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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돌이킬 수 없는: Chapter 471 - Chapter 480

480 Chapters

제471화

경기가 시작됐다. 처음엔 두 사람의 술 마시는 속도가 비슷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한정훈이 눈에 띄게 밀리기 시작했다. 깨끗하던 그의 얼굴에도 붉은 기운이 올랐다.진수혁은 잔을 연이어 비우면서도 무표정했다.그는 한정훈의 속도가 느려지는 걸 보며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한민주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한정훈을 바라보다가 약간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시연 언니, 우리 오빠 예전부터 위가 많이 안 좋았어요. 예전에 사업하면서 생긴 병이에요. 게다가 한씨 가문이 일어난 뒤로는 술도 거의 안 마셨어요. 근데 갑자기 저렇게 많이 마시면 조금 있으면 분명 의식 잃을 거예요.”강시연은 그 말을 듣고 시선을 한정훈에게로 옮겼다.그는 이미 술을 거의 넘기지 못하면서도 억지로 삼키고 있었다. 강시연은 그 모습을 보고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녀는 한정훈의 잔을 붙잡고 부드럽게 말했다.“정훈 씨, 더는 못 마시겠으면 그만 마셔요. 저 장미꽃도 별로 안 좋아해요.”한정훈은 잠시 망설이다가 장난스럽게 말했다.“장미 안 좋아해도 괜찮아요. 다른 꽃 좋아하면 되죠. 근데 난 오늘 이 커다란 장미꽃다발이 시연 씨랑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강시연은 결국 거절했고 적당한 핑계를 대며 호텔로 돌아갔다.한정훈도 굳이 따라가긴 무안해 함께 돌아가려던 생각을 포기했다.진수혁은 두 사람이 함께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얼굴빛이 더 굳어졌다.그는 한숨을 내쉬듯 잔을 여러 잔 연달아 들이켰다.강시연은 호텔방에 돌아와 샤워를 마치고 쉬려던 참이었다.그런데 그때 갑자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그녀는 걸어가 문을 열며 말했다.“정훈 씨, 여기 아직...”하지만 그 말은 중간에서 끊겼다.문 앞에 서 있던 건 한정훈이 아니라 진수혁이었다.강시연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와 헤어진 지 얼마 안 돼 혹시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전혀 예상 밖이었다.진수혁의 얼굴에는 비웃음이 떠올랐다.“보니까 내가 아니라 한정훈 씨인 줄 알고 실망한 표정이네.”“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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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2화

진수혁은 병원에서 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바닷가에서 연달아 맥주를 그렇게 많이 마시더니 방에 돌아와서도 또 양주를 몇 병이나 마셨다.이렇게 마시다간 알콜 중독이라도 올 법했다.그때 진수혁이 갑자기 강시연의 손을 꽉 잡았다.입술 사이로 낮게 중얼거렸다.“시연아, 가지 마...”강시연은 순간적으로 놀랐다.그가 지금 꿈속에서 자신을 부르는 것 같았다.그녀는 손을 빼내려 했지만 진수혁이 더 세게 손을 움켜쥐며 힘껏 끌어당겼다.강시연은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진수혁의 품 안에 있었다.바로 앞에서 익숙한 얼굴이 가까이 보이자 숨이 멎은 듯 가슴이 떨렸다.일어서려는 순간 진수혁의 두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더욱 꽉 끌어안았다.“시연아, 가지 마...”강시연은 몸이 얼어버린 채 찌푸린 그의 이마를 보았다.무의식중에 손을 들어 미간을 펴주려던 그때 주머니 속에서 전화벨이 울렸다.강시연이 휴대폰을 꺼내보자 발신자는 한민주였다.“민주야, 무슨 일이야?”“시연 언니, 오빠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셨어요. 지금 위가 많이 아파서 힘들어하는데 병원에 가자고 해도 안 가요. 언니가 와서 좀 말려줄 수 있을까요?”한민주의 목소리는 다급했다.강시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바로 진수혁의 품에서 빠져나와 망설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나가기 전 잠깐 진수혁을 돌아봤다.그렇게 많이 마셨는데도 괜찮기를 바랐다.문이 닫히자 소파에 누워 있던 진수혁이 천천히 눈을 떴다.그의 눈동자는 맑고 또렷했다.어두운 표정으로 몸을 일으키며 문 쪽을 바라보았다.속으로 한정훈의 수법을 되뇌었다.위가 아프다고 하면서 의사 보러 가기 싫다고 했다. 강시연을 부른다고 뭐가 달라질 것도 없었다.그녀는 심리상담사이지 내과의사도 아닌데 말이다.강시연이 한정훈의 방에 도착했을 때 그는 창백한 얼굴로 소파에 반쯤 누워 있었다.눈은 감겨 있었고 숨결은 가빠 보였다.“민주야, 시간이 늦었으니까 먼저 들어가 쉬어. 나 혼자 괜찮아.”한정훈이 부드럽게 말했다.강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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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화

“시연 씨, 오늘 병원에 같이 있어 줘서 고마워요. 지금은 한결 나아진 것 같아요.”한정훈의 창백한 얼굴에는 부드러운 온기가 감돌았다.강시연을 바라보는 눈빛에도 알 수 없는 감정이 섞여 있었다.“그렇게까지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전에 정훈 씨도...”“이 한밤중에 여기서 그렇게 밀착해 있어? 다른 사람들은 잠 못 자도 돼?”진수혁이 비꼬듯 말했다.“술 많이 마시지 않았어요?”강시연이 미간을 찌푸렸다.만취 상태에서 갑자기 깨는 건 불가능했다.진수혁은 강시연의 시선을 받으며 얼굴에 약간의 민망함이 스쳤다.그는 강시연이 속임수와 거짓말을 매우 싫어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대충 이유를 지어 말했다.“머리가 아파서... 아파서 깨도 안돼?”말을 마치고 진수혁은 문을 세게 닫았다.강시연은 한정훈과 대화를 이어가지 않고 그저 그가 일찍 쉬도록 놔두었다.자신의 방으로 돌아오자 머릿속에서 계속 진수혁의 말이 맴돌았다.그가 두통 때문에 깼다는 말은 설마 예전 부상 때문에 그런 건지 불안했다.진수혁이 다친 건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였고 하루 동안 또 그렇게 술을 많이 마셨으니 다른 후유증이 생길 수도 있었다.강시연은 이런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 직접 확인하러 가야겠다고 결심했다.그녀는 밖으로 나가 문을 두드렸다.진수혁은 무표정으로 문을 열었다.강시연이 보이자 그의 눈빛이 잠시 놀란 듯했다.“여기 왜 왔어? 연인을 돌보러 안 갔어?”“무슨 소리예요. 저와 정훈 씨는 그냥 친구 사이예요.”강시연은 갑자기 이 장면이 낯익게 느껴졌다.진수혁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다 결국 부드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방 안으로 끌어들여 문을 닫으며 문 앞으로 밀어붙였다.그는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물었다.“강시연, 잊지 마. 난 네 남편이야. 우리 아직 이혼도 안 했는데 한밤중에 나 버려두고 다른 남자 돌보러 간다니 마음도 안 불편해?”강시연은 듣고 조용히 웃었다.표정은 평온했고 마음속 미안함도 사라졌다.그제야 왜 이 장면이 낯익게 느껴졌는지 이해했다.이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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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4화

한정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시연 씨가 사람 잘 챙기잖아. 넌 너무 덤벙대니까 갔다가 오히려 내가 널 돌봐야 할 것 같아.”“오빠!”한민주는 얼굴이 붉어졌다.틀린 말은 아니었다.한밤중에 한정훈을 병원에 데려간다고 하면 결국 그가 자신을 돌보게 될 확률이 높았다.강시연은 두 남매의 장난스러운 말다툼을 들으며 얼굴에 온화한 미소를 띠고 혼자 아침을 먹었다.“시연 언니, 하야섬 쪽 바다 경치가 정말 예뻐요. 오늘 우리 같이 배 타고 바다 위 일몰 보러 가는 건 어때요?”강시연은 거절하지 않았다.제안이 괜찮게 들렸고 하야섬에 계속 머물면서 어떤 사람과 자꾸 마주치는 것도 피하고 싶었다.막 답하려는 순간 한 사람이 그녀 옆자리에 앉았다.예의 없이 다가왔다.“일찍 일어났네. 주문한 아침도 꽤 괜찮아 보이고.”진수혁은 강시연의 그릇에 담긴 도넛을 집어 들고 깨물었다.그는 반쯤 웃는 표정으로 맞은편 한정훈을 바라봤다.마치 도발이라도 하는 듯했다.한정훈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지만 눈빛은 순간 진지해졌다.그러나 그다음 순간 예쁜 몸매의 외국 미녀가 진수혁 뒤에 나타났다.금발의 긴 머리는 어깨 위로 자연스럽게 흘러내렸고 그녀는 매력이 흘러넘쳤다.그녀는 팔을 뒤로 뻗어 진수혁의 목을 감쌌다.진수혁은 깜짝 놀라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며 몇 걸음 물러났다.스크레라가 어깨를 으쓱하며 활짝 웃었다.“진 대표님, 오랜만이에요.”진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때 유태오가 서둘러 달려와 진수혁 옆에 서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진 대표님, 어제부터 계속 전화드렸는데 연결이 안 됐습니다. 스크레라는 어제 이미 강성에 도착했는데 대표님을 찾지 못해 계속 연락하셨습니다.”스크레라는 진수혁의 위치를 끝까지 묻고 있었다.만약 진수혁이 나타나지 않으면 이번 협력은 무기한 연기될 수 있었다.이번 국제 협력은 진수혁이 오랫동안 진행해 온 프로젝트였다.유태오가 출장 간 것도 협력 문제 때문이었고 어렵게 양측 협력 합의까지 이끌어낸 상태였다.스크레라는 협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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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5화

진수혁은 강시연이 떠나는 모습을 보고 따라가려 했지만 스크레라가 그의 앞을 막았다.“진 대표님, 아마 모르실 거예요. 저희 아버지께서 이번 협력 후속 업무를 전적으로 저에게 맡기셨어요. 이번 협력이 잘 성사될지는 전적으로 제 기분에 달려 있습니다.”진수혁은 스크레라를 똑바로 응시하며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이번 국제 협력은 이미 6개월간 진행된 프로젝트였다.이번 협력이 성사되면 수익만 해도 천억 원을 넘을 수 있었다.천억 원은 보수적인 추정치일 뿐 장기적으로는 훨씬 더 많아질 수 있었다.스크레라는 우쭐한 표정으로 진수혁을 바라보며 말했다.“진 대표님, 제 요구는 그리 높지 않아요. 지금 필요한 건 저와 함께 놀러 가고 쇼핑도 함께 하고 데이트도 하는 거예요. 이 섬 경치가 정말 멋져요. 제가 만족하지 않으면 이번 협력은 여기서 끝나는 거예요.”유태오는 눈썹이 계속 떨렸다.스크레라가 진심으로 진수혁을 마음에 두고 온 거다.그럼 강시연 쪽은 어떻게 되는 건지 혼란스러웠다.정오, 햇살이 따사로운 시간에 강시연 일행 세 사람은 모두 편안한 옷을 입고 있었다.한정훈은 일부러 호화 요트를 빌려 하루 종일 바다에서 놀아도 충분할 정도로 준비를 해두었다.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부두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쳤다.스크레라는 검은색 비키니를 입고 선글라스를 쓴 채 눈길을 확 끄는 몸매를 자랑했다.부두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은 거의 모두 스크레라에게 향했지만 그녀 곁에 선 진수혁을 보자 남자들은 접근할 생각을 포기했다.진수혁은 강시연을 보고 손을 빼려 했지만 그녀는 팔을 꽉 잡았다.한민주는 눈동자를 굴리며 말했다.“정말 쓰레기 남자네요. 앞에서는 사랑한다고 해놓고 바로 다른 여자와 함께 나타나고. 시연 언니, 이런 남자 붙잡을 필요 없어요. 우리 오빠 보세요. 한결같고 정직하며 가정적인 좋은 남자잖아요.”강시연은 한민주의 마음을 이해하며 별말 없이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남들 말 신경 쓸 필요 없어.”이 말에 진수혁의 표정은 순간 얼어붙었다.그는 강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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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6화

강시연은 눈을 뜨고 스크레라를 바라보았다.“스크레라 씨, 우리 둘은 서로 모르는 사이예요. 무슨 일로 저를 찾으신 건가요? 물론 저는 심리학자입니다. 심리 상담이 필요하시면 제 심리 상담소에 예약하시면 됩니다.”스크레라는 얼굴에 미묘한 긴장이 스쳤지만 굴하지 않고 계속 말했다.“저는 시연 씨가 진수혁 씨의 아내라는 걸 알고 있어요. 그런데 조사해 보니 진수혁 씨는 시연 씨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더군요.”“그래서요?”강시연이 반문했다.그녀는 이미 진수혁과의 이혼을 계획 중이었다.그가 좋아하든 말든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왜 꼭 붙잡아야 하겠어요? 만약 진 대표님이 저와 함께할 수 있다면 진한 그룹 전체가 더 높은 단계로 도약할 수 있습니다.”스크레라는 매우 확신에 차 있었다.진수혁이 그녀와 함께라면 강력한 연합이 되는 셈이었다.쓸모없는 아내보다 똑똑한 사람이라면 가치 있고 유용한 아내를 선택하는 법이었다.“그래요.”강시연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지만 별다른 감정이나 반응은 없었다.스크레라는 의아해했다.자신의 말은 이 정도까지 왔는데 이 여자는 왜 조금도 화를 내지 않는 건지 의문스러웠다.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강시연은 진수혁을 매우 좋아했었다.진수혁이 수년간 그녀를 좋아하지 않았음에도 강시연은 묵묵히 헌신했었다.스크레라는 결국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핸드폰을 몇 번 터치하더니 자신과 진수혁의 친밀한 사진 몇 장을 보여주었다.“강시연 씨, 제 입장이라면 그냥 알아서 물러나겠어요. 이 사진들을 보세요. 저는 진 대표님과 제가 가장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생각합니다.”강시연은 그녀가 건넨 핸드폰을 열어보았다.사진 속에는 스크레라와 진수혁이 서로 끌어안고 있어 매우 친밀해 보였다.그녀는 눈을 내리깔았다.마음속에는 복잡한 감정이 교차했다.원래는 심하은 하나뿐일 거로 생각했는데 뒤이어 또 다른 여자가 있었다.진수혁의 매력은 확실히 무시할 수 없었다.하지만 만약 그가 매력이 없었다면 학창 시절 그녀가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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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7화

진수혁은 이 말을 듣고 어리둥절했다.찾아왔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었다.“혹시 오해한 거 아니야? 스크레라는 해외 협력사 사장의 딸이야. 이번에 국내에 온 건 순전히 협력 문제 때문이야.”“변명할 필요 없어요. 당신과 스크레라 씨 사이가 어떤 관계든 전 관심 없어요. 진수혁 씨, 예전엔 진짜 눈이 멀었나 봐요. 당신 같은 사람을 좋아하다니.”강시연은 그렇게 말하고 뒤돌아보지 않고 떠났다.진수혁이 변명할 기회조차 없었다.진수혁이 멍하니 서 있는 동안 스크레라가 들어오며 미소 지었다.“진 대표님, 밖 경치가 그렇게 좋은데 왜 이렇게 답답한 선실에 계세요?”진수혁은 냉정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아까 강시연에게 무슨 이상한 말이라도 했어요?”“진 대표님, 그건 억울해요. 저는 강시연 씨에게 제가 진 대표님을 만나러 온 건 단순히 협력 때문이라고 말했을 뿐이에요. 물론 원하시면 다른 일로 이어져도 좋지만요.”진수혁은 그녀의 농담에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밖으로 달려 나갔다.갑판 위로 올라가자 강시연과 한정훈이 함께 서서 이야기하며 웃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그의 양손은 꽉 쥐어졌다가 결국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그래서 강시연이 그렇게 서둘러 이혼을 결심한 건 한정훈과 함께하기 위해서였다.자신의 배 속 아이에게 아버지를 빨리 찾아주고 싶은 마음에서였다.한정훈이면 가능한데 왜 자신은 안되는지 불쾌했다.한민주는 과일을 잘라 가져 오며 말했다.“시연 언니, 이 과일들 좀 드셔보세요. 달콤해요.”“고마워.”강시연은 멜론 한 조각을 집어먹으려 했지만 갑자기 속이 메슥거리며 과일을 내려놓고 주저 없이 난간 옆으로 몸을 숙여 구토했다.“시연 씨!”“시연 언니!”두 남매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다가가 그녀를 붙들었다.한정훈이 부드럽게 등을 두드리며 물었다.“시연 씨, 괜찮아요? 바닷바람 냄새 때문에 속이 안 좋나요?”강시연이 임신 중이라는 사실은 이미 모두 알고 있었다.임신 초기 석 달 동안은 입덧이 있을 수 있으며 일부 임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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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8화

“정훈 씨, 고마워요...”밖에 서 있던 진수혁은 그들의 대화를 듣고 이마의 핏줄이 튀어나오며 꽉 쥔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잠시 후, 그는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고 강시연은 계속 말했다.“하지만 이 아이는 내가 혼자 키우고 싶어요. 아버지가 없더라도 상관없어요. 나는 모든 걸 다해 아이에게 최고의 사랑을 줄 거예요.”그녀는 손을 배 위에 올리고 배 속 아기를 떠올리며 자연스럽게 표정이 부드러워졌다.“그럼 이 아이가 진 대표님 아이인가요?”한정훈은 여전히 조금 의아했다.진수혁이 했던 말투로 보면 그는 강시연 배 속 아이가 누구의 아이인지 전혀 모르는 듯했다.결국 그는 강시연의 성품과 본성을 아직 잘 모르는 것이었다.이혼 전까지 그녀는 결코 결혼 중 외도를 하지 않는다.그것이 그녀의 한계이자 경멸할 만한 일이기 때문이다.강시연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진수혁 씨는 몰라요. 나도 알려줄 생각 없고요. 이 아이는 오롯이 제 아이예요.”아이 입장에서 아버지가 이런 사람이면 상처받을 것이 뻔했다. 차라리 없는 게 낫다.해가 지고 육지로 돌아왔다.강시연은 바로 방으로 돌아가 쉬었다.처음엔 유람선 체험이 괜찮았지만 나중에는 머리가 어지럽게 느껴졌다.그녀는 대충 먹고 누워 휴식을 취하려 했다.그때 방문이 두드려졌다.그녀가 문을 열자 서늘한 표정의 진수혁이 있었다.본능적으로 문을 닫으려 했지만 그의 팔이 문을 막았다.“진 대표님, 할 말이 있으시면 바로 말씀하세요.”진수혁은 그대로 방 안으로 들어와 힘껏 문을 닫고 그녀를 벽에 밀쳐 낮게 머리를 숙여 강하게 입맞춤했다.강시연의 동공이 흔들리며 필사적으로 몸을 빼려 했지만 힘에서 상대가 월등하여 도무지 밀리지 않았다.“읍... 진수혁 씨...”진수혁은 더욱 강하게 키스하며 그녀를 꽉 안았다.머릿속에는 한정훈이 그녀에게 했던 말이 맴돌았다.특히 강시연이 거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욱 마음을 자극했다.“시연 씨, 거기 있나요?”한정훈의 목소리와 함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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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9화

“우리 사이엔 더 이상 할 말 없어요. 진수혁 씨는 그냥 가서 저 여성분이나 잘 챙기세요.”강시연은 이제 진수혁의 입에서 나오는 말 중 그 어떤 것도 믿을 수 없었다.진수혁은 그녀가 차가운 표정으로 서 있는 걸 보며 두 어깨를 억지로 붙잡았다.“강시연, 내가 분명히 말했잖아. 스크레라는 해외 협력사 대표의 딸이야. 이번에 온 것도 순전히 업무 때문이고 그 이상 아무 관계도 없어.”강시연은 그의 손을 힘껏 뿌리쳤다.그의 말이 너무 우스운 나머지 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진수혁은 그게 단지 일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스크레라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게다가 두 사람의 증거 사진까지 내밀었다.이런 상황을 진수혁이 몰랐을 리가 없었다.“말 다 했어요?”강시연의 목소리는 낮고 담담했다.그녀는 더 이상 진수혁과 끝없는 말다툼을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이런 식으로는 서로의 감정만 계속 소모될 뿐이었다.그럴 바엔 차라리 깨끗하게 정리하는 게 낫다.진수혁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감정을 다스렸다.지금 이 상황에서 너무 몰아붙이면 역효과가 난다는 걸 그도 알고 있었다.그러고는 한층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시연아, 내가 정말 잘못했어. 심하은 때문에 널 무시하고 상처 줬던 거 알아. 근데 이제부터는 진짜 안 그럴 거야. 우리 다시 잘해보자. 너 뱃속의 아이가 누구 아이라도 상관없어. 중요한 건 내가 그 아이의 아빠가 되겠다는 거야.”강시연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그 놀라움은 잠시였지만 곧 확신에 찼다.진수혁은 그녀 아이의 친부가 누구인지 몰랐다.그 일로 수없이 화를 냈던 사람이 지금 아이의 존재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하고 있었다.하지만 그럼에도 강시연은 진수혁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그의 말은 언제나 달콤하지만 결국엔 믿음이 남지 않았다.진수혁이 무언가 더 말하려던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그가 휴대폰을 꺼내 보니 화면에는 스크레라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강시연도 그 이름을 봤고 입가에는 비웃음이 어렸다.“진 대표님, 일 있으시면 가보세요.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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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0화

이런 남자는 다시 돌아온다고 해도 소용이 없으니 차라리 빨리 이혼하는 게 낫다.비록 진수혁이 강시연을 구하긴 했지만 그 은혜로 지난 7년간 받은 상처를 잊을 수는 없었다.“응, 나 진수혁 씨랑 이혼할 거야. 협의이혼은 안 하겠다고 해서 이후에 소송으로 진행하려고 해. 그래서 변호사가 필요해.”전화기 너머로 문희주가 웃으며 말했다.“시연아, 마침 나 아는 사람 중에 해외에서 막 돌아온 엘리트 변호사가 있어. 네가 받아야 할 몫 확실하게 챙겨줄 사람이야. 내가 바로 카톡 보내줄게.”“응, 고마워, 수빈아.”“우리 사이에 고맙긴, 너무 서운해. 대신 나중에 돌아올 때 만성시 특산품은 꼭 사 와야 돼.”그 말을 끝으로 문수빈은 전화를 끊었다.곧 강시연의 휴대폰에 카톡 알림이 떴고 문수빈이 보낸 명함을 확인한 강시연은 곧바로 추가 버튼을 눌렀다.하지만 상대는 바로 수락하지 않았다.강시연도 조급해하지 않고 휴대폰을 내려두고 옷을 챙겨 욕실로 들어갔다.다음 날, 호텔 레스토랑에서 한정훈은 그녀의 얼굴빛이 좋지 않음을 보고 부드럽게 말했다.“시연 씨, 정말 미안해요. 어제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지금 임신 중인데 배를 타면 입덧이 더 심해질 수도 있었을 텐데...”“괜찮아요.”강시연은 그의 말을 끊으며 담담히 말했다.“저도 그냥 바람 쐬고 싶어서 간 거예요. 정훈 씨 탓 아니에요.”그때 한민주가 그녀의 팔을 붙잡으며 웃었다.“시연 언니, 우리 오빠 얼마나 자상한데요? 진짜 남편으로 최고예요. 언니, 나쁜 남자 버리고 우리 오빠한테 와요. 절대 후회 안 해요.”“민주야!”한정훈이 이름을 부르며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강시연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무엇을 선택하든 그녀의 뜻을 존중하고 싶었다.하지만 한민주가 하는 말은 강시연에게 보이지 않는 압박이 될 수도 있었다.강시연은 개의치 않고 농담하듯 말했다.“그래. 한 번 진지하게 생각은 해봐야겠네. 정훈 씨를...”“생각은 무슨 생각을 해?”진수혁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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