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시녀의 생존수칙: Bab 101 - Bab 110

242 Bab

제101화

연경은 공손히 귀비를 향해 큰절을 올렸다.양손을 이마에 받치고 고개를 조아린 그녀는 곁눈질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시야에 화려한 치맛자락만이 보였다.“일어나거라. 내 머리가 아파 그러니 이리 와서 지압이나 좀 해주려무나.”연경은 조심스럽게 일어나 여전히 허리를 숙인 채로 귀비에게 다가갔다.그녀는 귀비의 목소리가 들린 방향과 주변인들의 차림새를 통해 귀비의 위치를 확인한 후, 정확하게 오귀비의 등 뒤로 가서 걸음을 멈추었다. 귀비의 머리카락이 손에 닿기도 전에 한 궁녀가 대야를 들고 다가왔다.연경은 궁녀의 눈빛을 알아채고 조용히 손을 씻었다.곧이어 궁녀는 따뜻한 손수건을 그녀에게 건넸다. 손수건에 손을 닦으니 물기는 사라지고 손은 따뜻해졌다.모든 준비를 마친 후에야 연경은 귀비의 머리에 손을 얹을 수 있었다.전생에 손유민과 그의 한량 친우들에게 들은 오귀비는 폐하의 총비 중 한명으로, 슬하에 육황자와 십황자를 두고 있었다. 육황자는 지금의 유왕으로 영지에 머무르며 부름 없이는 경성에 올 수 없는 몸이긴 하나, 오늘 수렵장에서 폐하와 함께 사냥을 즐기는 모습이 목격되었다.듣기로는 오귀비가 떠나간 아들이 그리워 우울해하자, 폐하께서 동계 수렵을 핑계로 유왕을 경성으로 불러들여 함께 명절을 보낸 후에 영지로 돌아가라 명했다고 한다.존귀한 신분에 폐하의 총애까지 등에 업은 분이니 연경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마마, 이 정도 힘이면 적당할까요?”연경은 귀비의 태양혈을 지압하며 조심스레 물었다. 얼마 안가 귀비가 미간을 확 찌푸렸다.“마마께선 귀하신 분이다. 힘을 더 빼고 살살했어야지!”귀비가 뭐라 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궁인이 차가운 목소리로 꾸중했다.연경은 다급히 고개를 숙였다.“예, 그리 하겠나이다.”귀비는 한낱 시종 따위와 말도 하기 싫다는 듯, 줄곧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더니 얼마 못가 끄덕끄덕 졸기 시작했다. 연경은 슬슬 눈치를 봐서 손에 힘을 빼고 지압에만 집중하며 가끔 여유가 되면 주변의 동향을 살폈다. 힘은 얼마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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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오귀비가 탄식하듯 말했다.“꽃병이 깨진 건 아무래도 괜찮지만, 반지에 금이 간 건 꽤나 심각한 문제인데.”연경은 찬물을 얻어맞은 기분이었다.“이건 마마께서 네게 내리는 포상이다.”그 상궁은 묵직한 은화 주머니 하나를 연경에게 던지고는 계속해서 말했다.“마마께서는 늘 공정하신 분이다. 왕비가 드린 꽃병과 왕야의 반지를 훼손했으니 그 죄를 뭐로 갚을 테냐!”연경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온몸을 떨었다.수림을 둘러싸고 주변에는 수많은 막사가 지어졌다. 오귀비의 막사는 그 중에 가장 큰 막사였다. 다른 귀족가의 여식들은 각 가문의 막사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이쪽에서 들리는 소리를 듣고 귀비께 문안드린다는 핑계로 찾아왔다.그들 중에는 무안 후작가의 노부인과 용의백 부인도 있었다.비굴하게 무릎을 꿇고 있는 연경을 보자 노부인은 흠칫 놀라더니 예를 행하고 사건의 경과를 물었다. 자초지종을 들은 노부인은 한참 침묵을 지켰다.평소에 연경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녀가 음해를 당한 것은 추측할 수 있었다.용의백 부인은 고소하다는 듯이 말했다.“왕야께서 반지가 망가진 걸 아시면 많이 상심하실 것입니다.”오귀비는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끌고 가서 곤장 오십 대를 치고 돌려보내거라!”연경은 움찔하며 애처로운 눈길로 노부인을 바라보았다.노부인은 입을 꾹 다문 채, 그녀를 위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용의백 부인이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귀비마마께서 인자하셔서 이 귀한 꽃병과 반지를 깨뜨렸는데도 곤장 오십 대로 끝나는 거지요.”“밖에서 한창 사냥을 즐기고 있는데 모두의 흥을 깰 수는 없지 않은가. 약간의 처벌로 경고만 주면 되었네.”오귀비는 노부인을 힐끗 보며 말했다. 노부인은 안색이 하얗게 질린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막사 안으로 십여 명의 귀부인이 들어왔지만 아무도 연경을 위해 말 한마디 해주지 않았다.두 환관이 다가와 연경을 끌어냈다. 막사 앞 공터에는 이미 긴 받침대와 곤장이 놓여 있었다. 연경은 받침대 위에 엎드렸다. 곧이어 한 환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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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그녀는 기절하지 않았다. 이미 육신의 고통에는 익숙해진 몸이었다.그러나 오귀비가 시종인 그녀에게 매를 드는 것으로 무안 후작가에 경고장을 날렸는데 찍소리 하나 내지 않고 버틴다면 오귀비의 심기만 거스를 뿐이었다.그래서 그녀는 이번만큼은 고통을 참지 않고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노후작이 직접 나설 줄은 그녀도 예상치 못했다.노부인이 그녀를 용의백 부인에게 보내 용의백과의 관계를 완화하려 하였고 간사한 용의백은 또 그녀를 오귀비에게 보내 화풀이를 했다.귀인들 사이의 기싸움에 한낱 시종이 휘말렸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시종의 운명은 늘 주인의 찰나의 생각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노후작이 체면을 위해 손기욱이 친히 나서서 그녀를 옹호하려는 것을 막고자 친히 곤장을 들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노후작은 살이 많은 엉덩이가 아닌 등에 대고 곤장을 휘둘렀다. 묵직한 고통이 온몸에 전해지고 곧이어 경련이 찾아오더니 몸이 마비가 되었다.연경은 기절한 척하며 속으로 숫자를 세고 있었다. 벌써 열두 대가 넘었지만 여전히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철썩 하는 소리가 귓가에 돌려오자 그녀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연경은 울먹이며 그를 바라보았다.수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했으나, 손기욱이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곤장을 막아줄 줄은 예상치 못했다.조금 전 노후작에게 잠깐 느꼈던 서러움마저 눈 녹듯이 사라지고 다른 의미로 심장이 떨리기 시작했다. 손기욱이 던진 돌은 호수처럼 고요했던 그녀의 마음을 마구 헤집었다.지금까지 누군가가 이런 식으로 그녀를 지켜준 적은 없었다.분노한 노후작이 소리쳤다.“감히 일개 시종 따위를 위해 곤장을 대신 맞아주다니!”손기욱은 마치 방금 전 맞은 매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시큰둥하게 말했다.“이 아이를 쳐죽인다고 해도 혼사는 이미 거절했고 만약 아버지께서 귀비마마와 용의백의 화풀이를 받아주고 싶은 거라면 저를 때리면 그만입니다.”곤장이 바닥에 떨어졌다. 노후작은 차마 아들에게 더 이상 매를 들 수는 없어서 분노한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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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노부인은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이게 다 네가 어제 용의백에게 밉보여서 생긴 일 아니냐! 난 용의백 부인이 몸이 불편하다 하여 연경이를 보내 지압이라도 해주려 했다. 그런데 그쪽에서 그 아이를 귀비께 보낼 줄을 누가 알았겠어?”노부인은 그제야 연경이 했던 말을 믿게 되었다. 일전에 연경은 용의백 부인을 찾아갔지만 잠깐 대화만 나누다가 갑자기 부인의 태도가 돌변했다 했다.노부인은 혼사가 또 엎질러졌다는 것에 화가 치밀었다.이때, 뒤늦게 돌아온 노후작도 손기욱을 보고 분노한 목소리로 호통쳤다.“왜 아직도 시종의 방에 머무르고 있는 게냐! 당장 나오지 못해?”“아버지 어머니께서는 앞으로도 오늘처럼 생각없이 행동하실 거면 그냥 외출을 하지 마십시오.”노후작은 흠칫하더니 손사래까지 치며 욕설을 퍼부었다.“이 후레자식이 감히 아비를 조롱해?”“어제 폐하께서 비록 용의백의 딸을 치하하셨지만 그 자리에서 혼사를 정해주시진 않으셨습니다. 아버지께선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네놈이 거절한 탓 아니냐!”노후작이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손기욱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폐하께서 정말 저희와 용의백 가문을 이어주고자 하셨다면 굳이 말을 빙빙 돌릴 이유가 있었을까요? 폐하께선 양가의 의중을 떠보고 싶으셨던 겁니다!”노후작과 노부인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아버지께선 폐하께서 저를 신뢰하시는 이유가 뭐라 생각하십니까? 조정에는 여러 파벌이 존재하고 서로 물밑 싸움을 펼치고 있지요. 허나 저는 어떤 파벌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오귀비는 근래에 용의백 가문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습니다. 용의백부의 기 세자는 뛰어난 학식과 재능을 갖춘 자로, 백작가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후작가가 이 시국에 용의백과 사돈이 되는 게 정말 저희에게 좋은 일이라 생각하십니까?”노부인은 여전히 어리둥절했지만 이야기를 알아들은 노후작은 손에 땀이 났다.“그러니까, 폐하께서 어제 일부러 네 뜻을 떠보고자 하였단 말이냐? 우리가 귀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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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윽….”아픈 곳을 건드린 건지, 연경은 고통의 신음을 내뱉더니 눈을 떴다.“아파… 너무 아픕니다.”손기욱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골절상이 있는지 확인하는 거다.”그는 그녀가 신음하던 자리를 기억하고 계속 아래로 내리쓸었다.여인의 요염한 맨 허리가 눈앞에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걸 감상할 기분이 아니었다.그는 골절상이 없음을 확인한 후에야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네가 고생이 많았다.”말을 마친 그는 품에서 약을 꺼내 침상 위에 놓고 사람을 시켜 따뜻한 물을 가져오게 했다.시종을 물린 그는 침상 앞 의자에 대야를 내려놓고 친히 그녀의 등에 난 핏자국을 닦았다.당황한 연경은 상반신을 일으키며 다급히 말했다.“소인이 부주의로 귀비마마의 물건을 깨뜨려서 생긴 일입니다. 허나 그 꽃받침대가 왜 갑자기 소인의 등 뒤에 나타났고, 반지가 왜 탁자 변두리에 있었는지는….”그녀는 얇은 속옷 한벌 걸친 상태였으니 상반신을 일으키자 탐스러운 가슴골이 훤히 보였다.손기욱은 숨을 참고 천천히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얌전히 엎드리거라. 난 널 믿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소인이 어찌 감히 나으리께 시중을….”“네가 오늘 고생한 건 다 나로 인해 벌어진 일이다.”손기욱은 그녀의 어깨를 살포시 눌러 엎드리게 했다.“나으리는 이곳에 오래 머무르시면 안 됩니다. 혹여 사람들의 눈에 띤다면 불미스러운 소문에 휩싸일 것입니다.”손기욱은 스스럼없이 답했다.“걱정 말거라. 어머니께서 다 알아서 하실 거다.”조금 전 따뜻한 물을 가져온 사람은 장씨 어멈이었다. 노부인은 이 일에 있어 누구보다 조심성이 있었다.여인을 위해 상처를 치료해 주는 것은 손기욱에게 있어 처음이었다. 피부가 여리고 얇아서 힘을 조금만 주면 하얀 피부가 빨갛게 자국이 났다.이 정도 부상은 군영에서는 닦지도 않고 상처 부위에 치료제를 들이부으면 끝인데 연경에게는 그렇게 폭력적인 방법을 요구할 수 없었다.상처를 깨끗이 닦은 후, 그는 잠시 그녀의 상태를 관찰했다. 멍자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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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그나마 골절상이 아니라 다행이었다.연경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에게 말했다.“이 정도 부상은 이미 적응했는걸요. 조금 아프긴 하지만 참을 수는 있습니다. 허나 그때 나으리께서 나타나 주시지 않았다면 아마 소인이 거기서 죽어도 아무도 관심조차 주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니 너무 두렵네요. 나으리를 다시 보지 못할까 봐 두렵습니다.”매도 맞았는데 이 참에 뭐라도 받아내지 않으면 손해였다. 그녀는 그의 약속 하나면 충분했다.손기욱은 부모님은 수렵장에 나가지 않으셨으면서도 그녀가 맞고 있는 걸 눈 뜨고 지켜만 봤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었다.“귀비는 너를 음해하려는 게 아니라 내게 경고를 보낸 것이었다.”그는 귀비가 작정하고 그들을 위협하려고 한 이상, 일개 시종인 연경이 매질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그는 다정하게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고 연경도 본분을 알기에 더 이상 구차하게 징징거리진 않았다.눈물은 사람의 연민을 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지만 과도하면 짜증만 살 수 있었다.손기욱은 아픈데도 눈물을 꾹 참고 있는 그녀를 안쓰럽게 바라보더니 다가가서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내게 더 할 말이 남았느냐?”연경은 용기를 내어 그에게 말했다.“소인 오늘만 주제넘게 굴겠습니다. 나으리, 소인을 매화당으로 불러주십시오. 소인의 인신 계약서는 여전히 작은 마님의 손에 있습니다. 오늘 소인이 매를 맞는데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것을 보고 만약 제가 매화당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습니다. 나으리는 소인이 살면서 봐온 사람들 중에 가장 좋은 분입니다.”손기욱은 못 말린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그렇게 좋은 사람이면 시종이 매를 맞을 상황을 만들지 않았겠지.”“누군가는 매를 맞아야 끝날 상황이었습니다. 어쩌면 이게 제 운명이겠죠. 저는 어릴 때부터 운이 안 좋았습니다.”손기욱은 그녀가 다섯 살 때부터 노비로 살아온 것을 생각하니 안쓰러운 마음이 더 격해졌다.“그래, 내년 봄에 내가 방법을 한번 생각해 보마.”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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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손기욱은 곧바로 뒤돌아서 방으로 들어갔다. 태복은 간식이 담긴 접시를 들고 연경에게 다가갔다.“난 갑자기 배탈이 나서 볼일을 보고 올 테니 이걸 나 대신 나으리께 전해드리거라.”핑계를 둘러댄 태복은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연경은 간식을 들고 천천히 손기욱의 방으로 들어갔다.그녀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손기욱은 재빨리 문을 닫더니 그녀가 들고 있던 쟁반을 내려놓고 한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껴안았다.연경은 습관처럼 그의 목에 팔을 둘렀다.“무슨 일이냐? 왜 방에서 쉬지 않고?”말을 마친 그는 그녀를 무릎에 앉힌 채로 의자에 앉았다.근육으로 딱딱한 그의 무릎이 편하다고 할 순 없지만 연경은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았다.“소인은 어젯밤 불길한 악몽을 꾸었습니다. 가슴이 갑갑하고 초조해서 방안에 있을 수가 없었지요. 괜찮으시다면… 이 평안 부적을 나으리께 드리고 싶습니다.”그녀는 주머니에서 낡은 평안 부적 하나를 꺼냈다.“이건 소인이 태어난 후부터 계속 목에 걸고 있던 부적이랍니다.”손기욱은 미신을 믿진 않지만 기대에 찬 연경의 눈을 보자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그래, 알겠다.”그는 거뭇거뭇한 그녀의 눈밑을 보고는 안쓰럽다는 듯이 그녀의 눈가를 어루만졌다.“너무 아파서 잠을 설친 것이냐, 아니면 악몽 때문에 잠들 수 없었던 것이냐?”“악몽을 꾸고 놀라서 깼는데 그 뒤로는 아파서 잠들 수 없었어요.”“꿈에서 뭘 봤지?”아침부터 어여쁘게 여기는 여인이 품에 안겨 있으니 손기욱의 목소리도 평소보다 한층 부드러웠다.“꿈에서 나으리께서 다친 모습을 봤습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리셨어요….”그녀는 입을 틀어막고 애처롭게 고개를 숙였다.손기욱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보드라운 그녀의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연경은 사내를 홀리는 기술이 점점 더 능숙해지고 있었다. 손기욱이 뒤로 물러서자 그녀는 수줍게 그의 옷깃을 잡으며 살짝 고개를 들고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그를 올려다보았다.그녀는 순수한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나으리, 혹시 연갑을 갖고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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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상대를 확인한 연경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재빨리 고개를 숙이고 옷매무시가 단정한지부터 살피고는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소인, 도련님께 문안 올립니다.”손유민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짓눌렀다.연경은 본능적으로 목을 움츠리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 모습을 본 손유민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졌다.“예는 되었다. 난 요 며칠 사이 네가 걱정되어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며 사방으로 수소문하여 겨우 상처 치료에 좋은 약을 구해왔어. 몸은 좀 어떠냐? 원래는 태의를 모셔올 생각이었는데 난 아직 관직에 오른 사람이 아니라 어쩔 수가 없더구나.”사실 그는 애초부터 태의를 모셔올 생각이 없었다. 태의는 황가의 전속 의원인데 한낱 시종 따위를 위해 태의를 찾아가 부탁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연경은 어차피 사실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으니 거짓말로 그녀의 호감을 사는 건 안 될 것도 없었다.연경은 그가 내민 약병을 받는 대신, 공손히 답했다.“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인은 이미 많이 좋아졌어요.”그가 하사한 건 받기 싫다는 의미로 들리자, 손유민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억지로 표정을 풀고는 약병을 연경의 손에 억지로 쥐여주었다.가까이 다가가자 그녀의 탐스러운 가슴골이 보였다. 그는 탐욕스럽게 그곳을 한참 훔쳐보다가 가슴 밑에 놓인 서책을 발견했다.그는 아쉬운 듯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너 글을 읽을 줄 알았어?”연경은 시선을 바닥에 고정한 채로 답했다.“몇 글자 아는 건 없지만, 소인은 노부인의 인정을 받고 싶습니다.”손유민은 노부인 얘기가 나오자 묘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네가 배우고 싶다면 내가 가르쳐 줄 수 있다. 네가 지금은 할머님 곁에서 시중을 들고 있긴 하나, 옛주인을 잊으면 안 되는 법이지. 차후에 내가 널 섭섭하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연경은 그 말에 담긴 의미를 바로 알아들었다.“금수원 분들은 모두 소인에게 잘해주셨습니다. 소인은 도련님과 작은 마님의 은혜를 깊게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손유민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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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손기욱은 수렵장 순찰을 돌다가 돌아온 태복에게서 보고를 들었다.조태복은 과장하지도, 자신의 생각을 보태지도 않고 보고 들은 것만 그에게 전달했다. 시종의 방은 크지도 않으니 그는 두 사람이 안에서 나눈 대화를 전부 들었다.얘기를 들은 손기욱은 이를 갈았다.“그 녀석 아직도 포기를 않고 있었군.”태복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조심스레 의견을 냈다.“나으리, 소인이 도련님께 가서 눈치라도 좀 줄까요?”“어떻게 눈치를 줄 거지? 연경이 내 사람이니 넘보지 말라고 할 거야?”손기운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비웃듯 말했다. 그는 욕망에 눈이 먼 자가 아니고, 이런 방식으로는 연경을 지켜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대경은 아직 태자가 정해지지 않았고 조정의 눈치싸움은 점점 격렬해지고 있었다. 그가 어느 파벌에도 속하지 않았기에 조정에서 그는 지지자가 없었다. 많은 관료들은 그를 경계하고 만약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지 못한다면 그를 제거하려고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이 시국에 만약 그가 며느리의 시종과 추문이라도 난다면 후작의 작위마저 위험해질 것이다.그때가 되면 황제가 그를 보전해 주고 싶어도 명분이 없었다.만약 후작가가 이 일로 가세가 기운다면 연경에게도 큰 불행이 찾아올 것이다.태복은 그의 말을 전부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주인의 기분이 매우 언짢다는 것을 알고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소인이 경솔했습니다.”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이미 알고 있건만, 손기욱은 여전히 화가 났다.“그 아이가 유민이를 보고 웃었다고? 게다가 녀석이 내민 은화를 받았다고? 대체 얼마나 주었기에?”태복이 말했다.“소인은 그 아이가 웃었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도련님께선 은화 조각 몇 잎을 건넸을 뿐이고 많지도 않았습니다.”“녀석이 준 약병도 받았다고? 하, 주는 건 사양하지 않고 다 받는 모양이구나.”태복은 못 말린다는 듯이 손기욱을 바라보며 말했다.“나으리, 소인은 그저 도련님께서 약병을 침상에 놓았다고만 했지 연경이 그것을 받았다고는 안 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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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기요의 말에서는 전혀 진심이 느껴지지 않았다.걱정돼서 온 사람이 먼저 그녀의 잘못을 강조하고 자신들의 문제는 가볍게 넘기는 법은 없었다.그러나 연경도 불만을 표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니 억지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소인, 아씨의 성의는 감사히 받겠습니다.”손기욱이 사람들 앞에서 그녀를 감싸주었는데 용의백 사람들 앞에서 너무 비굴하게 구는 것은 그의 체면을 깎는 것과 같았다.기요는 짤막한 인사를 하는 연경을 보고 입가에 지었던 미소가 사라졌다. ‘무안 후작의 시종은 그 주인을 닮아서 오만하고 무례하군!’기요는 스스로에게 큰 자부심을 갖고 있는 여인이었다. 백작가에서 무안 후작가와 사돈을 맺을 의향을 내비쳤을 때, 그녀는 기종에게 부탁해서 몰래 손기욱을 멀리서 본 적이 있었다.그날 기종은 손기욱을 백작가로 초대해서 술을 마셨고 기요는 누각 위에서 몰래 그의 모습을 훔쳐보았다.기골이 장대하고 준수한 외모에 선비들과는 다른 위엄 넘치는 분위기를 가진 그의 모습에 기요는 한눈에 반하고 말했다.처음에는 무장 출신이라 투박하고 예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기종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꽤나 학식 있고 점잖은 사람이라 더욱 마음이 끌렸다.그 뒤로는 기종이 굳이 권하지 않아도 그녀는 자신이 그의 부인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그런데 경성 제일재녀의 칭호를 받은 자신이, 2년 전부터 혼담이 끊이지 않던 자신이 손기욱에게 매몰차게 거절당할 줄이야! 그녀의 자존심은 그날 밤 처참히 부서졌다.그 순간 그녀는 그가 미웠다.그래서 귀비가 후작가의 시종에게 곤장을 쳤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깨고소하다고 생각했다.그렇게 오늘까지 모른 척하다가 화가 가라앉아서 겉치레 문안이라도 하러 온 것이다.수렵대회가 끝나고도 계속 귀족가의 부인, 아씨들과 왕래를 해야 하는데 평소에 그녀를 시기하던 여인들이 얼마나 자신을 비웃을지 앞날이 훤히 보였다. 만약 그녀가 혼담을 거절당한 것에 앙심을 품고 후작가에 보복을 했다는 소문이 퍼지면 입장만 곤란해질 뿐이었다.시종 따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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