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내 결혼의 불청객: Bab 11 - Bab 20

100 Bab

제11화

그녀의 평온한 표정에 흥미를 잃은 양주원은 비웃음을 터뜨리며 돌아서서 주방으로 향했다.지금은 너그럽게 행동하는 척하지만 단지 그와 결혼하기 위해서 하는 연기일 뿐이었다.두 사람이 정말 결혼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침실로 돌아온 서유정은 컴퓨터를 켜고 마음을 진정시킨 후 일을 계속했다.이어지는 며칠 동안 그녀는 줄곧 일에 몰두했고 매번 늦은 시간에 집에 돌아왔다. 그때마다 양주원은 거실에서 서류를 보거나 아직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두 사람은 한 지붕 아래 살지만 며칠 동안 나눈 말은 다섯 마디도 안 됐다.예전 같았으면 서유정이 양주원에게 먼저 화해를 요청했을 테지만 지금은 편안하게 지내며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양주원도 당연히 자신이 돌아왔지만 서유정이 전보다 차갑게 대하는 걸 알 수 있었다.밥은 자기 몫만 하고 밤에는 그를 위해 불을 켜두지 않았으며 그가 술자리에서 돌아와도 해장국을 끓여주지 않고 밤새도록 돌아오지 않아도 이유를 묻지 않았다.그들은 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함께 사는 룸메이트처럼 서로 간섭하지 않고 교류도 거의 없었다.양주원은 오히려 편했다. 그는 이제 서유정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그녀를 달래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었다.눈 깜박할 사이 주말이 되고 한진숙이 찾아와 그들을 데리고 웨딩촬영하러 갔다.첫 번째 촬영을 마치고 서유정이 거울 앞에서 화장을 고치는데 양주원은 그녀의 뒤에 있는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메이크업을 막 마친 순간 양주원의 표정이 갑자기 변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사진은 나중에 다시 찍어. 급한 일이 생겼어.”서유정이 말을 꺼내기 전에 한진숙이 그의 휴대폰을 빼앗으며 화를 냈다.“결혼사진보다 더 중요한 일이 뭐가 있어? 회사가 망한대?”조금 전 옆에 앉아 얼핏 신나경이 계속 양주원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보았다. 양주원은 답장하지 않았지만 표정이 눈에 띄게 초조해졌다.“어머니, 휴대폰 돌려주세요. 나경이가 옥상에서 뛰어내린대요. 사진 몇 장이 사람 목숨보다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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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서유정, 그런 식으로 말하면서 너 자신까지 속이지는 마.”한 달이라는 건 결국 그녀 자신을 위한 핑계일 뿐이며 그의 머리에 물이 차지 않은 이상 절대 믿지 않을 거다.그가 계속 믿지 않으니 서유정도 굳이 더 설명하지 않기로 했다.어차피 그는 신나경과의 관계를 정리하지 않을 테고 그녀는 남은 시간을 버텨 한진숙의 은혜를 갚기만 하면 떠날 수 있었다.곧 신나경도 서유정과 양주원의 한 달 기간을 알게 되었다.하지만 양주원은 신나경을 품에 안고 농담처럼 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신나경은 양주원의 무릎에 앉아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 “주원 씨, 서유정 씨 말이 진짜일까?”그녀의 말투에는 기대가 섞여 있었다. 만약 서유정이 정말로 알아서 떠난다면 그녀가 양주원의 정식 여자 친구가 될 수 있었다.비록 그와 함께라면 명분이 없어도 괜찮다고 말했지만 어떤 여자가 평생 사랑하는 남자의 비밀 애인 노릇이나 하며 살길 원하겠나.“그럴 리가 없어. 내가 잘 알아. 너랑 만나는 걸 3년 넘게 알면서도 헤어지자는 말을 한 적이 없어. 엄마를 이용해 결혼을 강요하는 건데 어떻게 떠날 수가 있겠어.”양주원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며 신나경은 그가 여자에 대해 잘 모른다고 생각했다.서유정과 몇 번 만나다 보니 그녀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겉으로는 온화한 성격 같아도 뼛속 깊이 오만한 자존심이 있는 사람이었다.3년간 이별을 꺼내지 않은 건 단지 양주원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이며 지금 결혼을 코앞에 앞둔 이 시점에서 이별을 언급한다는 건 아마도 양주원에 대한 실망이 극에 달했기 때문일 것이다.양주원은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그녀는 마음속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라는 걸 잘 알았다.서유정을 양주원 곁에서 완전히 떠나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할 기회!어떻게든 서유정이 양주원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접게 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이어지는 일주일 동안 양주원은 여전히 매일 돌아오긴 했어도 서유정이 보는 앞에서 신나경과 통화를 하는 등 전혀 감추지 않았다.결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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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전화 너머로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양주원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서유정, 네가 한 달 후에 헤어지자고 해놓고 지금 갑자기 전화로 헤어지자는 거야? 미쳐 날뛰는 것도 정도가 있지. 나 지금 쓸데없는 얘기 할 시간 없으니까 나중에 집에 가서 얘기해.”말을 마친 그가 단호하게 전화를 끊었다.서유정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자신과 신나경의 통화 녹음을 그의 휴대폰으로 직접 전송했다.물론 한진숙에게도 보냈다.녹음 파일을 보낸 후 그녀는 결혼식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안녕하세요. 서유정이라고 해요. 전에 그쪽에서 예식장 예약했는데 취소해 주세요.”상대가 잠시 침묵하더니 곧 직원의 목소리가 들렸다.“서유정 씨, 예약하신 예식장을 정말 취소하시겠습니까?”휴대폰을 든 서유정의 손끝에 살짝 힘이 들어갔지만 목소리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네, 취소할게요.”“알겠습니다. 그럼 저희 쪽에서 취소해 드리겠습니다.”“감사합니다.”전화를 끊은 서유정이 약지에 끼고 있던 결혼반지를 빼서 테이블에 올려놓고 일어나서 물건을 정리하려던 찰나 한진숙의 전화가 걸려 왔다.“유정아, 내가 미안해. 내가 걔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어.”그녀의 목소리에는 죄책감이 가득했다. 만약 양주원이 이렇게 나쁜 놈일 줄 알았더라면 그녀는 절대로 서유정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부탁하지 않았을 것이다.이번 사과는 받아들일 수 있었다.서유정이 잃은 건 단지 한 번의 관계가 아니라 여자의 인생에서 가장 예쁜 8년이었다.그녀에게 이 말을 해야 할 사람은 양주원이었다.하지만 이 지경에 이른 이상 굳이 미안하고 말고를 따질 것도 없었다.“어머님, 녹음 내용 들어서 알겠지만 한 달이나 미룰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한진숙은 한숨을 쉬었다.“그래, 전에 내가 했던 말은 못 들은 걸로 해. 너처럼 좋은 애는 앞으로 더 좋은 사람을 만날 거야. 주원이가 복이 없어서...”말하다 보니 한진숙은 목이 메어왔다.몇 년간 서유정이 양주원에게 쏟은 노력을 두 눈으로 직접 봤고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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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나 헤어졌어.”“헤어졌다고? 내가 아직 잠에서 덜 깬 건가?”송지민은 믿지 못하는 듯 과장된 어투로 말했다.양주원이 외도를 저지른 지난 3년간 서유정은 계속해서 상황을 외면하며 양주원이 언젠가 마음을 바꿀 거라고 고집스럽게 믿어왔다.이제 두 사람이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그녀가 정말로 헤어졌을 리가 없었다.“정말이야.”서유정은 시선을 들어 파도가 겹겹이 모래사장을 덮치는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속에 전례 없는 평온함이 가득 찼다.“지민아, 내가 포기하지 않았던 건 양주원과의 관계에서 결과를 얻고 싶었기 때문이야. 그런데 지금은 결과가 없는 것도 하나의 결과라는 걸 깨달았어. 그 사람이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는 것도, 또 그걸 스스로 받아들이는 것도 오랜 시간이 걸렸어. 이젠 정말로 포기했어.”마치 자신과 무관한 일을 말하는 것처럼 그녀의 말투는 차분했다.송지민은 잠시 침묵한 후 그녀를 위로했다. “마음 정리했다니까 다행이네. 앞으로 더 좋은 사람 만날 거야.”“응, 이만 끊을게. 8시간 넘게 비행기 타느라 너무 피곤해.”전화를 끊고 서유정은 방으로 들어가 샤워를 한 뒤 바로 침대에 누워 잠들었다.한편, 양주원은 서류를 확인하다가 문득 조민재가 보내온 SNS 캡처 사진 한 장을 받게 되었다.[주원아, 얼마 전에 신나경을 말디부로 데려가고 서유정 때문에 억지로 또 말디부로 간 거야?]서유정이 말디부로 가고 싶어 한다는 건 양주원과 친한 몇몇 친구들도 알고 있었다.그가 창업에 성공하기 전까지 그는 항상 성공하면 제일 먼저 서유정을 말디부로 데려가겠다고 말해왔다.하지만 정말 성공한 후에는 온갖 다양한 일에 얽혀서 갈 수 없게 되었고 나중에 신나경과 바람을 피우면서 그 일에 대해 다시는 언급하지 않았다.서유정을 말디부로 데려가는 것보다 신나경과 잠자리를 함께하는 것에 더 시간을 들였다.사진을 확인한 양주원은 미간을 찌푸리며 서유정의 SNS를 클릭했지만 흰색 바탕만 뜰 뿐이었다.서유정이 그를 차단했다.이 사실을 깨달은 양주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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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괜찮아, 올려도 돼.”신나경은 마음속의 기쁨을 억누르며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응... 그래.”양주원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미소 지었지만 눈동자에는 차가운 빛이 스쳤다.서유정이 굳이 문제를 일으키려 한다면 이별 따위 그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똑똑히 알려줄 셈이었다....서유정은 매우 길고 깊은 잠을 잤고 깨어났을 때는 이미 저녁 8시가 넘은 뒤였다.자리에서 일어나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산책을 하면서 동시에 먹을 것을 찾아보기로 했다.말디부의 야경은 매우 아름다웠다. 별들은 검은 밤하늘에 박힌 부서진 다이아몬드 같았고 바다 표면의 반짝이는 물결과 어우러져 함께 빛났다.발아래의 모래사장은 매우 부드러워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벨벳 카펫 위에 서 있는 듯한 편안함을 선사했다.파도가 가볍게 밀려와 모래사장을 덮치고 다시 천천히 물러가며 갈래갈래 레이스 같은 흔적을 남겼다.상쾌한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치자 서유정의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침울했던 기분이 사라지니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졌다.식당으로 가는 길에 모래사장에서 프러포즈에 성공한 커플을 보았다. 남자는 잔뜩 신이 나서 여자 친구를 안아 든 채 빙빙 돌고 있었다.주변에 모인 사람들은 그들의 친구인지 모두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서유정은 발걸음을 멈추고 사람들 틈에서 두 사람을 바라보며 부러움과 함께 가슴 속에 씁쓸함이 밀려왔다.양주원이 창업에 성공한 후 그녀는 양주원이 자신에게 프러포즈하는 장면을 여러 번 상상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의 외도였다.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더 생각하지 않으려 애쓰면서 머리를 숙여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하지만 이미 기분이 울적해져 더 이상 야경을 감상할 마음도 사라졌다.십여 분 후, 그녀는 한 식당에 들어갔다.몇 가지 요리를 대충 주문한 후 서유정이 메뉴판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자 그곳에는 술 종류가 있었다.잠시 시선이 머무르고 망설이던 끝에 그녀는 레드 와인 한 병을 주문했다.주량이 많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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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나이 든 배불뚝이 아저씨들이 오빠 소리 좋아하시네. 창피하지도 않나?”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바라보았다. 어스름한 밤하늘 아래, 흰 옷차림의 한 남자가 멀지 않은 곳에서 싸늘하게 식은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싸움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남자가 홀로 이곳에 등장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사람들은 다시 기세등등해지기 시작했다.“어이, 괜히 참견하지 않는 게 좋을 텐데. 후회하기 싫다면 말이지!”그 말에 남자가 눈썹을 들썩이며 물었다.“후회한다고? 내가? 당신들처럼 개기름이나 번들거리는 아저씨들이 날 무슨 수로?”그 말에 사람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중 한 명이 주먹을 불끈 쥐고는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는 주먹을 뻗기도 전에 남자의 발차기에 뒤로 나가떨어지고 말았다.그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의 표정도 조금 전과는 달라져 있었다. 그들은 한꺼번에 남자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하지만 5분도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모두 바닥에 널브러진 채 고통 섞인 신음만 내뱉으며 움직이지도 못했다.남자는 그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고개를 숙여 땅에 떨어져 있던 서유정의 휴대폰을 주워들고는 천천히 그녀에게 걸어갔다.훤칠한 남자의 키는 적어도 180대는 되어 보였다. 서유정은 있는 힘껏 고개를 든 후에야 남자와 눈을 마주할 수 있었다.선명하게 드러난 남자의 뚜렷하고 준수한 이목구비에 서유정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우리... 어디서 만난 적 있지 않아요?”남자는 그 말에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눈을 접어 환하게 웃어 보였다.“유정아, 나 기억 안 나?”상대가 자신의 이름까지 똑똑하게 부르자 서유정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저를 아세요?”“응.”당황스러운 듯한 서유정의 표정에 남자도 더 숨기지 않고 입을 열었다.“우리 고등학교 동창이잖아. 나 성우현인데. 설마 까먹었을 줄은 몰랐네.”서유정은 그제야 아주 머나먼 기억 속에서 겨우 성우현과 관련된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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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잠시 입술을 깨물던 서유정이 고개를 들어 성우현을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오늘 나 구해주고, 여기까지 데려다줘서 정말 고마워. 혹시 내일 시간 괜찮으면 식사라도 한 끼 대접하고 싶은데...”“내일은 힘들 것 같네. 아침 비행기 타고 말디부를 떠날 거거든. 하지만 나도 연화 시에서 일하고 있으니까 우선 번호 교환부터 할까? 밥은 나중에 사 줘도 되잖아.”서유정이 놀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너, 내가 연화에서 일한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그러자 성우현이 낮게 웃음을 흘리며 대답했다.“그 유명하신 이혼 전문 변호사 서유정을 내가 모를 줄 알았어?”“...”‘내가 그렇게 유명했나?’서유정이 잠시 침묵을 지키자 성우현이 휴대폰을 꺼냈다.“네 번호 찍어.”“...응.”서로의 연락처를 주고받은 후, 성우현은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며 자리를 떠났다. 그의 훤칠하고 반듯한 뒷모습은 빠르게 어둠 속으로 점점 사라지더니 이내 자취를 감추었다.그 후로 일주일 동안, 서유정은 양주원과 함께 떠나기로 했던 말디부 여행 일정은 혼자서 모두 소화해냈다.첫째 날, 그녀는 강사 한 명과 함께 바다로 나가 스노클링을 하며 오랫동안 보고 싶어 했던 니모와 산호 떼를 직접 눈에 담았다.둘째 날, 서유정은 수중 레스토랑을 찾아가 화려한 산호 떼 사이를 누비는 바닷속 생물들의 모습을 감상하며 식사를 즐겼다.셋째 날, 그녀는 단체로 여행 온 대학생들과 함께 바나나보트도 타며 근처의 섬과 바닷속을 탐험했다....마지막 날 저녁에는 말디부 전통 나무배인 다오니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분홍빛 돌고래 떼가 배 뒤편 물살을 따라 장난치듯 헤엄쳤고, 수평선 너머로는 해가 천천히 저물어가고 있었다. 마음속 응어리로 남아 있던 그 작은 미련까지 바닷바람에 흩어지는 것 같았다.이 세상의 많은 일들은 보통 흐지부지 끝나버리고 만다. 해가 뜨고 지듯, 달이 차고 이지러지듯 그토록 자연스럽게. 굳이 과거를 붙잡고 살아봤자 아무 의미 없다는 걸 서유정은 이제야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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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그러자 서유정은 송지민을 가볍게 흘겨보며 말했다.“사람들이 다 너처럼 야한 생각만 하고 사는 줄 아니? 나중에 보니까 나 도와줬던 그 사람, 내 고등학교 동창이었더라.”“고등학교 동창이면 더 좋지. 서로 속속들이 다 알 거 아니야. 잘될 수도 있겠는데?”“됐어. 아직은 내가 연애할 마음이 없어. 그리고, 걔가 나한테 관심이나 있겠냐?”두 사람이 말을 나누던 그때, 디저트가 나왔다.서유정은 말없이 숟가락을 들더니 고개를 숙이고 디저트를 먹기 시작했다.송지민이 뭔가를 더 물어보려던 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다.카카오톡 메신저를 확인한 송지민은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그녀의 표정이 어딘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챈 서유정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왜 그래?”송지민은 잠시 입술을 깨물며 망설이는가 싶더니 이내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서유정을 바라보았다.“유정아, 내가 지금 이걸 너한테 얘기해줘야 하나 진짜 고민했거든... 근데 말해줘야 할 것 같네.”서유정이 숟가락을 내려놓더니 무덤덤한 표정으로 물었다.“양주원이랑 관련된 거야?”언젠가는 알아야 할 일이라는 생각에 송지민도 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응. 너 말디부 간 지 이틀째 되는 날부터 신나경이 SNS에 양주원이랑 연애 중인 티를 엄청 냈거든? 매일 연애 일상 올려서 그런지 벌써 팬도 꽤 생겼더라. 인스타 댓글 보면 벌써 새 셀카 올려달라고 난리도 아니야.”“신나경 얘도 진짜, 내연녀 주제에 뭐가 이렇게 당당한지 몰라. 양주원도 그냥 양다리 중이던 쓰레기였으면서. 그런데도 사람들이 이 둘 갖고 ‘현실판 사랑과 전쟁 커플’이네, 뭐네. 한심해 죽겠어.”그토록 원해도 자신은 얻지 못했던 그 안정감을 다른 여자에게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어주는 그 남자가 생각할수록 우스웠다.하지만 이제는 그런 사사로운 감정 따위에 목매고 싶지 않았다.서유정은 조용히 송지민의 찻잔에 차를 따라주며 말했다.“차나 마시면서 열 식혀.”송지민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서유정을 째려보며 그녀의 손을 밀쳐냈다.“너 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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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서유정은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 양주원은 그녀가 클럽이나 바 같은 곳에 가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대학교를 졸업할 무렵, 그녀는 호기심에 송지민과 함께 몰래 클럽에 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등장한 양주원의 손에 끌려나가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다.그날, 양주원은 제대로 화를 냈었다.‘그때 무슨 말을 했었더라?’“클럽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알아? 너처럼 예쁜 애는 금방 다른 놈들 눈에 띄기 마련이야.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그랬어?”서유정은 클럽이 그렇게 위험한 곳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굳이 양주원을 불안하게 만들기 싫어 그 후로는 단 한 번도 클럽이라는 곳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바보 같은 짓이었다. 그렇게 사소한 일에도 순순히 타협했던 자신이 너무 순진하게만 느껴졌다.잠시 숨을 깊게 들이쉰 서유정은 고개를 들어 송지민을 바라보았다.“가자.”“역시 이래야지! 얼른 가자! 내가 오늘 너한테 새로운 세상을 보여줄게. 한 번 가 보면 양주원이 누구였는지도 까먹을걸?”두 사람은 그렇게 차에 올라타 클럽으로 향했다.노크턴 클럽.2층에 위치한 프라이빗 좌석.정장 차림의 남자들이 모여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정시훈은 술을 한 모금 들이키더니 눈썹을 들썩이며 입을 열었다.“주원아, 너 서유정이랑 결혼하기로 했던 거 아니었어? 그 비서 문제는 어떻게 처리할 거야?”요 며칠 사이, 양주원과 신나경의 열애설이 인터넷을 시끄럽게 달궜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 대부분은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그저 비서 하나로 잠깐 재미나 보는 거라고 여겼기 때문이다.정말 서유정과 결별하고 신나경과 결혼이라도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미친 짓이라며 비웃을 일이었다.양주원을 긴 손가락으로 잔을 만지작거리며 무표정한 눈으로 말했다.“뭘 처리해? 이미 3년 동안 익숙해졌을 텐데. 신나경 아니어도 난 다른 여자 끼고 살았을 거야.”신나경과 결혼만 하겠다고 했을 뿐이지, 마음까지 줄 생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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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잠시 멍해 있던 양주원은 일리 있다는 생각에 저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서유정이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하지만 이번엔 자신을 잡으러 온 게 아니라 정말 그냥 놀러 온 듯했다.그렇게 판단한 양주원은 슬며시 눈썹을 치켜들며 옆에 있던 여자를 품 안으로 끌어안고는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신경 쓰지 마.”조민재는 엄지를 치켜세우며 감탄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서유정이 직접 잡으러 왔는데도 이렇게나 태연하네. 너도 참 대단하다.”그러자 양주원은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무서울 게 뭐가 있어. 이번이 처음도 아닌데.”“그렇긴 해, 하하.”조민재는 벌써부터 기대감에 들떠 있었다. 잠시 후 서유정이 이 장면을 보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서유정과 송지민은 2층으로 올라갔다. 오기 전부터 서유정은 이미 송지헌에게 따로 전화를 걸어 테이블 자리를 예약해둔 상태였다.예약해둔 대로 두 사람은 클럽 2층의 제일 조용한 안쪽 룸으로 배정받았다.계단에 올라서자마자 송지민은 양주원 일행을 목격했다.양주원이 품에 여자를 끼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자 송지민은 어이없다는 듯 짜증 섞인 눈으로 그를 노려봤다.‘오빠도 참, 사람 좀 가려 받으면 안 되나? 선별 기준 같은 거라도 만들어야지. 왜 수준 떨어지게 저딴 인간도 다 받아주는 거야.’서유정도 양주원을 발견했다.정확히 말하자면 2층에 올라서는 순간, 양주원의 차가운 시선과 정면으로 마주쳤다.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하는 것은 단 한순간이었다. 양주원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표정으로 시선을 피했다.서유정은 그의 품 안에 안겨 있던 여자를 바라보며 어딘가 씁쓸한 기분을 느꼈다. 결국, 신나경을 향한 그의 마음 역시 딱 이 정도에 불과했던 것이다.한때의 서유정은 정말 어리석었다. 이런 남자 하나만 바라보며 8년이라는 세월을 허비했으니 말이다.모든 감정을 다 내려놓은 지금에서야 비로소 양주원도 보통 남자들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사랑이라는 콩깍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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