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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내 결혼의 불청객: Chapter 311 - Chapter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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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1화

“박현우! 연화시에 갔다고 네가 이젠 뭐라도 됐다고 착각하지 마. 언제든지 다시 잡아올 수 있으니까.”입꼬리를 끌어올려 냉소를 지은 박현우가 비꼬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그러세요. 절 잡아 오시면 저는 밖에 있는 아버지 불륜녀를 매일 같이 괴롭힐 거예요. 누구 골치가 더 아플지, 한 번 해보자고요.”“너! 내가 몇 번을 말해. 나희와 나는 그저 동창일 뿐이야.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이가 아니라고.”“그래요... 하지만 저는 사람이 얼마나 착해야 동창까지 먹여 살릴 수 있는 건지 모르겠네요. 그것도 십수 년을 말이에요. 보살도 아니고.”“비꼬지 마.”“제가 이러는 게 싫으시면 제 일에는 관심 끄세요. 그럴 시간 있으시면 아버지 불륜녀 관리나 잘하시던가요.”말을 마친 박현우가 몸을 돌려 서재를 나섰다.박대진은 그런 박현우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테이블의 물건을 전부 바닥으로 쓸어 던졌다.“날이 갈수록 버릇이 없어져!”만약 박현우가 유일한 아들이 아니었다면 박대진은 진작 그를 버렸을지도 몰랐다.서재에서 나온 박현우는 그 길로 본가를 벗어났다.자주 가던 술집으로 향한 박현우는 문을 열자마자 익숙한 얼굴을 마주쳤다.“현우야, 너 언제 돌아온 거야? 왔으면서 왜 연락도 안 했어?”박현우가 덤덤한 얼굴로 대답했다.“오늘 도착했어. 인사하러 왔잖아.”“하하, 오늘 한잔할래? 우리 정말 오랜만이네. 연화시에 자리 잡았다며?”박현우의 친구들은 당연히 그가 부모님과 대판 싸우고 나서 한성을 떠나 연화시로 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박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아, 맞다. 황설아 연락처 아는 사람 있으면 나 알려줘 봐.”그 말에 박현우의 친구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로 눈을 마주쳤다.“네가 황설아 연락처는 왜? 설마 황수연이 마음에 든 건 아니겠지? 너보다 몇 살이나 많은 여자야.”박현우가 눈썹을 씰룩였다.“헛소리하지 말고 연락처 있어, 없어?”‘그리고 나이 많은 게 뭐가 어때서?’‘유정 누나도 나보다 나이가 많지만 전혀 안 그래 보이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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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2화

현진아가 눈썹을 씰룩이며 서유정을 힐끔 쳐다보았다.“남자가 아니어도 나 좋아해도 돼. 난 오는 사람은 막지 않는 편이라.”“그럼 왜 대학교 땐 고백하는 사람마다 거절했던 거야?”“하나 같이 못생겼었거든. 난 못생긴 얼굴에 알레르기가 있어.”“...”신호등에 차를 멈춘 현진아가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하지만 유정아, 걱정하지 마. 넌 예쁘니까 그 남자들을 거절했을 때처럼 매정하게 굴지는 않을 거야.”“그래, 그래. 예쁜 네 말이 다 맞아.”“됐어. 장난은 그만. 자료나 봐.”“응.”서유정이 고개를 숙이고 서류봉투를 열어 자료를 확인했다.한성시에 오기 전, 서유정은 이미 황설아에 관한 간단한 자료를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현진아가 준 자료만큼 자세하지는 않았다. 현진아의 자료에는 황설아가 좋아하는 음식, 싫어하는 음식 같은 사적인 취향까지 반영되어 있었다.파란불이 켜지자 현진아는 서유정에게 향했던 시선을 거두고 차를 출발했다.30분 후, 현진아의 차가 한 한옥 앞에 멈춰 섰다.“도착했어.”마침 황설아의 자료를 다 읽은 서유정이 서류를 정리하며 대답했다.“황설아 씨 자료를 다 보고 나니까 한 가지 생각밖에 안 들어.”“무슨 생각?”현진아가 의아한 눈빛으로 서유정을 쳐다보았다.“역시 네가 말한 것처럼 까다로운 사람인 것 같아.”현진아가 웃음을 터뜨렸다.“응. 하지만 걱정하지 마. 내가 설아 언니와 친하니까 꽤 친하니까 아마 날 봐서라도 제안을 거절하지는 않을 거야.”서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응. 들어가자.”두 사람이 차에서 내리려던 그때, 서유정의 휴대폰이 울렸다.서민형의 전화에 미간을 찌푸린 서유정이 전화를 뚝 끊었다.하지만 또다시 휴대폰이 울렸다.현진아를 쳐다본 서유정이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나 전호 좀 받고 올게.”“응. 아직 시간 있어.”통화가 연결되자 수화기 너머로 서민형의 고함이 들려왔다.“서유정! 너 대체 어디 간 거야? 이미 선물까지 준비했으니까 오후에는 나랑 같이 황수연 씨께 사과하러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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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3화

황설아가 눈썹을 살짝 치켜뜨며 시선을 올리자 상위자 특유의 카리스마가 느껴지기도 했다.조용히 서유정을 훑어보던 황설아가 시선을 거두며 현진아를 향해 미소 지었다.“진아야, 네 친구 아니었으면 올해는 너랑 밥도 한 번 못 먹을 뻔했어.”현진아가 서유정을 황설아 맞은편에 앉히며 대답했다.“그럴 리가요. 언니가 워낙 바빠야죠. 제가 어떻게 감히 언니를 방해해요. 아, 일단 소개부터 할게요. 여긴 제 대학교 친구인 서유정이에요.”“유정아, 이분은 황설아 씨. 한신 그룹 본부장님이셔. 본부장님이라고 부르면 돼.”서유정이 황설아를 쳐다보며 인사를 건넸다.“본부장님, 안녕하세요. 서유정이라고 합니다.”황설아가 웃으며 대답했다.“서유정 씨, 안녕하세요.”서유정에게서 잠시 머물던 황설아의 시선이 다시 현진아에게로 돌아갔다.“일단 주문부터 해. 조금 전에 몇 가지만 먼저 주문했어. 너랑 유정 씨도 골라.”서유정과 함께 메뉴판을 보던 현진아가 음식 두 가지를 더 주문한 후 옆에 있던 종업원에게 메뉴판을 건넸다.룸에 세 사람만이 남겨지자 황설아가 서유정을 쳐다보며 말했다.“유정 씨, 오늘 절 찾아오신 이유는 진아에게 들었어요. 제 동생과 서경 그룹의 계약은 수연이가 본인이 몸담은 한신 그룹 자회사의 명의로 체결한 거예요. 원칙대로라면 본사에서는 자회사와 다른 회사와의 협업에 간섭할 수 없어요.”찻잔을 돌리던 황설아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하지만 유정 씨는 진아 친구시니까 진아를 봐서라도 도와드릴 수는 있어요. 하지만 만약 계약을 다시 체결하려면 이번엔 한신 그룹 본사와 계약을 맺어야 할 거예요. 그리고 원래의 조건을 보류하는 대신 수입 단가는 3% 낮춰주셔야 해요.”서유정의 심장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서경 그룹과 한신 그룹이 체결했던 계약서의 조건으로 본다면 서경 그룹이 받을 수 있는 이윤은 안 그래도 낮은 편이었다.만약 여기서 단가를 더 낮게 조정한다면 서경 그룹에는 아무런 이익도 남지 않을 것이었다.서유정이 황설아를 보며 말했다.“황 본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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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화

황설아가 입꼬리를 씩 올려 웃었다.“진아야, 비즈니스가 바로 그런 거야. 그리고 너도 알잖아. 나랑 수연이 사이 안 좋은 거. 걔 손에서 서경 그룹과의 계약을 뺏어온다는 건 수연이를 상대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거야.”“그러니까 똑같은 계약 조건을 걸고 뺏어오는 건 나한테는 아무런 의미도 없어. 아버지께는 또 뭐라고 말씀드릴 거야.”황설아와 황수연은 이복형제였고 두 사람의 엄마는 사촌 자매였다.황설아의 엄마인 지안이 황설아를 임신했을 때 황수연의 엄마인 지은영은 지안을 보살핀다는 핑계로 함께 지내면서 지안 몰래 황정빈을 유혹했었다.금방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도 마치지 못한 채 두 사람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 지안은 그만 화병으로 쓰러지고 말았다.겨우 목숨을 건졌지만 몸이 많이 상한 탓에 아무리 비싼 약을 써도 효과를 보지 못했고 결국 황설아가 20살이 되던 해 세상을 떠났다.그랬기에 황설아는 황수연과 지은영을 누구보다 원망했다.하지만 아무리 싫어도 황수연과 작은 계약 하나를 놓고 싸울 정도는 아니었다.어젯밤 박현우의 연락을 받기 전까지, 황설아는 서유정의 제안을 바로 거절할 생각이었다.오늘 서유정에게 그 기회를 주기로 결정한 건 박현우 때문이었다.한숨을 내쉰 현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물론 현진아도 친구인 서유정을 돕고 싶었다. 하지만 비즈니스를 모르는 현진아는 그저 서유정의 결정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이때, 테이블에 올려두었던 황설아의 휴대폰 화면이 켜졌다.잠금을 해제하고 문자를 확인한 황설아가 저도 모르게 눈썹을 씰룩이더니 미소 지었다.화장실에서 돌아온 서유정이 자리에 앉자 황설아가 그녀를 보며 입을 열었다.“서유정 씨, 잠깐 고민해 봤는데 단가를 3% 더 낮추는 건 확실히 너무 무리한 조건인 것 같아요. 원래 주기로 했던 단가에서 1%만 낮추죠. 어때요? 만약 이 조건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지금 바로 계약 체결해요.”서유정뿐만 아니라 옆에 앉아 있던 현진아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 황설아를 쳐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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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5화

30분도 걸리지 않아 황설아의 비서가 계약서를 가지고 들어왔다.계약서를 한 번 확인한 서유정이 마지막 페이지에 법인 도장을 찍었다.이혜숙은 본인의 주식을 양도하며 법인 인감을 함께 서유정에게 맡겼었다.계약 체결을 마친 황설아는 오후에 미팅이 있다는 이유로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황설아가 룸을 나서자 서유정이 고개를 돌려 현진아를 쳐다보았다. 여전히 감격에 겨운 눈빛이었다.“진아야, 네가 너무 큰 도움이 됐어. 네가 아니었다면 한신 그룹과의 계약은 꿈도 꾸지 못했을 거야.정말 고마워. 아유, 우리 복덩이!”“... 아니야. 당연히 내가 도와야지. 하지만 원래 계약 조건보다 단가를 1% 더 낮춘 탓에 사실상 서경 그룹은 손해를 보게 된 것과 마찬가지잖아.”“조금이라도 이윤이 날 수 있다면 아예 손해를 보는 건 아니야.”“아, 그리고 너희 회사는 이미 황수연과 계약을 맺었다면서 왜 또 굳이 설아 언니를 찾아와 계약 협상을 하는 거야?”입술을 꾹 깨문 서유정이 시선을 내리며 말했다.“나와 황수연 씨 사이에 트러블이 조금 있었는데 황수연 씨가 한신 그룹과 서경 그룹의 계약을 빌미로 나에게 사과를 요구했어. 난 그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어서 황설아를 씨를 만나러 한성에 온 거야.”현진아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현진아가 아는 황수연은 사람들 앞에서는 착한 척 연기하며 누구에게나 사근사근하게 구는 사람이었다. 그런 황수연이 서유정과 트러블이라니.하지만 자세히 얘기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서유정의 모습에 현진아도 더는 캐묻지 않았다.“아무튼 한신 그룹과 계약을 체결했으니 된 거야.”“응.”식사를 마치고 현진아는 서유정을 호텔로 데려다줬다.현진아가 차에서 내리려는 서유정에게 말했다.“유정아, 계약도 체결했으니까 이제 한성의 일은 거의 마무리가 된 거지?”“응. 한성에 온 이유가 그것 때문이니까.”“그럼 이제 남은 시간은 안 바쁘겠네? 나랑 한성 여기저기 놀러 다닐래?”서유정이 고개를 가로저었다.“안 될 것 같아. 사무실에도 처리할 일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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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6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던 현진아가 입을 열었다.“당연히 정운 그룹이겠죠. 그건 왜 갑자기 묻는 거예요?”“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거야. 회의가 있어서 먼저 끊을게.”뚜뚜뚜.수화기 너머로 울리는 연결음에 현진아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황설아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하나도 이해되지 않았다.‘하지만 뭐가 됐든 유정이가 한신 그룹과 계약을 체결했으니 된 거지, 뭐.’방으로 돌아와 잠시 쉬던 서유정이 휴대폰을 꺼내 박현우에게 문자를 전송했다.[현우 씨, 어렸을 때부터 한성에게 지냈다고 했죠? 한성시의 유명한 레스토랑 알려줄래요? 미쉐린 맛집이었으면 좋겠는데.]서유정의 문자가 전송되자 박현우에게서 바로 전화가 걸려 왔다.통화가 연결되자 맑은 박현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누나, 레스토랑은 갑자기 왜요? 누구 밥이라도 사시게요?”“네. 친구한테 큰 도움을 받아서요. 오늘 저녁은 제가 사고 싶거든요.”“추천할 만한 곳이 있긴 한데... 적어도 1주일 전에는 예약해야 하는 곳들이라. 친구가 한성시 분이세요?”“네. 대학교 친구예요.”“한성시에 거주하는 분이시면 그 한식당이 좋겠어요. 절대 실망하지 않을 거예요. 제가 예약할 수 있는지 물어보고 가능하다면 룸으로 예약해 드릴게요.”“네, 고마워요. 돌아가면 제가 한턱낼게요.”전화를 끊고 또 다른 전화번호를 누른 박현우가 느긋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매니저님, 오늘 자리 있어요?”“오늘 오시려고요? 금옥당으로 예약해 드릴게요.”금옥당은 이 한식당에서 제일 좋은 룸으로 십여 명을 수용할 수 있었다.“아니요. 일반 룸으로 예약해 주세요. 두 명이라서요.”“그럼 달맞이꽃으로 예약하면 될까요?”“네. 예약자 이름은 서유정으로 해주시고 전화번호는 제가 알려드릴게요.”서유정의 전화번호를 매니저에게 알려주고 나서야 박현우는 전화를 끊었다.박현우가 서유정과의 대화창을 열어 레스토랑 주소와 예약한 룸 이름을 전송했다.[누나, 레스토랑 예약했어요. 약속 시간에 맞춰 가시면 돼요.]서유정이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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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7화

“일하러 가야 해서 어쩔 수 없어요. 엄마 아들도 지금은 그저 가여운 직장인에 불과하니까요.”공현주가 어이없다는 듯 박현우를 흘겨보았다.“돌아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돌아와. 우리가 아직 너 하나 먹여 살릴 능력은 있어.”박현우가 한숨을 내쉬었다.“다른 사람들이 엄마 아들을 한심한 놈이라고 하는 걸 보고 싶은 거예요?”“그건 다른 사람이 굳이 얘기 안 해줘도 아는 사실이잖아. 몰라서 그래?”“...”‘너무 오랜만에 대화했더니 엄마가 독설이 심하다는 것도 잊어버렸네.’침묵을 지키며 말이 없는 박현우를 본 공현주가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갈 거면 얼른 가 버려. 자꾸 내 눈에 띄어서 사람 귀찮게 하지 말고. 그리고 난 네가 그 서유정인지 뭔지 하는 여자와 만나는 거 반대야. 그러니까 그 마음은 접는 게 좋을 거야.”박현우가 체념한 듯 말했다.“말씀드렸잖아요. 누나는 저한테 그런 마음이 없다니까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그건 네가 반성해야 하는 문제야. 네가 얼마나 형편이 없어야 그런 작은 기업의 딸 마음 하나도 못 얻는 거야.”“...”박현우는 순간 자신이 정말 공현주의 친아들이 맞긴 한 것인지 의심이 들었다.지난번 연화시에서 같은 말을 했을 때는 이런 반응은 아니었었다.하지만 집에 온 지 하루 만에 다시 돌아가려니 박현우는 죄책감이 몰려왔다.“엄마, 곧 생신이잖아요. 엄마 생신 때 다시 올게요. 그때는 제가 번 돈으로 생일 선물도 사드릴게요.”공현주가 싫은 내색을 숨기지 않았다.“됐어. 그까짓 월급으로 뭘 살 수 있겠어.”공현주가 사용하는 모든 것은 뭐든지 최고급이었다. 제일 싼 신발도 몇천만 원이 넘는 것이었다.박현우의 월급으로는 공현주의 신발 반 켤레도 살 수 없었다.“선물은 마음이 중요한 거예요.”“너무 싸구려 마음은 넣어둬.”“...”박현우의 말을 받아친 공현주가 몸을 일으켰다.“저녁에는 친구들과 모임이 있어서 배웅은 안 할게. 기사님께 데려다 달라고 하든지, 아니면 택시 타고 가.”“...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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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8화

“들어가.”차에서 내린 서유정과 현진아는 나란히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입구에 다다르자 종업원이 두 사람의 앞을 가로막았다.“안녕하세요, 예약하셨어요?”“네. 달맞이꽃으로 예약했어요. 예약자 이름은 서유정이요.”“잠시만요. 확인 좀 할게요.”달맞이꽃의 예약자가 서유정이 맞다는 것을 확인한 종업원이 두 사람을 안으로 안내했다.레스토랑으로 들어서자 서유정은 마치 4, 50년대로 타임슬립을 한 것만 같았다. 복고풍의 인테리어에 4, 50년대에서나 볼 수 있는 골동품이 잔뜩 전시되어 있었다.현진아가 서유정의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여기 전시된 것들 대부분이 진짜 골동품이야. 가치로 따지면 수십억은 넘을 거야.”“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여기 사장님이 골동품 컬렉터라 레스토랑에 전시된 것 전부 전문가의 검증을 거친 물건이라고 들었어. 하지만 본인이 소장한 물건 중에서는 비싸지 않은 것들을 손님께 전시하기 위해 가져다 놓은 거라고 하더라고.”골동품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서유정은 그보다는 레스토랑의 메뉴에 더 관심을 보였다.부매니저가 두 사람을 달맞이꽃으로 안내했다.아담한 룸인 달맞이꽃은 깔끔한 스타일로 인테리어가 되어있었다. 벽에는 산수화가 걸렸고 남쪽의 창문 밖으로는 작은 정원이 보였다. 비록 겨울이긴 했지만 정원에는 여전히 수많은 꽃이 앞다투어 피고 있어 아름답기 그지없었다.서유정이 의아한 말투로 물었다.“저런 꽃들은 지금이 시즌도 아닐 텐데 어떻게 핀 거지?”현진아가 서유정을 쳐다보며 말했다.“저 꽃들은 온실에서 재배된 거야. 활짝 피었을 때 여기로 가져와 옮겨 심는 거지. 지금은 겨울이라 하루면 얼어 죽어서 매일 새로운 꽃으로 바꿔야 해.”“...”‘내가 너무 단순했네.’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부매니저가 메뉴판을 건넸다.메뉴판을 살펴보던 현진아가 물었다.“오늘 메인 셰프님이 누구세요?”“전 셰프님이세요.”고개를 끄덕이던 현진아가 메뉴판을 펼치며 서유정을 쳐다보았다.“유정아, 전 셰프님은 한식을 제일 잘하니까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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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9화

“유정아, 먹어봐. 이건 금루옥의라는 요리야.”서유정이 고개를 숙이니 하얀 접시 위에 식용 금박지를 덮은 슬라이스 된 자연산 말린 전복이 보였다. 그 옆에 어우러진 트뤼플 주스와 신선한 두부는 보기만 해도 식욕을 돋웠다.숟가락으로 덜어 그릇에 옮겨 담은 서유정이 음식을 맛보았다. 담백함이 입안을 감쌌다. 두부 특유의 비린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트뤼플 향과 어우러져 맛이 일품이었다.“맛있어!”“응. 이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야.”서유정은 나머지 음식도 하나씩 맛보았다. 하나 같이 흠잡을 데 없는 음식이었다.왜 한 달 전부터 예약하는지 서유정을 알 것 같았다.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한 서유정이 레스토랑을 나서려던 그때, 안으로 들어오던 공현주와 딱 마주쳤다.서유정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짓던 공현주가 곧이어 미간을 찌푸렸다.박현우는 어제 막 한성에 도착했고 공현주는 오늘 이곳에서 서유정을 마주쳤다. 만약 누군가 이 모든 것이 우연이라고 한다면 공현주는 절대 믿지 않을 것이다.공현주와 함께 레스토랑으로 들어온 사람 중 현진아의 어머니와 절친한 사모님이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진아야, 너도 여기서 친구랑 밥 먹은 거야?”현진아도 웃으며 대답했다.“아주머니, 오랜만이에요.”시선을 돌리다 공현주를 본 순간 멈칫한 서유정이 다시 아무 일도 없는 듯 시선을 옮겼다.비록 지난번 드레스를 사며 공현주와 마주친 적이 있었지만 당시 황수연이 서유정에게 공현주를 소개한 것도 아니기에 두 사람은 그저 일면식이 있는 정도에 불과한 사이였다. 그러니 인사를 할 사이는 아니라는 얘기였다.공현주의 옷차림이나 분위기에서 서유정은 그녀가 절대 평범한 사모님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공현주에게 다가가 먼저 인사를 건다면 오히려 아부하는 모습처럼 보일 수 있었다.다른 사람과도 인사를 나눈 현진아가 웃으며 말했다.“식사 맛있게 하세요. 저희는 먼저 가볼게요.”“잠깐만.”장순정이 현진아를 잡으며 미소 지으며 말했다.“진아야,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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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0화

서유정이 장순정을 보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이왕 하는 거, 이기든 지든 제대로 해야죠.”장순정이 다시 서유정을 설득하려는데 공현주가 눈썹을 씰룩이며 말했다.“순정 씨, 굳이 제대로 하겠다고 하는데 더는 설득하지 마요. 원하는 대로 하죠.”그 말에 잠시 고민하던 장순정이 고개를 끄덕였다.“네.”어차피 서유정이 진다면 몰래 밥값을 보내주면 그만이었다.현진아, 서유정을 포함한 8명이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제일 뒤에 선 현진아가 서유정의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유정아, 너 좀 이따 눈치껏 몇 판은 져줘. 아무래도 내가 다 아는 분들이잖아. 네가 저녁 내내 이기면 자존심이 상하실 거야.”대학 시절 현진아와 서유정은 취미로 카드 게임을 즐긴 적이 있었다. 그때의 서유정은 거의 모든 게임에서 진 적이 없을 정도였다.현진아의 말에 서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하지만 너 나에 대해 너무 자신만만한 거 아니야? 아주머니들도 평소 카드 게임을 즐겨하시는 것 같던데 다들 평범한 실력은 아닐 거잖아.”서유정을 힐끔 쳐다본 현진아가 말했다.“자신만만하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 난 너랑 카드 게임해서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어. 오늘도 지면 트라우마 생길 것 같아.”“...”우연인지 아닌지, 공현주는 마침 서유정 맞은편에 앉았다.옆에서 서유정을 쳐다보던 장순정이 웃으며 말했다.“유정 씨, 전에 카드 게임해 봤어요? 못 해봤으면 룰부터 알려줄게요.”“해봤어요.”태연한 서유정의 모습이 일부러 아는 척 큰소리치는 것 같지는 않아 장순정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럼 시작하죠.”...곧 한 시간이 흘렀다.또 게임에서 승리한 서유정을 보며 장순정은 1시간 전 자신의 섣부른 결정을 후회했다.한 시간 동안 아무도 서유정을 이길 수가 없었다.‘대체 왜 어리다는 이유로 우리보다 실력이 안 좋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장순정은 심지어 서유정이 프로는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한 시간 동안 서유정은 이미 그들 사이에서는 무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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