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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시녀의 생존수칙: Chapter 521 - Chapter 530

561 Chapters

제521화

진충안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 한참이 지난 후에야 입을 열었다.“대체 그런 헛소문은 어디서 들으신 겝니까?”“헛소문이라니!”한 장로가 황당하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또다른 장로는 잠깐 숨을 고르더니 계속해서 욕을 퍼부었다.“밖에서 무슨 소문이 돌고 있는지 나가서 들어보지 그러냐? 성공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거늘! 승주 지부로 아직 입지도 탄탄하지 않은데 양가를 두고 간을 봐?”진충안은 더 이상 신국공 가문을 고집할 수 없어 내키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다 헛소문입니다! 제가 이 일을 철저히 조사하겠습니다! 우린 이미 무안 후작의 예물을 받았으니 당연히 무안 후작부와 사돈을 맺어야지요!”두 장로는 그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안심했다.두 분은 부모도 없는 아이를 그리 박대하면 안 되고 무안 후작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더니 차도 안 마시고 돌아가 버렸다.진충안의 얼굴이 퍼렇게 질렸다. 오늘 일은 그가 손을 쓸 틈도 없었다.좀 있으면 신국공부에서 폭풍이 휘몰아칠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팠다.잠시 숨을 고른 그는 심복을 불렀다.“가서 두 장로님들께서 왜 갑자기 오셨는지 알아보고 오거라.”“소인이 방금 알아봤는데 무안 후작께서 아침 일찍 두 분의 거처를 방문하셨다고 합니다.”진충안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뭐라? 손 후작이 승주에 도착한지 며칠이나 된다고 그분들의 거처까지 알아냈단 말이냐!”둘째 부인도 듣고 있자니 덜컥 겁이 났다.“무안 후작은 겉보기에 온화하고 겸손한 사람처럼 보이던데 어찌 뒤에서 그런 수작질을 할 수가 있나요?”시종이 말했다.“무안 후작께서는 바깥에서 도는 소문을 듣고 나으리께서 두 가문을 두고 간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여 예물을 들고 장로님들을 찾아가 하소연한 것으로 보입니다. 손 후작께서는 소문을 잠식시키기 위해 연이 아씨를 정실로 맞이하고 진씨 가문의 명성에 흠이 가지 않도록 돕겠다 하셨답니다.”진충안은 하룻밤 사이에 생겨난 소문이 손기욱과 무조건 연관이 있다고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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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2화

연경은 점점 의심이 들었다.“작은 할머니는 누가 지키고 있죠? 만약 방안에 뛰어들어가 소란을 부렸으면 할머니는 어떻게 됐겠어요!”“누가 아니래? 이 집안은 둘째네가 다 관리하고 있으니 지금 당장 가서 동서가 대체 사람 관리를 어떻게 했는지 따져봐야겠다! 한번이면 실수라고 넘어갔지 이게 벌써 두 번째라니!”큰 부인은 연경을 안심시킨 후, 씩씩거리며 밖으로 나갔다.신 의원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연경은 약간 좋아진 노부인의 안색을 보고 한씨 어멈에게 말했다.“탕약은 아직 드시기 전이죠? 가져오세요. 제가 할머니께 떠먹여드릴게요.”한씨 어멈이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신 의원은 하루치만 처방하셔서 어제 이미 다 마셨습니다. 오늘은 다시 진맥을 하고 상황에 맞춰 처방을 지어주신다 하셨어요.”연경은 무안 후작과의 혼사를 받아들인 마당에 신 의원이 이대로 오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그녀는 곧바로 결단을 내리고 한씨 어멈을 시켜 다른 의원을 모셔오게 했다.두 부인과 며느리들은 새로 모셔온 의원과 함께 양심재로 왔다. 의원은 한참을 진맥을 보더니 처방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신씨 가문에 밉보여서 이제 신 의원도 진료를 안 해주려 하니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혼사가 그렇게 급한 일이야? 할머니께서 좀 나으면 하든가.”사람들의 시선이 연경에게로 쏠렸다.연경은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둘째 형수는 지금 저를 탓하시는 건가요?”“탓하면 안 되나?”연경은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둘째 형수가 한번 말씀해 보세요. 할머니께선 그동안 무사히 지내셨는데 왜 집에 온 뒤로 이렇게 심하게 앓아누우신 걸까요?”“그… 그걸 내가 어찌 알아?”“할머니는 정신이 멀쩡하실 때 제 혼처를 정해주셨습니다. 둘째 백부가 할머니와 단독으로 대화를 나눈 후에 할머니는 화를 참지 못하고 그대로 기절하셨죠. 탓을 할 거면 왜 둘째 백부는 탓하지 않나요?”진형천의 부인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집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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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3화

“언제 오셨습니까?”연경은 귓가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전율을 애써 무시하며 그에게 물었다.“아마 반 시진 정도 되었나?”순간 그녀는 할 말을 잃었다.그렇다면 그녀가 옷을 벗는 과정을 다 봤다는 얘기였다. 이상한 동작을 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했다.연경은 수치심에 아무 말도 못하고 얼굴만 붉혔다.손기욱이 귓불을 살짝 깨물자,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그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내가 목욕 시중을 들어줄까?”그는 그녀의 머리를 뒤로 넘겨주고 귓불을 쓰다듬으며 욕망을 드러냈다.연경은 차마 그를 쳐다볼 수 없었다.뻔뻔한 그를 어떻게 대처할지 모르는 그녀는 여기가 진씨 저택이라는 것을 떠올리고 긴장해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안 됩니다. 깊은 밤에 누가 듣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손기욱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목욕을 하는데 무슨 소리가 난다고? 설마 경이 넌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게냐?”갈라진 그의 목소리에서 진한 욕망이 묻어났다.연경은 수치심이 들어 힘껏 그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진가네 저택에서 그가 선을 넘을 거라고 생각지 않았지만 그는 그녀가 상상한 것보다 더 뻔뻔한 사람이었다.손기욱은 붉게 물든 그녀의 뺨과 불안에 떠는 모습을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러고는 그녀의 입가를 어루만지며 부드럽게 말했다.“그래, 그래. 우리 경이는 정직한 사람인데 내가 뻔뻔한 놈이라 이상한 생각을 했구나?”연경은 어이가 없어 웃음만 나왔다.손기욱은 그녀의 팔을 잡고 자세히 몸을 닦아주기 시작했다.하얀 그녀의 살결이 뜨거운 물에 닿으니 분홍빛으로 물들었다.매화당에 있을 때는 그와 함께 목욕한 적이 자주 있었지만 이렇게 꼼꼼하게 그녀의 몸을 닦아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연경은 가슴이 벌렁거려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더 이상 그를 보고 있을 수 없었다.고요한 밤에 이 저택에서 그녀가 조금이라도 타협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손기욱은 곧바로 허를 찌르고 들어올 것이다.허리춤에서 딱딱한 촉감이 느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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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4화

손기욱은 그녀에게 거절할 기회를 주지 않고 곧바로 입술을 탐했다.모든 게 끝난 후, 연경은 자신이 미쳐버린 것 같았다.고요한 밤에는 작은 소리도 크게 들리는 법이다.창밖에서 귀뚜라미가 울고 있던 중, 작은 발소리가 들리더니 당직을 서던 시녀들이 소근거리기 시작했다.연경은 손기욱의 품에 안겨 한참 쉰 후에야 그의 어깨를 밀쳤다.손기욱은 미동도 하지 않고 그녀의 귀를 깨물었다.“이미 통금 시간이 지났어.”연경은 갑자기 머리털이 곤두서기 시작했다.“해서 지금 여기서 묵고 가시겠다는 건가요?”희미한 불빛을 통해 당연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그의 얼굴이 보였다.연경은 어이없다는 듯이 물었다.“일부러 작정하고 야밤에 담을 넘어오신 거군요?”“네가 날 그리워하길래 나도 어쩔 수 없이 담을 넘은 것 아니냐?”손기욱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내가 안 온다고 담벼락을 한참이나 멍하니 쳐다봤다던데.”연경은 그에게서 고개를 홱 돌렸다.“신 의원이 진료를 거부하니 오라버니가 언제 오실지 물어보려 했습니다.”“오라버니라는 호칭은 참으로 자연스럽게 나오는구나. 대체 오라버니를 몇이나 만들려고?”“주행 오라버니가 어떤 분인지는 나으리께서 저보다 아실 테지요. 이번에 오라버니가 준 신물이 아니었다면 할머니는 세상을 떠났을지도 모릅니다.”연경은 정색해서 해명하다가 뭔가 이상함을 직감하고 그에게 물었다.“나으리는 제가 진가의 형제들과 가깝게 지내는 게 싫으십니까?”손기욱은 눈을 깜빡이다가 하는 수없이 말했다.“지금의 넌 진가의 둘째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가깝게 지내야지. 오히려 거리를 둔다면 의심을 살 것이다.”연경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하물며 그녀와 이 집안은 정말 혈연관계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그런데 왜 자꾸 그 사람들 얘기를 꺼내십니까?”그녀의 위로 올라탄 손기욱은 정색해서 말했다.“난 다른 수컷들이 네게 접근하는 게 그냥 싫어.”“수… 컷이요?”연경은 그제야 그가 또 질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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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화

큰 형수와 셋째 형수는 웃는 얼굴로 다가와 연경의 옷 입는 것을 도와주겠다 했다.유독 둘째 형수만 눈알을 굴리며 방 안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우린 밖에서 기다리자고 했는데 성질 급한 둘째가 굳이 문을 열고 들어오지 뭐니.”큰 형수는 일부러 문을 연 사람이 자신이 아님을 강조했다. 둘째가 빨리 사과하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둘째 형수는 무심한 듯 웃으며 말했다.“내가 성격이 좀 급하고 말주변이 없어서 어제 너와 언쟁이 있었는데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 나도 할머니가 안타까워서 그만….”말을 마친 그녀는 열린 창문을 보고 다급히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어휴. 이른 아침에 웬 창문을 열어두었담. 감기라도 들면 어쩌려고.”그녀는 연경을 등지고 바깥에 사람이 있나 한참을 확인하고서는 뒤돌아섰다. 그런 그녀의 눈가에 약간의 실망감이 스쳤다.연경은 진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그녀의 사과에 덤덤히 말했다.“가족끼리 사과가 왜 필요한가요. 저도 사람들 앞에서 형수를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 거였어요. 그때는 저도 화가 나서 말이 막나갔던 것 같네요.”큰 형수와 셋째 형수가 나서서 분위기를 무마하여 어제의 일은 그렇게 넘어가게 되었다.연경은 침상 밑에 엎드려 있는 손기욱을 떠올리고 재빨리 일어나서 세수를 했다.둘째 형수는 셋째가 연경의 비녀를 골라주는 것을 보고 갑자기 입을 열었다.“내 듣기로 어제 양심재에 길고양이가 들었다던데. 혹시 발정 난 고양이 소리 때문에 잠을 설쳐서 늦잠을 잔 거니?”연경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그녀는 둘째 형수가 일부러 그녀를 떠보는 것인지, 아니면 아현이 그렇게 얘기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길고양이가 돌아다니는 건 흔한 일 아닌가요? 아현이가 어제 한참을 잡으러 다녔다더군요. 쫓아내서 다행이죠.”분위기가 이상함을 느낀 셋째 형수가 웃으며 큰 형수에게 눈짓했다.큰 형수는 아직 할 말이 남은 듯한 둘째에게 다가가 그녀의 팔을 잡고 밖으로 끌었다.“가지. 가서 할머니가 깨셨는지 보고 오자고.”“둘째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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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6화

아민의 도움을 받아 담을 타고 떠나려던 손기욱은 뭔가가 떠올라 아현을 불러 당부했다.“혹 어젯밤 일로 아씨가 회임을 걱정하거든 시간 날 때 강씨 어멈을 찾아가라고 하거라. 하지만 내 욕심에는 걱정할 필요 없어. 아이가 생기면 낳으면 되는 거고.”그는 충격에 빠진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소녀를 애써 무시한 채 고개를 돌렸다.한편, 연경과 함께 저택을 나온 셋째 형수는 골목길을 지나가다가 홀로 걸어나오는 손기욱을 발견했다.마부가 마차를 세우고 공손히 그에게 예를 행했다.“나으리를 뵙습니다.”소리를 들은 두 사람도 나와서 예를 행했다.셋째 형수는 웃으며 손기욱에게 인사를 건넸다.“연이가 밖에 나오자마자 나으리를 마주치다니, 이런 우연이 또 있을까요? 그런데 여긴 어쩐 일이세요?”손기욱은 담담히 말했다.“지나가던 길이었습니다.”그는 곁눈질로 연경을 힐끗 바라보았다. 하얗던 볼이 수줍게 붉은 색으로 물든 채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마치 금방 피어난 해당화 같았다.연경은 감히 그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손기욱은 무심한듯 자신의 팔꿈치를 매만졌다.어젯밤 그녀가 깨물었던 곳이었다.그녀는 순간 긴장하여 숨이 넘어갈 것 같았다.손기욱과 작별한 후, 셋째 형수는 연경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무안 후작은 참으로 자상한 분 같구나.”같은 여인으로서 그녀는 건장한 무안 후작의 체격을 보고 그의 주변에 흠모하는 여인이 적지 않을 것임을 직감했다. 사내는 여러 여인들을 품을 수 있지만 여인들은 한 사내만 바라보고 평생 살아야 하니 가끔은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형수의 생각을 모르는 연경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어쨌든 귀하신 후작이니 출신만 따진다면 네가 좀 밀리는 건 사실이지. 하지만 걱정 마렴. 둘째 삼촌은 침착하고 능력 있는 분이니 앞으로 더 진급하실 게야. 어머니께서는 친정은 언제나 너의 버팀목이 되어줄 거라 하셨어. 시집을 가서 혹 서러운 기분이 든다면 우리에게 서신을 보내 알려주렴. 우리가 어떻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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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7화

강씨 어멈은 그 말을 듣고 말문이 막혔다.어멈은 진씨 가문에 대해 알아본 바가 있었다.노부인의 셋째 며느리는 난산으로 목숨을 잃었다. 애처가인 셋째 아들은 결국 부인을 따라 저 세상으로 가고 말았다. 그 시기에 노부인의 막내딸도 난산으로 세상을 떠나며 산모와 아이 모두 사망하고 말았다. 연경은 자신의 어머니인 풍씨가 노부인의 딸이라고 의심하고 있었다.그렇다면 과거 진씨 가문에서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스러운 사고가 있었다는 의미였다.연경이 출신을 밝히려면 과거 일을 다시 파헤쳐야 했다. 자칫 잘못하면 연경이 진연이 아니라는 사실이 만 천하에 드러날 것이다. 그렇다면 연경의 거짓 죽음을 주도하고 몰래 신분을 세탁한 손기욱의 행위도 드러날 것이다.강씨 어멈은 깊게 생각하기도 싫었다. 어쨌거나 노인은 연경이 출신을 밝히려는 행위는 옳지 않은 것이라 생각했다. 호시탐탐 손기욱을 노리는 눈이 그렇게 많은데 이는 그의 큰 약점이 될 수 있었다.강씨 어멈은 연경이 진씨 가문이라는 의지할 곳이 생기면 마음이 변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었다.한참이 지난 후에야 노인은 한층 누그러진 어투로 말했다.“그건 아니지요. 저는 그저 괜한 일을 파헤치려다 대국을 그르칠까 걱정입니다. 나으리는 아씨를 저버리지 않을 거예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하지만 그 말에는 확신이 없었다.손기욱의 양심을 믿지만 그 역시 사내이고 평생 한 여자만 바라본다는 보장이 없었다.그는 한때 연경을 대하던 것처럼 란향을 위해 목숨까지 잃을 뻔한 사람이었다. 강씨 어멈은 앞으로는 그가 다시 누군가에게 마음을 내어줄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연경에게 마음을 내어주었다.물론 그게 손기욱의 잘못은 아니었다. 란향은 그가 평생을 바쳐 지켜줄 가치가 없는 사람이었다.“어멈, 저를 믿어주시지 않겠습니까? 제가 출신을 밝히고 싶은 건 나으리를 배신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그분이 저를 저버리지 않는다면 저도 그분을 저버리지 않을 거예요. 그분께서는 저를 심연에서 끌어내 주신 분이고 저를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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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화

그녀는 자신에게 다가와 옥을 선물하던 진가의 형제들을 떠올렸다.그들은 낮에는 공무를 보거나 글공부를 하고 시간 날 때면 양심재로 찾아와 그녀와 위씨 노부인을 보고 갔다.그게 진심인지 아닌지는 연경도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았다. 그녀는 이곳에 온 이후로 신선준과의 만남부터 경과까지 사실대로 어멈에게 들려주었다.“그건 위씨 노부인의 실수입니다. 어찌 신국공부의 셋째 도령을 초대한단 말입니까? 신 도령은 노국공의 늦둥이 아들로 줄곧 원하는 건 모두 가지며 살아왔습니다. 도련님과 아씨의 혼사는 정해졌지만 저는 그자가 가만히 받아들일 것 같지 않군요.”말을 마친 강씨 어멈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신 도령은 아마 둘째 백부가 초대했을 거예요.”강씨 어멈은 위씨 노부인의 편을 드는 연경을 보고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아씨가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인 건 압니다. 도련님과 상의한 바, 저는 이곳에 남아 정혼 절차를 마무리할 것입니다. 앞으로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사람을 시켜 저를 찾으십시오.”두 사람이 나갈 채비를 하던 중, 마주오는 손기욱과 마주치게 되었다.“나으리, 여기서 또 뵙네요.”연경은 셋째 형수의 목소리를 듣고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그가 입고 온 옷을 보고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거처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온 그는 연녹색의 두루마기를 입고 있었는데 연경이 친히 만들어준 옷이었다.연경은 그가 이런 색상이 너무 여성스럽다며 싫은 내색을 하던 걸 기억했다. 그러나 정작 입으니 큰 키에 준수한 이목구비와 잘 어우러져 부드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손기욱은 연경의 시선이 한참이나 자신에게 머무른 것을 보고 옷 선택이 맞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는 셋째 형수에게 간단히 인사를 건넸다.“곧 경성으로 돌아갈 텐데 진 소저를 잘 부탁드립니다, 형수님. 저는 어멈을 모시러 왔습니다.”셋째 형수는 연경의 팔짱을 끼며 생긋 웃었다.“당연한 말씀을요. 연이는 우리 가족인데 당연히 챙겨야지요.”네 사람은 화기애애하게 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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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화

신선준은 멀리서 보이는 연경을 보고 재빨리 다가왔다.연경은 그가 예전에 사람들 앞에서 했던 행실이 떠올라 안색이 급변했다.셋째 형수는 멀리서 신선준에게 인사를 한 후, 연경의 팔을 잡고 뒤뜰로 향하며 시녀를 시켜 자초지종을 알아보게 했다.두 사람이 양심재로 돌아온지 얼마되지 않아 시녀가 돌아와서 고했다.“신 도령의 둘째 형님께서 혼담을 청하러 오셨는데 연이 아씨가 이미 무안 후작과 정혼했다는 말을 듣고 화가 엄청 나신 듯해요.”“둘째 나으리와 둘째 부인이 어떻게든 화를 풀라고 얘기했지만, 국공부의 분노를 가라앉히기엔 역부족이었죠.”얘기를 들은 셋째 형수가 불만스럽게 말했다.“허! 그러니까 왜 할머니 뜻을 거스르고 괜한 일을 하셔서는.”연경은 경계 어린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고는 말했다.“형수, 말씀을 조심하셔야지요. 듣는 귀가 많아요. 저희는 가족이에요. 신국공 쪽에서 보복을 한다면 저희도 같이 화를 입을 거예요.”셋째 형수가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삼촌은 관원 출신인데 설마 조정의 관원에게 무슨 짓을 하겠어?”연경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런 말씀은 하지 마세요, 형수. 둘째 큰아버지네는 관원이지만 큰아버지와 저희는 아니잖아요.”셋째 형수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며 한참을 말이 없었다.잠시 후, 그녀는 자신의 머리를 툭 치며 말했다.“할머니께서 잘 가르쳤네. 연이 네가 나보다 나아. 걱정 마렴. 이제부터 입단속 잘할 테니까.”이때, 경춘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연경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셋째 형수를 보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연경은 아마 알아보라고 했던 일이 단서가 잡힌 거라 생각하고 담담히 말했다.“할 말 있으면 하렴. 셋째 형수가 남도 아니고.”경춘은 말까지 더듬으며 힘겹게 말을 꺼냈다.“소인이 듣기로 작은 노부인은 요 며칠 매일 몰래 양심재로 와서 노부인의 방에 침입하거나 주방으로 달려갔대요. 노부인의 음식을 뒤집은 적도 있다고 해요.”“할머니의 탕약은 어디서 끓였지?”경춘이 답했다.“부엌 밖에서 단독을 화로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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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0화

진충안의 진급이 코앞이었기에 시어머니는 장원으로 가서 요양을 하게 되고 작은 어머니는 저택에 남았다.시어머니는 떠나기 전에 무슨 일이 있어도 진연을 데려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때 작은 어머니의 눈빛이 돌변하더니 아이들이 가득 보고 있는 앞에서 진충안에게 무릎을 꿇고 저 여자가 아이를 죽일 것이라고 애원했다.처음 몇 년 동안 노부인은 진연을 데리고 집으로 와서 연말을 같이 보냈지만 매번 그들이 저택에 돌아오면 작은 어머니가 뛰쳐나와 소동을 부리다 보니 점점 집에 오는 횟수가 줄었다.“큰어머니는 할머니 체내의 잔독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정신이 번쩍 든 큰 부인은 눈을 깜빡이더니 고개를 저었다.“나… 나도 몰라.”그녀는 그제서야 매번 시어머니가 집에 돌아올 때면 시종들의 실수로 작은 어머니가 뛰쳐나와 시어머니에게 욕설을 퍼부었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예전에는 작은 어머니가 시어머니를 보고 자극을 받아서 평소에는 온순하다가 갑자기 돌변했다는 둘째네 말을 믿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등에 식은땀이 났다.그런데 이때, 둘째 부인의 시종이 양심재로 왔다.“아씨, 마님께서 의논할 일이 있으시다며 부르십니다.”연경은 큰 부인의 손을 잡고 상처입은 작은 고양이처럼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큰 부인은 가볍게 그녀의 손을 다독였다.연경은 아무 말없이 시종을 따라 문성원으로 건너갔다.둘째 부인은 신선준의 둘째 형의 말에 겁에 질려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연경을 본 그녀는 시종들을 물리고 이마를 짚은 채 말했다.“어서 와서 앉으렴.”“머리가 아프세요? 제가 지압해 드릴게요.”연경은 그녀의 등 뒤로 다가가 혈자리를 지그시 지압했다.둘째 부인의 두통은 곧바로 완화되었다.그녀는 기쁜 얼굴로 연경을 치하했다. 하려던 말이 차마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하지만 시간을 끌 수 없으니 한참을 머뭇거리던 둘째 부인은 결국 입을 열었다.“신 도령네가 방금 전에 혼담을 청하러 왔다간 일은 알고 있니? 우린 무안 후작과 정혼한 일이 널리 알려지면 국공부에서도 포기하고 안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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