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시녀의 생존수칙: Bab 11 - Bab 20

100 Bab

제11화

내실로 들어가자마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손기욱에게 다가가니 그에게서 무언의 압박감이 느껴져서 숨이 막혔다.손기욱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힐끗 바라보고는 물었다.“둘이 많이 친한 사이냐?”연경은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는 조심스레 답했다.“저와 태복님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친하지는 않고 몇 번 마주친 게 다입니다.”.그녀는 혹시나 자신이 의도를 품고 그의 신변 사람에게 접근했다고 오해할까 봐 다급히 말했다.그 말에 손기욱은 냉소를 지었다.‘친하지도 않은 사이에 그렇게 즐겁게 웃으며 대화를 나눠?’영문을 모르는 연경은 자연스럽게 그의 뒤로 가서 안마를 시작했다.잠시 후, 손기욱이 무심한듯 입을 열었다.“손은 씻었느냐?”연경에게 조태복의 향이 스며들었다. 손기욱은 그 냄새가 참으로 고약하다고 느꼈다.연경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을 살펴보았다. 더럽지는 않았으나, 손기욱이 그렇게 말하니 하는 수없이 나가서 손을 씻고 다시 돌아왔다.잠시 후, 손기욱이 다시 물었다.“오늘 끼니를 굶었느냐?”연경은 당황하여 재빨리 답했다.“나으리, 소인은 아침을 이미 먹고 왔습니다.”그 말에 손기욱이 차가운 웃음을 흘렸다.연경은 그제야 자신의 힘이 약해서 손기욱이 못마땅해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오른 그녀는 손끝에 힘을 주며 그에게 물었다.“나으리, 이 정도 지압이면 괜찮으실까요?”손기욱은 곁눈질로 완전히 붉어진 그녀의 얼굴을 힐끔 보고는 눈을 감으며 답했다.“그래.”그는 만족했으나 연경으로서는 고역이었다.안마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손가락에서 점점 힘이 빠졌다.얼마 안 지나 연경의 이마에 땀이 스멀스멀 맺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분이 별로 좋지 못한 손기욱의 모습에 그녀는 함부로 지압을 멈출 수 없었다.그렇게 또 잠시 지난 후, 연경은 간절한 눈빛으로 손기욱을 힐끔 쳐다보았다. 평소라면 이쯤에서 멈추라고 하며 잠시 쉬게 해주었을 텐데 오늘은 어쩐지 말이 없었다. 그는 마치 잠들기라도 한 듯, 감은 눈을 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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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서씨 가문은 대대로 어의에 몸담은 가문이었다. 그러나 서주행은 별종이라 출중한 의술 실력을 가졌으면서도 그것을 드러내지 않았다. 환자가 코앞에서 쓰러진다고 해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거들떠도 보지 않는 성격인데 어쩐 일인지 손기욱과는 말이 잘 통한다며 자청해서 그의 어깨를 치료해 주러 온 벗이었다.그는 연회 다음날에 손기욱이 최음제에 중독되었다는 것을 전해들었으나, 정확히 어떤 방법으로 그것을 해소했는지는 손기욱의 입에서 듣지 못했다.손기욱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날 워낙 연회에 온 사람이 많아서 조사가 어려웠어.”서행주는 그의 안색을 살피며 농을 던졌다.“어느 집 아씨가 자네의 용모에 반해 그런 방식을 쓴 게 아닐까? 어차피 성공하지도 못했으니 찾지 못한다고 해도 상관없겠지. 그것보다 요즘 자네를 위해 지압을 해준다는 시녀는 어딨어? 어서 불러오게.”손기욱은 한심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자네는 말이 너무 많아. 참새처럼 시끄러워.”마침 죽림의 시끄러운 소리에 이끌린 참새 한 마리가 담벼락에 와서 앉았다.서주행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자네는 그 입이 밉상이야. 이러니 여태 혼인을 못했지! 난 조만간에 먼 길을 떠나야 하네. 그래서 그 시종을 불러 지압 기술을 좀 가르쳐 주려고 그런 것뿐이야.”“인주로 가는 건가? 그 여인은 이미 시집을 갔어. 어찌하여 그런 헛수고를 하려는 건가?”서주행도 손기욱과 마찬가지로 스물다섯이 넘도록 아직까지 독신이었다.“누가 그 사람을 찾으러 간다고 했어?”서주행은 부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리며 말을 끊었다.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죽림 쪽은 엄청 시끄러웠다.다과회라고 해도 사실상 그저 술을 마시고 시를 짓거나 음악을 들으며 그림을 감상하는 놀이에 지나지 않았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죽림 안쪽에는 삼층 높이의 별채가 하나 있었는데 취옥헌이라 불렀다. 취옥헌은 무성하게 우거진 대나무숲 사이에 반쯤 가려져 있었다.진눈개비가 휘날리는 가운데 겉보기에는 우아한 청년들이 누각 안에서 열띤 토론을 펼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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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연경은 그 말을 대신 분풀이를 해주겠다는 의미로 해석했다.그러나 주변에서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에 감히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고개를 저었다.“나으리, 아무도 저를 만지지 않았습니다. 소인이… 발을 헛디뎌서 넘어지는 것을 저분이 부축해 주었을 뿐입니다.”오늘 온 손님들은 모두 손유민의 친한 친우들이었다. 만약 이 자리에서 손기욱이 한낱 시녀인 그녀를 위해 저들 중 누구 하나라도 다치게 만든다면 그건 손유민의 체면이 깎이는 일이었다.손기욱은 아직까지는 항상 그녀를 지켜줄 존재가 아니었다. 그가 이번 한번 나서주고 빠지면 그날로 연경은 나락으로 갈 수 있었다.그래서 연경은 감히 도박을 할 수 없었다.손기욱의 싸늘한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이때, 뒤에서 구경이나 하고 있던 서주행이 앞으로 나섰다.“시끌벅적하네. 누가 연경이야? 근래에 노부인과 무안 후작의 지압을 해주었다지? 내 너에게 부탁할 일이 좀 있다.”연경은 조심스럽게 손기욱의 눈치를 살폈다. 손기욱이 고개를 끄덕인 후에야 그녀는 서주행을 따라 자리를 떴다.손유민은 서주행이 손기욱의 병치료를 돕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의심을 거두었다. ‘내가 괜한 생각을 했나? 아버지가 연경 그년을 마음에 두신 건 아니겠지?’어색한 분위기가 흐르는 가운데, 손유민이 일어서서 침묵을 깼다.“아버지, 연경이 말하는 거 들으셨죠? 다들 좀 취했지만 아버지께서 생각하시는 그런 추한 일은 없었습니다. 아버지도 앉으셔서 한잔 하실….”“취했으면 내 저택에서 기루처럼 만들어도 되는 거냐?”손기욱이 냉소를 지으며 말을 끊었다.“술만 마시면 인간성을 잃을 거면 차라리 술을 마시지 말거라!”그는 손유민이 매번 술 핑계를 대는 것이 혐오스러웠다. 게다가 한량들을 집에 모아 놓고 주색을 즐기는 건 더욱 용납할 수 없었다.사람들은 그가 진심으로 화가 났음을 눈치챘다.조금 전 실수를 범했던 배육진은 식은땀을 닦으며 구차한 변명을 했다.“나으리, 저는… 그저 넘어지려는 시녀를 부축했을 뿐입니다….”“내가 아직 눈이 안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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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숨 막히는 분위기가 흐르는 가운데, 한량들은 하나둘씩 일어나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세세히 고하기 시작했다.손기욱은 사람을 시켜 대나무가지를 가져오게 했다.사실을 고한 자들은 줄을 서서 벌을 받았다.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자들은 몇 마디 꾸중하고 끝냈고 선을 넘은 자들에게는 주저없이 대나무가지로 손바닥을 쳤다.손유민은 치욕스러웠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배육진도 이 상황이 너무 이해가 안 되고 화가 났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얌전히 매를 맞았다.‘가느다란 대나무가지로 때리는 게 왜 이렇게 아파?’다섯 대만 맞았는데 손바닥에서 피가 스며 나올 정도로 아팠다.더 억울한 건 오늘 이곳에서 당한 일을 어디 나가 하소연할 수도 없다는 점이었다.무안 후작가에서 이 일을 공공연히 떠들고 다니지는 않을 테고 그들이 나가서 억울함을 토로한 들, 간도 크게 무안 후작의 저택에서 주색을 즐긴 것이 사실이니 소문내서 득이 될 게 하나도 없었다.손유민은 씩씩거리며 집으로 돌아가는 벗들을 바라보며 세상이 무너진 느낌을 받았다.그가 2년 동안 힘들게 쌓아올린 인맥이 하루아침에 무너진 것이다.손기욱은 냉랭한 눈초리로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오늘 밤은 사당으로 가서 무릎 꿇고 반성하고 있어.”“예, 아버지.”손유민은 분개하며 취옥헌을 나갔다.소란을 부리던 치들이 돌아간 후, 밖으로 나온 손기욱은 홀로 계단 입구에 서 있는 연경을 발견했다. 그녀는 눈시울을 붉히며 그에게 말했다.“나으리, 서 의원께서는 일이 있으시다며 먼저 돌아가셨습니다.”손기욱은 배육진이 만져서 구겨진 그녀의 의복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아까는 왜 거짓말을 한 거지?”연경은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들었다.그리고 담담한 어조로 그에게 고했다.“소인을 위해 나서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나으리.”손기욱은 우물쭈물 할 말도 제대로 못하는 그녀의 언행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 길로 처소로 돌아가 버렸다.잠시 후, 취옥헌에서 변고가 생겼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송지운은 방 안에서 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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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밖은 눈바람이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 연경은 방으로 돌아가 망토라도 걸치고 싶었지만 송지운의 등살에 그냥 나올 수밖에 없었다.우산을 펼쳤지만 매화당에 도착했을 때, 그녀의 신발은 푹 젖어 있었고 어깨도 축축이 젖었다.조태복은 지난번에 신세를 진 일이 있었기에 그녀를 재빨리 방으로 데려가서 따뜻한 생강차를 내주었다.“마침 날이 추워서 생강차를 끓였으니 너도 한 그릇 마셔. 오후가 다 되었는데 여긴 어쩐 일이니?”뜨거운 생강차가 목젖을 통해 넘어가자 그제야 얼었던 몸이 녹는 것 같았다.연경은 감사인사를 한 뒤,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도련님께서 사당에서 벌을 받고 계시잖아요. 작은 마님께서는 후작 나으리께 사정해 보라고 저를 보냈어요. 저라고 무슨 방법이 있겠어요? 할 줄 아는 건 어깨를 주물러드리는 일뿐인걸요.”그 말을 들은 조태복도 작은 마님이 너무하다 생각되었다. 그러나 시종으로서 주인의 행위를 함부로 평판할 수는 없기에 입을 삐죽이며 그녀에게 말했다.“나으리께서는 기분이 안 좋으신지 점심도 별로 안 드셨어.”연경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은 그녀 역시 여태 일만 하다가 끼니를 거른 상태였다.조태복은 그럴 줄 알고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밖에서 녀석들이 고구마를 굽고 있어. 이따가 두 개 챙겨줄 테니까 넌 어서 나으리께서 계신 서재로 가봐.”한편, 손기욱은 서재에서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문이 열린 채 방 안을 들여다본 연경은, 안에서 쉬고 손기욱을 보고 살며시 문을 닫고 복도로 나왔다.그녀는 눈 내리는 창가에 기대어 서 있었고, 흩날리던 눈꽃이 조용히 그녀의 머리카락과 목덜미로 스며들었다.조금 전 겨우 녹았던 몸에 다시 오한이 들기 시작했다.그녀는 손기욱이 볼 수 있는 각도로 가 서서 그가 언제 깨어날지 힐끔거렸다.한참 후, 손기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왔으면 들어오지 왜 밖에서 바람이나 맞고 서 있어?”연경은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안으로 들어가 예를 행했다.“소인, 어깨를 지압해 드리러 왔습니다.”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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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대화는 거기서 끊겼다.손기욱은 무심한 듯, 서책을 펼치고 읽기 시작했다.한참 후, 그는 연경에게 손짓했다.“이만 나가봐.”연경은 그가 오늘 왜 화가 났는지, 또 무슨 생각인지 몰라 속이 더 갑갑했다. 그러나 송지운의 분부가 있었기에 하는 수없이 입을 열었다.“나으리, 도련님에게 관용을 베풀어 주십시오. 도련님은 아무 잘못도 없습니다. 소인이 발을 헛디뎌서….”손기욱은 그 말을 차갑게 비웃었다.“넌 내가 그렇게 멍청해 보이느냐?”그는 기분이 확 나빠졌다. 그녀를 생각해서 선을 넘은 자들을 벌한 것인데 오히려 그녀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거두어 달라고 비는 꼴이라니! 괜한 짓을 했다 싶었다.연경은 수치심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손기욱은 불쾌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긴장했는지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는데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굉장히 거슬렸다.그는 이를 갈며 소리쳤다.“나가!”어차피 진심으로 체벌을 거두어 달라고 할 생각은 없었기에, 연경은 조용히 물러갔다. 정말 손유민이 사당에서 풀려나길 바랐다면 이렇게 서툴게 청하지 않았을 것이다.매화당을 떠나려는데 조태복이 그녀를 불러세웠다.그는 청색의 망토 하나를 그녀에게 건네며 말했다.“그 모습으로 저택을 돌아다니는 건 적절하지 않아. 또 누가 선을 넘기라도 하면 넌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 이거 입고 가.”연경은 자신이 단정치 못한 옷을 입었다고 꾸중을 들은 것 같아서 기분이 상했다. 그러나 손기욱의 명이었을지도 모르니 반박하지 않고 망토를 받아 어깨에 걸쳤다.“감사합니다, 태복님. 나중에 깨끗이 빨아서 돌려드릴게요.”커다란 망토에서는 익숙한 향이 느껴졌다.조태복은 갓 구운 고구마를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내가 그렇게 좋은 망토가 어딨어? 나으리께서 색상이 마음에 안 드신다고 버리려던 거야. 날도 추우니 어서 돌아가 봐.”“감사해요, 태복님. 저는 그냥 천천히 걸어서 갈게요. 도련님이 풀려나지 않았으니 돌아가면 벌을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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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눈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연경이 쓸어놓은 바닥에 또 눈이 쌓였다.그녀의 어깨에도 흰눈이 소복이 쌓였다. 멀리서 보면 눈사람 같은 모습이었다.막 금수원에 도착한 조태복은 그 모습을 보고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눈이 흩날리는 하늘과 이미 쓸었던 곳에 무서운 속도로 쌓이는 눈을 보며 입가에 경련이 일었다.“연경아, 여기서 뭐 하는 게야?”연경은 얼어서 빨갛게 된 얼굴을 들고 억지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태복님이시군요. 여긴 어쩐 일로 오셨어요?”“망토를 돌려받으러 왔어. 나으리의 옷이 이곳 금수원에서 발견되면 곤란하니까.”조태복은 굳이 손기욱이 시켜서 왔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시종이기 전에 그도 사람으로서 이렇게 눈 오는 날에는 게으름도 피우고 싶었다. 사실 시키는 일만 제대로 하면 손기욱은 아랫사람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그는 내일 연경이 매화당에 올 때 당연히 가져올 것을 알고 있었는데 손기욱이 그런 지시를 내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그렇긴 한데 제가 일이 아직 안 끝나서요.”연경은 내실 쪽을 힐끗 보고는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같은 시종으로서 조태복은 그녀의 사정을 이해했다. 주인이 멈추라고 할 때까지는 절대 멈출 수 없는 법이니 어쩔 수 없었다.“일단 쓸고 있어. 난 작은 마님께 인사드리고 올게.”연경은 감격에 겨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하던 일을 계속했다.조태복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그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나오더니 연경에게 다가와서 말했다.“연경아, 가서 망토를 가지고 나와. 작은 마님께 내 부주의로 망토가 찢어져서 네게 바느질을 부탁했다고 얘기했어.”연경은 빗자루를 내려놓고 방으로 가서 망토를 가지고 왔다.조태복은 망토를 받은 후 다른 사람이 못 보게 그녀에게 군고구마와 군밤을 건넸다.“돌아와서 아직 밥도 못 먹었지? 이거로라도 허기 좀 때워.”김이 모락모락 나는 군고구마와 군밤이었다.무안 후작부는 모시는 분들이 많지 않았고 노후작 내외는 워낙 아랫사람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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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왜 말이 없지?”손지욱은 그가 조용히 있자 불쾌한 듯 인상을 찡그렸다.조태복은 온몸에 힘이 풀려 다급히 답했다.“노여움을 푸십시오, 나으리. 소인은 고자질을 하려던 게 아니라 조금 전 망토를 가지러 금수원에 갔을 때 연경이가 혼자 마당을 쓸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주변을 보니 꽤 오래 쓸고 있었던 것 같더군요. 그래서 미처 망토를 정리할 시간이 없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손기욱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눈이 그칠 기미가 없는데 언제까지 마당을 쓸고만 있을 거야?”“그러니까요. 아마 밤새 쓸어도 모자랄 것 같네요.”손기욱은 고개를 돌려 창밖에 흩날리는 눈꽃을 바라보았다. 만물이 흰눈으로 뒤덮인 아름다운 풍경이었지만 지금은 경치를 감상할 기분이 아니었다.“금수원 사람들을 전부 대청으로 불러모아라. 내 긴히 할 말이 있다.”조태복은 조심스레 그의 눈치를 살피며 일이 커졌다는 것을 직감했다.손기욱은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냉랭한 눈길로 창밖을 바라보았다.조태복은 조용히 물러났다.반 시진 후, 손유민 부부를 포함한 금수원 사람들이 대청으로 모였다.송지운은 손유민을 보자마자 다가가서 춥진 않은지, 무릎은 안 아픈지, 온갖 관심 어린 질문을 해댔다. 손유민은 속에 열불이 났지만 어떻게든 자신을 위로해 주려고 애쓰는 부인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연경은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로 사람들 틈에 서 있었다. 머리가 어지럽고 현기증이 나기 시작했다.손기욱은 뒷짐을 지고 대청으로 들어섰다. 어깨에는 흙 묻은 청색의 망토가 걸쳐져 있었다. 그는 성큼성큼 상석으로 가서 앉고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좌중을 둘러보았다.손유민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두 금수원 사람들이었다.그는 긴장한 얼굴로 송지운의 손을 잡으며 작게 물었다.“아버지가 왜 금수원 사람들만 불러모은 거지? 내가 없는 동안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송지운도 멍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저도 모르겠어요.”그녀도 그제야 위기감을 느꼈는지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손기욱의 눈치를 살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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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음산한 그의 말투에 손유민도 손에 식은땀이 났다. 당장이라도 송지운에게 무슨 짓을 했느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손기욱이 보는 앞에서 언성을 높일 수도 없었다.그는 하는 수없이 송지운을 끌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아버지, 집사람이 철이 없긴 해도 속마음은 순수하고 악의가 없는 사람입니다. 집사람의 어떤 행동 때문에 아버지의 노여움을 산 거라면, 제가 모든 책임을 지겠습니다!”송지운은 감동에 젖어 말을 잇지 못했다.“서방님….”손기욱은 아무 말없이 자리에 앉으며 조태복에게 눈짓했다.그의 뜻을 알아차린 조태복은 어색하게 웃으며 다가가 손유민을 부축했다. 손유민은 손을 뻗어 송지운을 일으켰다.조태복이 웃으며 말했다.“금일 금수원에서 시종들이 억울함을 당하였지 않습니까. 그리하여 분노하신 나으리께서 주모자들을 훈계하셨지요. 도련님께 사당에 가서 반성하라고 하신 것은 그들의 입을 막기 위함이었습니다. 나으리께서 그들만 꾸짖고 매질까지 해서 돌려보내고 도련님께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으셨다면, 필히 소문이 나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것입니다.”손유민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아버지께서 저를 위해 그리 하신 줄은 알고 있습니다.”조태복은 계속해서 말했다.“그러나 작은 마님께서는 나으리의 깊은 뜻도 모르고 연경이를 혼내고 눈 오는 날에 마당을 쓸게 하셨지요. 누가 보면 나으리의 체면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사람들에게 나으리의 결정에 불만이 있다고 대놓고 말하는 게 아니면 뭐겠어요?”조태복의 해명을 들은 송지운은 정신이 번쩍 들며 등 뒤에 식은땀이 났다.그 말을 들은 손유민은 살며시 고개를 돌려 연경을 찾았다. 옷깃은 푹 젖어 있고 가녀린 몸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손유민은 가슴이 쓰렸지만 평소에 그렇게 사근사근하던 부인이 이런 일을 했다고는 믿을 수 없었다.송지운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부인했다.“서방님께서 벌을 받으러 사당에 간 이후로 저는 방 안에만 머물며 불경을 읊었습니다. 연경에게 나가서 눈을 쓸라고 한 적은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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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곧이어 그는 사람들의 경악한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부축해서 한 시녀의 곁으로 데려갔다.“이만 데리고 돌아가거라.”아무런 사적인 감정도 담기지 않은, 담담한 말투였다.그가 낮에 금수원 시녀들을 위해 나서주었고 워낙에 여색에 관심 없기로 소문난 사람이었기에 아무도 그와 연경 사이를 의심하지 않았다. 모두들 그가 본능적으로 아랫사람을 배려한 거라고만 생각했다.연경이 두 시녀의 부축을 받으며 돌아간 후, 손기욱은 비웃음 섞인 미소를 지으며 송지운을 바라보았다.“네 잘못을 알겠느냐?”손유민은 송지운이 말이 없자 다급히 나섰다.“아버지, 연경이는 열병에 정신이 오락가락한 것 같습니다. 아마 방금 한 말도 헛소리일 거예요. 그 애가 정신이 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물어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자식 교육을 제대로 못한 건 아비의 허물이다. 너희들이 잘못을 저지른 데는 내 책임도 있으니, 내일과 모레 이틀간은 내게 사람을 보내 지압을 안 해도 된다.”이 저택에서 손기욱이 오랜 부상 때문에 불편함을 겪고 있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 분이 몸소 솔선수범하여 병증의 고통까지 겪으면서 스스로 처벌을 자처하니, 손유민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결국 손유민은 얌전히 사당으로 돌아가 밤새 꿇고 있다가 다음 날이 되어서야 시종의 부축을 받으며 금수원으로 돌아갔다.송지운은 마음이 아팠지만 감히 연경에게 시비를 걸지 못하고 의원까지 청해 주었다.연경은 밤새 고열에 시달리며 명월이 떠먹여준 탕약도 모두 토해내더니 다음 날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송지운은 그 말을 전해 듣고 사람을 시켜 그녀에게 잘 쉬라고 전하도록 했다.이틀 쉬고 난 연경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정신이 맑고 상쾌했다. 무안 후작가에 온 이후로 가장 편안한 시간이었다.그녀가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병증이 심각하지 않다는 사실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열이 난 것은 진짜였으나, 약을 못 마실 정도는 아니었다.손기욱이 그녀에게 억울한 게 있으면 말해보라고 했을 때, 울며 사실을 털어놓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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