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경은 이불로 몸을 감싸고 동그란 두 눈만 밖에 내놓은 채로 말했다.“나으리, 제가 욕실 정리 좀 하겠습니다.”그녀의 옷가지가 욕탕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데 그런 모습을 태복에게 보여주기는 죽어도 싫었다.“넌 가만히 이불 안이나 데우고 있어.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손기욱은 옷섶을 제대로 여미지 않은 탓에 건장한 가슴근육이 그대로 드러났다.연경은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그렇게 되어 시종인 그녀는 침상에 안락하게 누워 있고 손기욱은 욕실 청소를 하러 욕탕으로 돌아갔다.대체 누가 주인이고 누가 시종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였다.손기욱이 다시 돌아왔을 때, 연경은 젖은 옷의 물기를 짜고 있었다.“그걸 다시 입을 수는 없고 갈아입을 옷은 가져왔어?”연경은 얼굴을 이불에 묻은 채로 답했다.“한벌 가져왔습니다. 나으리, 뒤돌아서 주십시오. 소인이… 별채에 좀 다녀오겠습니다.”“그럴 필요 없어. 어디 뒀는지만 알려주면 내가 가져다주지.”연경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주저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침상 위 보따리만 가져오시면 됩니다. 절대 안을 열어보지 마세요.”손기욱 성격에 처음부터 열어볼 생각은 없었지만 굳이 그녀가 그렇게 얘기하니 호기심이 일었다. 그는 젖은 그녀의 옷을 옆 별채에 두고 보따리를 집어들었다.안방으로 돌아오니 연경이 수줍은 얼굴로 말했다.“나으리, 잠시만 뒤돌아서 계시겠습니까?”“다 봤는데 뭘 새삼스럽게.”연경은 새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그에게 애원했다.“나으리….”하지만 그녀가 그럴수록 그의 욕구만 자극할 뿐이었다.손기욱은 축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애원해 보거라. 그럼 그렇게 해주지.”연경은 다급히 말했다.“나으리, 제발요….”손기욱은 피식 웃고는 뒤돌아섰다.“순진해 빠져서는.”연경은 재빨리 보따리를 풀어 옷을 꺼냈다.그런데 뒤돌았던 손기욱은 조용히 다시 고개를 돌리고 대놓고 감상하기 시작했다.뒤돌아선다고는 했지 언제까지 뒤돌아 있겠다는 약조는 하지 않았으니 말을 번복한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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