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시녀의 생존수칙: Bab 171 - Bab 180

242 Bab

제171화

송지운은 경성에서 그리 유명인사가 아니라 시종인 연경의 얼굴을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한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연경은 절대 송지운의 시종임을 시인하지 말고 위연수라는 가명을 쓰라던 손기욱의 당부를 떠올렸다.그녀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애써 싸늘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성한각에 모였던 십여 명의 귀족과 그들의 시종들이 그녀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저 얼굴은… 경양 후작가 둘째 딸의 시종과 너무 비슷하게 생기지 않았나요?”“시종? 그렇다고 하기엔 입고 있는 옷이 너무 화려한걸.”“그러네. 그 시종이 저 처자와 좀 닮기는 했지만 저 정도의 경국지색은 아니었어.”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은 연경은 그나마 시름이 놓였다. 동시에 손기욱의 의도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나중에 정인과 닮은 시종을 첩실로 들인다는 명분을 만들려 했던 것이다.연경은 조용히 무릎을 꿇고 손기욱이 했던 말투를 본받아 싸늘한 어투로 말했다.“마마, 이제 만족하시겠습니까?”봄꽃처럼 화사한 여인이 무릎을 꿇고 있으니 면전에 대고 차마 심한 말을 할 수 없었다.가유 공주는 그녀의 차림새를 보고 비록 신분이 불분명하긴 하나 방금 전처럼 함부로 대할 수는 없었다.“일어나거라. 어느 가문의 누구냐? 야밤에 무안 후작과 단둘이 나오는 건 네 명성에도 좋지 않아.”연경은 궁녀의 손에서 면사포를 건네받고 애써 긴장감을 감추며 느긋하게 대꾸했다.“일깨워 주셔서 감흡할 따름입니다, 공주마마.”공주 신변의 궁녀가 그녀를 재촉했다.“공주마마께서 질문하시는데 왜 대답이 없어? 어느 가문의 누구냐고 묻지 않았느냐?”“소녀는 위연수라고 합니다.”연경은 더 이상 여기 남아 있고 싶지 않았기에 대답을 마치고 단아한 자태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손기욱은 불꽃 축제가 끝났는데도 그가 돌아오지 않으면 마차로 돌아가서 기다리라고 당부했다.성한각을 나온 연경의 두 손은 진땀으로 푹 젖어 있었다.오늘 공주를 만난 건 예상밖의 만남이었다. 황실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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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연경은 갑자기 운명을 거부한 벌을 받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게 아니라면 이번 생에는 왜 화살에 맞고 또 이유도 모른 채 불바다에 버려진 걸까? 그녀는 누가 자신을 이렇게까지 죽이려고 안달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그녀는 그저 살고 싶어 발버둥쳤을 뿐이었다.불길이 점점 거세지자 그녀는 아예 바닥에 주저앉아 묶인 발목을 불길 가까이로 가져갔다.성한각을 나온 가유 공주의 앞으로 한 관원이 울상을 하며 다가왔다.“마마, 큰일 났습니다. 하필 그때 바람이 불어서 불조절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가유 공주는 이를 갈며 욕설을 퍼부었다.“무능한 자식!”처음에는 그저 손기욱을 다른 곳으로 유인하기 위해 수를 쓴 것인데 이렇게 큰 화재로 번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그녀는 당황한 마음에 작은 소리로 물었다.“불을 지른 자가 정확히 누구지?”“금일 일어난 화재는 필이 대대적으로 조사가 들어갈 것입니다. 마마는 속히 용의백 관저로 돌아가셔서 부마와 대책을 상의하십시오.”관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간언했다.가유 공주는 감히 사실을 털어놓을 용기가 없었다.고지식하기로 유명한 기종이 이 사실을 알면 아무리 고의가 아니었다고 해도 책임을 피할 수가 없었다.“마마, 방금 만났던 면사포를 쓴 처자가 납치를 당한 것 같습니다. 납치범들이 그 처자를 들쳐메고 향한 곳이 화재가 난 곳인 것 같은데 어찌 할까요?”가유 공주는 잔뜩 굳은 표정으로 대꾸했다.“내가 그 여자까지 신경 쓸 겨를이 어디 있어? 일단 저택으로 돌아가자!”그들이 떠나고 얼마 안 돼 조치풍이 초조한 기색으로 골목에서 나왔다. 손기욱은 그에게 연경의 호위를 맡겼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한눈 판 사이에 연경이 사라진 것이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아서 초조하던 차에 그녀가 납치되었다는 얘기를 듣게 된 것이다.그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화재가 난 곳으로 달려갔다.손기욱은 금위군과 함께 화재를 진압하고 있었다.조치풍은 헐떡이며 그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아뢰었다.“나으리, 소인이 잠깐 한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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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불이 난 집은 총 다섯 곳이었다. 손기욱이 뛰어든 곳은 누군가의 비명이 들리는 곳이었다.연경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그는 한방씩 돌아다니며 수색했다.젖은 이불은 이미 불에 물기가 거의 말라가고 있고 매캐한 연기가 코를 찔렀지만 그는 보이는 사람마자 구조해서 내보냈다.네 번째 저택으로 왔을 때, 안에서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그는 그냥 지나치려 했다. 그런데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밖을 향해 달리는 그림자가 언뜻 보였다.손기욱은 주저 없이 그곳으로 뛰어갔다.불길은 미친듯이 타오르는 가운데 연경은 고개를 숙이고 앞으로만 달렸다. 그러다 단단한 가슴팍에 머리가 부딪치고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연경아?”그녀는 그 순간 자신이 또 살아남았다는 것을 직감했다. 곧이어 젖은 이불이 그녀의 머리와 몸을 감쌌다.손기욱은 자신을 감쌌던 이불로 연경을 감싼 후, 그대로 그녀를 안고 불길을 뛰쳐나갔다.조치풍과 금위군들이 당도했을 때, 그는 마치 지옥에서 걸어나온 사자처럼 불길 속에서 성큼성큼 걸어나오고 있었다. 몸에 불꽃이 달렸지만 그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조치풍은 다급히 달려가서 그의 몸에 붙은 불꽃을 껐다.“지회사님, 저택 안에 있던 사람들은 전원 구조했습니다! 백성 세 명이 다쳤지만 다행히 사망자는 없다고 합니다. 허나 지금은 약방이 다 문을 닫은 상황이라….”직접 불길 속에 뛰어든 손기욱의 모습은 금위군들의 사기를 돋우었고 그들도 지휘사를 따라 겁 없이 불길에 뛰어들어 사람들을 구해냈다.“백초당으로 데려가거라!”말을 마친 손기욱은 조치풍을 노려보았다.싸늘한 그의 눈빛에 조치풍은 송구스러운 마음에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나으리, 마차는 골목 입구에 있습니다.”손기욱은 금위군에게 잠깐 현장을 맡긴 후, 연경을 감싸고 있던 이불을 걷어내고 직접 그녀를 안고 마차에 올랐다.그녀의 손목을 묶고 있던 끈을 풀고 조심스럽게 그녀의 상태를 살피던 그의 손길이 떨리기 시작했다.그녀는 이미 기절한 상태였다. 발목에 검게 그을린 자국과 밧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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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손기욱의 선두지휘 하에 불길은 다섯 채만 태우고 더 크게 퍼지지 않았다. 당황한 백성들은 금위군이 통제했고 떠들썩하던 거리도 이 사고로 인해 큰 피해는 입지 않았다.마무리가 다 끝났을 때는 이미 4경이 지난 시간이었다.“지휘사님, 불길이 처음 발견된 지점을 조사했는데 장작으로부터 시작된 것 같습니다. 아마 인위적인 사고인 것 같습니다.”손기욱은 조치풍이 했던 말을 떠올리고 싸늘하게 지시를 내렸다.“금위군은 내 명을 들으라! 두 사람은 남아서 뒷마무리를 하고 남은 인원들은 계속해서 거리의 질서를 유지하도록 하거라! 그리고 너희들은 나를 따라와!”“예!”지시를 받은 금위군은 각자 맡은 직책에 따라 움직였다.손기욱은 친히 금위군을 이끌고 기세등등하게 용의백 관저로 달려갔다.용의백 일가는 명절 분위기를 한껏 만끽하고 단잠에 들었다가 쿵쾅거리는 소리를 듣고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문지기는 갑옷으로 중무장한 금위군을 보고 겁에 질려 재빨리 용의백을 부르러 안으로 들어갔다. 남은 한 명은 떨리는 목소리로 그들에게 물었다.“무슨… 일로 오셨습니까?”“금위군 지휘사 손기욱 지휘사님이다. 방화범을 심문하러 왔으니 즉시 문을 열라!”문을 두드렸던 금위군이 근엄한 목소리로 호통쳤다.문지기는 주저하며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한참 후, 용의백과 세자 기종이 겉옷만 대충 걸친 채로 달려나오더니 문지기를 꾸짖으며 문을 열었다.부자는 횃불을 들고 서 있는 금위군들을 보자 가슴이 철렁했다. 둘은 서로 시선을 교환한 후, 기종이 앞으로 나서며 인사를 건넸다.“손 지휘사께서 야밤에 오실 줄 모르고 마중이 늦어서 송구합니다.”“공주마마께 명절 인사를 드리러 왔는데 지금 어디 계신가?”손기욱은 말에 탄 채로 아래를 내려다보며 오만하게 말했다.용의백은 앞으로 나서며 아들과 다시 시선을 교환했다. 기종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오늘 있었던 일을 회상했다.가유 공주는 오늘 저녁에 돌아온 이후로 좀 넋이 나가 있었는데 기요가 무시당한 일 때문에 화가 나 있다고 생각하고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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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연경은 눈을 뜨자마자 서주행이 건네는 커다란 복주머니를 받았다.“새해를 축하 선물이다. 올해는 우리 연경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기를.”그녀는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직도 눈앞에 불길이 언뜰거리는 듯했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녀는 이곳이 백초당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손을 뻗어 복주머니를 받으며 말했다.“감사합니다, 오라버니….”그러나 쇳덩이가 부딪치는 듯한 목소리에 그녀는 화들짝 놀라 입을 다물었다.서주행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달랬다.“연기를 많이 먹어서 그런 거니 너무 걱정할 것 없어. 최근 며칠간 말을 적게 하고 부드러운 음식을 먹으면 곧 회복될 거야.”연경은 눈을 깜빡이며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쓰다듬었다.서주행은 눈이 새빨개져서 두려움에 떠는 그녀를 보더니 거울을 가져다가 건넸다.“불길에 머리카락이 좀 타긴 했지만 얼굴은 괜찮단다. 손목과 발목에는 밧줄에 묶여서 생긴 부상이 있고 화상으로 물집이 조금 잡힌 것 외에 다른 곳은 괜찮아.”연경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고마워요, 오라버니.”그러고 고개를 숙인 그녀는 옷이 원래 옷이 아닌 것을 보고 난처한 눈길로 서주행을 바라보았다.서주행도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옷은 기욱이가 갈아입혀 줬어. 네 몸에 다른 부상이 없는지도 녀석이 다 살펴줬어. 듣기로 용의백 관저에 가서 용의자를 잡은 후에 바로 달려왔다고 하더구나. 지금은 자백을 받아내고 날이 밝기도 전에 폐하를 알현하러 갔어.”연경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용의백 관저요?”서주행은 찻잔에 물을 따라 연경에게 건네고는 말했다.“기욱이 말로 서령방 화재는 인위적으로 낸 거라고 하더구나. 아마 가유 공주와 연관이 있는듯 해. 지휘사가 관리하는 구역에서 화재가 났으니 기욱이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겠지. 그래서 먼저 폐하를 알현하러 간 게야.”연경은 누가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지 무척 궁금했지만 이 이른 시간에 그것까지 조사한 것 같지는 않았다.그래도 어떻게든 또 살아남았다는 생각에 기뻤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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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노부인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우리 기욱이가 복이 없었던 게지.”“아닙니다. 딸아이가 그럴 복이 없었던 거지요.”용의백 부부는 부탁이 있어 찾아온 것이니 말투가 평소보다 공손했다.가유 공주는 아침부터 몸져누웠고 세자 기종은 황급히 궁으로 갔다. 지금으로서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기종은 궁으로 떠나기 전에 이 일로 인해 손 지휘사의 입지가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안 후작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부모님에게 찾아가서 직접 사죄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용의백 부인은 일단 먼저 손기욱이 면사포를 쓴 신비의 처자를 위해 기요를 울린 일부터 얘기하고 어젯밤 화재 이야기를 꺼냈다.아직 범인이 누군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니 굳이 가유 공주가 했다고 인정할 수는 없기에 위로의 말이 전부였다.기요는 멍하니 비녀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어느 정도 대화가 오가고 차가 올라왔을 때, 그녀는 입을 열었다.“일전에 곤장을 맞았던 연경이라는 시종은 조금 나아졌나요?”용의백 부인은 몰래 딸을 향해 눈을 부릅떴다.이 상황에 그 얘기가 왜 나오는 거냐라는 눈빛이었다.그러고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실 그날 일은 제 잘못도 있습니다. 제가 괜히 나서서 그 아이를 귀비께 보내지만 않았어도 그 고생은 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노부인, 그 아이를 불러주실 수 있나요? 복주머니 하나라도 줘야 제 마음이 편할 것 같습니다.”기요도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도 그 아이를 위해 복주머니를 준비했답니다.”그들이 이렇게까지 하는데 노부인은 거절할 명분이 없어 장씨 어멈을 불렀다.연경은 밤새 돌아오지 않았고 현재로서는 생사가 불분명한 상황인데 불러올 수 있을 리가 없었다.장씨 어멈은 밖에 나가 있다가 한참 후에야 돌아와서 고했다.“노부인, 연경은 풍한이 채 낫지 않아 아직도 심하게 콜록거리더군요. 목소리도 제대로 안 나온다고 하는데….”“그럼 방에서 쉬고 있으라 해. 귀한 손님에게 병을 옮기면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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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목숨을 구해주신 이 은혜 어찌 갚을지 모르겠습니다, 나으리.”갈린 목소리를 들은 손기욱이 눈살을 찌푸리더니 말했다.“네가 밖으로 뛰쳐나오지 않았다면 나도 널 구할 수 없었을 거다. 너를 살린 건 네 자신이니 굳이 은혜라고 할 것도 없지. 목소리는 어쩌다 그리 되었느냐?”“오라버니께서는 연기를 많이 들이마셔서 그런 거라고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하셨습니다.”손기욱은 오라버니라는 호칭이 이미 입에 붙은 것처럼 보이는 그녀를 한참 바라보더니 물었다.“내 어머니의 다과회 날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느냐?”연경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난 그날 약에 취해 가장 편벽한 빈 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넌 어쩌다 거기 나타난 거지?”그건 진작에 해명했던 일이었다. 손기욱은 연경을 꿰뚫어보려는 듯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고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연경은 잠깐 긴장했지만 이럴수록 침착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전생을 살고 회귀했다는 황당한 얘기를 꺼낼 수는 없었다. 손기욱이 그걸 믿어준다고 하더라도 그녀가 전생에 겪은 일을 다 알고도 그녀를 품어줄 거라는 보장은 없었다.어머니는 사내가 한 말을 절대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지금은 괜찮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흥미가 식으면 진실은 그녀의 존엄을 짓밟는 가장 예리한 무기가 될 것이다.“소인은 그날 부주의로 술을 쏟아 의복이 젖은 상태였습니다. 사람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기 싫어 외진 곳을 찾아갔죠. 그 골목을 지나가면 바로 금수원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손기욱은 순진무구한 그녀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았다.한번 싹튼 의심은 쉽게 잠재워지지 않았다.싸늘했던 그의 눈빛에서 잠시 온기가 돌아오더니 연경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어젯밤은 너무 정신이 없어 널 납치한 자가 누구인지 조사할 시간이 없었다. 납치범의 얼굴은 보았느냐?”연경은 고개를 저었다.“등 뒤에서 맞고 기절했기에 보지 못했습니다. 놈들의 얘기는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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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그 모습을 본 서주행이 손기욱에게 눈을 부라렸다.“죽을 뻔했다가 돌아온 애한테 자네가 똥 씹은 표정을 하고 있으니 애가 겁에 질렸잖아.”손기욱은 부드러운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밤새 잠도 못 자고 궁까지 다녀와서 피로해서 그래.”말을 마친 그는 서주행을 힐끗 노려보며 비아냥거렸다.“자넨 참 이 아이에게 극성이란 말이야.”“난 연경이 오라비야. 예법대로라면 자네도 내게 형님이라 칭해야 하지. 연경아, 안 그러니? 그렇다고 생각하면 머리만 끄덕이면 된다.”자신보다 한살 어린 서주행을 손기욱이 형님으로 부를 일은 없었다.“그동안 쌀밥을 많이 먹더니 키는 안 자라고 낯가죽만 두꺼워졌군.”연경은 탕약 그릇을 내려놓고 입을 가리며 웃었다.서주행은 뒤늦게야 말뜻을 알아차리고 받아쳤다.“전장에 나가면 자네는 그 세치혀만 가지고도 적을 죽일 사람이야.”“과찬일세.”손기욱은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했다.서주행은 오래 머물지 않고 그릇만 들고는 나가 버렸다.한편 새해가 되니 잠시나마 얌전히 지내던 손유민은 송지운과 함께 명절 인사를 드리러 경양 후작가로 향했다.그러다 가는 길에 얼굴에 퍼렇게 멍이 든 배육진과 마주치고 급히 마차를 세웠다.“형님, 어쩌다 이리 되셨습니까?”배육진은 손유민과 마주치자 그날의 악몽이 떠올랐다. 어떻게든 살기 위해서 케케묵은 지난 일을 털어놓긴 했는데 그날의 흔적을 모조리 지우고 싶었다.손기욱은 현재 폐하의 무한한 신뢰를 얻고 있는 유명인사이니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될 존재였다.배육진은 손유민을 조용한 곳으로 끌고 가서 물었다.“너 일전에 내게서 그 약을 받아간 적 있었지? 그건 네가 호기심에 달라고 한 것이고 알려져서 좋을 게 하나도 없으니 다 쓰고 약을 쌌던 유지는 잘 처리했겠지?”손유민은 가슴이 철렁하여 다급히 물었다.“형님, 그건 왜 갑자기 물으십니까?”배육진은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아버지께서 내게 좀 조용히 살라고 경고하셨다. 네 아비가 그 일을 알고 또 우리 집까지 찾아와서 내가 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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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연경은 새해 닷새째가 되는 날에 후작가로 돌아갔다. 향란은 그녀를 보자마자 멀리 떨어져서 방 안으로 들지 못하게 가로막으며 따지듯 물었다.“풍한은 다 나은 거야? 대체 얼마나 심하게 앓았기에 장씨 어멈이 널 서쪽 빈 별채로 가서 지내게 했다며?”며칠간 장씨 어멈이 직접 음식을 나르고 향란과 청하가 번갈아가며 풍한 탕약을 달였기에 아무도 연경이 후작부를 떠나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연경은 복주머니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다 나았어요. 새해 복 받으세요, 향란 언니.”향란은 그제야 활짝 웃으며 그녀를 안으로 들여보내 주었다.세 사람은 큰 침상에서 같이 잠을 잤는데 자리에 있어야 할 연경의 이불이 보이지 않았다.방으로 돌아온 청하가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네가 며칠 돌아오지 않아서 이불을 치웠어.”연경은 장롱에서 이불을 꺼내 원래 자리에 폈다. 그 모습을 본 향란이 눈을 흘기며 눈치를 주었다.“내 자리 차지하지 말고 넌 맨 안쪽에서 자.”이때, 한 어린 시종이 안으로 들어오며 말을 전했다.“연경아, 태복님이 매화당으로 부르셔.”향란은 입을 삐죽이더니 길을 비켜주었다.연경은 가는 길에 옷매무시를 정돈하고 그믐날에 그가 사준 선물들을 떠올리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손기욱은 그동안 그녀를 백초당에 남겨두고 바쁘게 보내다 보니 새해 첫날 잠깐 본 이후로 다시 만난 적이 없었다. 그믐날 보았던 불꽃 축제는 죽다 살아온 그녀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되었다.그러나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손유민을 보자 그녀의 표정도 순간 굳었다.연경은 공손히 예를 행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손유민의 뒤쪽으로 가서 섰다.손기욱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고는 고저 없는 담담한 목소리로 손유민에게 물었다.“또 무슨 핑계를 댈지 어디 들어나 보자꾸나.”손유민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손기욱은 그의 얼굴에 대고 유지를 던졌다. 손유민은 구겨진 유지를 펼쳐보았다. 역시나 배육진에게서 받은 그것이었다.비록 그동안 노심초사하며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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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그녀는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절절히 고했다.“나으리, 소인은 억울합니다! 소인은 아무것도 몰랐습니다!”“네가 왜 몰라? 약은 네가 배육진의 시종에게서 받아오지 않았더냐?”연경은 안색이 하얗게 질려서 소리쳤다.“소인이 받은 건 분명히 벼루였습니다!”주인이 심부름을 시키는데 시종이 거절할 수는 없었다.“너는 일만 생기면 나약한 여자한테 책임을 떠넘기는구나. 참으로 뻔뻔하기도 하지. 곤장 스무 대를 칠 것이다. 허나 과거시험이 곧 다가오니 시험이 끝난 후에 매화당으로 와서 죗값을 치르거라.”손유민은 순간 눈앞이 아찔했다. 곤장 스무 대면 맞아 죽을 수도 있었다.“제가 과거시험에서 급제하고 곤장을 맞는다면 궁으로 가서 폐하를 알현할 수 없게 되니 다시 생각해 주십시오.”“하!”손기욱은 냉소를 지었다.분명 아무 말 안 했는데 손유민은 수치심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는 속으로 무조건 급제해서 이 늙은 호랑이의 기세를 죽여주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그때가 되면 노부인이 어떻게든 해줄 것이다.손유민이 물러간 후, 손기욱은 비웃음 가득한 얼굴로 연경을 바라보며 물었다.“이제 네가 준비한 거짓말을 읊어 보거라.”연경은 결백을 증명할 길이 없으니 애초에 증명하기를 포기했다.태복이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가자 연경은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 무릎걸음으로 한보 한보 손기욱에게 다가가며 말했다.“일전에 도련님께서는 소인을 끌고 가산 동굴로 들어가셨다가 들키니 소인이 먼저 유혹하였다 하였습니다. 죽림 연회에서 손님이 제게 무례한 짓을 범했을 때 나으리께서 화를 내시니 도련님은 소인이 발을 헛디뎌서 넘어질 뻔한 거라 하였습니다. 작은 마님께서 큰눈이 내리던 날 소인에게 눈을 쓸라 명하였다가 추궁을 받으니 소인이 자청해서 한 거라 하였습니다.”지난 사건들이 눈앞을 스치자 손기욱의 눈빛도 흔들리기 시작했다.가녀린 여인은 무릎걸음으로 그의 앞에 다가가 상심한 듯 어깨를 떨기 시작했다.손기욱은 애써 시선을 피했다.“도련님과 작은 마님께서 소인을 어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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