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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돌이킬 수 없는: Chapter 391 - Chapter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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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1화

진수혁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지며 그녀를 쓱 바라봤다.“선을 넘었어.”편들기가 분명히 묻어나는 한마디였다.심하은은 입술을 꽉 깨물고 보기 힘든 억지 미소를 지었다.“미안해. 내가 너를 너무 신경 쓰다 보니 그만...”진수혁은 대꾸하지 않았고 멀어져 가는 강시연의 뒷모습을 끝까지 바라보다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고서야 그제야 시선을 거두었다.다른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어떻게 된 거죠? 진 대표님이 심하은 씨만 챙기고 아내는 신경도 안 쓴다더니?”“소문이랑 다른데요? 내 아내라고 몇 번이나 강조했잖아요. 꽤 아끼는 것 같은데요.”“재벌가 일은 알 수 없지. 우리 그냥 그 강시연이란 사람은 건드리지 말아요.”“그러고 보니 심하은 씨 처지가 꽤 난감하네요.”잡담이 끊이지 않았다.심하은의 얼굴빛은 계속 변했고 표정 하나 유지하기 힘들 정도였다. 두 손을 힘껏 쥐며 마음을 다잡았다.오늘 밤의 계획을 떠올리며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오늘만 넘기만 되니 참아야 한다고 되뇌었다.아이만 가지면 아이 덕에 어머니로서 지위를 얻을 수 있으니 그때는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연회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허자옥이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진도현의 손을 잡은 채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익숙한 얼굴을 발견하자 눈이 반짝이며 손짓해 불렀다.“모두 소개할게요. 이분이 내 며느리 강시연이에요.”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그중 일부는 아까 진수혁이 강시연을 감싸는 모습을 직접 봤기에 곧장 공손히 미소를 지었다.“강시연 씨, 처음 뵙겠습니다. 제 명함입니다.”“예전부터 미인이라고 들었는데 역시 남다르군요.”“내일 오후 시간 괜찮으신가요? 정원에서 다과회를 열려 하는데 함께 이야기 나누면 좋겠어요.”어른들이란 대체로 현실적이다.이득이 보이면 곧바로 태도가 부드러워진다.강시연은 고개를 저으며 정중히 그들의 초대를 거절했다.허자옥이 일부러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걸 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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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화

“다만 떠나기 전에 너와 술 한잔하고 싶어. 그저 수년간의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메우는 의미로 말이야.”사슴 같은 맑은 눈동자에는 간절함과 기대가 가득했다.다른 남자라면 이미 못 이기는 척 승낙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수혁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예전에 그는 두 여자 사이에서 애매하게 굴어 모두에게 상처를 줬었고 이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없었다.오랜 침묵 끝에 심하은은 거절의 의미를 알았고 심장이 완전히 가라앉았다.다행히 그녀에겐 다른 계획이 있었다.“그럼 건배만이라도 하자. 그것 정도는 괜찮지?”이번에는 진수혁이 더는 거절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잠시 더 이야기를 나누며 술기운이 점점 오르기 시작했다.심하은의 눈빛이 살짝 흔들리며 진수혁을 바라봤고 목소리가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밖이 너무 춥네. 안에서 이야기할래?”“그래.”허자옥의 생일 연회는 5성급 호텔에서 열렸고 방이 부족할 리 없었다.진수혁의 크고 넓은 등을 바라보며 곧 일어날 일을 생각하자 입안이 바짝 마르고 온몸으로 뜨거운 열기가 퍼졌다.곧 시야가 흐릿해졌다.“더워... 너무 더워...”심하은은 순간 자신이 약에 당한 것을 깨달았다.하지만 그 약을 탄 술은 원래 진수혁의 몫이었고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녀는 완전히 의식을 잃었다.다음 날 아침 따뜻한 햇살이 창문을 통해 방 안으로 쏟아졌다.심하은은 천천히 눈을 떴다.머리가 깨질 듯 아팠고 몸은 마치 트럭에 치인 듯 전신이 욱신거렸다.옆에 누워 있는 남자의 기척을 느낀 순간 수년간의 꿈이 이루어진 줄 알며 강한 기쁨이 치밀었다.“수혁아... 우리...”심하은은 부끄러운 듯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돌렸지만 시야에 들어온 건 평범하기 그지없는 얼굴이었다.“꺄악.”날카로운 비명이 방 안을 울렸다.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며 외쳤다.“손유항? 왜... 왜 네가 여기에?”의식을 잃기 전 분명 진수혁과 함께 있었는데 어젯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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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3화

다른 한편, 진수혁은 심하은의 말에서 아무런 이상을 느끼지 못한 채 전화를 끊고 곁에 있는 장 비서를 바라보았다.“물건은 다 준비됐어?”“걱정하지 마세요. 전부 도련님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과 장난감이에요.”진수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손에서 크고 작은 봉투들을 받아 강씨 가문 문 앞에 섰다.강민석 때문이라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 진도현에게 내려오라는 메시지만 보냈다.진도현은 며칠 전 일들을 떠올리며 입을 삐죽 내밀고는 마지못해 문을 열었다.그 후 가득 쌓인 선물들이 눈앞에 놓이자 진도현은 잠시 멍해졌다가 믿기 힘들다는 듯 놀라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이... 이거 전부 저에게 주시는거에요?”비록 진한 그룹의 도련님이지만 강시연의 가르침 덕분에 사치를 부리지 않고 오히려 검소하게 자랐다.이렇게 많은 간식과 장난감을 한꺼번에 본 건 처음이라 마음속의 불만은 이미 사라졌다.“아빠, 고마워요.”그는 기쁜 마음으로 달려와 남자의 다리를 꼭 안았다.진수혁은 고개를 숙여 작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미안해. 엄마한테 다 들었어. 며칠 전엔 내가 널 오해했어.”이 말을 듣자 진도현의 눈가가 살짝 붉어졌지만 여전히 도도하게 고개를 들었다.“이번엔 용서해 줄게요. 다음은 없어요.”그렇게 부자는 화해했다.진도현은 뭔가 떠올린 듯 갑자기 얼굴을 찌푸리며 시무룩해졌다.“왜 그래?”진수혁이 걱정스럽게 묻자 그제야 그는 설명했다.“그날 사실 아빠한테 엄청난 좋은 소식을 알려주려고 했는데 그 보고서를 잃어버렸어요.”진수혁은 문득 호기심이 생겼다.“무슨 소식인데?”진도현은 작은 손으로 옷자락을 꼭 잡고 반짝이는 눈으로 기대와 기쁨을 가득 담아 말했다.“엄마 뱃속에 아기가 생겼어요. 곧 제가 오빠가 될 거예요.”아이는 남자의 굳어진 얼굴을 전혀 알아채지 못한 채 말을 이었다.“아빠, 빨리 엄마랑 화해해요. 그럼 우리 가족이 해외여행도 가고 제가 동생한테 그림도 가르쳐 줄 거예요.”이 말을 들은 진수혁의 입가에 씁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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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화

경비원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잠시 사라지고 눈빛이 묘하게 변했지만 성실하게 대답했다.“3층 오른쪽 끝으로 가시면 됩니다.”진수혁은 그가 가리킨 방향을 따라 발걸음을 재촉했다. 마음속은 이미 결과를 확인하고 싶은 초조함으로 가득했다.그러다 갑자기 한 사람이 정면에서 다가와 그의 어깨와 부딪쳤다.“죄송합니다.”낮게 깔린 목소리와 야구 모자를 깊게 눌러쓴 그 사람은 거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말을 마치자마자 곧장 발길을 돌려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진수혁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눈살을 세게 찌푸렸다.착각일지도 모르지만 그 사람에게서 어디선가 맡아본 듯한 익숙한 냄새가 스쳤다.게다가 그 뒷모습도 어딘가 낯이 익었다.머릿속을 스치는 한 얼굴이 있었다. 그의 이복형 장문호였다.그때의 격렬했던 격투가 벌써 여러 날 전 일인데도 마치 방금 일처럼 생생했다.진수혁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마지막 일격을 가할 때 상대의 어깨를 찔렀지만 치명상은 아니었다.상식적으로라면 자신도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는데 장문호는 아직 행방이 묘연했다.죽은 것도 아니고 산 것도 아니었기에 모든 게 석연치 않았다.진수혁의 직감은 늘 정확했다.잠시 망설인 끝에 그는 결국 휴대폰을 꺼내 담당 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곧바로 연결되고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상대가 먼저 말했다.“진 대표님도 혹시 장문호의 행방을 찾으러 오신 건가요?”“또 누가?”진수혁은 즉각 이상함을 감지했고 담당 형사는 웃으며 설명을 이었다.“어제는 사모님이 찾아오셨어요. 두 명의 환자가 연안 부두에서 물귀신을 봤다고 하더군요.”그는 말을 잠시 멈춘 뒤 덧붙였다.“그쪽 어부들이 원래 미신을 좀 믿어요. 해초도 물귀신으로 착각할 정도니까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될 거예요. 장문호 건은 계속 추적 중이지만 아직 시신은 못 찾았어요. 6개월이나 지났으니 아마 이미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을 확률이 높아요.”진수혁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고 몇 마디를 더 물은 뒤 전화를 끊었다.물귀신이라는 말에 그는 무의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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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화

만약 진수혁과 강시연이 다시 관계를 회복하게 된다면 심하은은 결국 자신의 것이 될 것이라고손유항 마음속 작은 악마가 끊임없이 속삭였다.그는 잠시 찡그리다가 또 웃고 얼빠진 사람처럼 행동하자 곧 주변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이어졌다.이를 본 진수혁은 더 이상 눈길을 주지 않고 마음을 쓰지 않았다.곧장 병원장을 찾아가 강시연을 진료한 담당 의사를 물었지만 마침 고향 일로 자리를 비웠다는 답만 들었다.별다른 방법이 없던 진수혁은 회사로 돌아가 다시 일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시간이 흘러 진도현의 학교에서 가을 소풍 공지가 왔고 부모님과 함께 참여할 수 있다는 안내였다.신청서를 손에 든 진도현은 폴짝폴짝 뛰며 집으로 돌아왔다.마침 휴일이던 강시연은 아들의 들뜬 모습을 보자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졌다.“무슨 좋은 일 있어?”“엄마, 나랑 소풍 갈 거죠?”진도현이 고개를 들었고 잘생긴 얼굴에 기대와 간절함이 가득했다.강시연은 장난스럽게 아들의 볼을 살짝 집으며 웃었다.“당연하지. 넌 내 작은 보물이니까.”이어 진도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럼 아빠도 같이 갈 수 있어요? 내 짝꿍 지우네는 가족 전부 다 간대요.”그 말에 강시연의 표정이 살짝 굳었지만 잠시 망설인 뒤 고개를 끄덕였다.아무래도 그도 아이의 아버지기에 자신의 감정만으로 부자 관계를 막을 수는 없었다.게다가 아이들은 남들보다 민감했다.친구들은 엄마 아빠와 함께 소풍을 가는데 자신만 아빠가 없다면 분명 속으로 외로워할 것이다.심리 상담사인 강시연에게 공감은 기본이었다.“엄마, 진짜 허락한 거예요?”진도현은 두 눈을 크게 뜨며 놀랐다. 순간 발끝을 들고 강시연의 볼에 쪽 소리를 내며 입을 맞췄다.“엄마 최고예요. 사랑해요.”그는 짧게 고백하듯 말한 뒤 신이 나서 위층으로 뛰어 올라가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좋은 소식을 빨리 전하고 싶었다.같은 시각, 진한 그룹 사무실에서 진수혁은 책상 앞에 앉아 최근 밀린 서류를 마무리하고 피곤한 듯 미간을 주물렀다.그때 메일함에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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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화

머릿속에 문득 손유항이 떠올랐다. 진수혁은 천천히 입을 열어 알겠다고 대답했다.“알겠어. 하던 업무 봐.”바깥은 어둠이 조용히 내려앉았다.창밖에는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잔잔한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왜 인지 오늘 밤 그는 강시연과 진도현을 유독 그리워했고 그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지도 알 수 없었다.갑자기 전화벨 소리가 침묵을 깨뜨렸다.진수혁은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보았고 진도현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그는 바로 수신 버튼을 눌렀다.“도현아, 무슨 일이야?”“아빠, 내일 학교에서 가을 소풍을 가는데 시간 되면 같이 가줄 수 있어요? 엄마도 가실 거예요.”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진수혁의 입가에 미소가 살짝 번졌고 주저 없이 대답했다.“좋아. 내일 데리러 갈게.”눈 깜짝할 사이에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진도현은 너무 신나서 거의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강시연이 억지로 재워 서야 겨우 침대에 누웠고 날이 밝기도 전에 그는 깨어났다.무거운 작은 책가방을 메고 있었는데 안에는 다양한 가을 소풍 준비물이 가득 들어 있었다.오늘 강시연은 흰색 운동복을 입고 머리를 말끔하게 묶었다. 평소보다 훨씬 깔끔하고 젊고 활동적인 느낌이 더해졌다.문 앞에서 갑자기 자동차 경적이 울렸다.진도현은 아빠가 왔다는 것을 알고 달려 나가 맞이하며 얼굴에 환한 웃음을 띠었다.“우리 가족 가을 소풍 가요!”강시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원래라면 진수혁과 한 공간에 있는 것이 조금 어색했지만 아들이 그렇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어쩔 수 없었다.강시연은 진도현과 함께 뒷좌석에 앉았다.오늘은 진수혁이 직접 운전했는데 의외로 정장을 입지 않고 검은색 운동복을 입었다. 강시연과 나란히 서 있으니 마치 커플 룩 같았다.둘은 서로를 바라보았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먼저 진도현이 입을 열었다. 설렘에 참을 수 없다는 듯 재촉했다.“아빠, 빨리 출발해요. 나중에 학교 버스 못 타면 안 돼요.”검은색 마이바흐가 천천히 출발했고 창밖 풍경도 빠르게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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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화

주황빛 학교 버스가 천천히 출발했다.진도현은 아빠와 엄마 사이에 앉아 신나게 사방을 둘러보며 눈이 반짝거렸다. 지금 이 순간 그는 버스 안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였다.갑자기 귀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여기 예쁜 누나는 누구예요?”그는 턱을 살짝 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제 엄마예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엄마요.”그 말을 듣고 아이가 다시 말했다.“근데 내 기억에는 엄마가 이렇게 안 생겼는데... 분명 머리 풀고 있는 다른 예쁜 누나였는데...”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 아이의 부모가 재빨리 입을 막았다.“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우리 아이가 그냥 말이 많아요.”분위기가 갑자기 조금 어색해졌다.강시연은 웃음을 지었다. 물론 그 아이가 말한 예쁜 누나는 심하은임을 알고 있었고 마음은 이미 기대가 없었다.지난 일들은 그녀가 이미 내려놓기로 결정한 것이었다.진수혁은 눈꺼풀이 살짝 떨리며 마음이 조금 불안해졌고 무의식적으로 강시연을 힐끗 바라보았다.그러나 그녀는 아무 표정 없이 아까 그 말을 듣지 못한 듯했다.잠시 후, 학교 버스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눈앞에는 아름다운 휴양 리조트였고 놀이기구뿐만 아니라 희귀한 동물들도 있었다.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선생님의 당부에 따라 각자의 부모님과 함께 놀기 시작했다.진도현은 오늘 특히 기뻤다. 학교 가을 소풍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아빠와 엄마가 곁에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는 원래 겁 없는 성격으로 스릴 있는 놀이기구를 좋아했다. 롤러코스터, 해적선 등 활동적인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다.강시연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뒤따랐다.갑자기 진도현이 발걸음을 멈추고 볼이 빨개진 채 기대에 찬 눈으로 말했다.“엄마, 아빠랑 저거 같이 탈 수 있어요?”그녀가 시선을 따라보니 캐릭터 롤러코스터였다. 한 줄에 정확히 세 명이 앉을 수 있었다.강시연은 그다지 타고 싶지 않았지만 그 기대 어린 눈을 마주치고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좋아. 좋아.”오래간만에 나온 나들이였기에 이번만큼은 재미없는 부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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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화

그녀는 옆에 있는 진수혁을 바라보다가 다시 자신의 배를 만지며 마음속으로 이상함과 의문을 느꼈다.그는 정말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건지 궁금했다.그때, 카메라를 든 남자가 다가오며 얼굴에는 햇살 같은 미소가 번졌다.“꼬마 친구, 안녕하세요. 방금 여러분 가족사진을 한 장 찍었는데 한번 보시겠어요?”“좋아요.”진도현이 신나게 고개를 끄덕였다.이윽고 시선이 닿는 곳에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다정하게 붙어 서 있고 옆에는 그들의 아이가 있었다. 가족은 즐겁고 화목해 보이고 행복함이 화면 너머로까지 느껴졌다.강시연은 잠시 멍해졌다. 그 사진을 멍하니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것은 그녀가 항상 상상해 왔던 가족의 모습이었다.다만, 결혼 후 7년 동안 간절히 바라왔지만 이루지 못했고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모습이었다.진수혁은 그녀가 진지하게 보는 모습을 보고 그녀가 사진을 좋아한다고 착각하며 그 남자를 향해 적극적으로 물었다.“이 사진 얼마예요? 제가 사겠습니다.”남자는 얼굴에 미소를 띠고 손을 내밀며 3만원이라고 하려는 순간 지폐 다섯 장이 건네졌다.그는 잠시 멈칫했다가 진수혁이 천천히 입을 여는 것을 들었다.“제 아내가 이 사진을 무척 좋아해요. 남는 건 당신에게 팁으로 드리는 거고요.”“아. 감사합니다.”젊은이는 돈을 감사히 받으며 문득 무언가가 생각난 듯 덧붙였다.“저녁에도 여기 계시나요? 제가 사진 인화해서 액자에 넣어서 드릴게요.”돈을 받은 후 애프터서비스까지 직접 챙겨주는 모습에 그도 성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진수혁은 진도현이 오늘 해가 질 때까지 논다고 생각하며 알겠다고 대답했다.강시연이 정신을 차렸을 때 두 사람은 이미 대화를 마쳤다. 그녀의 눈빛에 복잡한 감정이 스쳤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냥 자신에게 남는 추억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그 뒤 하루 종일 마치 꿈꾸는 듯 믿기 어려웠다.진수혁은 전례 없는 다정함을 보이며 진도현과 그녀 모두에게 잘해주고 모두의 눈에는 모범적인 부부로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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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화

생각을 마치고 진도현은 눈을 굴리더니 진수혁과 강시연의 손을 맞잡게 하며 키득 웃었다.“저는 친구들이랑 놀러 갈게요. 두 분이 재미있게 놀아요.”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쏜살같이 달려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남겨진 건 강시연과 진수혁 두 사람뿐이었다. 둘은 마주 선 채 서로를 바라보며 잠시 말이 없었고 공기도 조용히 가라앉았다.진수혁이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뭐 하고 싶어? 내가 같이 해줄게.”“저요?”강시연은 잠깐 멈칫하며 몇 초간 망설였다. 온 김에 괜히 고민할 필요 없다고 생각하며 그와 함께 놀이공원을 거닐기 시작했다.가다 보면 맛있는 음식과 재미있는 것들이 계속 나왔고 진수혁은 그것들을 전부 사서 보물이라도 되는 듯 그녀에게 내밀었다.강시연은 몇 개의 인형을 품에 안고 있다가 문득 묘한 생각이 스쳤다.데이트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번뜩이자 그녀는 급히 고개를 흔들며 황당한 상상을 머릿속에서 쫓아냈다.그때 앞서 걷던 그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정신이 잠시 딴 데 팔렸던 강시연은 미처 보지 못하고 단단한 그의 등 뒤에 그대로 부딪혔다.“윽.”콧등이 아릿해지며 눈물이 즉시 고였다.“괜찮아?”진수혁이 몸을 돌리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강시연은 금세 정신을 가다듬고 고개를 저었다.그러고는 둘 사이의 거리가 숨결이 닿을 만큼 너무 가까워졌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의 심장이 다시 제멋대로 빨라졌다.다음 순간, 남자는 몸을 숙여 거친 손끝으로 그녀 눈가의 눈물을 살짝 닦아주었다. 온몸이 간질거리며 전율이 일었다.“아직 아파?”“괜찮아요.”강시연의 목소리는 살짝 떨렸다.진수혁의 눈빛이 어둑해지며 무심코 그녀의 붉은 입술에 시선이 머물렀다. 본능적으로 천천히 다가선다.입술이 맞닿으려는 순간 전화벨 소리가 울려 퍼졌고 애매하던 공기가 한순간에 깨졌다.강시연은 얼굴이 살짝 굳어지며 정신을 차리고 두 발짝 뒤로 물러섰다.진수혁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는 휴대폰을 집어 들고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정말 중요한 일이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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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화

강시연은 입을 열려다 미처 말을 꺼내지 못했다.그때 소녀가 두 팔을 가슴에 모은 채 냉랭하게 콧소리를 냈다.“다 큰 사람이 무슨 인형이에요? 그냥 나 줘요.”집안에서 지나치게 귀하게만 자란 티가 나는 소녀의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한 말투였다.순간 강시연의 얼굴이 살짝 굳었지만 막상 입가까지 올라온 말을 다시 삼켰다.“저쪽 인형뽑기 기계에 많이 있어요. 갖고 싶으면 직접 뽑으세요.”하지만 소녀는 부모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뛰어와 그녀 품을 향해 손을 뻗었다.“난 이게 좋아요. 빨리 줘요.”강시연은 전혀 예상치 못한 채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하필 뒤에는 상자가 있었고 발이 걸려 그대로 넘어졌다.순간 아기를 떠올린 강시연은 반사적으로 아랫배를 감싸며 두 손으로 바닥을 짚어 충격을 줄이려 했다.그러나 모든 일이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졌고 뱃속의 아기는 피할 수 없이 한 차례 흔들리고 말았다.“아. 피... 피나요.”소녀의 어머니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며 비명을 질렀고 곧 주변 직원들이 달려왔다.강시연은 이미 통증 때문에 말을 잇지 못한 채 얼굴이 하얗게 창백해졌고 심장이 불길하게 요동쳤다.떨리는 손으로 배를 더듬으며 아주 중요한 무언가가 자신에게서 멀어져 가는 느낌이 들었다.이 아기는 임신 초기부터 순탄치 않았다.병원을 몇 번이나 오갔는데 이제 이런 일까지 닥치니 지켜내기 힘들 것 같았다.혹시 이 아이는 올 때가 아니었던 건지, 하늘마저 그 탄생을 막으려 하는 듯 가슴 깊은 곳이 천천히 가라앉았다.의식이 점점 흐려졌고 귀에 들려오는 건 소녀의 울음과 연이어 터지는 사과뿐이었다.그때 진도현이 게임을 던져두고 달려왔다.작은 얼굴에는 걱정과 두려움이 가득했고 눈물이 주르륵 떨어졌다.“엄마, 왜 그래요? 제발 말 좀 해요. 무서워요.”강시연은 힘이 빠져 겨우 그의 손을 잡아 주며 안심시키려 했다.구급차를 기다리는 동안 담임 선생님도 현장에 도착했다.그는 진도현을 품에 안고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어서 아빠에게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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