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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내 결혼의 불청객: Kabanata 31 - Kabanata 40

100 Kabanata

제31화

서유정은 더 이상 그들을 물고 늘어질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알 사람들은 다 알게 되었고, 양주원과 신나경의 체면은 이미 모두의 앞에서 볼품없이 구겨져 버렸으니 말이다.그것만으로도 이미 한풀이는 다 끝낸 셈이었다.서유정은 그 일에 신경을 끄고 휴가로 밀렸던 업무를 처리하느라 정신없이 바쁜 나날들을 보내기 시작했다. 밥 먹을 시간도 없을 만큼 일이 사정없이 휘몰아쳤다.주말이 되어서야 송지민에게서 한진숙이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듣자 하니까 양씨 가문 사람들이랑 뭔가 트러블이 있었던 모양이야. 순간적으로 감정이 너무 격해져서 입원했대.”“유정아, 너 양주원이랑 결혼 안 한 게 진짜 천만다행이야. 양씨 가문 같은 집에서 양주원을 쉽게 받아들일 리가 없지. 너도 그 집에 들어갔으면 분명 개고생했을걸.”서유정은 베란다의 라탄 의자에 앉아 잘 정돈된 손톱을 내려보다가 낮게 대답했다.양주원은 연화 시의 4대 재벌 가문 중 하나인 양현 그룹의 회장, 양현종의 사생아였다. 하지만 양씨 가문 사람들은 단 한 번도 그를 진짜 가족으로 인정해준 적이 없었다.직접 창업까지 해 성공을 이뤄냈지만 양씨 가문 사람들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했다. 양현 그룹은 오래전에 이미 상장을 끝낸 대기업으로서 국내외로 수많은 계열사까지 두고 있었다. 그런 양씨 가문 사람들에게 양주원이 차린 스타트업 기업은 어린애들 장난에 불과해 보였을 것이다.서유정이 양씨 가문의 사생아와 사귄다는 사실을 알게 된 서씨 가문에서는 집안 명예를 운운해가며 그녀를 협박해왔다. 결국, 끝까지 고집을 부려대던 서유정은 가문과 인연까지 끊어내야 했다.그 모든 걸 감수하고도, 서유정은 결국 양주원을 택했다. 무려 사흘 밤낮을 고민해 힘겹게 내린 결정이었다.양주원이 금방 사업에 성공했을 때까지만 해도 서유정은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맹신했다. 하지만 그녀의 믿음은 너무나도 처참하게 짓밟혀버렸다.힘든 시간을 함께 견디고 버텨왔지만, 정작 행복은 함께하지 못했다.생각을 천천히 정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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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한진숙은 반가운 얼굴로 환히 웃으며 말했다.“유정아, 왔어? 얼른 들어와서 앉아.”서유정은 병상 반대편으로 걸어가 꽃바구니와 과일 바구니를 내려놓으며 말을 걸었다.“어머님, 입원하셨다는 말 듣고 와 봤어요. 괜찮으세요?”“나야 이제 많이 나았지. 오는데 춥지 않았어?”한진숙은 반갑게 서유정을 맞이하며 가만히 앉아 있는 양주원을 흘겨보았다.“넌 히터 좀 틀어라. 애가 왜 이렇게 눈치가 없니?”서유정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괜찮아요, 어머님. 안 추워요.”한진숙은 서유정의 손을 꼭 잡더니 안타깝다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안 춥긴 뭐가 안 추워. 손이 이렇게나 차가운데. 밖에 나갈 때는 옷 좀 따뜻하게 입고 다녀.”다정한 말에 서유정의 가슴이 뭉클해졌다. 친엄마에게서도 받아본 적 없었던 그 온기가 한진숙에게서 느껴졌다.양주원과 사귀었던 그 8년 동안, 한진숙은 서유정에게 정성을 다해주었다. 비록 그것이 아들을 위한 호의에 불과했을지라도 서유정은 자신에게 마음을 다해 잘해줬다는 사실에 충분히 감사했다.“정말 괜찮아요, 어머님. 저 건강해요.”“네가 아직 젊으니까 뭘 몰라서 그래. 나이 들어봐. 그때 몸 망가지면 아무리 후회해도 소용없는 거야.”두 사람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양주원은 조용히 일어나 히터를 틀었다.한진숙은 일부러 서유정을 배려해주며 최대한 그녀가 양주원과 마주치지 않도록 해주었다.“너 아까 바쁘다고 하지 않았어? 나는 유정이랑 얘기 좀 하고 있을 테니까, 네 일이나 보러 가.”그 말에 양주원은 고개를 끄덕였다.“네.”그가 병실을 나선 후, 서유정과 한진숙은 한동안 얘기를 나누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 점심시간이 되자 서유정은 슬슬 자리를 뜨려 했다.그 순간, 한진숙이 그녀의 손을 붙잡더니 아쉬움 가득한 눈빛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유정아, 이젠 혼자 열심히 살아야 해. 매일 배달음식만 시켜 먹지 말고. 어머님 음식 먹고 싶어지면 언제든지 말해. 내가 다 해줄 테니까.”진심이 담긴 한진숙의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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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양주원은 서유정을 바라보며 이를 악문 채 천천히 말을 꺼냈다.“유정아, 너 나랑 결혼하고 싶다며. 너 도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야? 내가 진짜 신나경이랑 완전히 끝내야만 다시 돌아오겠다는 거야?”이 말을 입에 올리는 순간, 양주원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만약 이게 서유정을 달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신나경을 완전히 끊어낼 수도 있을 것 같은데.’하지만 그 순간, 서유정의 냉랭하고도 차가운 목소리가 양주원의 기대를 산산조각 내버렸다.“신나경이랑 어떻게 하든 그건 네 인생이고, 나랑은 아무 상관없는 일이야. 난 이제 너랑 결혼할 마음 없어. 아니, 이젠 결혼이라는 말 자체가 싫어졌어.”양주원이 병실로 돌아온 것은 그로부터 10분이 지난 후였다.병실 문 쪽을 바라보던 한진숙은 잔뜩 어두워진 표정으로 돌아온 양주원을 바라보다가 말했다.“유정이는 갔어?”“네.”양주원의 시체 같은 그 표정에 한진숙이 한숨을 푹 내쉬며 못마땅한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았다.“유정이랑 헤어지는 게 네 바람 아니었어? 드디어 헤어져 줬는데 이제 좋아해야지. 왜 그렇게 죽을상이야?”서유정이 마지막으로 기회를 준다고 했을 때에도 정신을 못 차리고 함부로 행동하던 양주원을 떠올리자 한진숙은 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양주원을 말없이 병상 옆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서유정이 자신과 함께했던 그 8년이라는 시간을 이런 식으로 허무하게 끝낸다는 게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분명 자신이 한발 물러서는 모습에 오히려 기세등등해진 것이라고 여겼다,양주원은 미간을 찌푸린 채, 엘리베이터 앞에서 했던 말을 후회했다.지금은 그저 가만히 기다려야 할 때였다.서유정이 먼저 이별을 못 견디고 다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그때가 되면 주도권은 다시 자신의 손에 돌아올 것 같았다.잔뜩 찌푸려져 있던 미간의 주름이 서서히 펴지기 시작했다.월요일 아침, 서유정이 로펌에 도착하자 성하나가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서 변, 내가 어젯밤에 경매 행사에 잠깐 들렀는데요. 서 변 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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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다음 주에 열릴 재판의 의뢰인에게서 온 전화인 걸 확인한 서유정은 성하나를 바라보며 말했다.“언니, 저 전화 좀 받고 올게요.”“그래요.”서유정은 자리를 옮겨 전화를 받았다. 의뢰인은 오늘 점심에 만나 새로 입수한 자료를 전달해주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의뢰인의 이름은 고현아로, 그녀와 남편은 같은 대학교 동기였다. 졸업 직후 바로 결혼을 한 두 사람은 슬하에 자녀까지 두었다.하지만 딸아이가 두 살이 되던 때, 고현아는 남편이 회사 동료와 외도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녀는 곧바로 이혼을 요구하며 아이의 양육권을 주장했지만 남편은 아이를 데려간 채 고현아의 접근을 막았다.결국, 지인의 소개로 그녀는 서유정을 변호사로 선임해 고소까지 진행하게 되었다.고현아가 일하는 곳과 로펌은 20㎞ 정도 떨어져 있었지만 그녀가 점심에 낼 수 있는 시간은 고작 한 시간뿐이었다.잠시 고민하던 서유정은 마침 오후에 그 근처에서 볼 일이 있다는 걸 떠올리고 입을 열었다.“그럼 열두 시 반에, 현아 씨 회사 근처 카페에서 뵐게요.”“네, 감사합니다. 서 변호사님.”“별말씀을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요.”전화를 끊은 서유정은 휴대폰을 가방에 넣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 업무를 시작했다.점심 열두 시 반, 서유정은 약속 시간에 맞춰 카페에 도착했다.이미 도착해 있던 고현아가 그녀를 발견하고는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서유정은 곧장 맞은편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아까 새로 주고 싶은 자료가 있다고 하셨죠?”“네, 남편이 아이를 학대했다는 증거예요. 이걸 법정에서 제출하면 양육권이 저한테 넘어올 가능성이 더 올라가지 않을까요?”고현아는 한 장의 서류를 건네주었다.서유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이 자료가 법적 효력이 있는 자료라면, 양육권이 현아 씨한테 넘어갈 확률이 높아요.”서류를 꼼꼼히 확인해 보던 서유정은 이내 고현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충분히 증거로 채택될 수 있겠네요. 이걸로 승소 확률도 훨씬 높아졌고요. 그런데 이 자료는 어떻게 입수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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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조금 전, 자료에서 본 아이의 몸에 난 상처가 전부 이 남자의 짓이라는 것을 의식하자 서유정은 표정을 싸늘하게 굳혔다.“제가 의뢰인한테 무슨 자료를 받든, 그쪽이 알 바는 아닌 것 같은데요.”육진호는 비웃듯 코웃음을 치더니 서유정의 말에 반박하려 했다. 그 순간, 등 뒤에서 고현아의 분노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육진호!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야?”고현아는 빠른 걸음으로 성큼성큼 다가와 서유정의 옆에 서더니 살벌한 눈길로 육진호를 노려보았다.육진호 역시 고현아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증오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째려보았다.“내가 왜 여기까지 왔는지 몰라서 물어? 네가 내 동생 꼬드겨서 나 감시했잖아. 네가 사람 새끼냐?”고현아는 혐오 어린 표정으로 육진호를 바라보며 말했다.“말 좀 가려서 해, 육진호. 네가 매일같이 집에서 내 딸 학대하니까 네 동생도 보다못해 그런 거잖아. 애한테 화풀이나 하는 주제에, 네가 그러고도 인간이야? 이 쓰레기 같은 새끼야!”‘너 임신 중일 때 매일 뼈 빠지게 일해서 돈 갖다 바친 게 누군데. 그 쓰레기 새끼 돈으로 먹고산 주제에.’‘쓰레기는 내가 아니라 아들 하나 못 낳는 너겠지.’육진호의 이마에 핏줄이 돋았다. 화를 주체하지 못한 그는 손을 들어 고현아의 뺨을 힘껏 내리쳤다.“이 미친년이, 너 다시 말해 봐!”고현아의 마른 몸은 육진호의 주먹 한 방에 힘없이 뒤로 밀려나 휘청였다.곁에 있던 서유정은 급히 손을 뻗어 고현아를 부축해주려 했지만 그녀의 손이 제대로 닿기도 전에 육진호는 서유정을 거칠게 밀쳐냈다.“꺼져! 네가 뭔데 남의 집안일에 끼어들어. 네가 무슨 자격으로!”서유정 역시 중심을 잃고 휘청이다가 몸을 지탱해보려 애썼다. 그 순간, 발목 쪽에서 찌르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진 그녀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아무래도 발목을 접질린 것 같았다.하지만 서유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고현아의 앞을 막아서며 육진호를 똑바로 노려보았다.“한 번만 더 손대면, 바로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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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서유정은 운전석에 앉아 있는 성우현을 발견하고 잠시 멈칫했다.“이런 데서 다 만나네, 반갑다.”성우현은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미소 지었다.“그러게. 어디 가는 길이야?”“아까 발목 좀 접질려서 병원 가려고.”“마침 나도 병원 근처 지나려던 참인데. 타, 내가 데려다줄게.”서유정은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괜히 민폐 끼치는 거 아니야?”“무슨 민폐야, 동창끼리. 여기 오래 서 있으면 딱지 떼여. 그러니까 얼른 타.”잠시 망설이던 서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부탁 좀 할게.”그녀가 차에 올라타 안전벨트까지 매자 성우현은 다시 차를 출발시켰다.10분 정도 지나자 병원에 도착했다.차에서 내리기 전, 서유정은 성우현을 바라보며 말했다.“오늘 너무 고마웠어. 나중에 시간 나면 내가 밥 살게. 전에 말디부에서 도와줬던 것도 감사 인사를 제대로 못 한 것 같아서.”성우현은 그 말에 가볍게 웃어 보였다.“난 언제든 다 괜찮아.”“그럼 이번 주 금요일 저녁 어때?”오늘은 발목을 접질린 탓에 외식이 힘들었지만 금요일쯤이면 다 나을 것 같았다.“좋지.”시간을 정한 서유정은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내가 오늘 신세 졌네.”성우현은 부풀어 오른 그녀의 발목을 힐끔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렸다.“같이 가자. 내가 데려다줄게.”그 말에 잠시 멈칫한 서유정은 놀란 표정으로 손을 내저었다.“아니야, 괜찮아. 나 혼자 가도 되니까 넌 이만 가 봐.”하지만 서유정이 말을 제대로 끝내기도 전에 성우현은 이미 그녀의 곁에 와 있었다.“발목이 이렇게 부었는데, 너 혼자 병원을 어떻게 돌아다닌다는 거야.”“알겠어... 그럼 부탁할게...”성우현은 서유정을 바라보다가 옅게 웃음을 흘렸다.“괜히 미안해하지 좀 마. 나도 한가하니까 따라온 거야. 시간 때우는 셈 치지, 뭐. 이리 와, 내가 잡아줄게.”그는 자연스럽게 서유정에게 팔을 내밀었다.잠시 입술을 깨물던 서유정은 성우현의 팔에 손을 얹은 채 천천히 진료동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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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양주원, 이거 놔.”서유정이 소리쳤지만, 양주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그녀의 손목을 세게 잡아끌며 병원 입구 쪽으로 향했다.그 순간, 누군가가 두 사람의 앞을 가로막았다.“양주원 씨, 유정이 다친 거 안 보이세요? 유정이도 별로 따라가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은데.”그 말에 양주원이 걸음을 멈추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성우현을 바라보았다.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성우현은 당장이라도 칼날에 베일 것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하지만 그 역시 물러서지 않고 침착한 눈빛으로 양주원을 계속해서 바라보았다.“얘 내 여자친구예요. 내 여자친구가 나랑 안 가면 누구랑 가는데요? 그쪽이랑?”성우현이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양주원 씨, 비서랑 바람 난 거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데 이제 와서 무슨 순애보인 척을 하세요? 유정이랑 헤어졌다고 회사 계정으로 입장문까지 내셨잖아요.”그 말에 양주원의 눈빛이 한층 더 서늘해졌다.“우리 둘 사이 일이지, 그쪽이 끼어들 만한 일은 아닌 것 같네요.”“유정이 제 친구예요. 양주원 씨도 지금 감정적으로 흥분한 상태고요. 자칫했다간 친구가 다칠지도 모르는데, 이런 상황에서 제가 어떻게 모른 척을 해요? 그게 오히려 무책임한 거죠. 이대로 두고 보지는 못하겠네요.”양주원이 낮게 으르렁대며 말했다.“꺼지라고.”하지만 성우현도 물러서지 않고 팽팽하게 양주원과 대립했다.둘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서유정의 손목을 쥔 양주원의 손에는 무의식적으로 힘이 꽉 들어갔다.욱신거리는 통증이 더 심해지자 서유정은 고개를 숙여 손목을 내려다보았다.굳이 살펴보지 않아도 손목은 시퍼렇게 멍이 들었을 게 분명했다.“양주원, 이제 그만 좀 하지 그래?”양주원의 몸이 순간적으로 뻣뻣하게 굳었다. 그는 고개를 천천히 돌려 서유정을 노려보았다.“서유정, 지금 그만해야 하는 게 누군데 그래.”서유정은 있는 힘껏 양주원의 손을 뿌리치더니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우리 이미 끝났다고 했을 텐데. 너도 인정했잖아. 그러니까 이제 더 이상 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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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양주원 때문에 서유정이 기분 상했다는 걸 눈치챈 성우현은 더 이상 그 주제를 꺼내지 않았다.곧이어 그녀의 이름이 호명되었다.진료를 마친 의사는 그저 단순한 염좌에 불과하다며 간단한 약을 처방해 주었다.병원을 나온 서유정은 성우현의 손에서 약 봉투를 받아들었다.“오늘 너무 고마웠어. 이걸로 또 너한테 밥 한 끼 빚졌네.”성우현이 입꼬리를 올려 가볍게 웃었다.“내가 데려다줄게.”“됐어, 우리 회사 여기서 엄청 멀어. 왕복하면 거의 한 시간도 넘게 걸리는데. 가서 네 일이나 봐. 난 택시 타고 가면 되니까.”그녀가 진심으로 홀로 남고 싶어 하자 성우현도 더는 고집 부리지 않고 함께 택시를 잡아주었다.“도착하면 연락해.”“응.”성우현은 차 문을 닫아준 후, 택시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다가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로펌으로 돌아와 보니 시간은 이미 오후 두 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서유정은 고현아가 건네준 증거 자료를 정리해 법원에 제출했고, 긴급 임시 보호 명령까지 신청했다.다음 날 아침, 법원에서 보호 처분이 통과됐다는 연락을 받은 서유정은 곧바로 그 소식을 고현아에게 알려주며 24시간 내로 법원이 육진호에게 공지할 것이라는 정보도 함께 알려주었다.그 소식은 담당 지구대와 주민센터에도 전달되었다. 변수가 없다면 고현아는 내일쯤 딸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잠시 후, 고현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변호사님, 정말 감사해요. 내일 일찍 딸 데리러 갈게요.”“별말씀을요. 절대 혼자 가지 마시고, 꼭 아는 사람들 몇 명 데리고 가세요.”거리 한복판에서도 주먹을 휘두르는 육진호였으니 혼자 아이를 데리러 간다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몰랐다.“네, 꼭 그럴게요.”전화를 끊은 후, 서유정은 계속해서 업무에 집중했다.그때, 휴대폰 화면에 알림 하나가 떴다. 3일 후가 결혼 예정일이라는 알림이었다.서유정의 눈빛이 잠시 흔들리는 듯하더니 이내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얼굴로 알림을 삭제했다.달력을 보니 곧 있으면 송지민의 생일이었다.마침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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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성우현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괜찮아. 오늘 점심을 좀 많이 먹어서 아직 배가 별로 안 고프네.”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두 사람을 향한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표정이 어둡게 굳은 양주원의 온몸에서는 싸늘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갑자기 달라진 그의 분위기에 신나경도 무의식적으로 몸을 움츠렸다.갑자기 느껴지는 불안함에 그녀는 양주원의 팔을 더 힘껏 끌어안았다.‘양주원... 설마 아직도 서유정한테 미련이 남은 건 아니겠지?’“주원 씨, 나 배고파. 우리...”서유정이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양주원은 그녀를 데리고 성큼성큼 서유정과 성우현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걸어갔다.그러자 신나경의 표정이 묘하게 굳어졌다.“주원 씨, 우리가 예약한 룸은 저쪽인데.”“룸은 답답해서. 밖에서 먹자.”양주원은 신나경에게 선택지도 주지 않고 곧장 서유정 일행의 옆자리로 향했다.신나경의 웃음기가 뻣뻣하게 굳어버렸다.서유정이 다른 남자와 밥 한 끼를 먹는 것뿐이었지만 양주원의 눈빛은 마치 아내의 바람 현장을 목격한 남편 같았다.그의 눈에 감긴 질투와 분노는 모두가 보아낼 수 있을 만큼 노골적이었다.신나경은 고개를 숙인 채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지만 고통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옆자리에 누군가가 앉는 듯한 기척에 서유정은 고개를 돌려 싸늘한 눈빛의 양주원을 바라보았다.미간을 살짝 찌푸린 그녀는 주위를 훑어보았다.자리가 남아도는 레스토랑에서 굳이 자신들의 옆자리를 고른 양주원의 의도는 너무 뻔히 보였다.“양주원, 너 지금 일부러 이러는 거야?”서유정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히 그가 원하던 대로 물러나 줬는데 왜 이렇게 집요하게 끼어들려고 하는지 의문이었다.‘내가 계속 매달려주길 바랐던 건가?’양주원은 무표정한 얼굴로 서유정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네가 이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린 것도 아니잖아.”서유정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양주원이 말을 이었다.“그럼 내가 어디에 앉든, 그건 내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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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성우현과 식사를 하며 느긋하게 대화를 나누던 서유정의 눈가에 불쾌감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애초에 오늘 이 레스토랑에서 두 사람을 마주칠 줄 알았다면 애초에 이곳으로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양주원은 굳은 얼굴로 차갑게 서유정을 바라보았다.“난 그냥 내 여자친구한테 얘기한 것뿐인데, 너랑 무슨 상관이지?”그건 원래 서유정이 자주 하던 말이었다. 양주원은 그동안 들었던 ‘너와 무슨 상관이냐’는 말을 그녀에게 똑같이 돌려주고 있었다.서유정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속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눌렀다. 굳이 더 양주원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고개를 돌려 성우현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물었다.“미안. 우리 다른 식당으로 옮길까?”그녀는 차라리 피하는 쪽을 선택했다.하지만 성우현은 고개를 저으며 웃어 보였다.“괜찮아. 그냥 여기서 먹자. 난 별로 신경 안 쓰여.”그 말에 더 이상 고집을 부릴 수 없었던 서유정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레스토랑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서유정이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주제를 고민하던 중, 성우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아, 맞다. 그때 다쳤던 발목은 어떻게 됐어?”“이제 거의 다 나았어. 그날은 정말... 너 만나서 진짜 다행인 것 같아.”성우현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나야말로 널 만난 게 행운이지, 유정아. 사실 나 고등학생 때부터 너를...”“쨍그랑!”옆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그릇 깨지는 소리가 성우현의 말을 끊었다.서유정은 애써 참으며 옆 테이블로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계속해서 성우현만 바라보며 웃었다.“방금 무슨 말 하려고 했어?”서유정의 티 없이 맑은 눈빛에 성우현은 잠시 침묵을 유지하며 원래 하려던 말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했다.“그냥, 고등학생 때부터 너를 잘 몰랐다고 생각했거든. 넌 항상 조용했고, 나랑 대화할 기회도 없었잖아. 옆 반 여자애랑 매일 등하교 같이하던 것만 기억나네.”서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아, 걔. 송지민이야. 지금도 걔랑 제일 친해.”서유정에게 고등학교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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