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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내 결혼의 불청객: Chapter 201 - Chapter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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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화

“우리가 같이 살든 말든 너와는 상관도 없고 네가 신경 쓸 일도 아니야. 양주원, 진심으로 나한테 미안한 거면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 난 더는 널 안 봤으면 좋겠거든.”말을 마친 서유정이 몸을 돌려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멀어지는 서유정의 뒷모습을 보는 양주원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두 사람이 완전히 헤어지지 않았던 그때부터 박수환이 서유정의 곁에서 호시탐탐 그녀를 노렸다는 것을 생각하니 화가 치밀었다. 게다가 서유정의 환영 파티에서 박수환이 자신에게 했던 말까지 떠올리니 양주원은 분통이 터지는 것 같았다.더는 서유정을 자신 곁으로 돌아오게 할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서유정과 박수환이 잘되는 꼴은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다.복도로 걸어간 서유정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박수환을 발견하고는 천천히 박수환 곁으로 걸음을 옮겼다.“안녕하세요, 장 보고 오시는 거예요?”박수환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안녕하세요.”인사를 나눈 후에도 박수환의 시선은 줄곧 엘리베이터의 작은 모니터를 향해 있었다. 마치 그곳에 박수환의 시선을 자극하는 뭔가가 있는 듯 말이다.서유정이 입술을 꾹 다물었다. 조금 전 양주원이 자신을 찾아왔던 이유를 설명하고 싶었지만 잠시 고민하던 서유정은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박수환을 거절한 후 그는 일부러 서유정을 피하는 것 같았고 그 탓에 앞집에 살면서도 며칠 동안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었다.전과 달리 차가운 태도의 박수환은 서유정에게 선을 긋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 서유정이 먼저 양주원과의 일을 설명하는 것은 오히려 우스운 일이었다.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박수환이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고개를 숙인 채 박수환의 뒤를 따라 들어가는 서유정은 어쩐지 마음이 헛헛한 것만 같았다.선을 지키기를 바랐던 쪽은 분명 서유정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원하는 대로 따르는 박수환의 모습을 보니 속상한 쪽도 서유정이었다.천천히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따라 서유정의 마음은 점점 더 우울해졌다.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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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화

“알겠어요. 지금 바로 정비원 보내드릴게요. 당황하지 마시고 잠시만 기다리세요.”박수환이 관리인과 대화를 나누던 그때, 서유정은 그제야 박수환이 장 봐 온 물건들이 떨어져 감자와 토마토가 엘리베이터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조금 전 갑자기 쓰러지는 서유정을 잡기 위해 들고 있던 봉투를 바닥에 떨어뜨린 것 같았다.서유정이 몸을 웅크리고 흩어진 감자와 토마토를 주워 봉투에 넣었다.관리인과 대화를 마친 박수환이 고개를 돌려 서유정을 쳐다보았다. 얌전히 뒤에 서 있는 서유정을 보니 긴장했던 박수환의 눈빛이 저도 모르게 부드러워졌다.“정비원이 곧 올 거예요. 길어도 10분이면 나갈 수 있으니까 무서워하지 마요.”“네.”서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아까는 고마웠어요.”혈색이 조금은 돌아온 서유정의 얼굴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박수환이 무슨 얘기를 꺼내려던 그때,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덜컹거렸다.중심을 잃은 서유정의 휴대폰이 바닥에 떨어졌고 그녀의 몸도 비틀거리며 바닥을 향해 넘어졌다.“아!”옆에 있던 손잡이를 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실패였다.당장 바닥으로 쓰러질 것 같던 그 순간, 박수환이 손을 뻗어 서유정의 허리를 감싸며 그녀를 품으로 잡아당겼다.두근두근.심장이 또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서유정이 박수환의 가슴을 밀어내며 말했다.“저... 저 일어섰으니까 놔줘요.”시선을 내린 박수환이 서유정을 품에서 떼어냈다.“손잡이 꽉 잡고 있어요.”“...네.”손잡이를 꽉 잡은 서유정은 더는 창피하지 않게 꼭 잡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허리를 숙여 바닥에 떨어진 휴대폰을 줍던 박수환은 자신이 떨어뜨린 물건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엘리베이터 구석에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눈을 반짝였다.몸을 일으킨 박수환이 서유정에게 휴대폰을 건넸다.“여기, 휴대폰.”“고마워요...”휴대폰을 받은 서유정이 허둥지둥 시선을 돌렸다. 도무지 박수환과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시선을 피하는 서유정을 느끼고 입술을 꾹 닫은 박수환의 눈빛에 실망감이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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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화

요즘 서유정과 박현우는 부쩍 야근하는 날이 많았고 박현우는 매일 불만으로 가득해 툴툴거렸다. 바쁜 일을 모두 마무리하고 나면 꼭 박현우에게 음식을 대접해야겠다고 서유정은 생각했다.안 그러면 박현우는 일할 동력을 잃게 될 것 같았다.서유정의 얼굴에 번지는 미소를 보는 박수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보조가 마음에 드나 보네요.”서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성실하고 능력도 있거든요. 매번 제가 야근할 때면 같이 도와줘요. 늦게 끝나면 저를 집까지 데려다주기도 하고요. 어디서 이렇게 좋은 부하 직원을 찾겠어요. 그래서 연봉도 올려주려고요.”박수환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박수환이 아는 박현우는 절대 먼저 나서서 일을 하는 인간이 아니었다.그랬던 박현우가 그렇게까지 부지런히 움직이니다는 건 서유정에게 잘 보이기 위한 행동일 뿐이었다.“네. 하지만 연봉을 올려주는 것보다 여자친구를 소개해 주는 게 더 나을 거예요.”그 말에 멍한 표정을 짓던 서유정이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현우 씨 외모면 굳이 다른 사람이 여자친구를 소개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요. 오히려 연봉을 올려주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요.”게다가 서유정의 주변엔 전부 그녀 또래의 여자들뿐이었다. 박현우에게는 어울리는 연령대가 아니었다.덤덤한 태도의 서유정에 박수환은 마음이 놓였다.“하긴, 유정 씨 말이 맞아요. 차라리 연봉을 올려주는 게 낫겠어요.”시선을 내린 서유정은 박수환의 기분이 조금 나아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두 사람이 간간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정비원이 엘리베이터 정비를 끝냈다.불이 켜지는 순간 서유정이 긴장을 풀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비록 두 사람 모두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있었지만 서유정은 여전히 엘리베이터 안이 어둡다고 느껴졌다.다행히 박수환과 대화를 나누며 어두운 환경에 신경을 덜 쓸 수 있었다.곧 8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박수환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나서는 서유정은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허함을 느꼈다.잠깐이었지만 서유정은 정비원이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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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화

“그럼 유정 씨는 과일 씻어줘요. 채소는 제가 씻으면 돼요.”서유정이 옆에 놓인 광주리에 든 딸기와 포도로 시선을 옮겼다.“이거요?”“네.”서유정은 박수환 곁으로 다가가 물을 틀어 딸기를 씻기 시작했다.물줄기가 가늘고 하얀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꼼꼼하게 딸기를 씻는 서유정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기만 했다.그 모습에 눈을 반짝이던 박수환이 시선을 거두고 계속 채소를 씻었다.그릇에 다 씻은 딸기를 담으려던 서유정이 박수환을 보며 말했다.“그릇 어디 있어요?”“여기 주방 수납장에 있어요. 제가 꺼내드릴게요.”박수환이 손에 들렸던 채소를 내려놓고 손을 닦은 후 수납장을 열어 하얀색 그릇을 서유정에게 건넸다.“이런 것밖에 없어요?”박수환이 들고 있는 그릇을 보는 서유정의 눈빛이 어쩐지... 조금은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고개를 끄덕인 박수환이 대답했다.“네. 집에 있는 식기는 전부 하얀색이에요. 세트거든요.”서유정이 지난번 식사를 떠올렸다. 음식을 담았던 모든 그릇이 하얀색이었다.“우리 집에 과일 전용 그릇이 있어요. 엄청 예뻐요. 제가 가지고 올 테니까 여기에는 채소 담아요.”박수환이 그릇을 쥐고 있던 손을 천천히 내리며 고개를 들어 서유정을 쳐다보았다.“네.”박수환이 동의하자 서유정이 몸을 돌려 주방을 나섰다.곧 서유정은 튤립이 새겨진 핑크 그릇을 들고 돌아왔다.서유정의 손에 들린 그릇의 테두리에는 튤립이 새겨져 있었다. 유난히 밝고 화려한 색이 블랙, 화이트, 그레이가 기본색인 박수환의 집 인테리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핑크 계열의 색상을 좋아하지 않던 박수환도 그 그릇은 꽤 예뻐 보였다.서유정이 가져온 그릇에 딸기를 담고 환한 미소를 띠며 박수환 앞에 가져갔다.“이 그릇에 과일 담으니까 너무 예쁘지 않아요? 식기를 사러 갔을 때 한눈에 들어왔던 거예요.”“네, 너무 예뻐요.”“저도 제 안목이 좋다고 생각해요.”서유정이 환하게 미소 지었다. 박수환의 말에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딸기를 옆에 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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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화

송지민의 말을 빌리자면 서유정은 가족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에게마저도 안전감을 느끼지 못했던 사람이라 서유정은 한 번 또 한 번 다가와 마음의 문을 두드려줘야 겨우 용기를 내는 사람이었다.하지만 그런 서유정에게 다가가는 사람은 힘들 수밖에 없었다.미간을 찌푸린 박수환이 아무 말도 없이 서유정을 바라보았다.잠시 후, 박수환이 대답하기도 전에 괜히 어색한 기분에 서유정이 먼저 입을 열었다.“제가 방금 한 말에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 저희는 여전히 친구로 지낼 수 있으니까요.”박수환이 서유정을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을 내뱉었다.“유정 씨 말이 이해가 안 돼서 유정 씨 입장에서 생각해 보려고 했거든요? 하지만 그래도 잘 모르겠어요. 왜 유정 씨가 저를 사랑하지 않는 게 저에게 상처라고 생각하는 거예요?”“저는요, 만약 유정 씨가 저에게 기회를 주었는데도 유정 씨가 여전히 저에게 마음을 주지 못했다면 그건 제가 그 사람보다 부족한 게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안 그럼 유정 씨가 계속 그 남자를 잊지 못할 리가 없을 테니까.”서유정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박수환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거절할 말을 고민하고 있을 거라는 서유정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대답이었다.서유정이 박수환의 대답하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또다시 박수환이 목소리가 들려왔다.“조금 전 저에게 설렌다는 유정 씨 말, 제가 유정 씨에게 다가가도 된다는 얘기로 이해해도 되는 거예요?”시선을 내린 서유정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 순간, 박수환은 세상이 환해지는 것 같았다.식사를 마친 후 박수환이 수저를 정리하며 서유정에게 말했다.“같이 산책 좀 할래요?”서유정이 대답하려던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박현우의 이름에 서유정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 시간에 현우 씨가 왜 갑자기 전화하는 거지?’서유정이 화면을 밀어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현우 씨, 무슨 일이에요?”“유정 누나. 저 방금 의뢰인 만나고 오는 길인데 차가 고장이 났어요. 택시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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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화

박현우: “...”“가요. 추운데 내일 보험 불러서 차 끌고 가야겠어요.”“...네.”뒷좌석에 앉은 박현우는 조수석에 앉은 서유정과 대화를 주고받은 박수환을 지켜보았다. 박수환의 눈은 다정함으로 가득했다.하지만 박수환을 보는 서유정의 눈빛은 지난번 식사 자리에서만큼 덤덤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랑에 빠진 여자의 쑥스러움이 보이는 것 같았다.‘고작 며칠 사이에 이렇게 빨리?’박현우의 불퉁한 기분이 조수석에 앉아 있는 서유정에게까지 전해졌다. 서유정이 고개를 돌려 박현우를 쳐다보며 물었다.“현우 씨, 저녁 먹었어요?”조금은 쌀쌀맞은 박현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니요. 애정 행각만 봐도 배가 부를 것 같으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그 말에 서유정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다행히 저녁이 불빛이 어두워 박현우와 박수환 모두 빨갛게 물든 서유정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누가 애정 행각을 했다고 그래요?”“여기 저 말고 두 사람밖에 없는데 누구겠어요.”“...”‘그렇게 티가 나나?’‘오늘에야 수환 씨와 잘해보려고 마음먹은 건데, 현우 씨가 차에 탄 지 30분도 되지 않아서 벌써 눈치챘다고?’앞을 주시하던 박수환이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뒷좌석 냉장고에 물 있어요. 괜히 목메지 말고 물도 좀 마셔요.”“...”박수환이 운전 중만 아니었다면 박현우는 진심으로 그와 한바탕 싸우고 싶어졌다.박현우는 더는 아무 말도 없이 어떻게 서유정을 뺏어올지 고민했다.어차피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절대 박수환과 서유정 사이를 허락할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그에게도 아직 기회가 있다는 얘기였다.게다가 지금 박수환의 이런 결정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박현우는 생각했다. 집안에서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분명 알고 있음에도 서유정과 만나는 건 흔히들 말하는 나쁜 남자와 다를 바가 없었다.‘안 되겠어. 어떻게든 유정 누나가 작은아버지의 진짜 모습을 보게 할 거야.’한 시간 후, 박수환이 운전한 차가 박현우의 아파트 앞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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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화

서유정은 여전히 박수환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수환 씨가 오해한 걸 거예요. 전 현우 씨를 동생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현우 씨도 분명 저를 누나라고 생각할 거고요.”그 말에 미소 지은 박수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박현우는 서유정의 동생이 될 수가 없었다. 나중엔 그녀의 조카가 될 사람이었다.두 사람이 집으로 돌아갔을 때는 이미 저녁 10시가 넘은 시간이었다.“오늘 운전하느라 고생하셨어요. 들어가서 쉬세요.”말을 마치고 돌아서려는 서유정을 박수환이 불러세웠다.“진심으로 고생했다고 생각하는 거면 소원 하나 들어줄래요?”“... 무슨 소원인데요?”“어떤 소원이든 들어줄 거예요?” 서유정이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어쩐지 긴장감이 맴돌았다.‘설마 뽀뽀해달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소... 소원이 뭔지 들어봐야 알죠.”고개를 숙이고 서유정을 바라보는 박수환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서유정이 지금 바로 그의 눈앞에, 손 내밀면 닿을 거리에 있었다.예전의 박수환은 자신에게도 이렇게 당당하게 서유정 앞에 서서 그녀와 썸을 탈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한 번 안아봐도 돼요?”박수환이 곤란한 소원이라도 얘기할까 봐 긴장하고 있던 서유정은 자신이 괜한 생각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눈썹을 치켜올린 박수환이 입꼬리를 씩 올리며 말을 이었다.“어쩐지 실망한 것 같네요?”“아... 아니에요. 착각하지 마세요.”박수환이 웃음을 참으며 대답했다.“알겠어요... 그럼 안아도 돼요?”박수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서유정이 손을 뻗어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은은히 풍겨오는 치자꽃 향에 박수환이 움찔 몸을 떨었다. 심장이 저도 모르게 빨리 뛰기 시작했다.만약 서유정이 고개를 든다면 새빨갛게 물든 박수환의 귓불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너무 갑작스러운 포옹이었다. 박수환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놀라고 당황한 마음이 진정되자 박수환은 떨리는 손으로 서유정을 끌어안았다.품에서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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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화

“이 시간에요? 중요한 일이에요?”“저도 잘 모르겠어요. 여사님께서 연락드리라고만 하셨어요.”서유정이 시선을 내렸다.“네, 알겠어요. 지금 바로 갈게요.”전화를 끊은 서유정이 박수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할머니가 지금 본가로 오래요. 오늘은 본가에서 자야 할 것 같아요. 수환 씨도 일찍 쉬어요. 잘 자요.”말을 마치고 걸음을 옮기려는 서유정을 박수환이 다급히 잡았다.“같이 가줄까요?”“아니요. 안 멀어요.”“네. 그럼 도착하면 연락 줘요.”고개를 끄덕인 서유정이 엘리베이터로 걸음을 옮겼다.서유정이 본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 10시가 되어가고 있었다.거실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고 이혜숙뿐만 아니라 서민아, 서민형 그리고 주희정도 함께였다.그들을 본 서유정이 눈을 반짝이며 이혜숙 곁으로 다가갔다.“할머니, 무슨 일로 부르셨어요?”인사는커녕 보는 척도 하지 않으려는 서유정의 모습에 주희정과 서민형이 미간을 찌푸렸다.“일단 앉아. 오늘 널 부른 건 회사 지분에 관한 얘기를 하기 위해서야.”그 말에 주희정이 불만 가득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어머님, 저희는 그저 민아를 회사에 입사시키고 싶은 것뿐이에요. 그게 주식과 무슨 관계가 있다고 이러세요? 게다가 이런 일에 유정이까지 부를 필요는 없잖아요.”이혜숙은 주희정의 말 따위에는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서유정이 자리에 앉은 후에야 입을 열었다.“내가 전에 얘기한 적 있지. 서경 그룹의 지분은 민아에게 주지 않을 거라고 말이야. 아무래도 민아는 우리 핏줄이 아니니까.”서민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고 시선을 내린 두 눈동자에는 분노와 독기로 가득했다.서씨 가문의 핏줄이 아니라서, 이혜숙은 몇 년 동안 줄곧 냉담한 태도로 서민아를 대했었다. 서민아가 아무리 애써도 소용없는 일이었다.하필이면 이혜숙은 아직 아픈 곳 하나 없이 건강한 탓에 황천길을 건널 기미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고개를 숙이는 서민아를 힐끔 쳐다보던 이혜숙의 눈빛에는 어떤 감정도 담겨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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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화

“제가 서경 그룹에 들어가는 게 싫으시면 다른 회사 알아볼게요. 제가 뱉은 말은 꼭 지킬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시간도 늦었는데 일찍 쉬세요. 저는 먼저 돌아갈게요.”말을 마친 서민아가 몸을 돌려 집을 나섰다.인상을 찌푸린 주희정이 곧바로 몸을 일으켜 서민아를 쫓아갔다.서민형은 그 두 사람을 따라나서지는 않았지만 불만 가득한 눈빛으로 이혜숙을 보고 있었다.물론 그는 이혜숙이 서민아의 입사를 반대하는 것이 불만은 것은 아니었다. 서민형은 이혜숙이 회사의 지분을 자신이 아닌 서유정에게 양도하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서민형은 이혜숙의 아들이었고 서유정은 그저 손녀일 뿐이었다.“어머니의 지분은 서경 그룹의 미래와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칠 거예요. 그러니까 그렇게 섣불리 지분 양도를 결정하시면 안 될 것 같아요.”이혜숙이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서민형을 믿고 서경 그룹을 맡길 수만 있었다면 지분을 서유정에게 양도하려는 결정 따위는 내리지도 않았을 것이다.“그런 얘기할 시간 있으면 네 가정사나 잘 돌봐. 자기 집안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놈이 무슨 수로 회사를 책임져?”“...”“됐어. 내 지분을 누구에게 줄 건지 그런 건 내가 알아서 해. 넌 이만 돌아가.”미간을 찌푸린 서민형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본가를 나섰다.거실에는 서유정과 이혜숙만이 남겨졌다. 서유정이 체념한 듯 이혜숙을 쳐다보았다.“할머니. 전 서경 그룹에는 관심 없어요. 회사 지분에는 더 그렇고요. 앞으로 이런 일에는 저 부르지 마세요. 괜히 미움만 더 받아요.”“아무리 네가 관심이 없다고 해도 우리 집안의 일원으로써는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해. 서경 그룹이 서민아에게 넘어가는 꼴을 지켜볼 거야?”“오빠와 사촌 오빠도 있잖아요.”서민아가 서경 그룹을 탐낸다고 해서 손쉽게 가질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이혜숙이 콧방귀를 뀌었다.“네 오빠는 고고학밖에 모르는 놈이잖아. 매년 설이 되어야 집으로 돌아와 겨우 밥 한 끼 먹고는 가버리는 애가 회사를 물려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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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화

고개를 돌려 주희정을 보는 서민아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엄마, 됐어요. 다른 회사 알아보면 돼요. 할머니께서 절 믿지 못하시면 제가 서경 그룹에 들어가도 결국 다른 사람들 눈치만 보게 될 거예요. 그럴 바에는 차라리 다른 회사로 가는 게 나아요.”“그리고 서경 그룹이 아니더라도 저는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그래. 엄마도 널 믿어. 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네 삼촌 회사에서 경력을 쌓는 게 어때? 커리어를 좀 쌓고 나서 네 아빠에게 다시 얘기해 보라고 할게.”시선을 내린 서민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엄마 말씀대로 할게요.”서민아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주희정의 동생 회사에는 전혀 가고 싶지 않았다. 지금 서경 그룹으로 들어갈 수 없다면 앞으로는 더 기회가 없을지도 몰랐다.그랬기에 서민아는 어떻게든 서경 그룹에 가야 했다.“그래. 너무 속상해하지 마. 내일 엄마랑 쇼핑하러 가. 지난번에 예쁘다고 했던 가방 있었지? 엄마가 전부 사줄게.”서민아가 봐뒀던 가방과 옷 가격을 전부 합하면 20억이 넘었다. 주희정도 너무 비싸다고 생각해 지난번엔 사주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서민아가 서경 그룹에 들어가지 못한 일도 속상해하고 있으니 그 돈을 써서 서민아의 기분을 달랠 수만 있다면 충분했다.서민아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정말요? 엄마, 고마워요. 역시 엄마밖에 없어요.”“넌 내 딸이야. 내가 너에게 잘해주지, 누구한테 잘해주겠어?”“네.”서민아와 주희정이 걸음을 옮기려던 그때, 서민형이 차가운 얼굴로 본가에서 걸어 나왔다.그런 서민형을 힐끔 쳐다보던 주희정이 불퉁하게 말했다.“당신은 왜 아까 어머님 앞에서 한마디도 안 했어요? 당신이 조금이라도 강단 있게 얘기를 꺼냈다면 민아도 이렇게 속상할 일 없었잖아요.”어두운 표정의 서민형이 주희정의 말에 대답하려는데 서민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엄마, 아무래도 지분이 할머니에게 있으니까 아빠도 어쩔 수 없잖아요. 오늘 저 때문에 같이 온 것만으로도 아빠는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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