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순 없어요. 소인이 직접 내겠습니다.”연경이 손사래를 치던 찰나, 마당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불현듯 탁자로 뛰어올랐다. 녀석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연경의 품으로 파고들었다.서주행은 혀를 차며 능글맞게 말했다.“저 녀석도 주인 닮아서 미인을 좋아하나 봐.”지난번 취옥헌에서도 그의 유쾌한 입담을 경험했지만, 오늘은 더 심했다. “내가 환자를 받을 때 늘 하는 버릇이 있는데, 완치 전엔 진료비를 안 받거든. 나아진 다음에 한번 와.”시녀의 처지를 잘 아는 서주행은 터무니없는 핑계로 연경을 돌려보냈다.떠나기 전, 연경은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 “만약 발진 원인을 못 찾고 계속 그걸 먹으면 어떻게 되나요?”서주행의 표정이 순식간에 진지해졌다. “그러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어. 먹는 걸 가려서 먹어.” 그러고는 장난스레 덧붙였다. “난 아픈 미인보다는 생기 넘치는 미인이 더 좋거든.”연경이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요즘은 살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네요. 그래도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서주행이 이상함을 느끼고 위로의 말이라도 건네려 했지만, 그녀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얼마 후, 심부름꾼이 불평하며 다가오더니 그에게 물었다. “요즘 장사도 안 되는데, 진찰비는 왜 안 받으셨습니까?”서주행은 그런 그에게 눈을 부라렸다. “누가 안 받는다고 했어? 무안 후작네 장부에 적어둬!”이틀 후, 연경은 다시 오지 않았다.삼일 째, 손기욱이 찾아와 서주행을 주루로 끌고 갔다.한 사람은 위풍당당하게 걷고 한 사람은 다리를 절뚝거리고 있으니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하필이면 손기욱은 맨 위층이 경치가 좋다며 위층을 고집했다.서주행은 숨을 헐떡이며 투덜댔다.“그 시종한테 말 좀 걸었다고 이렇게까지 나를 괴롭힐 일이야?”"시종 누구?"서주행은 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연경이라는 아이 말이야. 어찌 그리 어여쁜 아이를 홀로 진찰을 내보낼 수 있어?”손기욱의 얼굴이 굳어졌다. 뭐라고 한소리 하려던 때, 옆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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