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그녀는 투박하고 거친 무장에게 딱히 호감이 없었다. 그러나 그날 면사포 미인을 감싸던 그의 모습이 떠오르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뛰었다.그녀는 곁눈질로 연경을 힐끗 보더니 물었다.“꽃등을 보는 걸 좋아하나 보구나?”연경은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예, 너무 예뻐요! 아씨 덕분에 일개 시종인 제가 이런 사치를 누려보네요! 꽃등이 정말 많네요! 마치 대낮처럼 밝아요!”기요는 경멸에 찬 눈빛으로 시선을 거두었다.‘저속하고 미천하기 짝이 없네.’그녀는 오만하게 고개를 들고 한마디 읊조렸다.“고목에 걸린 꽃이 눈부신 빛을 자아내니 밤이 오지 않는 세상이 따로없구나.”“역시 아씨는 경셩제일 재녀답네요. 이 짧은 시간 안에 이리도 아름다운 시조를 생각해내시다니, 대단하십니다!”기요는 그녀의 수다스러움에 질려 시종에게 말했다.“좀 피곤하구나. 저쪽에 가서 쉬고 있을 테니 넌 이 아이와 함께 구경을 다니거라. 혹여 마음에 드는 게 보이면 사서 주고.”마치 선심을 쓰듯이 오만방자한 말투였다.연경이 또 호들갑스럽게 아첨을 쏟아내자 기요는 혐오스럽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렸다.그녀는 더 이상 이 시종을 자신의 마차와 동행하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시종을 시켜 마차 하나를 더 빌려오게 했다.연경은 꽃등을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지금 상황으로 보면 기요가 차후에 손기욱의 정실 부인이 되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았다.그녀는 송지운보다 고상함을 추구하는 사람이라 일개 통방 시녀를 갈구고 괴롭힐 사람은 아니었다.기요의 시종은 연경보다 더 꽃등을 좋아해서 눈 깜짝할 사이에 연경보다 몇 걸음 앞서 걸었다.연경은 대체 이게 누굴 위한 나들이인지 헛웃음이 나왔다.그렇게 그 시종을 따라가려는데 옆에서 사람들이 몰려들며 밀려나고 말았다.시종을 부르려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다가와 그녀의 손목을 덜컥 잡더니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마님께서 꼭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신다. 어서 나랑 가자!”연경을 잡은 사람은 경양 후작 부인 신변의 어멈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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