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인, 도련님의 은혜에 감사합니다.”연경은 공허한 얼굴로 그에게 큰절을 올렸다.고개를 숙이자 목덜미의 데인 흉터가 손유민의 시야에 들어왔다.처참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그는 더 이상 이곳에 있기 싫어졌는지 말없이 방을 나가버렸다.곧이어 방으로 돌아온 명월은 문을 닫은 후에 착잡한 시선으로 연경을 바라보았다.어여쁘던 얼굴에는 뻘건 손자국이 진하게 나 있고 입가는 찢어져 처참한 모습이었다. 맑고 투명하던 눈은 생기를 잃은 듯, 공허해 보였다.명월은 안쓰러운 마음에 그녀에게 다가갔다.“내가 약을 발라줄게.”“고마워요, 언니.”연경은 멍한 얼굴로 옷을 벗었다.피가 흥건한 목덜미를 본 명월은 비명을 질렀다.“이런! 목까지 데였어? 다른 곳은 데인 데 없어?”연경은 말없이 옷가지를 하나씩 벗었다.“언니, 잔등이 너무 아파요. 혹시 물집이 터졌나요?”명월의 눈에 흉측한 상처가 들어왔다.백옥 같던 연경의 등은 시뻘겋게 화상 자국이 나 있었다.좀전에 약을 발랐다면 이 정도로 붉게 변했을 리 없었다.명월은 눈시울을 붉히며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자극적인 냄새가 코를 찔렀다.그녀는 의아한 얼굴로 다가가서 냄새를 맡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비명을 질렀다.“연고를 누가 너에게 발라줬어? 이건 화상약이 아니라 고추를 우린 물이잖아! 정말 너무하네. 얼마나 아팠을까!”그녀는 즉시 따뜻한 물을 대야에 받아와서 상처를 닦아주려 했지만 피부에 따뜻한 물이 닿자 더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다.연경은 해탈한 얼굴로 명월에게 부탁했다.“언니, 얼음물 좀 가져다주세요.”명월은 눈물을 머금고 다시 밖으로 나가 얼음물을 가지고 들어왔다. 그제서야 화끈거리던 통증이 조금은 가라앉았다.연고를 다 바른 후, 연경은 침상에 엎드려 말했다.“고마워요, 언니. 앞으로 꼭 보답할게요.”“바보 같은 소리 마. 네가 무사하기만 하면 돼.”명월은 안쓰러운 눈으로 목에 난 상처를 바라보았다.“너처럼 예쁜 아이가 목에 흉터라도 남으면… 내일 도련님께 가서 약 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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