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분위기가 흐르는 가운데, 한량들은 하나둘씩 일어나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세세히 고하기 시작했다.손기욱은 사람을 시켜 대나무가지를 가져오게 했다.사실을 고한 자들은 줄을 서서 벌을 받았다.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자들은 몇 마디 꾸중하고 끝냈고 선을 넘은 자들에게는 주저없이 대나무가지로 손바닥을 쳤다.손유민은 치욕스러웠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배육진도 이 상황이 너무 이해가 안 되고 화가 났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얌전히 매를 맞았다.‘가느다란 대나무가지로 때리는 게 왜 이렇게 아파?’다섯 대만 맞았는데 손바닥에서 피가 스며 나올 정도로 아팠다.더 억울한 건 오늘 이곳에서 당한 일을 어디 나가 하소연할 수도 없다는 점이었다.무안 후작가에서 이 일을 공공연히 떠들고 다니지는 않을 테고 그들이 나가서 억울함을 토로한 들, 간도 크게 무안 후작의 저택에서 주색을 즐긴 것이 사실이니 소문내서 득이 될 게 하나도 없었다.손유민은 씩씩거리며 집으로 돌아가는 벗들을 바라보며 세상이 무너진 느낌을 받았다.그가 2년 동안 힘들게 쌓아올린 인맥이 하루아침에 무너진 것이다.손기욱은 냉랭한 눈초리로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오늘 밤은 사당으로 가서 무릎 꿇고 반성하고 있어.”“예, 아버지.”손유민은 분개하며 취옥헌을 나갔다.소란을 부리던 치들이 돌아간 후, 밖으로 나온 손기욱은 홀로 계단 입구에 서 있는 연경을 발견했다. 그녀는 눈시울을 붉히며 그에게 말했다.“나으리, 서 의원께서는 일이 있으시다며 먼저 돌아가셨습니다.”손기욱은 배육진이 만져서 구겨진 그녀의 의복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아까는 왜 거짓말을 한 거지?”연경은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들었다.그리고 담담한 어조로 그에게 고했다.“소인을 위해 나서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나으리.”손기욱은 우물쭈물 할 말도 제대로 못하는 그녀의 언행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 길로 처소로 돌아가 버렸다.잠시 후, 취옥헌에서 변고가 생겼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송지운은 방 안에서 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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