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시연은 단번에 진도현이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작은 눈짓, 불안한 표정...아이는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도현이, 무슨 해열제 먹였는데요?”강시연은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 그러나 그 눈빛은 싸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진수혁은 진도현이 입을 열기 전에 서둘러 나섰다.“그냥 일반 해열제 알약이야.”“쨍그랑!”강시연이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손에서 놓친 도자기 그릇이 바닥에 부딪히며 산산이 부서졌다.“도현이는 아플 때 알약 절대 안 먹어요. 늘 가루약만 먹었고 그마저도 꼭 산사자 사탕이랑 같이 먹어야 삼켰죠.”결혼 생활 7년 동안 그녀는 수없이 밤을 지새우며 병든 아이를 간호해왔다.진도현의 식성, 약 버릇, 체온 반응까지 모두 몸에 익숙할 정도였다.그런데 진수혁은 그런 것조차 몰랐다.왜?그 시기 그는 늘 일로 바빴고 혹은 심하은 옆에 있었으니 말이다.강시연은 차갑게 한숨을 내쉬고는 진도현의 이불을 확 걷어냈다.예상대로 안쪽에는 뜨끈하게 달궈진 전기담요, 그리고 몇 개의 온수 팩이 들어 있었다.그러니 얼굴이 붉고 몸도 뜨거웠던 거다.순간 방 안의 공기가 뚝 끊긴 듯 정적이 흘렀다.모든 게 들통났다는 걸 알아챈 진수혁은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 채 급히 다가서며 말을 꺼냈다.“시연아, 내 말 좀 들어봐...”강시연은 고개를 들고 그를 정면으로 바라보더니 얼음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가볍게 입을 열었다.“진수혁 씨, 나 가지고 노는 게 그렇게 재밌어요?”그녀는 전시회를 포기하고 단숨에 호텔로 달려왔고 열이 펄펄 나는 아이를 걱정하며 밥을 짓고 이야기를 읽어주고 이불을 덮어주었다.그런데 이게 무엇인가?진도현이 이 나이에 그런 머리를 쓸 리 없다.누가 시킨 건지는 말 안 해도 뻔했다.강시연은 발끝부터 서서히 얼어붙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몸 전체가 서늘해지고 가슴에는 싸늘한 허무감만 남았다.진수혁은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을 마주 보며 말문이 막혔다.그녀의 눈에는 이제 아무런 온기도 남아 있지 않았다.그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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