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을 돌린 손기욱은 곱지 않게 그를 흘기며 말했다.“내가 내 사람을 의심할 정도로 매정한 사람은 아니야.”조치풍은 그 말을 듣고 눈을 굴리며 생각에 잠겼다.‘그럼 저 시녀를 의심하는 건가? 잘 알아봐야겠군.’그가 물러간 후, 연경은 허락을 받고 서재로 들어갔다.서재 문간에 물기가 번져 있었다. 보아하니 잔을 떨어뜨린 듯, 차가 얼음으로 굳어져 있는 흔적이 남아 있었다. 연경은 일부러 그 위를 밟았다. 예상대로 발이 미끌어지며 그녀는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얼굴이 땅에 닿을 것 같은 순간, 커다란 손이 나타나 그녀의 허리를 잡았다. 연경은 그대로 손기욱의 품에 안긴 꼴이 되고 말았다.그녀는 떨리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며 얼굴을 붉혔다.그녀는 급히 주변을 한번 살피고는 재빨리 뒤로 물러서며 손기욱에게 예를 행했다.“감사합니다, 나으리.”손기욱은 손을 거두고 뒷짐을 졌다. 손끝에 아직도 그녀의 온기가 남아 있는 것 같았다.이틀 안 본 사이에 그녀는 많이 야위어 있었다. 그래도 양 볼에 홍조가 피어오르는 것으로 보아 안색은 나쁘지 않았다. “벌써 다 나았느냐?”“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거의 다 나은 것 같아요.”연경은 거의 해진 분홍색 겉옷을 입고 있었는데 올해 들어서 치수가 커졌는지 몸에 너무 딱 달라붙어서 의식적으로 가슴을 움츠렸다.날짜를 헤아려 보니 이제 40일 정도 남아 있었다. 초조하긴 하지만 섣불리 손기욱에게 접근할 용기가 없었다.조금 전 일부러 넘어질 뻔했을 때 손기욱이 손을 뻗어 도와준 것만으로 그녀는 이미 만족했다. 그녀는 차근차근 사이를 좁히기로 했다.손기욱은 한참을 기다려도 그녀가 뭔가를 꺼낼 기미가 없자, 눈살을 찌푸렸다.연경은 그의 어깨를 지압해 주다가 갑자기 표정이 안 좋아진 것을 보고 혹시 자신이 게으름을 부린다고 생각하는 줄 알고 힘을 더 주었다.잠시 후, 손기욱이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가서 차 좀 내오거라.”연경은 어딘가 짜증이 나 있는 그의 눈치를 힐끔 살피고는 조용히 물러갔다.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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