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경은 공손히 귀비를 향해 큰절을 올렸다.양손을 이마에 받치고 고개를 조아린 그녀는 곁눈질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시야에 화려한 치맛자락만이 보였다.“일어나거라. 내 머리가 아파 그러니 이리 와서 지압이나 좀 해주려무나.”연경은 조심스럽게 일어나 여전히 허리를 숙인 채로 귀비에게 다가갔다.그녀는 귀비의 목소리가 들린 방향과 주변인들의 차림새를 통해 귀비의 위치를 확인한 후, 정확하게 오귀비의 등 뒤로 가서 걸음을 멈추었다. 귀비의 머리카락이 손에 닿기도 전에 한 궁녀가 대야를 들고 다가왔다.연경은 궁녀의 눈빛을 알아채고 조용히 손을 씻었다.곧이어 궁녀는 따뜻한 손수건을 그녀에게 건넸다. 손수건에 손을 닦으니 물기는 사라지고 손은 따뜻해졌다.모든 준비를 마친 후에야 연경은 귀비의 머리에 손을 얹을 수 있었다.전생에 손유민과 그의 한량 친우들에게 들은 오귀비는 폐하의 총비 중 한명으로, 슬하에 육황자와 십황자를 두고 있었다. 육황자는 지금의 유왕으로 영지에 머무르며 부름 없이는 경성에 올 수 없는 몸이긴 하나, 오늘 수렵장에서 폐하와 함께 사냥을 즐기는 모습이 목격되었다.듣기로는 오귀비가 떠나간 아들이 그리워 우울해하자, 폐하께서 동계 수렵을 핑계로 유왕을 경성으로 불러들여 함께 명절을 보낸 후에 영지로 돌아가라 명했다고 한다.존귀한 신분에 폐하의 총애까지 등에 업은 분이니 연경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마마, 이 정도 힘이면 적당할까요?”연경은 귀비의 태양혈을 지압하며 조심스레 물었다. 얼마 안가 귀비가 미간을 확 찌푸렸다.“마마께선 귀하신 분이다. 힘을 더 빼고 살살했어야지!”귀비가 뭐라 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궁인이 차가운 목소리로 꾸중했다.연경은 다급히 고개를 숙였다.“예, 그리 하겠나이다.”귀비는 한낱 시종 따위와 말도 하기 싫다는 듯, 줄곧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더니 얼마 못가 끄덕끄덕 졸기 시작했다. 연경은 슬슬 눈치를 봐서 손에 힘을 빼고 지압에만 집중하며 가끔 여유가 되면 주변의 동향을 살폈다. 힘은 얼마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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