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바에서.진수혁은 그날 병원을 떠난 후, 너무 화가 나 하마터면 다시 응급실에 들어갈 뻔했다.그러나 회사 프로젝트에 잠시 주의를 돌려 바로 발작을 일으키지 않았다.입찰이 끝나자 한가해진 그는 다시 머릿속에 그날 병실에서의 장면이 떠올랐다.‘강시연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한정훈이랑 아기 이름을 상의하고 있을까?’여기까지 생각한 진수혁은 혈기가 목구멍으로 솟구치는 것을 느꼈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이때, 전화벨 소리가 그의 생각을 끊었다.곽지훈의 털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형, 요즘 뭐해요? 우리끼리 모였는데 올래요?”“시간, 장소.”진수혁이 냉정하게 몇 글자를 뱉었다.30분 후.바 룸에서는 시끌벅적하고 즐거운 분위기가 넘쳐났다.문이 갑자기 열리자 곽지훈 등 일행은 고개를 돌렸고 들어온 사람을 보고 반갑게 맞이했다.“헤헤. 난 형이 시간이 없어 못 오는 줄 알았어요.”“진 대표님은 모임에 거의 참석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지훈이 체면이 서네요.”“됐어. 그만해. 오늘은 사업 얘기하지 말고 취할 때까지 마시는 거야.”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오랜 지인들이며 서로 웃고 떠들었다.그러나 진수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구석에 앉아 독한 술병을 들고 고개를 들어 한 모금 마셨다.매콤한 냄새가 입안에 퍼져나가야 겨우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곽지훈은 그를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지만 상대방의 이런 모습을 보고 눈꺼풀이 펄쩍 뛰면서 갑자기 이상함을 감지했다.지난번 상황보다 더 안 좋은 것 같았다.‘설마 또 술을 위출혈이 날 때까지 마시는 건 아니겠지?’그렇게 생각한 곽지훈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계속 흘렀고 순간 판을 짜서 진수혁을 나오게 한 것을 후회했다.“형, 혼자 술만 마시지 말고 무슨 일 있으면 저한테 말해봐요. 우리가 같이 생각해볼게요.”그는 즉시 다가가서 관심하며 말했다.그러나 진수혁은 그를 흘겨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독한 술을 계속 마셨다.‘내가 뭐라고 말하겠어? 아내가 바람을 피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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