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난 집은 총 다섯 곳이었다. 손기욱이 뛰어든 곳은 누군가의 비명이 들리는 곳이었다.연경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그는 한방씩 돌아다니며 수색했다.젖은 이불은 이미 불에 물기가 거의 말라가고 있고 매캐한 연기가 코를 찔렀지만 그는 보이는 사람마자 구조해서 내보냈다.네 번째 저택으로 왔을 때, 안에서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그는 그냥 지나치려 했다. 그런데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밖을 향해 달리는 그림자가 언뜻 보였다.손기욱은 주저 없이 그곳으로 뛰어갔다.불길은 미친듯이 타오르는 가운데 연경은 고개를 숙이고 앞으로만 달렸다. 그러다 단단한 가슴팍에 머리가 부딪치고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연경아?”그녀는 그 순간 자신이 또 살아남았다는 것을 직감했다. 곧이어 젖은 이불이 그녀의 머리와 몸을 감쌌다.손기욱은 자신을 감쌌던 이불로 연경을 감싼 후, 그대로 그녀를 안고 불길을 뛰쳐나갔다.조치풍과 금위군들이 당도했을 때, 그는 마치 지옥에서 걸어나온 사자처럼 불길 속에서 성큼성큼 걸어나오고 있었다. 몸에 불꽃이 달렸지만 그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조치풍은 다급히 달려가서 그의 몸에 붙은 불꽃을 껐다.“지회사님, 저택 안에 있던 사람들은 전원 구조했습니다! 백성 세 명이 다쳤지만 다행히 사망자는 없다고 합니다. 허나 지금은 약방이 다 문을 닫은 상황이라….”직접 불길 속에 뛰어든 손기욱의 모습은 금위군들의 사기를 돋우었고 그들도 지휘사를 따라 겁 없이 불길에 뛰어들어 사람들을 구해냈다.“백초당으로 데려가거라!”말을 마친 손기욱은 조치풍을 노려보았다.싸늘한 그의 눈빛에 조치풍은 송구스러운 마음에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나으리, 마차는 골목 입구에 있습니다.”손기욱은 금위군에게 잠깐 현장을 맡긴 후, 연경을 감싸고 있던 이불을 걷어내고 직접 그녀를 안고 마차에 올랐다.그녀의 손목을 묶고 있던 끈을 풀고 조심스럽게 그녀의 상태를 살피던 그의 손길이 떨리기 시작했다.그녀는 이미 기절한 상태였다. 발목에 검게 그을린 자국과 밧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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