그러진 얼굴을 마주했다. 처음엔 착각이라 생각했고 놀란 그녀의 손이 덜컥 미끄러지며 바늘이 곧장 피부를 뚫었고 피가 스며 나왔다.“악.”심하은은 차가운 숨을 들이켰다. 당장 욕이라도 퍼부으려 했으나 자신의 이미지를 생각해 꾹 참았다.간호사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죄... 죄송합니다.”간호사는 순간 이 병실은 VIP 환자가 머무는 곳인데 이제 분명 크게 혼날 것이라고 두려워했다.심하은의 미간에 그늘이 드리웠고 다시 입을 열었을 때 부드럽던 목소리엔 한기가 스며 있었다.“다른 분으로 바꿔 주시겠어요?”“네. 알겠습니다.”간호사장이 소리를 듣고 들어와 실수한 간호사를 짧게 노려본 뒤 공손히 심하은을 향해 말했다.“죄송합니다. 손등이 조금 부어 있어 반 시간쯤 지나야 다시 수액을 놓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그럼 그렇게 하세요.”심하은은 아예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가 잠시 걷기로 했다. 며칠째 병원 신세를 지다 보니 몸이 곰팡이라도 필 지경이었다.진수혁은 오늘 밤 언제쯤 올지 병원 복도를 목적 없이 거닐다가 어느새 산부인과 앞에 다다랐다.심하은의 눈빛이 번쩍였고 접수를 해서 임신 확률을 높이는 방법을 물어볼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그녀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한 달이었고 그 한 달 안에 반드시 진수혁의 아이를 가져야만 했다.소문에 부유층의 정자를 모아 인공 주입을 해 주는 조직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심하은이 온갖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갑자기 귀에 목소리가 들려왔다.“어? 사진 속 이 여자 어디서 본 것 같은데요?”당직을 준비하던 한 산부인과 의사가 말하고 있었다.“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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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화

심하은의 머릿속에 순식간에 진수혁의 모습이 스쳤고 옛말에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이는 대개 라이벌이라고 했었다.곰곰이 생각해 보니 강시연은 아직 이혼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바람을 피울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동시에 절대로 진수혁이 이 사실을 알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심하은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며 가슴속에 강한 위기감이 치밀었다.본래 진도현의 존재만으로도 강시연은 7년간 진씨 가문 안주인 자리를 지켜왔었다. 그러기에 만약 이 아이의 소문이 퍼진다면 지금 강시연에게 마음이 남아 있는 진수혁이 두 사람을 다시 원상복구 할지도 몰랐다.갑자기 문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심하은은 재빨리 그 진료 기록지를 빼내어 주머니에 넣고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았다.이어 그녀는 그 당직 의사와 몇 마디 가볍게 얘기를 나눈 뒤에야 몸을 돌려 나왔고 어느새 등에 식은땀이 흥건히 젖어 있었다.병실로 돌아온 심하은은 몹시 혼란스러웠고 머릿속이 쉴 새 없이 돌아가며 대책을 궁리하고 있었다. 그때 진수혁이 먼 길을 달려와 병실 문을 열었다.방금 회의를 마치자마자 곧장 병원으로 온 터라 그는 아직 온라인에 떠도는 기사들을 보지 못했다. 그의 뒤로는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장 비서가 따라왔다.장 비서는 심하은을 보자 고개를 갸웃했다.자신은 절에 가서 기도만 했을 뿐인데 어째서 진수혁의 태도가 또 바뀐 건지 몰랐다. 전에는 강시연에게 마음을 다 준 것 같더니 이제는 어째 심하은과 애매한 사이로 보이는 건지, 장 비서는 이마를 찌푸리며 혼란스러웠다.자신이 절에서 빌었던 게 잘못이었던 건지 아니면 부처님이 사람을 착각하신 건지 이런저런 생각을 할 때 진수혁은 이미 침대 옆 의자를 당겨 앉았다.“오늘은 좀 어때?”그는 의례적으로 물었고 심하은은 정신을 다잡으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지만 조금 전 들은 소식 때문에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다.“수혁아, 나... 나 괜찮아.”어쩐지 마음이 불안해 목소리마저 더듬거렸고 진수혁은 단번에 이상함을 알아챘다.“무슨 일이야? 손등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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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0화

정말로 자신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는 생각에 진수혁의 눈빛에 살기가 스치고 옆에 있는 두 손이 저절로 움켜쥐었다.심하은이 그의 안색을 흘끗 보더니 또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강시연 씨와 한 대표님이 생활용품을 많이 샀다고 들었는데 같이 살고 있는 거야?”말을 마치자 그녀는 급히 입을 막고 사과했다.“미안해. 그런 뜻이 아니고 그냥 네가 강시연 씨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순간, 주위는 정적에 휩싸였고 공기 중에는 묵직한 긴장감이 감돌았다.한참 뒤, 진수혁은 마음속에서 일렁이는 감정을 눌러 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응. 알았어.”그때 마침 장 비서가 장 본 두개의 봉지를 들고 돌아왔고 순간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오랜 시간 함께 지내며 그는 단번에 진수혁이 지금 격노 상태임을 알아차리고 조심스럽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진 대표님, 심하은 씨, 물건은 탁자 위에 놓았습니다.”이어 진수혁은 병상에 누운 심하은을 한 번 바라보고 차분한 듯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나 먼저 볼 일이 있어. 내일 다시 올게.”“알겠어. 길 조심하고 안전하게 다녀와.”심하은은 그가 어디로 가는지 이미 알고 있었기에 전혀 막지 않고 달콤하게 미소 지었다. 주머니 속의 산전 검사 결과지는 가장 적절한 시점에 그의 눈앞에 나타날 것이다.“에취...”강시연이 이유 없이 재채기하며 코를 문지르자 귀에 한정훈의 걱정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떻게 된 거예요? 몸이 안 좋아요?”“아니에요.”강시연은 고개를 저었고 요즘 마음에 걱정거리가 많아 늘 찡그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예를 들어 배 속 아이를 과연 키워야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고 진도현은 늘 함께할 형제를 원했다.전에 몰랐을 때는 괜찮았지만 이제 배 속에 작은 생명이 있다는 걸 알게 되자 조금 아깝다는 마음도 생겼다. 이어 강시연의 눈에 주저함이 스쳤고 망설이는 기색이 보이자 분명히 고민이 있다는 것이 한정훈의 눈에도 들어왔다.그는 더 묻지 않았고 다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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