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시녀의 생존수칙: Bab 21 - Bab 30

100 Bab

제21화

“노부인, 소인이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그날 열병에 잠깐 정신이 나가서 헛소리를 지껄였나 봅니다. 작은 마님께서는 저에게 마당을 쓸라는 분부는 하지 않으셨습니다. 소인이 작은 마님을 기쁘게 해드리려고 자처해서 마당을 쓸러 나간 것입니다.”연경은 송학당에 도착하자마자 머리를 조아리며 죄를 시인했다.송지운은 기회를 틈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앵무새에게 먹이를 주던 노후작은 그 광경을 보고는 새장을 들고 밖으로 조용히 나가 버렸다.노부인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는 말했다.“일어나거라. 날도 추운데 앞으로 몸 조심하고.”“노부인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연경은 안도의 숨을 내쉬고는 다가가서 노부인을 위해 지압을 시작했다.송지운은 드디어 오명을 벗었다 생각하고 평소처럼 노부인과 잠시 담소를 나누었지만, 오늘따라 노부인의 반응이 시큰둥했다.송지운은 괜히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핑계를 대고 자리를 떴다. 노부인은 주변이 조용해지자 연경에게 손짓했다.“이쯤하고 매화당으로 가봐. 기욱이가 어제도 제대로 잠을 못 잤다고 하더구나.”연경은 공손히 물러갔다.노부인은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나도 늙어서 눈이 어두워졌나 보구나. 늘 온순하고 효성스러운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참으로 아둔한 아이로구나. 이미 다 지나간 일을 굳이 꺼내서 변명하는 것도 그렇고.”노부인은 연경에 대한 인상이 괜찮은 편이었고 그녀가 늘 본분을 지키는 시종이라는 것을 잘 알고 계셨다.하물며 어떤 인간이 눈이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날에 자처해서 마당 쓸기를 한단 말인가! 상전의 지시가 없었더라면 잠시 쓸다가 상황을 보고 멈췄을 것이다. 그런데 연경은 고열로 기절할 때까지 마당을 쓸었다.노부인은 굳이 시종인 연경이 안쓰러운 것이 아니라 송지운이 앞뒤가 다르게 구는 게 탐탁지 않았다.장씨 어멈은 조용히 다가가 노부인의 관자놀이를 지압하며 말했다.“작은 마님께서는 아직 어리세요. 나중에 아이를 보면 차분해지실 겁니다.”하지만 노부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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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시선을 돌린 손기욱은 곱지 않게 그를 흘기며 말했다.“내가 내 사람을 의심할 정도로 매정한 사람은 아니야.”조치풍은 그 말을 듣고 눈을 굴리며 생각에 잠겼다.‘그럼 저 시녀를 의심하는 건가? 잘 알아봐야겠군.’그가 물러간 후, 연경은 허락을 받고 서재로 들어갔다.서재 문간에 물기가 번져 있었다. 보아하니 잔을 떨어뜨린 듯, 차가 얼음으로 굳어져 있는 흔적이 남아 있었다. 연경은 일부러 그 위를 밟았다. 예상대로 발이 미끌어지며 그녀는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얼굴이 땅에 닿을 것 같은 순간, 커다란 손이 나타나 그녀의 허리를 잡았다. 연경은 그대로 손기욱의 품에 안긴 꼴이 되고 말았다.그녀는 떨리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며 얼굴을 붉혔다.그녀는 급히 주변을 한번 살피고는 재빨리 뒤로 물러서며 손기욱에게 예를 행했다.“감사합니다, 나으리.”손기욱은 손을 거두고 뒷짐을 졌다. 손끝에 아직도 그녀의 온기가 남아 있는 것 같았다.이틀 안 본 사이에 그녀는 많이 야위어 있었다. 그래도 양 볼에 홍조가 피어오르는 것으로 보아 안색은 나쁘지 않았다. “벌써 다 나았느냐?”“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거의 다 나은 것 같아요.”연경은 거의 해진 분홍색 겉옷을 입고 있었는데 올해 들어서 치수가 커졌는지 몸에 너무 딱 달라붙어서 의식적으로 가슴을 움츠렸다.날짜를 헤아려 보니 이제 40일 정도 남아 있었다. 초조하긴 하지만 섣불리 손기욱에게 접근할 용기가 없었다.조금 전 일부러 넘어질 뻔했을 때 손기욱이 손을 뻗어 도와준 것만으로 그녀는 이미 만족했다. 그녀는 차근차근 사이를 좁히기로 했다.손기욱은 한참을 기다려도 그녀가 뭔가를 꺼낼 기미가 없자, 눈살을 찌푸렸다.연경은 그의 어깨를 지압해 주다가 갑자기 표정이 안 좋아진 것을 보고 혹시 자신이 게으름을 부린다고 생각하는 줄 알고 힘을 더 주었다.잠시 후, 손기욱이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가서 차 좀 내오거라.”연경은 어딘가 짜증이 나 있는 그의 눈치를 힐끔 살피고는 조용히 물러갔다.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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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손기욱은 자신이 뭐에 화가 났는지 알 수 없었다.아마도 태복이 고작 군고구마 몇 개 가져다줬다고 '보답'이라며 밤떡을 만들어 온 반면, 정작 목숨을 구해준 자신에게는 아무런 감사 표시가 없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조태복은 그가 미동이 없자, 작은 목소리로 귀띔했다.“나으리, 어서 드세요. 이건 식으면 맛이 없어요.”손기욱은 떡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식어서 식감이 덜하긴 했지만 진한 밤향기가 입안에 퍼지더니 사르르 녹아서 없어졌다. 너무 뻑뻑하지도 않은 것이 마음에 들어 손기욱은 저도 모르게 또 하나를 집었다.조태복은 그가 표정이 풀어진 것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식기 전에는 좀 더 부드러웠어요. 연경이가 요리에 재능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손기욱의 싸늘한 시선이 날아왔다.“소… 소인은 그저 도련님과 작은 마님이 복받은 분인 것 같아서요.”“유민이가 복받은 사람이다?”손기욱은 그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조태복은 자신이 연경에게 다른 마음이 없다는 뜻을 표명하기 위해 다급히 말했다.“연경이는 작은 마님의 심복 시종이지요. 앞으로는 도련님을 모시게 될 사람이니 당연히 복받았다고 하는 겁니다.”평소의 조태복이었다면 이런 뜬금없는 얘기를 꺼낼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연경은 시녀들 중에서도 굉장히 뛰어난 외모를 가진 아이이니 앞으로 손유민의 통방이 될 거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비밀이었다. 그래서 손유민이 그녀를 끌고 동굴로 들어갔을 때, 손기욱에게 무시하고 떠나자고 조언한 거였다.손기욱은 갑자기 입맛이 싹 사라졌다.“그런 뜬구름 잡는 얘기는 앞으로 다시는 하지 말거라!”그의 입장에서 연경은 순결을 그에게 주었던 여인이니 절대 손유민의 통방으로 보낼 수 없었다. 신변에서 모시는 시녀를 통방으로 삼는 것은 다른 귀족 가문에서도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지만 그는 그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연경은 반 시진이 지난 후에야 서재로 돌아왔다.손기욱은 시선을 서책에 둔 채, 싸늘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어디서 게으름 피우다 이제 왔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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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손기욱은 기대에 찬 그녀의 시선을 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나쁘지 않네. 앞으로 보답하고 싶으면 간식이나 자주 만들어서 갖고 오거라.”연경은 인정을 받았다는 생각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그 어떤 포상을 받은 것보다도 더 해맑고 순수한 웃음이었다. 손기욱은 바보스럽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나으리는 간식과 차를 드시고 계세요. 소인은 계속 어깨를 주물러드리겠습니다.”연경은 손기욱의 옆으로 쪼르르 달려가 힘을 주어 그의 어깨를 정성스럽게 지압했다.고개를 돌린 손기욱은 빨갛게 부은 그녀의 손가락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손은 왜 그런 것이냐?”연경은 손가락을 움츠리며 수줍게 답했다.“이틀 전 추운 날 밖에 있었던 후유증인 것 같네요. 몸이 허해지면 붓기도 하는데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손기욱은 아무런 불평불만 없이 자신의 어깨를 주무르는 그녀를 바라보며 입가에 웃음이 싹 사라졌다.“그만하거라. 옥안고가 붓기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지난번에 보내줬는데 다 썼느냐? 내 사람을 시켜 한 병 더 보내줄 테니….”연경은 다급히 그의 말을 끊었다.“아직 많이 남았습니다!”손기욱이 담담히 말했다.“난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있으니 이만 돌아가 봐. 내일 다시 오고.”연경은 혹시 손가락이 부은 걸 안타깝게 여겨서 돌아가라고 하시는 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아직은 때가 아니야….’한편, 손유민은 금수원에서 따분하게 책장을 펼치고 있었다.송지운은 노부인께 문안인사를 드린 후에 친정인 경양 후작가로 간 상황이었다.배육진을 찾아가고 싶었지만 아직 반성 중이라 감히 저택을 나갈 수도 없었다. 나중에 집안 분위기가 좀 좋아지면 찾아가서 사과 선물이라도 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막 안으로 들어오는 연경이 보였다. 그는 곧바로 그녀를 방으로 불렀다.“무릎 지압 좀 해주거라. 왜 아직도 아픈지 모르겠구나?”손유민은 방안에서 시중을 들던 시종들을 모두 물리고는 연경에게 말했다.연경은 내키지 않았지만 하는 수없이 그에게 다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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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연경은 놀라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한 번도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상황이라 대비책도 없었다.일단은 손유민을 잘 구슬려서 흥분을 가라앉히는 게 우선이었다.그러나 아무리 애써도 그를 향해 웃음을 지을 수 없었다.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작은 소리로 손유민에게 말했다.“도련님, 소인은 두렵습니다.”“뭐가 두려워?”손유민은 고분고분한 그녀를 와락 껴안으며 귓가에 대고 물었다.연경은 역겨움에 온몸이 떨려왔다.“작은 마님께서 돌아오시면 보게 될 텐데… 벌을 받을까 두렵습니다.”그녀는 운명을 바꾸기도 전에 송유민의 노리개가 되어버릴까 진심으로 두려웠다.손유민은 울먹이는 그녀를 보면서 부드럽지만 강압적으로 그녀의 얼굴을 들어올렸다.눈물이 그녀의 맑은 눈에 가득 고였다가 주르륵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그 모습에 손유민은 입맛을 다셨다.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려 했다. 연경은 수줍은 척, 고개를 비틀었다.“도련님….”손유민은 그녀가 그럴수록 가슴이 간질거려서 참을 수 없었다.“넌 언젠가 내 여인이 될 사람이다. 미리 널 예뻐해 주는 게 나쁜 일도 아니지. 내 사람이 되면 앞으로 금수원에서 더 이상 너를 괴롭힐 자가 없을 것이다.”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꼬드기며 탐욕스럽게 두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만졌다.연경은 다급한 마음에 자세를 숙여 그의 팔 아래로 빠져나갔다. 도망갈 곳이 없으니 창가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눈치 빠른 손유민은 대뜸 그녀의 의도를 눈치채고 팔을 붙잡아 침상으로 끌고 갔다.연경은 그를 당해낼 힘이 없었다. 그에게 끌려서 제 몸이 침상 위로 미끄러지는 것을 무기력하게 감내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그녀는 자신의 위로 올라타려는 손유민을 힘껏 밀치며 울음을 터뜨렸다.“도련님, 이러시면 작은 마님께서 화내실 거예요.”“그 사람은 그리 각박한 사람이 아니야. 앞으로는 내가 지켜주마….”손유민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입술을 들이밀었다.연경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비틀어 피했지만 그녀가 그럴수록 사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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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손유민은 안쓰러운 마음이 들긴 했지만 나서서 도와줄 생각은 없었다.연경은 눈물을 머금고 손유민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그는 재빨리 시선을 피하며 담담히 말했다.“됐어. 소란 만들어 좋을 것 없으니까 앞으로는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도록 하거라.”이는 모든 잘못을 연경에게 뒤집어씌우는 말이었다.따뜻한 방안이었지만 연경은 갑자기 오한이 돋았다.“소인, 잘 알겠습니다.”송지운은 피식 웃고는 아까보다는 한결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말했다.“왜 아직도 꿇고 있어? 지나가던 사람이 보면 또 내가 널 박대한다 할라.”연경은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조용히 일어서서 물러갔다.지연과 채련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는 연경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송지운은 서러운 얼굴로 손유민의 품에 안겼다.“서방님, 저 아이가 마음에 드시면 미리 저에게 언질이라도 주시지 그러셨어요.”손유민은 그녀의 손을 잡고 가슴에 얹으며 말했다.“부주의로 넘어진 거라고 아까 말했잖아. 내 마음에는 오직 너뿐이니 한낱 시종 따위 신경 쓸 것 없어.”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숙여 송지운의 귓불을 깨물었다.송지운은 그대로 그의 품에 무너지며 달뜬 목소리로 말했다.“저도 그리 속 좁은 여인이 아니랍니다. 서방님께서 저 아이가 마음에 드신다면 통방으로 해드릴 수도 있어요. 다만 죽림 다과회에서 안 좋은 일도 있었으니 아버지의 심기를 거스를까 걱정이네요. 당분간은 좀 기다리셔야겠어요.”“네가 이리도 현명하고 아량이 넓은데 내 어찌 너를 저버릴까? 한낱 시종 따위, 너와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그러니 이제 그만 오해를 거둬.”말을 마친 손유민의 손길은 그대로 그녀의 옷섶을 풀어헤쳤다.송지운은 간드러진 웃음을 터뜨리며 그에게 매달렸다.그러나 성급한 손길과는 다르게 손유민의 눈빛에는 욕정이 전혀 없었다.송지운은 연경과 비하면 미인 축에 끼지도 못했다. 그러니 그가 어찌 마음이 동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다만 아직 송지운이 회임 소식이 없으니 아무리 욕심나도 참아야 했다. 귀한 양반댁 군자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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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연경은 구석진 곳으로 가서 벽을 등지고는 둘을 노려보며 경고했다.“주무시고 계신 분들 다 깨우고 싶으면 소리 질러!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다 같이 벌을 받는 거지!”지연과 채련이 송지운의 분부 없이 막무가내로 그녀를 괴롭히러 왔을 리는 없었다.송지운은 대놓고 그녀를 박대할 수 없으니 이런 식으로 분풀이를 하려는 모양이었다. 매번 이런 식이었다. 잘못한 것 없이도 그저 송지운이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연경은 부당한 학대를 당해야 했다. 눈이 제대로 박힌 사람이라면 손유민이 욕정을 주체하지 못하여 벌인 일임을 알았을 텐데도 송지운은 모든 분노를 연경에게 쏟아냈다.지연과 채련이 감히 큰소리를 내지 못할 거라는 것을 잘 알기에 연경은 거리낄 것이 없었다.그녀는 바늘에 찍혀 빨간 점이 가득한 자신의 팔뚝을 힐끗 보았다. 내일 옷을 갈아입으면 아무도 그녀가 다쳤다는 것을 알지 못할 것이다.이번 생은 지난 생보다 괴롭히는 진도가 더 빨라진 것 같았다.연경은 잔뜩 부은 팔뚝을 보고 있자니 전생의 뼈저린 고통이 되살아나는 듯했다.지연은 울며 낮은 소리로 협박하듯 말했다.“작은 마님께서 네 말을 믿어주실 것 같아? 미친 년, 내 살점을 뜯어낼 생각이었어?”넘어지면서 치아가 바닥에 부딪친 채련은 고통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울기만 하고 있었다.연경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너희가 먼저 날 괴롭혔어. 작은 마님은 아량이 넓으신 분이니 내가 고의로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이해하실 거야. 너희들의 그런 협박이 통할 것 같아? 안 그래도 불과 며칠 전에 작은 마님은 아랫사람들을 함부로 굴린다고 나으리께 한소리 들으셨는데, 마님을 들먹이며 나를 괴롭혀? 소란이 커지면 작은 마님께서 너희들을 옹호해 주실까? 안 그래도 입지가 위태로우신 두 분인데 너희 대체 무슨 심보로 이러는 거야?”지연과 채련은 다급히 고개를 흔들었다.“허튼소리! 우린 아무런 불경한 의도도 없었어!”연경은 한결 풀어진 표정으로 그들에게 말했다.“나도 조용히 잘 테니 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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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연경은 부드럽게 그녀의 손을 밀치고는 담담히 말했다.“지연 언니가 저에게 주인을 홀리는 불여우라면서 바늘로 막 찔렀어요. 언니는 제가 그런 사람 아닌 거 아시잖아요. 앞으로는 도련님을 멀리해야죠, 뭐.”명월은 떠나는 연경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작게 속삭였다.“미리 알려주지 못해서 미안해, 연경아.”내실로 간 연경은 송지운을 위한 아침상을 차렸다.그녀는 평소보다 더 조심성 있게 행동하며 손유민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송지운은 이에 크게 만족스러웠다.어제 그녀는 하소연하러 친정을 찾아갔다가 어머니에게 꾸중만 듣고 다시 돌아왔다. 안 그래도 기분이 나쁜데 돌아오자마자 부군이 시종과 침상에서 뒹구는 장면을 목격했으니 분노가 치밀 수밖에 없었다.조금 전 지연과 채련에게 연경을 호되게 혼냈다는 얘기도 들었고 옛날에 비해 눈에 띄고 공손해진 연경을 보니 쌓였던 분노도 금세 사라졌다.연경은 평소처럼 매화당으로 갔다. 그러나 손기욱이 외출했다는 얘기만 돌아왔다.그에게 우연을 가장해서 보여주려고 일부러 상처를 남겨둔 것인데 그 계획마저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그 뒤로 이어진 며칠간, 손기욱은 외출한 상태였고 팔에 남은 흉터 자국도 어느새 사라졌다.매번 실망하고 돌아왔지만 그녀는 매일 새로 만든 간식을 들고 매화당을 찾아갔다.그녀에게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저 손기욱의 어깨 결림이 좀 느리게 낫고 자신을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다.다섯째 되는 날, 연경은 여전히 손기욱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갔다. 날짜를 계산해 보니 이제 40일밖에 남지 않았다.그녀는 초조한 마음을 안고 금수원을 향해 걸었다. 그런데 중도에 갑자기 나타난 그림자가 그녀의 앞길을 가로막았다.연경은 손기욱인 줄 알고 반가운 얼굴로 고개를 들었지만 눈에 들어온 것은 손유민의 가증스러운 얼굴이었다.그녀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지고, 그녀는 공손히 그에게 예를 행했다.“도련님.”한편, 조금 전의 환한 미소를 본 손유민은 또 가슴이 간질거렸다.그는 경계 어린 시선으로 주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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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조태복은 조심스레 손기욱의 눈치를 살폈다.“나으리?”연경은 아무리 봐도 손길을 거부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이대로 모른 척 지나가는 것이 서로에게 좋았다.손기욱은 시선을 거두고 성큼성큼 매화당을 향해 걸어갔다.조태복은 평소처럼 연경이 가지고 온 간식을 접시에 담아 손기욱에게 가져갔다.오늘은 계화 모양으로 빚은 떡이었는데 노란색이 반짝이는 것이 무척 먹음직스러워 보였다.조태복은 군침을 삼키며 그에게 말했다.“나으리, 연경이가 음식 솜씨가 보통이 아니네요. 계화떡을 이렇게 곱게 빚어서 오다니요.”손기욱은 무표정한 얼굴로 대꾸했다.“마음에 들면 가져가서 먹어.”조태복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비록 손기욱이 워낙 먹는 것에 별로 욕심이 없었다고 하지만 최근 며칠간 연경이 가져온 떡은 맛있게 먹어서 오늘도 그러려니 했는데 완전히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조태복은 조용히 물러갈 수밖에 없었다.다음 날, 오늘도 연경은 별 기대 없이 매화당을 찾았다.그녀는 혹시 손기욱이 그날 손유민과 방에서 있었던 일을 전해 듣고 자신을 일부러 피하는 게 아닌지 하는 의심이 들었다.그러나 그녀로서는 별다른 수가 없었다.차라리 앞으로 다시 오지 말라고 말했다면 속은 편했을 것이다.역시나 서재로 갔더니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연경은 조용히 한숨을 쉬며 뒤돌아서다가 딱딱한 가슴에 얼굴이 부딪혔다.놀란 얼굴로 고개를 들자 며칠 동안 그리웠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나으리!”하지만 반가운 그녀의 표정과는 다르게, 손기욱의 목소리는 쌀쌀맞기만 했다.“어딜 함부로 안기고 그러는 것이냐. 내 처소에서는 이런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연경은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뒤로 물러섰다.“송구합니다, 나으리. 일부러 부딪친 것은 아니었습니다.”손기욱은 냉소를 짓고는 그녀를 지나쳐 서재로 들어갔다.연경은 조심스럽게 그의 뒤를 따랐다.“소인이 어깨를 지압해 드리겠습니다.”손기욱은 눈에 띄게 초췌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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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잠시 후, 그가 또 입을 열었다.“금수원에서 밥을 잘 안 주느냐?”연경은 익숙한 느낌의 비꼬는 듯한 말투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힘이 부족하다고 비꼬는 것 같은데 분명히 그녀는 최선을 다해 힘을 주고 있었다.그러나 불평을 할 용기는 없으니 더 신경을 쓰는 수밖에 없었다.얼마 못 가 손가락이 저리고 아파왔다. 지압을 받는 손기욱마저 편하기는커녕 묵직한 통증을 느꼈다.그러나 그는 무뚝뚝한 얼굴로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그렇게 연경은 한 시진 동안 쉬지 않고 지압만 했다. 서재를 나올 때 그녀는 손가락이 아프고 저려서 팔도 제대로 들 수 없을 정도였다.그 길로 부엌으로 향하는데 조태복이 그녀를 막아섰다.“나으리께서 앞으로는 간식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분부하셨어.”“그럼 차라도 끓이겠습니다.”조태복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넌 금수원 시종이니 굳이 이런 일까지 할 필요 없어.”연경은 뭔가 이상함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태복님, 혹시 제가 뭘 잘못해서 나으리께서 화가 나신 건가요? 그런 거라면 뭘 잘못했는지 말씀해 주세요.”조태복은 기진맥진한 그녀의 모습을 보고 안쓰러운 마음에 말했다.“네 탓이 아니야. 나으리께서 최근에 안 좋은 일이 좀 있었어.”“너도 나으리의 친한 벗인 서 의원을 봤지? 그분의 추문이 온 경성에 퍼졌는데 못 들었어?”연경은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이 뭘 잘못한 게 아니라는 생각에 안도하기도 했다.“서 의원은 예전부터 연모하던 여인이 있었는데 가문의 반대가 심하여 여태 혼인도 못하고 계셨지. 그러다가 그 여인이 다른 사내와 혼인을 하였는데 지금까지도 그 여인을 잊지 못하고 얼마전에 그 집까지 찾아간 거야. 그러다 여인의 낭군에게 들켜서 다리가 부러져 돌아왔지 뭐야.”“서 의원도 불쌍한 분이지. 의술도 뛰어난 분인데 여인 하나 때문에 지금껏 한량처럼 살고 있으니. 그 일만 아니었다면 지금쯤 궁중 어의가 되어 업적을 쌓았을 텐데 말이야. 서 의원님은 사람이 너무 순진하셔서 앞길을 망친 게야. 양반 가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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