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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시녀의 생존수칙: Chapter 271 - Chapter 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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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1화

손기욱은 단잠을 자다가 태복의 부름을 듣고 잠에서 깼다.연경이 금수원에 불려가고 거기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그는 옷을 갈아입을 틈도 없이 장화만 신고 이곳으로 달려왔다.그는 연말 화재 현장에서 불길 속에서 뛰어오던 연경의 모습이 떠올라서 불안했다.그러나 이번에는 불길을 뚫고 달려 나오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나으리! 일단 불이 난 이유부터 듣고 오시죠.”태복은 그가 또 불길로 뛰어들까 두려워 다급히 그의 팔을 잡았다.그러고는 지나가던 시종을 불러 불이 난 까닭을 물었고 인명 피해가 없다는 말을 듣고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손기욱이 달려왔을 때, 화재는 거의 진압된 상황이었다. 손기욱은 연경이 안방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잠옷을 입은 채로 안으로 들어갔다.안방에 있던 여인들은 연경을 꽉 껴안은 그의 모습을 보고 다급히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태복은 이곳으로 오기 전에 시종을 시켜 챙겨오게 한 망토를 가지고 안방으로 들어와 다급히 그의 어깨에 걸쳐주었다.“나으리께서 금수원에 화재가 났다는 얘기를 듣고 급하게 오시다 보니 옷을 갈아입는 것도 깜빡하셨습니다.”노부인은 불만 가득한 눈길로 아들을 쏘아보고는 물었다.“넌 언제 돌아왔어?”“나으리께서는 밤중에 돌아오셨습니다.”노부인은 굳은 표정으로 송지운을 돌아보았다.손기욱이 도착했으니 무턱대고 송지운을 감쌌다가는 괜히 아들의 불만을 살 수 있었다.송지운은 손기욱이 나타난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연경은 잠시 후, 그의 품을 빠져나와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는 얼굴을 붉히며 그를 살짝 밀쳤다.“나으리, 소첩은 괜찮습니다.”작은 소리로 말했지만 안방이 워낙 조용해서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모두의 귀에 전해졌다.연경은 얼굴을 붉히며 괜히 원망스럽게 손기욱을 바라보았다.이때,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강씨 어멈이 헛기침을 했다.손기욱은 그제야 어멈의 충고를 떠올리고 연경을 놓아주었다.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연경을 뒤로 숨기고는 송지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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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노부인은 싸늘하게 굳은 아들의 표정을 힐끗 보고는 입을 열었다.“안방 여인들끼리의 일은 내가 나서서 처리하면 된다. 사내인 네가 끼어들면 모양새만 빠질 뿐이야. 연 이랑, 어서 나으리를 모시고 돌아가거라.”“어머니께선 이 일을 어찌 처리하실 생각입니까?”노부인은 강하게 압박해 오는 아들을 보고 이 일을 쉽게 덮을 수 없음을 직감했다.“늙은 유모가 이미 모든 죄를 시인했으니 경양백부로 돌려보내 처리하게 해야겠지. 송씨는….”“송씨도 같이 돌려보내….”손기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작은 손이 다가와 그의 옷깃을 잡고 흔들었다.고개를 돌린 그는 의아한 눈길로 연경을 바라보았다.“나으리, 밤공기가 찹니다. 일단 옷부터 갈아입으시지요.”연경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송지운과 지연은 결국 전생의 운명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 시국에 송지운을 경양백부로 돌려보낸다면 송육진도 재앙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손기욱은 그녀가 할 말이 있다는 것을 알고 다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그는 성큼성큼 밖으로 향했다. 연경은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 난금해하는 다른 여인들의 눈길을 보고 다가가서 그의 망토를 잘 여며주었다.“나으리, 천천히 가십시오.”손기욱은 피식 웃고는 낮은 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안에 옷을 안 입은 것도 아닌데 뭘 그리 긴장하느냐. 어차피 다른 사람들이 내 몸을 볼 일도 없는데 말이다.”말은 그렇게 해도 그는 연경에게 이끌려 천천히 빈방으로 들어갔다.주변에 사람이 없자 그는 부랴부랴 그의 옷을 가져오는 연경에게 웃으며 말했다.“걱정 말거라. 부군의 몸은 너만 볼 수 있으니.”연경은 부군이라는 호칭에 당혹스럽게 그를 바라보았다. 한 번도 감히 바란 적 없던 호칭이라 저도 모르게 숨이 턱 막혔다.그녀는 이글거리는 그의 시선을 회피하며 중얼거리듯 말했다.“그건 당연한 것 아닙니까. 그럼 또 누구에게 보여주려 하셨습니까?”손기욱은 입가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넌 송씨를 어찌 처리했으면 좋겠느냐? 부군은 네 말만 듣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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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화

연경은 그가 왜 이러는지 몰라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손기욱은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물었다.“호칭을 바꾸기 싫은 것이냐?”“아니, 나으리… 그게 아니라… 뭐라 불러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서요.”손기욱은 원망 가득한 눈길로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연경은 큰 잘못을 한 어린애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손기욱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잘 생각해 보고 다음에 돌아올 때는 더 다정하게 불러주었으면 좋겠구나.”연경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그에게 물었다.“나으리, 송씨 사건을 소첩에게 처리를 맡겨주실 수 있을까요?”“소첩이라는 호칭은 쓰지 말라는데도.”연경은 그가 왜 이렇게 호칭에 신경 쓰는지 어리둥절했지만 그가 원하는 대로 말을 바꾸었다.“송씨 사건을 제게 맡겨주실 수 있으신가요?”“그래.”그의 허락이 떨어지기 바쁘게 연경은 문을 열고 아쉬운 표정의 그를 남겨둔 채 밖으로 나갔다.손기욱은 조금 기분이 상했다.그는 늘 그녀 생각뿐인데 그녀의 머릿속에는 늘 다른 생각으로 가득했다.그러나 결국 불만을 말하지 않고 그녀를 따라 밖으로 향했다. 다가가서 그녀의 손을 잡았지만 연경은 담담히 손을 뺐다.손기욱은 텅 빈 손바닥을 내려다보며 입술을 깨물었다.한편, 노부인은 큰댁과 둘째네 식솔들을 돌려보내고 강씨 어멈과 송씨만 방에 남겼다.노부인은 낙태한지 얼마 안 된 송지운을 배려해 의자에 앉아 기다리게 했다.그러고는 안으로 돌아온 손기욱과 연경을 보며 굳은 표정으로 권고했다.“아무리 괘씸해도 유민이의 처가 되는 아이다. 유민이가 집을 비운 사이에 함부로 처벌할 수는 없는 일이야.”손기욱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내 사람에게 불경을 저질렀다는 것은 후작인 나를 무시한 행위입니다. 이렇듯 안하무인인 며느리를 왜 어여삐 여겨야 하는 거지요?”송지운은 떨리는 목소리로 고했다.“아버님, 저는 아버님께 불경한 적이 없습니다.”손기욱은 그런 그녀를 싸늘하게 내려보내기만 했고 정수리에서 느껴지는 압박감에 송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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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4화

손기욱은 입술을 훔치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네가 기분 나쁘지 않게 잘 처리하거라. 난 이만 초소로 돌아가겠다.”강씨 어멈도 자리에서 일어섰다.“저도 나으리와 함께 나가겠습니다. 이랑도 일찍 돌아가서 쉬십시오. 오늘 수업은 내일로 미루지요.”연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을 배웅한 후, 노부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송씨는 일단 의원이 도착할 때까지 침소로 보내 쉬게 하는 것이 좋겠네요.”그녀는 고개를 돌려 유모를 바라보며 말했다.“어멈도 이만 일어나게. 노부인은 경양백부에 사람을 보내 경양백과 부인을 불러주십시오.”명월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송지운이 눈을 부라리며 따졌다.“그분들을 왜 부르시려는 거죠?”연경은 싸늘한 눈초리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그 시선을 마주하니 송지운은 괜히 등골이 오싹했다.연경은 송지운의 질문에 담담한 어투로 대꾸했다.“내 결정에 불만이 있다면 진작에 나으리께 말씀드릴 것이지. 만약 나으리께서 이 일을 책임지고 처리하신다 하셨어도 그렇게 따질 셈인가?”노부인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지운아, 이만 침소로 돌아가거라!”송지운은 이제 아무것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구슬픈 눈길로 유모를 바라본 후에 뒤돌아서 침소로 향했다.장씨 어멈은 채련과 지연을 가리키며 연경에게 물었다.“이랑, 이 둘은 어찌 처리할까요?”“지연도 부상을 당하였으니 일단 방으로 돌아가 쉬게 하세요. 이따가 의원을 따로 보내겠습니다.”연경은 침울한 눈길로 채련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채련은 송씨의 지시에 따라 악행을 저질렀으면서 지금은 송씨에게 분노를 느끼고 있으니 금수원에 계속 둘 수는 없을 것 같군요. 장씨 어멈의 가르침을 받은 시종들은 모두 본분을 잘 지키는 사람들이라고 하니 장씨 어멈이 이 아이를 좀 맡아주셨으면 합니다.”그녀의 결단은 조리정연하고 앞뒤가 맞아서 흠잡을 데가 없었다.노부인도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었다.“그런데 경양백 부부는 왜 부르라고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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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연경이 돌아가서 한 시진이나 쉬고 난 후에야 경양백 부부가 저택에 도착했다.연경도 느긋하게 준비하며 경양백 부부를 대청에서 기다리게 했다.백부인은 뒤늦게 대청으로 들어오는 연경을 보고 고개를 기웃거리며 불만을 토로했다.“노부인은? 무슨 일인데 아침부터 우릴 여기까지 부른 것이냐?”연경은 생글생글 웃으며 그들의 앞에 마주앉았다.“노부인은 밤중에 송씨 때문에 잠을 설치셔서 지금 쉬고 계십니다. 오늘 두분의 접대는 제가 맡았지요.”경양백 부인은 속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첩이 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중요한 손님을 단독으로 접대하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경양백은 그저 말없이 연경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이렇게 딸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는 건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이제 갓 성년이 된 딸은 그가 홀딱 반했던 젊었던 시절의 풍씨와 너무 닮아 있었다.연경은 그와 풍씨의 예쁜 구석만 닮고 태어난 아이였다.“송씨가 낙태를 하였습니다.”연경은 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 꺼냈다.경양백 부부는 충격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뭐라?”백부인이 펄펄 뛰며 따졌다.“회임한지 벌써 3개월이나 지났는데 낙태라니!”“지연이 송씨 이전에 회임한 것을 감추다가 최근에 발각되었습니다. 송씨는 그 아이에게 낙태약에 담갔던 게장을 먹게 하였지요.”연경은 그들이 충격을 받건 말건 중요한 부분만 간략해서 설명했다.경양백 부인은 눈앞이 캄캄하고 머리가 어질어질했다.송지운은 손유민의 과거시험에 꽤나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경양백 부부도 손유민이 과거 급제하고 관직에 오르면 앞으로 손유민 부부의 세를 빌려 반등할 희망을 품고 있었다.송선준은 세자의 자리와 완전히 멀어져 집안에서 폐인으로 살아가고 있으니 더 이상 기대를 할 곳이 여기뿐이었다.“나으리께서는 송씨가 저를 모함하였으니 이는 나으리에 대한 불경이며, 시댁 사람들 모두에게 죄책감을 심어줘서 앞으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주무를 의도라고 하셨습니다.”연경은 강씨 어멈이 가르친 대로 대범하고도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싸늘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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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그녀는 만약 시험을 보고 돌아온 손유민이 이 광경을 목격한다면 얼마나 충격을 받을지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전생에 그가 그녀를 물건처럼 사람들에게 조리돌림 시킬 때, 처음에는 반항도 해보고 배육진을 다치게까지 하였지만 손유민이 송지운 앞에서 그녀가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며 불평하자 돌아오는 건 송지운의 갖은 핍박과 괴롭힘뿐이었다.결국 송지운은 경양백 부인과 합세하여 칼로 어머니인 풍씨의 얼굴을 그었고 연경은 고통에 몸부림치는 어머니를 보고 하는 수없이 모든 기억이 떠올랐다고 시인하고 말았다.그때 송육진은 이미 두 다리를 잃은 후였다.어머니와 동생을 인질로 잡고 협박하니 연경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꼭두각시가 되어줄 수밖에 없었다.전생만 떠올리면 연경은 사무치는 분노와 증오심이 치솟았다.“안 되네!”경양백 부인은 당황한 눈길로 경양백을 바라보며 그가 나서서 한마디라도 해주기를 바랐다.그러나 경양백에게서는 너무도 무책임한 말이 들려왔다.“이는 후작가의 집안일인데 부인이 안 된다고 반대할 입장이 아니지 않소? 우리 집안에서는 모든 게 부인 마음대로 되겠지만 어찌 사돈댁에 와서까지 본인 의견만 내세우시오?”백부인은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연경은 생글생글 웃으며 경양백에게 말했다.“나으리 말씀이 맞습니다. 저는 백부인과 상의를 하려는 게 아니라, 이는 통보입니다. 경양백부는 새해부터 안 좋은 일이 너무 많이 발생했지요. 송씨가 후작가의 자손까지 시해하였으니, 저희 나으리의 심기가 무척 좋지 않으십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더 이상 이런 불란이 일어나지 않게 조심해주셨으면 합니다.”그녀는 이 시기에 풍 이랑과 송육진을 혈육으로 인정할 수 없었다.그러나 이런 식으로 경고를 줌으로써 백부인을 견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었다.할 얘기를 마친 연경은 미련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경양백 부인은 겨우겨우 금수원으로 가서 딸을 만날 수가 있었다.가는 내내 부인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송지운은 어머니를 보자 서러움에 울음을 터뜨렸다.“어머니,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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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7화

경양백 부부가 돌아가고 얼마되지 않아 연경이 금수원을 찾아왔다.송지운은 눈물을 머금고 원망 가득한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물었다.“다 네 년 짓이지? 날 이 꼴로 만들어서 속이 시원하니?”“의원은 자네가 이번 일로 몸이 많이 상하여 앞으로 회임이 어려울 거라고 하더군. 빨리 낫고 싶으면 눈물을 거두고 안정에 힘써야 할 거야.”연경은 송지운이야 악담을 퍼붓건 말건, 웃어른의 말투로 그녀를 훈계했다.송지운이 흔들리는 눈빛으로 물었다.“그 종년은 어찌 되었어?”연경이 서란에게 시선을 주자, 서란이 대신 답했다.“지연은 낙태약에 담근 게장을 먹고 근간을 상하여 더 이상 회임을 못할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하….”송지운은 웃음을 터뜨렸지만 전혀 기쁘지 않았다.서란이 계속해서 말했다.“작은 마님, 지연의 인신 계약서를 내놓으시지요. 후작가는 지연을 이리 박대할 수는 없습니다.”송지운은 분노에 차서 울부짖었다.“왜 그래야 하지? 그녀는 내 시종이란 말이다!”“백부인이 아직 대문을 나가지 않았을 게다. 서란아, 네가 가서 작은 마님의 뜻을 전하고 오렴. 서령 너도 송학당에 다녀오거라. 노부인께는 작은 마님이 내 결정에 불복하여….”연경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송지운은 이를 갈며 울부짖었다.“역시 다 네가 꾸민 짓이었어! 풍연경!”서란이 싸늘한 목소리로 경고헀다.“작은 마님, 말투에 주의해 주십시오. 엄연히 이제 이랑이 당신의 웃어른입니다!”“인과응보라는 말이 있지. 오늘 일어난 모든 건 자네가 쌓은 업보야. 요양 기간에 매일 반성하고 기도하여 새로운 사람이….”송지운은 가르치듯 말하는 연경의 말투가 마음에 안 들어 냉소를 지었다.“지금 너 따위가 내게 훈수를 두는 거야?”“나으리께선 아직 정실을 두지 않으셨고 난 그분의 첩실이자 자네의 작은 어머니로서 당연히 가르칠 책임이 있지. 서란, 넌 남아서 계약서를 받아오거라. 만약 일각이 지났는데도 작은 마님이 내어주지 않는다면 가서 경양백 부인을 다시 불러오거라.”연경은 더 이상 송지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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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8화

아현은 팔과 종아리에 화상을 입어 물집이 잡혔지만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다. 서주행은 연고와 약을 처방해 주고 담백한 음식을 위주로 먹으라고 당부했다.연경은 집중해서 들으며 말했다.“앞으로 네 음식은 내가 손수 만들어주마.”아현은 대수롭지 않게 손을 휘휘 저었다.“이랑, 너무 자책할 필요 없어요. 소인은 괜찮아요.”“내가 시킨 일을 하러 갔다가 변을 당했는데 당연히 내가 신경 써야지. 또 그런 말하면 앞으로 네게는 일을 안 줄 거야.”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하는 연경의 모습에 아현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아현은 이 아름다운 분을 또 울릴까 봐 두렵기도 했다.그래서 목청을 가다듬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예. 모든 건 이랑의 말씀에 따를게요.”연경은 그제야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말을 잘 들으면 앞으로 계속 맛난 걸 만들어 주마!”그녀는 고개를 돌려 다른 세 명의 시종들을 바라보며 정중히 말했다.“앞으로 무슨 일이 있든 간에 너희들은 목숨을 우선으로 생각하거라. 계획이 틀어져도 복구할 방법은 있단다. 아현이 이번에 사고를 당한 것에 대해 나는 참말이지….”연경은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아현이 지연을 살려서 끌고 나오지 않았더라면 결백을 증명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만약 다시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아현을 그 위험한 곳으로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연경은 자신에게 잘해준 사람들을 저버릴 수 없었다.서주행은 분위기가 무거워지자 장난스럽게 말했다.“미인이 이렇게 많은데 어찌 차라도 내어주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까? 어휴, 목 말라 죽겠네.”네 시종들은 부끄러워 얼굴을 붉혔다.곧이어 서령이 재빨리 차를 우려서 가져왔다.연경은 못 말린다는 듯이 그에게 말했다.“오라버니, 아현과 아민이는 아직 어린애들입니다. 그런 농은 하지 마세요.”“한창 예쁠 나이면 미인이지. 내가 뭐 틀린 말을 했어?”연경은 입씨름으로 그를 이길 수 없으니 얄밉게 흘겨보기만 했다.서주행은 그제야 두 손을 들며 항복했다.“되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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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화

손유민이 금수원으로 돌아가니 마중을 나온 사람은 채련뿐이었다.평소에 온화하고 다정한 귀공자를 연기하던 손유민일지라도 이번에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내 대체 누굴 위해서 그동안 힘들게 시험을 보고 돌아왔는데, 어찌 하나 같이 다 나를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것이냐! 할머니가 마중을 안 나온 건 그렇다 쳐도 너희들은 대체 뭘 한 거지?”채련은 눈시울을 붉히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도련님, 소인은 다시 도련님을 못 뵈는 줄 알았어요….”그녀는 의아해하는 손유민에게 그동안 금수원에서 발생한 일들을 이야기해 주었다.두 아이가 하루아침에 잘못되고 화재가 나 헛간과 객방 두 채가 탔으며 송지운은 금족의 벌을 받았다.지연과 채련은 목숨을 잃을 뻔하고 양아버지의 아름다운 첩실은 아이를 해친 범인으로 내몰렸다는 이야기였다.손유민은 들을수록 식은땀이 흐르고 눈앞이 캄캄해서 더 이상 불만도 얘기할 수 없었다.손기욱은 저녁 때가 되어 저택으로 돌아왔다. 그의 뒤에는 치풍과 네 명의 노인들이 따르고 있었다.그는 태복을 시켜 노인들을 객방에 안치한 후, 매화당으로 돌아갔다.초소로 돌아간 이후로 며칠만에 집으로 돌아오는 거라 한시라도 빨리 연경을 보고 싶었다.“왜 초소로 음식을 보내지 않은 거지?”손기욱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불만을 토로했다. 분명 달리기를 할 준비까지 다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연경의 도시락은 오지 않아서 불만이었다.연경은 그가 오늘 돌아오는 줄 알고 미리 음식과 목욕물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다.그동안은 어머니가 외실이 된 이유를 생각하느라 머리가 복잡하고 앞으로 어떻게 복수하고 동생과 어머니가 경양백부에서 권력을 잡게 도울지 계획을 정리하느라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소첩은 나으리께서 또 벌을 자청하실까 두려워 보내지 않았습니다.”“나으리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을 텐데?”연경은 조심스럽게 생각해둔 답을 꺼냈다.“나… 낭군님? 제가 선을 넘은 거라면… 벌은 달게….”손기욱은 불안에 떠는 그녀의 입술에 입술을 포개며 기분 좋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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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풍 이랑의 부모님은 절망한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오는 내내 이씨 부부의 온갖 비난과 악담을 들었지만 매번 들을 때마다 가슴이 찢어졌다.계속 말이 없던 이 부인이 눈물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내 아들은 교은이 하나만 바라보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부귀영화를 위해 내 아들을 죽음으로 몰았지요. 대체 무슨 낯짝으로 지금까지 살아 있는 건지… 만약 잘사는 티를 내 앞에서 내며 시건방을 떤다면 난….”이 부인은 떨리는 손으로 허공을 찔렀다.풍 부인은 말없이 울기만 했다. 옆방에서 얘기를 듣고 있던 연경의 안색도 하얗게 질렸다.손기욱은 다정하게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지만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그녀는 힘겹게 고개를 들고 애처롭게 손기욱을 바라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그런 게 아닙니다. 절대 그런 게….”그녀는 더 이상 모르는 척할 수 없었다. 어쩌다 어머니를 기억하게 되었는지는 나중에 다시 해명하기로 했다.그녀는 손기욱을 밀치고 옆방으로 가서 문을 열며 소리쳤다.“그분은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부귀영화를 위해 외실이 된 게 아니에요! 다 거짓말입니다!”오랫동안 기다렸던 진실이 눈앞에 펼쳐졌지만 연경은 믿을 수 없었다.방 안 사람들은 모두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눈물이 시야를 가린 풍 부인이 연경을 향해 팔을 벌리며 다가왔다.“교은이니? 이 어미가 얼마나 널 그리워한 줄 알아?”풍 노인은 인상을 찌푸리며 부인을 붙잡았다.“저 아이는 교은이가 아니야! 넌 교은이가 외실로 낳은 딸이니?”연경은 노인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제 어머니는 부귀영화를 위해 정혼자를 버리고 외실이 된 게 아닙니다! 절대 그럴 리 없어요!”이 노인이 분노하며 반박했다.“역시 교은이 그것이 우리 앞에서 부나 자랑하려고 부른 것이로구나! 아이야, 돌아가서 네 어미에게 전하거라! 네가 한 짓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알아! 내 아들을 눈도 못 감고 죽게 만들었으니 그년도 벌을 받을 거라고 말이다!”이 부인은 연경을 향해 침을 뱉었다.“퉤! 더러운 것,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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