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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시녀의 생존수칙: Chapter 131 - Chapter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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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화

송지운은 경양 후작의 둘째딸이긴 하지만 그리 사랑받고 자란 편은 아니었다.위로는 큰언니가 있었는데 후작 부부의 첫 아이라 그런지 금이야 옥이야 예쁨받으며 자랐다. 언니는 미모가 출중한 편은 아니었지만 단아한 분위기에 악기, 서예, 그림 모두 능통한 사람이었고 박학다식하지만 가난한 장원에게 시집을 갔다.송지운은 경양 후작의 둘째로 태어나 언니보다는 예쁨을 받지 못하며 자랐다. 비록 외모는 언니보다 청순하고 예뻤지만 다른 재주는 언니에 미치지 못했다.게다가 그녀가 태어난 이듬해에 어머니께서 남동생을 출산하며 경양 후작가의 적자가 태어났으니 사랑과 관심이 그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송지운은 어릴 때부터 가문에서 가장 관심을 받지 못하는 아이였다. 특히나 그녀가 태어난 해에 아버지는 밖에 둔 외실과 딸을 낳았는데 아버지께서는 외실을 끔찍하게 아꼈기에 그녀가 낳은 딸도 총애를 듬뿍 받고 자랐다.‘나만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했지.’옛날 생각을 하니 송지운은 증오에 휩싸였다.어찌됐건 송유민은 그녀의 부군이니 그만이 그녀에게 총애를 줄 수 있었다.정실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가는 사내가 몇이나 될까? 손유민은 한 번도 자신에게 이런 천박한 방식을 강요한 적 없으니 그래도 자신을 가장 총애하는 게 맞다고 생각되었다.그렇게 기분을 추스른 송지운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명월의 용모를 힐끗 보고는 책을 덮으며 말했다.“내 신변에 기루 출신이 있는 것도 아닌데 누가 너한테 이런 걸 가르쳐줄 수 있겠니. 어떤 건 배워야 하고 어떤 건 배우지 말아야 하는지 네가 알아서 판단할 일이지.”그녀는 손유민과 오래도록 화목하게 살고 싶었다. 명월의 외모는 그녀에게 위협이 되지 않지만 손유민의 사악한 본능을 깨운다면 앞으로 아이를 출산한 후에 침상에서 그를 만족시키기 어려울 것 같았다.명월은 씁쓸한 마음을 안고 별채로 돌아갔다.유모인 전씨 어멈은 가볍게 송지운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속상해 마세요, 작은 마님. 명월은 용모가 평범하니 작은 마님께 딱히 위협이 되진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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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화

연경은 한참 침묵하다가 그녀에게 물었다.“만약 도련님께서 언니를 찾지 않고 다른 사람을 품는다면 언니는 속상할까요?”체념으로 가득했던 명월의 얼굴에 잠깐 화색이 돌았다.“연경아, 네겐 방법이 있는 거지? 그런 걸 갖고 속상할 리가 없잖아. 난 그런 은총을 감당할 수 없어.”그녀는 워낙 과묵하고 보수적인 성격이고 통방 시녀로서의 삶은 그녀에게 괴롭기만 했다.연경은 잠시 침묵하며 생각에 잠겼다.명월이 울먹이며 말했다.“작은 마님께선 이미 경양 후작가에 서신을 보내 회임 소식을 전하셨어. 내 듣기로 후작 부인께서 이랑들과 함께 문안을 오실 거라고 하더라.”연경은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이랑들과 함께 오신다고요?”명월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아이를 출산한 경험이 있는 이랑들과 함께 와서 작은 마님께 경험을 전수해 주시려나 봐.”연경은 자신에게 지압 기술을 가르쳐준 이랑을 떠올리고 저도 모르게 어깨를 흠칫 떨었다.명월은 하얗게 질린 그녀의 얼굴을 보고 걱정스럽게 물었다.“연경아? 왜 그러니?”연경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그녀에게 말했다.“가서 채련을 이쪽으로 오게 하세요.”잠깐 나갔다가 다시 돌아온 명월이 연경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잠시 후, 채련이 부엌으로 다가왔다.아직 안으로 들어오기도 전에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들었다.“통방이 되신 거 축하해요, 언니. 이제 언니도 귀하신 분이 되었네요. 그런데 채련 언니나 지연언니가 외모만 따지면 언니보다 더 어여쁜데 작은 마님께서는 왜 굳이 언니를 통방으로 올렸을까요?”명월은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요 며칠 내가 너 따라서 간식 만드는 걸 배운 게 작은 마님의 마음에 드셨나 봐. 그게 아니고 용모만 따지면 내가 언제 이런 호사를 누려보겠어.”문앞에 서 있던 채련의 표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다만 도련님은 더 자극적인 걸 좋아하시는데 내가 그런 거에 익숙치 않아서 곧 내쳐질 것 같긴 해.”“일전에 송학당에 오셨을 때 작은 마님의 얘기를 들어보니 통방 한 명 더 올릴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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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화

그것은 유지에 싸인 유명 점포의 간식으로 보였다.손유민의 품에서 꺼낸 거라 그런지 아직 온기가 남아 있었다.“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공짜로 포상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연경은 뒤로 두 걸음 물러서며 그에게 말했다.“지운이가 최근 입덧이 심해서 네가 만든 음식만 겨우 조금 먹을 수 있는데 이게 공로가 아니면 무엇이겠느냐? 이건 취삼추의 전병인데 돌아가서 맛이나 봐.”연경은 멀찌감치 서서 자신을 기다리는 태복을 힐끗 보고는 손사래를 치며 뒷걸음질쳤다.“소인은 그저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송학당 시종은 함부로 예물을 받을 수 없어요.”송학당 시종들은 노부인을 따라 어두운 색상의 소박한 옷을 입었다. 연경은 해당화 꽃무늬가 있는 진회색 겉옷을 입고 있었는데 칙칙한 색상도 그녀의 미모를 가릴 수는 없었다. 오히려 짙은 색이 그녀의 환한 피부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었다.손유민은 저도 모르게 그녀의 가슴께로 시선을 두었다.“무슨 얘기를 그리 오래 하십니까?”이때 송지운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연경은 그녀에게 다가가며 예를 행했고 손유민은 뻔뻔하게 말했다.“연경은 이제 할머니 신변에서 일하고 있지 않니? 사람을 시켜 간식을 좀 샀는데 이 아이한테 줘서 만드는 방법 좀 익히라고 했어. 그래야 차후에 부인을 위해 새로운 간식을 만들어 주지.”송지운은 그제야 경계를 풀고 부드럽게 말했다.“그런 거였군요, 서방님.”“그런데 안 받더라고.”손유민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연경은 머리털이 곤두섰다. 이는 손유민이 자주 쓰는 수법이었다. 자신이 결백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말 몇 마디로 그녀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었다.송지운은 불쾌한 기색으로 말했다.“할머니 신변으로 가더니 옛 주인인 우린 안중에도 없는 게야? 간식을 주면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야지, 어디서 까탈을 부려?”채련이 비웃듯 말했다.“네가 안 받고 있으니 도련님과 작은 마님의 식사 시간도 늦어지잖아? 대체 무슨 심보니?”연경은 더 이상 사양하지 않고 조심스레 간식을 받았다. 손유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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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손기욱은 자신이 든 것과 똑 같은 모양의 평안패를 보고 헛웃음을 터뜨렸다.“자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뻔뻔한 사람이었군. 우리 연경이는 오라버니를 둔 적 없으니 이런 건 다른 여동생에게나 갖다줘.”“쯪, 우리 연경이라니?”서주행은 닭살 돋는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차라리 연경이를 불러서 물어보지 그래? 그 아이가 자네 신변에서 미천한 시종으로 살고 싶은지, 아니면 내 곁으로 와서 아껴주는 오라버니가 있는 여동생으로 살지?”손기욱은 가차없이 그의 정강이를 걷어찼다.“시종으로 두려고 매화당에 데려가려는 게 아니야.”서주행은 계속 장난치다가는 그가 정색할 것을 알기에 화제를 돌렸다.“아, 참. 수렵장 사건을 계속 생각해 봤는데 따로 의심이 가는 사람이 있어.”청하에게 연갑 심부름을 시킨 사람은 한 태감이라고 했으니 가장 의심이 가는 사람은 오귀비였다. 용의백과 오귀비는 왕래가 잦으니 그쪽도 의심의 대상이었다. 손기욱은 환관들을 다 불러 심문할 수는 없으니 결국 그 일은 유야무야되었다.그러나 서주행은 시종과의 연정 때문에 집안 어르신들과 다툰 경험이 있으니 가장 먼저 의심이 가는 사람은 노부인이었다.손기욱이 냉소를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지금 내 어머니를 의심하는 게야?”서주행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괜히 넘겨짚었나 보군.”“어머니가 수상한 건 사실이야. 그래서 최대한 빨리 그 아이를 매화당으로 데려갈 생각이야. 오늘 내가 찾아온 건 다른 볼일이 있어서야. 연말에 불꽃축제가 있는데 아마 궁중 연회에 참석해야 할 것 같아. 그때 자네의 도움이 필요해.”손기욱은 그제야 냉랭한 표정을 풀고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상의를 마치고 고개를 돌린 그는 태복이 초욱에게 전병을 나눠주는 모습을 보았다.손기욱이 물었다.“애는 만났어?”태복은 남은 전병을 입안에 쏙 집어넣고 다가가서 오늘 있었던 일을 보고했다.서주행은 한심한 눈길로 손기욱을 바라보며 말했다.“자네 지금 뭐 같은지 알아?”손기욱은 시큰둥하게 대꾸했다.“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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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손기욱은 노부인이 점심 식사를 마치고 잠시 낮잠을 자는 시간에 대놓고 송학당으로 와서 연경을 빌려달라고 요구했다.노부인은 그가 왔다는 얘기를 듣고 불쾌한 어투로 장씨 어멈에게 말했다.“내가 잠들었다고 하고 잠시 내버려 둬!”손기욱은 그 말을 듣고도 전혀 조급해하지 않고 당당하게 시종 한 명을 불러 말했다.“연경을 불러오너라. 와서 내 어깨 지압 좀 하라고 해.”장씨 어멈은 그를 말리고 싶었지만 그의 싸늘한 눈총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연경의 부상은 나날이 나아지고 있었지만 아직 체력 소모가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지압은 체력 소모가 상당한 편에 속했다.손기욱이 그녀를 불러 어깨를 주무르라고 했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향란은 동정 어린 시선으로 연경을 바라보았다.“나으리는 참으로 냉정하신 분이야.”연경은 반박하지 않고 찬성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손기욱은 노부인의 거처가 아닌 사람이 살지 않는 별채에 있었다. 연경이 들어가자마자 태복이 문을 닫았지만 송학당의 다른 시종과 어멈들은 딱히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연경은 예를 행한 후에 손기욱의 등 뒤로 가서 그의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손기욱은 그런 그녀의 손을 잡고 담담히 말했다.“여긴 우리 둘뿐이니 굳이 일하는 척할 필요 없어. 점심은 먹었느냐?”“먹었죠.”연경이 앞으로 끌려나오며 답했다.손기욱은 탁자에 놓인 간식 꾸러미를 가리키며 말했다.“돌아오는 길에 여자나 아이들이 이런 걸 좋아하는 것 같아서 네 몫도 챙겨왔다.”사실 말은 그렇게 해도 그가 경성을 한참 돌아다니며 사온 것들이었다.연경이 그것을 열자 안에는 군밤, 탕후루, 참깨사탕, 각종 꿀사탕과 과자가 가득 들어 있었다.비록 그녀가 외출은 자주 안 해도 이것들을 전부 한곳에서 살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그녀는 감격 어린 눈빛으로 고개를 들었다.“오늘 도련님도 제게 전병을 주셨는데 소인 오늘 운이 좋은가 봅니다.”손기욱은 손유민 얘기가 나오자 불쾌한 기색으로 말했다.“굳이 이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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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그녀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미색으로 그를 유혹하는 것뿐이니 등에 흉터가 남을까 걱정이었다. 그래서 손기욱이 준 연고를 아끼지 않고 매일 발라주었다.“옷 치수를 좀 재야겠다. 연말 밤에 같이 불꽃놀이를 보러 가자꾸나.”연경은 두 눈을 반짝이며 그에게 말했다.“경양 후작가에 있을 때 잠깐 불꽃놀이를 보러 나간 적이 있는데 정말 아름다웠어요.”연말의 폭죽은 천자가 사람을 시켜 터뜨리는 거였다. 주작거리 맨 끝에 있는 공터에서 터뜨리는데 백성들과 함께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해를 맞이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경양 후작가는 그곳과 멀리 떨어져 있어서 허공에서 피어나는 불꽃만 멀리서 구경했지만 바쁜 와중에 쳐다본 그 잠깐의 아름다운 풍경은 연경의 기억에 남아 있었다.손기욱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올해는 나와 함께 나가서 보자꾸나.”연경은 주저하며 물었다.“노부인께서 제게 외출을 허락해 주실까요?”“넌 새 옷만 입고 준비하면 돼. 나머지는 걱정할 필요 없어.”말을 마친 그는 손으로 연경의 치수를 재기 시작했다.가녀린 허리는 그의 손으로 세 뼘밖에 되지 않았다.허리를 잰 후 그는 표정 하나 안 바꾸고 그녀의 가슴 치수를 가늠하기 시작했다.연경은 얼굴을 붉히며 그의 손길을 밀어냈다.“지금 뭐 하시는 건가요?”“옷 치수를 재서 새옷을 만들어준다 하지 않았느냐?”손기욱은 짐짓 정색해서 그녀에게 말했다.“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지?”연경은 눈을 깜빡이며 억울한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그러나 대놓고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으니 구차한 표정으로 손을 내렸다.손기욱은 손끝으로 그녀의 몸 이곳저곳을 더듬었다.“나으리, 다 되었나요?”연경은 그가 멍 때리는 틈을 타 조심스레 물었다.아직 어깨와 둔부가 남아 있었다.손으로 치수를 재는 손기욱의 행위는 다른 선 넘는 행위를 하지 않았음에도 방 안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장씨 어멈의 목소리도 같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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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화

손기욱은 대놓고 노부인에게 사람을 데려가겠다고 요구했다.“연경을 며칠 빌리고 싶습니다.”한숨도 자지 못하고 있던 노부인은 그 말을 듣고 화가 치밀었다.“송씨도 매일이다시피 그 아이를 불러대는데 너까지 왜 그래?”손기욱은 느긋하게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송학당에 비하면 매화당이 금수원과 더 가깝죠.”원래는 저녁에 와서 노부인이 허락할 때까지 버틸 생각이었지만, 노부인이 의심스럽다던 서주행의 말을 듣고 떠보러 온 것이었다.장씨 어멈은 노부인이 말이 없자 간곡한 어투로 그에게 말했다.“나으리, 제가 한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근래 들어 나으리께서는 시간만 나시면 송학당으로 오시면서 사람들 눈치도 안 보고 정원에서 연경과 다정한 눈빛을 주고받으시는데… 이러다가 사람들에게 들키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노부인께서 입막음을 대신해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요.”손기욱이 냉소를 터뜨린 찰나, 침묵을 지키던 노부인이 입을 열었다.“네가 정 원한다면 그렇게 하거라. 그러나 오늘과 내일 이틀만 가능하고 모레는 돌려보내도록 해라.”“지금 어린애 달래시는 겁니까?”노부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지금 적다고 그러는 게야? 이틀 후면 경양 후작 부인이 방문할 것이다. 그쪽에서 뭔가 눈치라도 챈다면 집안망신 아니냐! 경양 후작부에서 사람이 오기 전까지 그 아이는 얌전히 송학당에 있어야 해.”손기욱은 뻔뻔하게 계속 요구를 말했다.“그럼 그렇게 하시지요. 다만 연말 저녁에는 저와 같이 외출할 겁니다.”“넌 그날 궁중 연회에 참석한다 하지 않았느냐? 그 애를 데리고 궁으로 가려고?”노부인은 가차없이 거절하려다가 체념한듯 손을 저었다.“네 마음대로 하거라.”손기욱이 떠나고 한참 지나서야 장씨 어멈은 연경을 매화당으로 보냈다.“나으리께서 옛 지병이 재발하셔서 어깨가 많이 뻐근하다 하시는구나. 노부인께서 명을 내리셨으니 넌 매화당에 가서 지압을 해드리다가 이틀 후에 다시 돌아오거라.”매화당에서 큰 망신을 당한 전적이 있는 향란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노부인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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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화

소리를 들은 손기욱은 통방의 방과 연결된 가림막을 치워버렸다.곧이어 옆방에서 태복과 시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태복님, 노부인께서 또 나으리 방에 통방을 보내신 겁니까?”“나으리 지병이 재발하셔서 연경을 보내 이틀간 지압을 하라 하셨다.”“연경은 금수원 시종 아닙니까? 매화당에서 지내는 건 보기에 안 좋지 않나요?”“안마를 해주러 온 건데 뭐가 걱정이야?”“에이, 태복님도 혼인한 사내로서 아시잖아요. 나으리의 신변에는 시중을 들 시녀가 없고 연경은 생김새부터 여우처럼 생겼잖아요. 나으리께서 홀랑 넘어가실까 그러죠. 이 집안 사람들 중에 도련님이 연경을 좋아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 있습니까?”“다들 알고 있단 말이냐?”태복이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도련님은 연경만 주변에 있으면 눈길이 거기서 떨어지지 않아요. 사내면 다 아는 사실이죠. 그 아이는 작은 마님께서 시집오시면서 데려온 아이니 언젠가는 노부인께서도 그 아이를 도련님의 통방으로 주실 겁니다.”태복은 사정없이 그의 정강이를 걷어찼다.“어디 주제도 모르고 귀하신 분들 속마음을 넘겨짚는 것이냐? 송학당으로 갔으면 도련님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이지. 그 입 조심하거라.”방 안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손기욱은 가슴이 갑갑했다.그는 역시 이런 일은 서두를 게 아니라 노부인께서 마음을 열고 허락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러지 않으면 무안 후작가는 물론이고 송지운의 친정인 경양 후작가 쪽 사람들의 입을 막기 힘들 것 같았다.손기욱은 잠깐 고민에 잠겼다.“나으리, 연경이 왔는데 바로 와서 어깨를 주무르라고 할까요?”태복의 말에 손기욱은 손사래를 쳤다.“내가 필요할 때 부를 테니 일단 쉬고 있으라고 해.”그렇게 연경은 저녁까지 쉬었다.이틀 후면 경양 후작가에서 사람이 올 것이고 아마 송지운은 이 기회에 무슨 꿍꿍이를 부릴지 모를 일이니 그녀로서는 이 기회에 손기욱과 진도를 빼고 싶었다.가장 빠른 방법은 밤을 함께하는 거였다.그녀는 옷매무시를 단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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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화

손기욱은 연경의 손을 잡고 허리띠를 천천히 풀었다.연경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진지하게 배우는 척했다.그는 빨갛게 상기된 그녀의 얼굴에서 눈길을 뗄 수 없었다.한참 그녀를 지켜보던 손기욱이 말했다.“넌 분홍색이 어울려.”그는 지금 그녀의 모습이 생기 넘치는 해당화처럼 싱그럽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길이 점점 변해갔다. 욕탕에 아직 발을 들이기 전인데도 온몸이 후끈거렸다.연경은 낮은 비명을 지르며 놀란 토끼처럼 재빨리 등을 돌렸다.곧이어 사내의 긴 팔이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더니 뒤로 잡아당겼다.“목욕 시중을 들거라.”그렇게 연경은 옷을 입은 채로 그와 함께 욕탕에 들어갔다.평소에 그가 목욕할 때면 욕탕에는 뜨거운 물을 담당하는 시종을 따로 두었다. 물이 알맞은 온도로 데워지면 그가 들어간 후, 시종은 물러가서 목욕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청소를 하고 나오고는 했다.그러나 오늘은 달랐다.평소보다 반 시진이 지났는데도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오늘따라 나으리가 늦으시네.”“혹시 지병이 재발하여 욕탕에 쓰러진 것 아니야?”시종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안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문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태복이 다급히 그들을 불러세웠다.“내가 너희를 어떻게 가르쳤지? 어찌 허락도 없이 나으리의 침소에 들어가려 하느냐!”“태복님, 저희는 억울합니다. 평소보다 한참이 지났는데도 나으리께서 부름이 없으셔서 혹여 쓰러지신 게 아닐까 걱정해서 그런 것입니다. 저희가 못 미더우시면 태복님께서 직접 들어가셔서 확인해 보시렵니까?”태복은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나으리께선 최근 공무 때문에 노곤하시어 잊으신 것 같구나. 내가 들어가 보마.”태복은 처가 있는 몸이고 한번 불붙었다가 흥이 깨지면 얼마나 기분 나쁜 일인지 알고 있었다. 들어가서 방해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시종들이 의혹을 제기하니 들어가는 척이라도 해야 했다.그 시각 손기욱은 연경을 안고 욕탕에 몸을 불리고 있었다.처음 그녀를 안은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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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화

연경은 이불로 몸을 감싸고 동그란 두 눈만 밖에 내놓은 채로 말했다.“나으리, 제가 욕실 정리 좀 하겠습니다.”그녀의 옷가지가 욕탕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데 그런 모습을 태복에게 보여주기는 죽어도 싫었다.“넌 가만히 이불 안이나 데우고 있어.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손기욱은 옷섶을 제대로 여미지 않은 탓에 건장한 가슴근육이 그대로 드러났다.연경은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그렇게 되어 시종인 그녀는 침상에 안락하게 누워 있고 손기욱은 욕실 청소를 하러 욕탕으로 돌아갔다.대체 누가 주인이고 누가 시종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였다.손기욱이 다시 돌아왔을 때, 연경은 젖은 옷의 물기를 짜고 있었다.“그걸 다시 입을 수는 없고 갈아입을 옷은 가져왔어?”연경은 얼굴을 이불에 묻은 채로 답했다.“한벌 가져왔습니다. 나으리, 뒤돌아서 주십시오. 소인이… 별채에 좀 다녀오겠습니다.”“그럴 필요 없어. 어디 뒀는지만 알려주면 내가 가져다주지.”연경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주저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침상 위 보따리만 가져오시면 됩니다. 절대 안을 열어보지 마세요.”손기욱 성격에 처음부터 열어볼 생각은 없었지만 굳이 그녀가 그렇게 얘기하니 호기심이 일었다. 그는 젖은 그녀의 옷을 옆 별채에 두고 보따리를 집어들었다.안방으로 돌아오니 연경이 수줍은 얼굴로 말했다.“나으리, 잠시만 뒤돌아서 계시겠습니까?”“다 봤는데 뭘 새삼스럽게.”연경은 새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그에게 애원했다.“나으리….”하지만 그녀가 그럴수록 그의 욕구만 자극할 뿐이었다.손기욱은 축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애원해 보거라. 그럼 그렇게 해주지.”연경은 다급히 말했다.“나으리, 제발요….”손기욱은 피식 웃고는 뒤돌아섰다.“순진해 빠져서는.”연경은 재빨리 보따리를 풀어 옷을 꺼냈다.그런데 뒤돌았던 손기욱은 조용히 다시 고개를 돌리고 대놓고 감상하기 시작했다.뒤돌아선다고는 했지 언제까지 뒤돌아 있겠다는 약조는 하지 않았으니 말을 번복한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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