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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시녀의 생존수칙: Chapter 241 - Chapter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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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1화

연경은 딱히 잘못한 게 없었다. 그러나 손기욱이 그녀를 위해 강씨 어멈을 다시 불러온 게 잘못이라면 잘못이었다.노부인은 아들이 들으면 또 사이만 멀어질 것 같아 병풍 뒤를 살피고는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강씨 어멈은 그제야 연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다들 앉으시지요.”큰댁 노부인과 둘째네 노부인은 눈을 흘기며 싸늘히 말했다.“어멈은 참 편하게 구는군. 마치 자기가 주인이라도 된 것처럼 말이야.”강씨 어멈은 말없이 그들을 힐끗 바라만 보았다.연회가 시작되자 사람들은 손유민에게 축복의 말을 전한 후, 식사를 시작했다. 남자들 상은 술잔이 오갔으나, 여자들 상은 쥐 죽은 듯이 고요하고 이따금 젓가락이 쟁반에 부딪치는 소리만 들렸다.매번 소리가 들릴 때마다 강씨 어멈은 미간을 찌푸렸다.소리를 낸 쪽은 모두 큰댁과 둘째네 며느리들이었다. 강씨 어멈이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연경은 오히려 누구보다 단정하고 우아하게 식사하고 있었다.결국 노부인은 중도에 수저를 내려놓았다.“난 입맛이 없어 이만 일어날 테니 천천히들 드시게.”큰댁 노부인도 그 모습을 보고 아쉬운 대로 수저를 내려놓았다.“나도 입맛이 없네.”둘째네 노부인도 조용히 수저를 내려놓았다.노부인 세 분이 나가시니 다른 여인들은 몰래 강씨 어멈을 바라보며 소근거렸다.“할머니께서 영 아니꼬운 어멈이 있다고 했는데 저 사람인가 봐요.”“노부인들이 다 나가셨는데 대체 무슨 염치로 계속 저기서 밥을 먹고 있는 거죠? 저라면 창피해서 빨리 자리를 떴을 텐데요.”“한낱 유모 따위가 무안 후작가에서 주인 행세를 하네요.”연경은 조용히 밥을 먹으며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 노부인은 큰댁과 둘째네 사람들을 대놓고 귀찮아하는데도 이들은 자신들이 후작가에서 주인인양 행세하면서도 남을 비웃고 있었다. 적어도 강씨 어멈은 손기욱의 초대를 받고 오신 분이었다.듣다못한 강씨 어멈이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식사 시에는 말을 삼가해야 하는 게 예법이거늘, 자네들 중에 반 이상이 내게서 예법을 배운 사람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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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화

아진이 생긋 웃으며 말했다.“행동거지도 대범하고 예의도 바르고 사람들이 저희를 비웃을 때 불쾌한 표정을 지으시며 따라 웃지도 않으셨어요.”연상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나으리는 안목이 뛰어나신 분이니 연 이랑도 보기엔 괜찮은 분으로 보입니다.”강씨 어멈도 고개를 끄덕였다.“겉보기엔 괜찮아 보이는데 사람 마음은 시간이 지나야 안다고 한동안은 더 두고보자꾸나. 나으리께서 이렇게까지 정성을 쏟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어야 할 텐데, 지난번처럼….”노인은 말을 하다 말고 한숨을 쉬었다.한편, 금수원으로 돌아온 송지운은 방 안에 놓인 상자를 보고 불쾌한듯 오만상을 썼다.그 모습을 본 지연도 입을 삐죽였다.“대체 사람을 뭐로 보고 이딴 걸 선물이라고 가져왔을까요?”송지운도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축복이라고 하면서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이런 걸 주다니. 큰댁과 둘째 숙부네는 날 얼마나 쉽게 생각하시겠어? 나으리의 유모라고 하더니, 내 뱃속의 아이까지 무시하는 게지.”“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도련님께서 최근 밤을 새우며 열심히 글공부를 하시니 분명 장원급제할 것이고 그때가 되면 아무도 저희 금수원을 무시하지 못할 거예요!”송지운은 그제야 표정을 풀었다.“그래. 도련님께서 최근 수고가 많으시긴 하지. 숙취 해소탕은 끓였느냐? 부엌에 드실 것 좀 준비하라 하거라. 안 봐도 술만 드시고 안주도 잘 안 집으셨을 텐데….”한참 후, 손유민이 시종들의 부축을 받으며 돌아왔다.송지운은 친히 그의 얼굴을 닦아주고 지연을 시켜 숙취해소탕을 가져오게 했다. 눈을 뜬 손유민은 상자를 보자 혐오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잘 돌아오셨습니다. 이 떡은 어찌 처리할까요? 조금 드시렵니까?”송지운은 버리려다가 그래도 손유민의 의견을 물어보기로 했다.손유민이 코웃음 치며 말했다.“용의백부의 부마가 과거시험 볼 적에 그 댁 할머니께서 뭘 선물하셨는지 아느냐? 필중의 의미로 떡과 함께 옥붓을 선물하셨다.”송지운이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 남들은 귀하게 생각할지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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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화

태복은 난감한 얼굴로 그의 눈치를 살폈다.손기욱은 태복의 손에 들린 물건을 보더니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졌다.“이건 어멈께서 금수원에 선물하신 것 아니냐?”태복은 그제야 사실을 고했다.“도련님 내외가 돌아가시고 얼마되지 않아 금수원 시종이 나와서 이걸 버리더군요. 좀 아닌 것 같아서 가지고 왔는데 어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만약 연경이 귀띔하지 않았더라면 금수원에서 선물을 묻은 것도 몰랐을 것이다.“어멈은 이 일을 아느냐?”태복은 고개를 저었다.“모르십니다. 어멈은 희운각에서 쉬고 계시는데 굳이 기분 상하게 해드리고 싶지 않았습니다.”손기욱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이걸 들고 금수원에… 아니다, 그것들을 송학당으로 부르거라.”태복은 한참 생각해서야 그것들이 손유민 부부를 가리키는 말임을 깨달았다.연경은 미리 준비한 숙취해소탕을 들고 밖으로 나오며 그에게 물었다.“나으리, 또 나가시는 겁니까? 이 탕부터 드시고 가세요.”손기욱은 손사래를 치고는 서란에게 그릇을 넘겨주고 연경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가자. 내 재미난 구경을 시켜주지.”연경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구경이라뇨?”“가보면 알아.”연경은 손유민 부부가 돌아가자마자 선물을 버릴 줄은 예상하지 못하고 밤 나들이를 나가는 줄 알고 따라나섰다가 송학당 앞에 도달해서야 뭔가 일이 났음을 깨달았다.손유민 부부는 쉬려고 침상에 눕자마자 태복에게 불려왔다.노부인은 줄줄이 안으로 들어서는 그들을 보고 불쾌한 어투로 물었다.“또 무슨 일이냐?”손기욱은 태복과 장씨 어멈을 제외한 모두를 물리고는 입을 열었다.“오늘 기분 좋아 술 몇 잔 들어갔더니 기분 좋은 일이 생각나서 말입니다.”손유민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 어깨를 흠칫 떨었다.“어머니, 작년 연회 때 누가 제 술에 약을 탔는지 아십니까? 그 범인을 제가 잡아왔습니다.”노부인은 의아한 눈길로 아들을 보며 물었다.“갑자기 지난 일은 왜 들쑤셔? 기분 좋은 일이란 게 그 말이었니? 뭔 좋은 일이라고?”손기욱이 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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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화

“이 사람 말이 맞습니다. 제가 돌아가면 꼭 그걸 먹고 장원급제하여 무안 후작가의 이름을 널리 알리겠습니다!”손유민도 큰소리로 좋은 말을 늘어놓으며 어떻게든 노부인과 손기욱의 환심을 사려 했다.그러나 손기욱은 냉소만 지을 뿐이었다.연경은 이제 그가 뭘 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손유민 부부는 이미 그걸 버렸고 손기욱은 이 기회를 빌어 강씨 어멈 대신 화풀이를 하려는 거였다.“우리 후작가 저택이 풍수가 좋은지 길을 가다가 이런 걸 발견했다더구나.”태복은 조용히 다가와 떡 상자를 손기욱의 손에 쥐여주었다.손유민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것을 바라보았다.송지운도 숨이 턱 막혔다. 분명 버리라고 했는데 저게 어떻게 시아버지의 손에 들어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분명 금수원에 첩자가 있어!’손기욱은 싸늘한 눈길로 손유민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눈을 크게 떠도 네 단추구멍만한 눈이 더 커지지 않아. 물론 자괴감을 가질 건 없지. 넌 날 닮은 구석이 전혀 없으니.”노부인도 그의 의도를 알고 불쾌한듯 말했다.“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그런 말장난을 하느냐!”손기욱은 떡을 연경의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가서 우리 아들에게 안에 뭐가 들었는지 보여주거라.”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던 손유민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연경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지만 유독 노부인만 경황이 없어 떡상자만 바라보고 있었다.상자 안의 떡을 반으로 가르자 안에서 찬란한 금 붓이 나왔다. 정교하게 조각한 붓대는 딱 봐도 값진 것으로 보였다.손유민은 순간 짜증이 치밀었다. 왜 귀한 걸 굳이 안에 숨긴단 말인가?그러나 어쨌든 자신이 버렸다고 시인할 수는 없었다.“나으리, 작은 마님에게 선물한 상자에 벼가 들었는데 이게 무슨 의미인가요?”연경은 귀한 금붓을 손에 쥐고 절대 손유민의 손에 돌아가지 않기를 바랐다.손기욱은 강씨 어멈이 추레한 선물을 할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정성을 들였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그 역시 흥미가 돋아 상자 속 벼이삭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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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화

물론 연경은 고의로 늦게 치운 거였다.그녀는 무안 후작가에서 기댈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태복을 시켜 금수원을 감시하라고 한 것도 강씨 어멈이 손유민 부부의 본모습을 빨리 알아차리고 차후에 충돌이 생겼을 때, 저쪽 편에 서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강씨 어멈은 연경이 황급히 가리는 금붓과 바닥에 널브러진 보자기를 보고 바로 상황을 알아차렸다.노인은 담담한 눈길로 손유민을 힐끗 바라만 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왜 정성을 들여 귀한 선물을 추레하게 포장하였냐고 하면 나름대로의 뜻이 있었다.만약 손기욱의 양자와 며느리가 품행이 단결하고 재물에 집착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들을 축복해 줄 것이고 만약 그들이 재물에 눈이 멀어 욕심만 부리는 이기적인 자들이라면 이 선물들이 그들의 시험이 될 것이다.“너희는 이만 돌아가 보거라. 이틀 후면 과거시험인데 돌아가서 푹 쉬고 잘 준비하거라.”노부인은 손사래를 치며 손유민 부부를 물렸다.노부인은 강씨 어멈이 후작가를 떠나기 전 한 말이 있었다. 후작가는 어멈 하나 없다고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나날이 번창할 거라 말했던 것이다.그래서 손자와 손자며느리가 아무리 못나도 강씨 어멈 앞에서는 추태를 보이고 싶지 않았다.손기욱은 두 어르신이 할 얘기가 있음을 알고 연경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송학당을 나서고 얼마되지 않아 손기욱은 의미심장한 눈으로 연경을 바라보았다.연경은 그의 손을 잡고 먼저 잘못을 시인했다.“소첩을 벌하여 주십시오.”손기욱이 물었다.“왜지?”“소첩은 그 물건들을 어멈에게 보여드리면 안 됐습니다. 이기심에 그랬던 게 맞아요. 저는 어멈이 도련님께서 어멈의 성의를 버렸다는 것을 아셨으면 했어요. 나중에 충돌이 생기면 그분들이 성실하지 못하다는 것을 아시고 그들의 편에 서서 저를 비난하지 않았으면 했어요.”연경은 다소 서글픈 어투로 속심을 말했다.손기욱은 부드럽게 그녀의 눈가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내가 왜 그걸 어멈에게 보여주기 싫었는지 아느냐?”연경은 죄책감에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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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화

연경은 잠깐의 입맞춤으로 끝낼 생각이었지만 어느새 사내의 긴 팔이 그녀의 허리를 휘감았다.곧이어 뜨거운 입맞춤이 이어졌다.연경은 머리가 어지러워 언제 자신이 큰 나무에 등을 기댄지도 모르고 그의 열정을 받아냈다.며칠 동안 각방을 쓴 두 사람이었기에 더욱 쉽게 불타올랐고 손기욱은 미쳐버릴 것 같았다.“쿨럭!”태복의 연이은 기침소리가 들려서야 손기욱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연경을 놓아주었다.연경은 입술이 퉁퉁 부은 채로 멍하니 서서 그가 흐트러진 머리칼과 옷매무시를 정돈해 줄 때까지 가만히 있었다.뒤돌아선 손기욱은 그제야 어느새 등 뒤로 다가온 강씨 어멈과 연상을 보았다. 연경도 화들짝 놀라며 얼굴을 붉혔다.강씨 어멈은 불쾌한 눈으로 손기욱을 힐끗 보고는 그들에게 다가섰다.연경은 혼이 나는 줄 알고 고개를 푹 숙였다.강씨 어멈은 근엄한 목소리로 호통쳤다.“나으리, 이건 예법에 맞지 않는 행위입니다. 뭐가 그리 급해서 침소도 아닌 밖에서 이런 추태를 보인단 말입니까? 나으리께선 좋아서 한 행위이지만 옆사람은 이랑을 어찌 생각할까요? 여긴 송학당으로 통하는 길목입니다! 노부인과 아드님 부부가 그 모습을 본다면 더욱 이랑을 하찮게 여기고 박대할 것입니다!”연경은 안색이 하얗게 질리고 손기욱도 왠지 죄책감이 들어 덤덤히 말했다.“어멈 말씀이 맞습니다.”강씨 어멈은 강직하지만 고집스러운 그의 성격을 알고 있기에 더 호되게 꾸짖은 거였다. 그가 먼저 원한 게 아니라면 절대 조금 전의 상황이 펼쳐지지 않았을 것이다.손기욱이 진심으로 잘못을 시인하니 어멈도 이내 표정을 풀었다.“앞으로는 때와 장소에 주의하십시오.”말을 마친 노인은 연경에게 시선을 돌렸다.“내일 노부인께 문안을 드리고 바로 내 처소로 오게.”“알겠습니다, 어멈.”손기욱은 어멈의 뒤에서 걸으며 자연스럽게 연경의 손을 잡았다. 그러나 연경은 어멈의 훈계를 떠올리고 그의 손을 뿌리쳤다.처음엔 그녀도 손을 잡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그게 아니었다.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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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화

연경은 비록 몰래 예법을 배우긴 했지만 십여 년 시종 생활을 한 사람이라 비굴함이 몸에 배어 있었다. 아무리 고치려고 해도 가끔 방심하는 사이에 습관처럼 나오는 게 있었다.송지운은 회임을 핑계로 좀 배우다가 옆으로 나앉아 진땀 빼는 연경의 모습을 구경했다.“자세가 틀렸네. 다시 하게.”송지운은 한참 구경하다가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비웃듯 말했다.“사실 이랑은 한때 시종 출신이랍니다. 고생 좀 하겠어요.”그녀는 연경을 보니 저도 모르게 모든 불쾌감을 연경에게 쏟아내기 시작했다.송지운은 강씨 어멈이 연경을 못마땅하게 생각해서 일부러 그녀를 괴롭히는 거라 착각했다.강씨 어멈은 이번에는 바른 자세로 앉은 연경을 보고는 굳은 표정으로 송지운에게 말했다.“작은 마님, 말은 적게 하고 귀는 열라 하였습니다. 대놓고 사람을 비웃는 건 교양 없는 행위예요.”송지운은 눈을 부릅뜨며 반박했다.“사실을 말해도 안 되나요?”강씨 어멈이 차갑게 말했다.“지금 연 이랑은 어떤 신분이죠?”송지운은 그제야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아버님의 이랑이죠.”“비록 정실은 아니더라도 작은 마님에겐 웃어른입니다. 웃어른을 비웃는 것이 교양 있는 행위입니까?”말문이 막힌 송지운은 그 뒤로는 한마디도 하지 않더니 몸이 불편하다는 핑계를 대고 금수원에 돌아갔다.잠깐의 휴식을 틈타 연경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작은 마님은 회임한 몸인데 굳이 지금 예절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을까요? 혹여….”연경은 이렇게까지 말하면 강씨 어멈이 알아들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수법은 강씨 어멈에게 통하지 않았다.“자넨 나으리의 사람이네. 그분이 정실 부인을 들이기 전까지는 자네가 대신 그분을 내조하며 번뇌를 덜어드려야지. 집안이 화목해야 일도 잘되는 법이네. 여인들끼리 화목해야 후작가가 번창할 수 있다는 말이지. 양자 부부가 속을 썩이면 자네가 나서서 단속해야지 저 혼자 살겠다고 뒤에 숨어 지내서는 안 된단 말이네.”연경은 쓴웃음을 지었다.“어멈도 들으셨잖습니까.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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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화

경양백부는 지금 혼돈의 도가니라 풍 이랑 모자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고 송육진은 매우 순조롭게 연경의 서신을 받아볼 수 있게 되었다.서신을 다 읽은 그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어머니, 양씨 가문에 좀 다녀와야겠어요.”“그 댁 사람들은 우리 집안 사람만 보면 빗자루를 들고 내쫓는데 넌 다리도 성치 않으면서 그냥 가지 말거라.”송육진은 고개를 저었다.“누님이 제게 일석이조의 방법을 가르쳐 주셨어요. 아버지에게는 형님 대신 사정하러 간다고 하고 그 집에 가서는….”얘기를 들은 풍 이랑도 눈을 반짝였다.“좋은 방법이구나. 하지만 그 댁 사람들이 과연 말을 안 할지….”“정직하고 선량하신 분들이니 저희가 도움을 준다면 오히려 저희에게 감사하겠죠.”풍 이랑은 한참 주저하다가 경양백을 찾아가 송육진의 생각을 말하고 어린 동생이 형님을 걱정하여 양씨 가문에 다녀오고 싶다고 전했다.경양백은 다리를 다친 어린 소년에게까지 빗자루 들고 내쫓진 않을 것 같아서 흔쾌히 수락했다.물론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았다. 사실 상 송육진도 송선준을 도우러 간 게 아니었으니, 다음날 아침 관아에서 송선준을 찾아왔다.송선준이 관아에 끌려오자 양옥경은 시종을 시켜 커다란 꽃병을 내놓으며 고했다.“판관 나으리, 이게 바로 송선준이 제게 던진 꽃병입니다. 공정한 판결을 내려주십시오.”송선준과 경양백 부인은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피 묻은 꽃병은 진작에 부숴서 파편까지 모조리 처리했는데 저게 진짜일 리가 없었다.관아의 포졸들이 증거를 가져가고 심문이 몇 마디 오가자, 다급해진 경양백 부인이 소리쳤다.“허튼소리! 네게 던진 꽃병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는데 저게 무슨 증거란 말이냐!”송선준도 이를 갈며 소리쳤다.“양옥경! 감히 가짜 증거를 관아에 들이밀어? 내가 네게 던진 꽃병은 분명 저것보다 길고….”양옥경은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며 고했다.“송선준은 이미 제게 상해를 입힌 일을 제 입으로 시인하였으니 판결을 내려주십시오!”순간 경양백 부인은 숨이 턱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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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화

양씨네 저택.양옥경의 세 형수는 혼수품 목록을 시부모님에게 전했다.“정리를 하다 보니 부족한 게 많아서 사람들 다 보는 곳에서 부족한 물품들을 따로 적었습니다.”양 부인은 기가 차다는 듯이 말했다.“시집 보낸지 얼마나 되었다고 뭐가 없어진 게 이리 많아?”양옥경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경양백부는 겉보기만 번드르르하지 재정은 바닥난 상태였어요. 송선준은 그래도 세자라고 쓰는 것 먹는 것 모두 최상으로 요구하다 보니, 시어머니는 제게 부인으로서 부군을 잘 내조해야 한다며 눈치를 주더라고요. 그래서 수시로 혼수에서 꺼내 생활비에 보탰어요.”“정말 뻔뻔하기 그지없는 것들이구나!”양옥경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송선준이 고리대금을 놓은 본전도 대부분은 제게서 가져간 혼수에서 나온 거예요. 그래서 일이 나니 모든 죄명을 제게 뒤집어씌웠죠. 제게 여인의 명성은 그리 중요하지 않고 부군이 살아야 두 사람이 산다고 했어요.”일전에 부모님이 한사코 이혼에 동의하지 않으니 양옥경도 차마 못 꺼냈던 말이었다.그러나 일이 이렇게까지 된 이상, 숨길 이유가 없었다.얘기를 들은 가족들은 분노를 참지 못했다. 세 형수들은 어떻게든 혼수품을 모두 돌려받아야 한다고 치를 떨었다.그러나 양 대인은 근엄한 목소리로 며느리들을 불러세웠다.“얘기는 다 들었다. 이혼이 잘 마무리되었으니 부족한 혼수는 굳이 찾아가서 돌려받을 것 없어.”“아버님, 이대로 놈들에게 주기는 너무 아깝지 않습니까!”양 대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개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면 사람을 물게 되는 법이야. 혼수품은 증인도 있고 부족한 목록도 있으니 차후에 추궁해도 늦지 않다. 우리가 조용히 있으면 그쪽에서도 찔리는 게 있으니 나중에 옥경이가 혼처를 알아볼 때도 나서서 방해하지 못할 거다.”세 며느리는 그제야 이성을 되찾았다.둘째 며느리가 감탄하듯 말했다.“그 집 막내 도령이 아니었으면 일이 쉽게 해결되지 않았을 거예요.”맏며느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경양백부는 지금 세자의 자리가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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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화

그렇게 그는 그대로 식탁에 다가가서 국그릇을 들고 마시기 시작했다.잠시 후, 고개를 돌린 그가 물었다.“와서 어깨라도 주무르지 않고 멍하니 왜 서 있어?”연경은 얼굴을 붉히며 잠옷을 그의 어깨에 걸쳐주었다.“아직은 초봄이라 공기가 찹니다, 나으리….”“난 몸에 열이 많아서 그럴 필요 없다.”손기욱은 잠옷을 의자에 던져버리고는 어깨를 툭툭 쳤다.연경은 하는 수없이 다가가 그의 어깨를 부드럽게 지압하기 시작했다.그를 위해 지압을 해주는 것이 이번이 처음도 아닌데 대놓고 웃통을 까고 있으니 연경은 저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렸다.그녀는 애써 그의 우람진 근육에서 시선을 거두고 어깨만 바라보았다.분명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는데 그의 몸은 마치 난로처럼 뜨겁고 어깨는 넓고 단단했다.연경이 시선을 내리자 넓은 등근육이 눈에 들어왔다. 연경의 눈에 오른쪽 어깨부터 허리까지 쭉 이어진 긴 흉터가 보였다. 상처는 이미 옅어져서 잘 보이지 않지만 우람진 등 근육에 흉터까지 더해지니 야성미가 넘쳤다.연경은 멍하니 흉터를 바라보다가 안쓰러운 마음에 그곳을 쓰다듬으며 물었다.“오른쪽 어깨가 늘 뻐근한 것은 이 상처 때문인가요?”두 사람은 수도 없이 많이 서로를 탐했지만 그의 등을 자세히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손기욱은 연경의 손이 상처에 닿았을 때부터 감정이 북받쳤다.그는 짤막하게 답했다.“그래.”뭔가를 억누르는 것 같은 목소리였다.연경은 괜히 그의 기분을 나쁘게 만든 것 같아 평소보다 더 조심스럽게 어깨를 지압했다.국그릇을 내려놓은 손기욱은 자연스럽게 연경의 허리에 팔을 두르며 건장한 팔근육을 드러냈다.그러나 연경의 온 신경은 지압에 집중되어 있었다.손기욱은 한참을 기다려도 그녀가 별다른 반응이 없으니 고개를 들어 연경을 바라보았다. 너무 봐서 적응된 것인지, 볼이 약간 상기되어 있는 것 외에 눈빛은 말갛기만 했다.손기욱은 괜히 심통이 나서 불평을 토로하려다가 말을 돌렸다.“내일부터 과거시험이 시작될 것이다. 며칠 동안은 바쁠 테니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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