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시녀의 생존수칙: Chapter 91 - Chapter 100

100 Chapters

제91화

“유민이는 네 아들이고, 지운이는 네 며느리다! 네가 네 며느리의 시녀와 부정을 저지르다니, 이 사실이 밖으로 새어나가면 우리 후작가의 가풍이 문란하다 할 터이다! 조정에서 너를 곱게 보지 않는 자들 역시 이번 일을 기회 삼아 물고 늘어질 것이야!”노후작은 너무도 원망스러워 방금 부인에게 칭찬을 받아 기뻤던 마음도 순식간에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손기욱은 침착하게 말했다.“그러니 제가 청컨대 어머님께서 먼저 연경이를 송학당으로 불러주세요. 그 아이의 신변은 지운이 손에 달렸으니, 제가 달라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그는 얼마 전 손유민을 매질했고, 그 일로 인해 송지운은 분명 화가 나서 그 아이를 내어주지 않을 것이었다.그가 강제로 빼앗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굳이 그렇게 추하게 만들 필요는 없었다.노부인은 노후작이 인중을 눌러 깨운 뒤에야 정신을 차렸고, 화가 나서 온몸을 덜덜 떨며 소리쳤다.“너도 그게 적절하지 않다는 건 알고 있어?”“그러니까 우선 연경이를 송학당으로 불러 한동안 시중들게 하시고, 사람들이 그 아이가 금수원 출신이라는 사실을 거의 잊게 된다면 그때 다시 그 아이들 들이셔도 늦지 않습니다. 저 또한 그 누구라도 연경이보다 매화당에 잘 어울릴 거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습니다. 허나 그 아이는 이미 제 사람이니 앞으로 더 이상 유민이와 통방을 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이미? 언제부터?”노후작은 화가 나서 속이 뒤집혔다.손기욱은 잠시 침묵하더니 사실대로 말했다.“꽃구경 잔칫날부터였습니다.”“뭐?” 노부인은 노발대발했다.“내가 고생해서 네 짝을 골라주었는데, 너는 그날 그 아이랑 어울린 게야? 여우같이 주인을 꼬시는 시녀 따위는 절대 두어서는 안 된다! 내가 몽둥이로 그 아이를 때려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결코 허락할 수 없어!”손기욱은 진작에 두 사람의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기에, 꽃구경 잔칫날 당한 음모의 내막을 두 사람에게 숨김없이 털어놓았고, 두 사람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그들은 손기욱의 성격을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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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거짓말까지 해? 내가 네 속셈도 모를 것 같으냐? 유민이가 그 아이를 좋아하니, 그 아이에게 시중들게 해달라고 했을 것이고, 너는 거절하기 어려웠던 것이지.”노부인의 말은 송지운의 가슴에 박혔고, 그녀는 금세 억울한 듯 눈가를 붉혔다.노부인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래서 내가 연경이를 먼저 데려오려 했던 것이다. 유민이도 감히 송학당까지 와서 난리를 피우지는 못할 것이니, 이렇게 하면 유민이도 마음 놓고 공부를 할 수 있지 않겠느냐? 너도 그동안 유민이와 자식을 보는 일에 힘쓸 수 있을 거고.”송지운은 화가 나서 온 것이었지만, 이 말을 듣고 나니 감사한 마음만 남았다.송지운은 원래 송학당도 자신들을 신경 쓰지 않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자신의 시녀를 데려가면서도 사전에 말 한마디 하지 않았고, 손유민이 서재에서 또 난리를 피웠다는 것도 이제야 알았다. 그 일을 후작 부부에게 또 들키고 나니, 그녀 역시 민망했다.“역시 할머니께서 생각이 깊으십니다.”송지운은 일부러 모르는 척하며 연경이의 신변을 언제 넘기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노부인은 아직 손기욱이 이렇게 갑자기 일을 벌여 자신을 놀라게 한 것에 화가 나 있어, 굳이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그때, 몸을 덥히려 작은방에 숨어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손기욱은 사냥터에 갈 생각에 마음이 급해 이 일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결국 장씨 어멈이 연경이에게 쉴 방을 마련해 주자, 연경이는 얼굴이 어두워졌다.그녀는 손기욱이 자신을 먼저 송학당으로 보낼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그녀는 송지운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고, 송지운이 그녀의 신변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송지운은 태기가 드러나기 전에 반드시 신변을 받아내야 했고, 노부인은 이제 그녀를 곱게 보지 않고 있으니, 송학당이 용의 천이고 호랑이의 굴이더라도 들어가야만 했다.송학당 정실, 장씨 어멈이 들어와 아뢰었다.“노비가 연경이를 잘 들여보냈습니다. 우선 며칠은 규율을 가르치고 그 뒤에 시중을 들게 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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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손유민은 노후작을 따라 겨울 사냥에 갈 생각이었다. 이 일은 애초에 노후작이 계획하던 일이었다.그는 원래 손유민을 데리고 나가 세상을 보여주려고 했지만, 그가 손기욱에게 매질을 당하고 난 뒤, 노후작은 그의 건강이 회복되지 않을 것이 두려워 말을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손유민이 스스로 부탁하니, 그는 당연히 승낙했다.이렇게 이 기회를 틈 타 매질 때문에 생긴 흉터도 없앨 수 있었다.손유민은 만족스러운 듯 송학당을 나섰다. 하지만 실망스러웠던 것은 연경이의 그림자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비록 지금은 송학당의 사람이지만, 손에 넣을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잘 달래야 하고, 예전처럼 막 대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나중에 잘 달래두면, 두 늙은이 앞에서 그에 대한 좋은 얘기를 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방 안, 노후작과 노부인은 거듭 당부하고 있었다.“……시녀는 적을수록 좋다. 언행을 조심하고, 유민이는 닭 한 마리도 제대로 못 잡는 아이니 사냥은 시킬 필요 없고, 노후작만 따라가게 하면 된다. 지운이는 네가 잘 챙기고,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않도록 해, 귀한 분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도록 조심시켜.”노부인은 고개를 끄덕인 뒤, 장씨 어멈에게 같이 갈 시녀들의 명단과 가져갈 물건들을 다시 보고하게 했다.장씨 어멈이 보고를 끝내자, 노부인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연경이도 데려가고.”장씨 어멈은 더 이상 묻지 않고 바로 연경이를 불러 말해주었다.연경이는 놀라고 감격한 척하면서 말했다.“정말 제가 함께 가도 될까요? 저 대신 노부인께 베풀어 주신 은혜에 감사 인사 전해주세요.”장씨 어멈이 말했다.“이번에 사냥터에 가면 귀한 분들이 많을 거야. 우리 노후작께서 웃음거리가 되지 않으려면 가서도 이렇게 촌티 나게 굴면 안 돼.”연경이는 일부러 잔뜩 주눅이 든 것처럼 급히 고개를 숙여 잘못을 인정했다.“노비, 가르침을 잊지 않겠습니다.”장씨 어멈은 한숨을 내쉬고 직접 그녀에게 사냥터에 가서 알아야 할 주의 사항들을 세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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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송지운은 슬쩍 눈치를 살피더니 장난스럽게 말했다.“할머니께서 제 눈썰미를 시험하시는 걸까요? 저희 좌측에 있습니다.”노부인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쪽을 바라보며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용의백의 막내딸이 참 눈에 띄는구나.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몸가짐이 단정하네.”그녀는 그 말과 함께 슬쩍 연경을 흘겨보았다.“저런 고귀한 아가씨야말로, 우리 기욱이에게 어울리지.”연경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그녀는 순간 노부인이 그녀를 데리고 온 이유를 깨달았다. 경고였다.그녀에게 헛된 망상을 품지 말라는 뜻이었고, 어쩌면 알아서 물러나길 바라는 것일지도 모른다.“할머니 안녕하세요, 기요가 잔 올립니다.”맑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연경이의 모든 생각을 멈추게 했다. 이 익숙한 목소리를 들은 그녀는 몸을 살짝 떨며 차마 고개는 들지 못하고 눈길만 슬며시 흘려 그녀를 보았다.이 사람은 온몸에 정교한 촉나라 비단을 걸치고, 머리에는 구슬 비녀가 반짝이며 마치 갓 피어난 모란꽃처럼 화려하지만, 그 속에 부끄러움과 함께 기품이 묻어났다. 손끝 하나, 발걸음 하나마다 귀족의 품위가 드러났고, 심지어 입가에 걸린 미소조차 자로 잰 듯 흐트러짐이 없었다.그녀는 전생에 무안후 부인이자, 손기욱의 정처, 용의백가의 막내딸 기요였다.연경이는 그저 몰래 훔쳐볼 수밖에 없었고, 숨을 죽이고 시선을 내리깔고 있었지만, 마음은 이미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이렇게 고귀한 여인과 자신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는가. 노부인의 이런 과한 경계는 쉬운 일을 어렵게 만드는 감이 있었다.노부인은 기요의 말을 듣고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칭찬을 아낌없이 늘어놓았다. 마치 하늘까지 닿는 듯했다.기요는 노부인과 몇 마디 말을 더 나누고 얼굴을 붉히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송지운은 더 이상 웃을 수 없었다. 그녀는 노부인이 지금 손기욱의 혼처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요는 자신보다도 한 살이 더 어렸고, 나중에 자신보다 어린 사람에게 ‘어머니’라 칭하며 심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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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귀한 집 아가씨들이 손기욱을 바라볼 때, 연경이는 몰래 그들을 살피고 있었다.용의백의 막내딸뿐만 아니라, 다른 몇몇 여자들도 손기욱을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연경이는 대충 훑어본 뒤 다시 시선을 내리깔았다.그녀는 전생에 손기욱과 기요의 관계가 좋지 않았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기요는 천성이 교만하고, 입고 먹는 것이 전부 다 최고여야 했다. 기분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서 혼례 이튿날 차를 올릴 때에도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두 사람은 혼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각방을 사용했고, 이를 위해 용의백 부인이 여러 번 찾아갔으나, 무안후 저택 안까지 그녀의 힘이 닿지는 않았으며, 손기욱은 폐하의 총애까지 받고 있어 더더욱 어려웠다.두 사람 사이의 갈등에 대해서는 연경이도 모르고 있었다. 그저 그녀가 전생에 죽었을 때, 손기욱은 이미 혼인한 지 2~3년이 되었지만, 기요는 여전히 아이를 가지지 못하고 있었다.사실 연경이는 손기욱이 다른 사람을 마음에 품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사지 멀쩡하고 잘생기고 용맹한 후작이 왜 그렇게 혼인을 미뤘을까?하지만 방금 훑어본 결과 이상해 보이는 것은 없었다. 그녀는 손기욱이 누구랑 혼인을 하던 상관할 자격이 없었지만, 반드시 매화당에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만약 손기욱이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된다면, 도저히 방법이 없을 때, 그녀도 그 귀하신 분의 말투나 몸가짐을 따라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스칠 때, 연경이는 가슴이 쓰렸다.손기욱은 사냥터의 안전을 책임져야 했기에 늦게 도착했다. 폐하와 귀비께 알현한 뒤, 그는 곧바로 지정된 자리로 향했다. 그의 자리는 폐하와 오직 진나라에서 온 각로 한 사람만을 사이에 두고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그가 도착하자, 많은 사람들이 그를 둘러싸고 술잔을 주고받기 시작했다.술이 다 돌고, 음악과 춤이 끝나자, 갑자기 귀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본궁은 용의백의 막내 따님이 재주와 용모를 모두 겸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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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폐하께서 혼인을 명하셨으니, 그녀의 착한 아들이라면 어명을 거역할 이유가 없었다.송지운은 멀리서 비스듬히 반대편에 있는 손유민과 시선을 마주쳤고, 고개를 숙일 때는 이미 양손에 주먹을 꼭 쥔 상태였다.손유민과 그녀는 손기욱이 이렇게 빨리 혼사를 결정하기를 원치 않았다. 그들 마음속으로는 손기욱이 평생 자식을 두지 않는 것이 가장 좋았는데, 그래야만 훗날 손유민이 작위를 쉽게 이어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아들 하나라도 낳는다면 두 사람의 앞날에 희망이 생기는 것이었다. 송지운이 시집온 것은 이것도 있었지만, 그 외에 손유민의 재주와 외모도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만약 지금 혼사가 내려진다면, 내년이면 기요가 시집오게 될 것이다.송지운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몰래 자신의 아랫배를 만져보았다.“폐하의 큰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신은 벌써 스물여섯입니다. 도저히 이렇게 어린 여인을 망칠 수 없습니다. 나중에 아내를 데리고 외출하면 사람들이 부녀지간이라 오해할 것입니다.”손기욱의 맑고 단호한 목소리가 용의백가와 무안후작가 두 어르신의 기쁨을 단숨에 끊어버렸다.폐하의 얼굴에 있던 웃음도 순간 굳어졌다.노부인의 몸이 아주 눈에 띄게 떨리자, 장씨 어멈과 곁에 있던 송지운이 급히 그녀를 부축했다.노부인은 한참을 숨을 고르고 말했다.“이 못된 자식! 저…… 저 자식이 감히……사람들 앞에서 어명을 거역해?”연경이도 이런 결과는 예상하지 못했고, 남몰래 손기욱을 슬쩍 쳐다보았다.그는 이미 일어서서 마치 소나무처럼 몸을 곧게 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연경이는 그의 얼굴이 얼마나 태연한지 짐작할 수 있었다.폐하께서 아직 정확히 혼인을 명한 것이 아니니, 손기욱이 원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강요하지 않을 것이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눈치 빠른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혼인을 명하지 않자, 누군가 재빨리 손기욱의 말을 농담으로 받아쳤고, 혼인 어명은 그렇게 넘어갔다.노부인은 난처한 표정으로 용의백 부인을 보았지만, 상대는 눈을 돌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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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손기욱은 조금 찔린 듯 손을 들어 코를 문질렀다.“그날 일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저도 짐승 짓은 한 번이면 족합니다. 어떻게 그 일 때문에 스스로를 포기하고 짐승이 되라는 것입니까.”그를 가리킨 노후작의 손가락은 한참 떨리더니 결국 더 이상 그를 욕하지 못했다.저 고집불통을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손기욱은 곧 침착함을 되찾고, 노후작의 손가락을 쥐어 손바닥 안으로 넣으며 효심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곧 아들이 태의를 모셔와 아버지 손을 진찰하도록 하겠습니다. 손가락이 이렇게 떨리는데 일찍 쉬세요.”“아무문제 없어!”노부인은 손기욱이 반성하는 기미가 보이지 않자 또 화가 났다.“연경이의 신변은 아직 금수원에 있다. 네가 정말 이렇게까지 하겠다면……”“어머니께서 저를 협박하시는 겁니까?”손기욱은 웃음을 머금은 채, 담담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노부인은 말문이 막혔다.이 빌어먹을 자식, 평소에는 정 없는 말투로 말하더니, 연경이를 송학당으로 보내달라고 부탁하던 날에나 조금 가깝게 구는 건가.그녀는 친아들과 물과 불처럼 싸우고 싶지 않았다. 8년 전 그 일이 다시 되풀이되면 안 된다.참고 또 참아 화를 겨우 누르고 말했다.“내가 너를 한 번 도와주었으니, 너도 무안 후작을 도와야지! 네가 아무 일 없다고 해도, 설마 정말 그 자리를 유민이에게 물려줄 생각이야? 언젠가는 아내를 맞아야 해. 언제까지 우리한테 이렇게 고집부릴 거야?”손기욱은 생각에 잠긴 듯했다.“유민이는 마음이 흔들리고 의지가 약해서 이 자리를 물려줄 생각은 한 적 없습니다.”노부인은 그가 대국을 생각하는 것을 보고 말투를 누그러뜨렸다.“어찌 됐든 큰 집안의 규수를 아내로 맞아야 해. 네가 연경이를 통방하게 하고 싶다면, 내가 때가 되었을 때 매화당으로 보내줄게. 하지만 혼인 문제는 더 이상 미뤄선 안 돼.”손기욱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어머니께서 결정하세요.”노부인은 그가 떠나는 모습을 보며 아쉬운 눈빛으로 노후작을 보았다.“진작 상의만 했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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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세심하게 가르침을 받아온 명문가의 아가씨들과 비교하면, 그녀는 스스로 부족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조금 두려웠다. 아직 정식 신분을 얻지 못한 상황에서 그녀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그녀의 손은 손기욱의 허리 옆 옷자락을 잡고 있었고, 이때 고의로 조금 더 세게 잡았다.그의 몸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잠시 후, 그의 굵은 손가락이 조심스레 그녀의 허리춤을 어루만졌다. 낮게 깔린 목소리가 연경의 귓가에 스며들듯 맴돌았다.. “아직 아파?”연경이는 그가 그녀의 발목을 이야기하는 줄 알고 다쳤던 발목을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역시 나으리는 대단하세요. 그날 이후로 많이 괜찮아졌어요. 어제는 힘든 일도 안 해서 이제 거의 안 아파요.”송학당에 가자마자 요양을 할 수는 없었다. 만약 그렇게 했다면 노부인은 그녀가 보살핌을 받아 거만해졌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더욱 그녀를 보고 싶지 않아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애초에 장씨 어멈에게 발목을 삐끗한 것을 말하지 않았다.손기욱은 그녀의 허리를 살짝 꼬집었다.“네 등허리를 묻는 것이다.”연경이는 뒤늦게야 떠올렸다. 며칠 전 그녀는 손유민의 서재에서 등허리를 책상에 부딪혔었다. 어쩐지 요 며칠 허리가 뻐근했다.그녀는 일부러 강한 척을 했다. “아, 안 아파요.”손기욱은 그녀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바로 그녀의 저고리를 풀었다. “내가 봐야겠다.”연경이는 호흡이 가빠져 허리에 있던 그의 큰 손을 잡았다. “나으리, 안 됩니다.”손기욱은 원래 단순히 그녀에게 약을 발라줄 생각이었지만,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 일말의 충동이 일었다.그는 저고리를 풀던 손을 멈추고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려 입을 맞추었다.뜨겁고 강렬했다. 연경이는 자신이 곧 불타버릴 것만 같았다. 두 손은 언제부터인지 그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숨이 찰 때가 돼서야 그녀는 의식적으로 뒤로 피했다.손기욱은 그녀가 피하지 못하게 했다.힘 있는 팔뚝이 그녀를 꽉 껴안아, 마치 그녀를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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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기요는 부끄럽고 억울해서 어제 밤새 울었다. 용의백 부인은 가슴이 아파 한참 동안 그녀를 위로했다. 늦은 밤에는 화가 나서 잠을 이루지 못해 지금은 허리도 아프고 등도 쑤시고 머리도 아팠다.기요는 부은 눈으로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무안 후작가 노부인은 상황을 보고 마음을 졸였다.그녀는 어젯밤 늦은 시간까지 노후작과 격렬한 논쟁을 벌였고, 두 사람은 의견을 모아 결국 손기욱과 기요를 혼인시키지 않으면, 용의백가가 무안 후가와 원한이 생길 거라고 판단했다.그래서 지금 용의백 부인이 몸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듣자, 그녀는 연경이를 데리고 직접 찾아갔다.용의백 부인은 좋지 않은 얼굴로 그녀를 못 본 척하며 다른 곳을 보았다.노부인은 이품 고명으로, 후작의 지위가 백부의 지위보다 높아, 원래는 용의백 부인이 그녀의 비위를 맞춰야 했다. 하지만 어제 손기욱이 실수한 탓에, 그녀도 얼굴을 들지 못하고 먼저 입을 열었다.“방금 우연히 부인 어깨와 등이 불편하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제 시녀가 지압을 잘 합니다……”용의백 부인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으며 그녀의 말을 잘랐다.“신경 써 주셔서 감사하지만, 제가 어찌 감히 후작의 시녀에게 시중을 들게 하겠습니까. 저는 그렇게 높은 곳을 넘보는 사람이 아닙니다.”고작 시녀가 지압 몇 번 하는 게 무슨 높은 곳을 넘보는 것인가.노부인은 그녀가 비꼬는 걸 알면서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연경이에게 몇 발 물러나 대기하라는 신호를 보냈고, 용의백 부인의 시녀를 한번 보았지만, 시녀는 주인을 따르며 일부러 노부인의 시선을 못 본 체했다.그래서 노부인은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솔직히 말하면 저희 집 기욱이가 고집이 세서, 어젯밤 일에 대해 우리가 미리 알려주지 못한 탓도 있습니다. 어젯밤에 제가 꾸짖었는데, 기요는 너무 좋은데 나이가 너무 어려서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용의백 부인은 조금 풀린 듯한 얼굴이었다.손기욱의 고집은 경성에서도 유명했다. 8년 전 노후작 부부와 큰 다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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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그녀를 보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쩝, 무안 후작가는 시녀도 이렇게 생겼단 말인가?”용의백은 무안 후작가의 사람이라는 말을 듣자, 얼굴을 구기며 손을 내저었다.“물러가거라.”그들이 허락하지 않으니 연경은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 고분고분히 불과 십 보 남짓한 거리를 두고 멈춰 섰다.용의백은 언짢은 듯 말했다.“시녀를 데리고 왔잖소, 어찌 무안 후작가의 시녀를 쓰고 있소?”용의백 부인은 쏘아 붙이는 말에 기분이 상했다.“이 아이는 노부인께서 직접 데려와 지압을 시킨 아이입니다. 듣기로는……”노부인의 말을 다시 전한 뒤, 용의백 부인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들이 눈치껏 행동 했으니, 돌아가서 저도 정리해서……”“정리하다니?” 용의백은 낮은 목소리로 꾸짖었다.“어제 거절당하고 돌아오자마자 또 나서서 준비하려는 것이오? 남들 웃음거리나 만들어 주려고?”“제가 먼저 나선 것이 아니라, 분명……”“그들이 어떤 속셈이든, 혼인을 이어가고 싶으면 성의를 보여야지! 제대로 망신도 주지 않고 보내면 우리 체면은? 만약 그 어린놈에게 본때를 보여주지 않으면 남들은 우리 기요가 시집도 못 간다고 생각할 것이고, 무안 후작가도 우리를 얕볼 것이오!”용의백 부인은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수긍하던 차, 문득 노부인이 자기를 달래시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자 용의백에게 꾸지람을 들었던 일이 억울해지며, 이를 갈며 연경을 노려보았다.용의백은 그녀의 성격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말했다.“만약 당신이 무안 후작가의 시녀에게 화풀이를 하고 싶다면, 다른 사람 손을 빌려 그 아이를 벌줘야 하오. 만약 당신이 손을 쓰면, 되려 안줏거리가 될 것이오.”용의백 부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를 갈고 화를 삼켰는데, 그녀뿐만이 아니었다.그녀는 의기양양하게 머리를 한 번 흔들고는, 연경이에게 손짓해 그녀를 불렀다.“네 손재주가 참 좋구나. 방금 귀비 마마께서 두통이 다시 생기셨다고 하는데, 사냥터 조건이 열악하니, 네가 지압을 할 줄 안다면 나랑 같이 가자꾸나.”연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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