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으리, 아니됩니다. 소인은 이미 화풀이를 했으니 괜찮습니다. 어쨌거나 사돈 아닙니까. 여기서 더하시면 장씨 어멈은 제가 나으리의 화를 풀어들이지 못했다고 꾸중하실 거예요.”연경은 어머니와 남동생이 걱정되었다.손기욱이 이대로 조용히 넘어간다면 후작 부인의 화도 어느정도 누그러질 테고 어머니와 남동생도 괴롭힘을 덜 받을 것이다.그러나 그가 계속 이 일을 따지고 추궁한다면 나중에 어머니와 동생이 어떤 괴롭힘을 당할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손기욱은 잔뜩 수심에 잠긴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못 말린다는 듯이 말했다.“내가 세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뭐가 그리 걱정이야?”“소인도 대청으로 가서 시중을 들겠습니다.”손기욱은 부기가 가라앉지 않은 그녀의 손을 보고 기가 차다는 듯이 말했다.“왜? 내가 소란을 부리나 안 부리나 감시하려는 게야?”연경은 달리 해명하지 않고 애원의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손기욱은 차마 그런 그녀를 거절할 수 없어서 말했다.“그래, 가자꾸나. 음식 시중은 들지 말고 별채에서 기다리거라.”그렇게 두 사람은 밖으로 나왔다.태복은 초조해서 발을 동동 구르다가 드디어 나온 그들을 보고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았다.대청에서는 노후작 부부가 경양 후작 부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경양 후작이 조심스럽게 물었다.“방금 전에 노후작께서 양 지휘사라고 하셨는데 설마 금위군 지휘사 말씀이십니까?”노후작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수염을 쓰다듬으며 답했다.“그렇네. 양 지휘사가 오늘 기욱이를 따로 불러 논의하자고 했다더군.”경양 후작 부부는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손기욱은 변방에서 대장군직을 맡았었으니 금위군 지휘사가 공무로 그를 찾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근래 양 지휘사가 연세가 들어 관직에서 조만간 물러날 거라는 소문이 있는데 설마 다음 대 지휘사로 손기욱을 고려하고 있는 걸까?금위군은 경성과 황궁의 치안을 관리하는 곳으로 황제가 외출 시 호위를 맡는 등, 굉장히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다.금위군 지휘사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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