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입술을 깨물던 서유정이 고개를 들어 성우현을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오늘 나 구해주고, 여기까지 데려다줘서 정말 고마워. 혹시 내일 시간 괜찮으면 식사라도 한 끼 대접하고 싶은데...”“내일은 힘들 것 같네. 아침 비행기 타고 말디부를 떠날 거거든. 하지만 나도 연화 시에서 일하고 있으니까 우선 번호 교환부터 할까? 밥은 나중에 사 줘도 되잖아.”서유정이 놀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너, 내가 연화에서 일한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그러자 성우현이 낮게 웃음을 흘리며 대답했다.“그 유명하신 이혼 전문 변호사 서유정을 내가 모를 줄 알았어?”“...”‘내가 그렇게 유명했나?’서유정이 잠시 침묵을 지키자 성우현이 휴대폰을 꺼냈다.“네 번호 찍어.”“...응.”서로의 연락처를 주고받은 후, 성우현은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며 자리를 떠났다. 그의 훤칠하고 반듯한 뒷모습은 빠르게 어둠 속으로 점점 사라지더니 이내 자취를 감추었다.그 후로 일주일 동안, 서유정은 양주원과 함께 떠나기로 했던 말디부 여행 일정은 혼자서 모두 소화해냈다.첫째 날, 그녀는 강사 한 명과 함께 바다로 나가 스노클링을 하며 오랫동안 보고 싶어 했던 니모와 산호 떼를 직접 눈에 담았다.둘째 날, 서유정은 수중 레스토랑을 찾아가 화려한 산호 떼 사이를 누비는 바닷속 생물들의 모습을 감상하며 식사를 즐겼다.셋째 날, 그녀는 단체로 여행 온 대학생들과 함께 바나나보트도 타며 근처의 섬과 바닷속을 탐험했다....마지막 날 저녁에는 말디부 전통 나무배인 다오니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분홍빛 돌고래 떼가 배 뒤편 물살을 따라 장난치듯 헤엄쳤고, 수평선 너머로는 해가 천천히 저물어가고 있었다. 마음속 응어리로 남아 있던 그 작은 미련까지 바닷바람에 흩어지는 것 같았다.이 세상의 많은 일들은 보통 흐지부지 끝나버리고 만다. 해가 뜨고 지듯, 달이 차고 이지러지듯 그토록 자연스럽게. 굳이 과거를 붙잡고 살아봤자 아무 의미 없다는 걸 서유정은 이제야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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