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작은 착잡한 시선으로 노부인을 힐끗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런 것 같기도 하네.”노부인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그 일이 있은 후로 노인은 더 이상 손기욱에게 혼사를 재촉할 수 없게 되었다.다음 날, 백초당.서주행은 짐정리를 하러 온 조태복에게 자초지종을 따져물었다. 태복이 떠난 후, 그는 정원에 앉아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기욱이 녀석 요즘 이상해.’“서 의원님, 점심은 뭐로 드실 건가요?”연경의 목소리가 그의 사색을 중단시켰다.서주행은 의미심장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햇살 아래 그녀의 하안 피부와 아름다운 용모는 봄꽃처럼 싱그럽게 빛났다.손기욱이 앞으로 그녀를 어떻게 대할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서주행 자신은 이 시녀에게 잘해주고 싶었다.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아무리 찾아도 옥조는 못 찾겠더라고. 오라비가 오늘 나가서 새로 사줄게. 점심은 나가서 먹자.”“저는 치료를 받으러 온 사람인데 어찌 서 의원께 그 많은 돈을 쓰게 하겠어요?”연경은 서주행의 친절을 마냥 받기만 할 수는 없었다. 그와 시녀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는 더욱 그랬다. 어쩌면 서주행은 그녀가 시종이라서 연민을 느꼈을 수도 있었다.감정이라는 것은 서로 주고받아야 하는 법이다.그녀는 서주행을 위해 뭔가를 해준 것도 없고 이유 없는 친절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건 말건, 서주행은 초욱을 시켜 마차를 끌고 오게 했다. 그렇게 세 사람은 함께 금옥당으로 갔다.금옥당은 경성에서 가장 유명한 금은방으로 각종 장신구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수많은 귀족 여인들은 이곳에 와서 장신구를 구매하기 좋아했다.마차가 금옥당 앞에 도착했으나, 연경은 감히 마차에서 내리지 못했다.그녀는 자신의 처지를 너무 잘 알았다. 서주행은 워낙 평판이 바닥인 사람인데 두 사람이 같이 안으로 들어갔다가 누가 그녀를 알아보면 또 한바탕 소란이 일 것이 분명했다.안 그래도 살얼음판 같은 삶인데 이번에 사고가 나면 아마 전생보다 일찍 목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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