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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시녀의 생존수칙: Chapter 541 - Chapter 550

561 Chapters

제541화

의원이 진형준을 치료하는 사이, 진형서와 진형오는 마구시합 때 있었던 경과를 자세히 설명했다.연경은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특히나 여덟 명이나 되는 장정이 손기욱을 포위하는 장면을 상상하면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그가 사방으로 포위당한 상황에서 어떻게 조금의 부상도 없이 상대를 제압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손기욱의 부탁을 받은 진형서와 진형오가 일부러 그의 부상 사실을 숨긴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진충안 부부는 이야기를 듣고 뒤늦게 두려움에 사로잡혀 서로 눈치를 살폈다.둘째 부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어… 어찌 감히 그런 짓을… 국공부의 보복이 두렵지도 않단 말이냐?”진형오가 분개하며 말했다.“신 도령이 먼저 우리를 공격했습니다! 큰 형님이 다친 후에 무안 후작은 거듭 시합을 그만하자고 제안하셨는데 신 도령이 끝까지 몰아붙였습니다!”진형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습니다. 무안 후작께서는 우리 쪽이 패배를 인정하겠다고 두 번이나 말씀하셨는데도 신 도령이 계속하자고 하였어요.”진충안은 그 말을 듣고 소름이 끼쳤다.“이기는 시합이라 확신했을 텐데 당연히 그만두고 싶지 않았겠지.”무안 후작을 처음 본 순간 그는 굉장히 겸손하고 말이 통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날 무안 후작이 살기를 드러낸 순간부터는 왜 그가 전장의 살신이라고 불리는지 이해하게 되었다.그렇다면 겸손하고 온화한 모습은 그가 꾸며낸 거짓이 아닐까?진충안은 생각할수록 간담이 서늘해지고 손바닥에 식은땀이 맺혔다.천만다행으로 그는 큰 실수를 하지 않았다. 만약 그가 무안 후작을 상대로 혼약을 파기하자는 얘기라도 꺼냈다면 어떤 결말을 맞았을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둘째 부인은 창백한 얼굴로 진충안의 팔을 붙잡으며 간신히 몸을 가누었다.두 사람은 원래 무안 후작이 승주를 떠난 후에 방법을 강구해 신선준에게 사죄할 계획을 세웠지만 이제 그런 생각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한편, 손기욱은 친히 신 선준을 신씨 가문 저택으로 데려갔다.신가의 차남은 동생의 처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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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2화

손기욱은 조만간 다시 중용될 거라는 것을 신민준은 은연중에 느끼고 있었다. 이것이 그가 진가의 둘째딸의 정혼상대가 무안 후작이라는 것을 알고 동생에게 포기하라고 권한 이유였다.둘째 형수는 그 말을 듣고 더욱 서러움이 북받쳤다.“도련님이 너무 발쌍하잖습니까. 태어나서 지금까지 언제 이런 취급을 당해봤겠어요!”신민준은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앞으로 함부로 입을 놀리지 마!”그는 얼굴을 벅벅 문지르고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밖으로 나가 손기욱을 접대했다.온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무도 손기욱에게 차를 내오지 않은 것을 보고 그는 즉시 웃음을 띠며 직접 차를 따라 건네고 동생을 데려다줘서 감사하다고 거듭 감사를 표했다.손기욱은 묘한 눈길로 신민준을 바라보았다.그는 사실 신국공부와 접촉이 그리 많지 않았는데 오늘 보니 신가의 차남은 꽤나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인 것 같았다.오히려 이런 상대가 더 귀찮은 법이다.역시나 손기욱이 저택을 떠나기 바쁘게 신민준은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반 시진 후, 신민준은 친히 하인들을 시켜 예물 상자를 들고 호기롭게 손기욱과 강씨 어멈이 머무는 처소로 향했다.하인들은 가는 내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떠벌렸다.“저희 셋째 도련님께소 오늘 진가의 형제들과 마구시합을 하다 무안 후작을 놀라게 해서 특별히 사죄드리러 가는 길이랍니다.”평민으로 위장하고 거리에 숨어 있던 하인이 일부러 놀란 척 목청을 높였다.“내 보니 셋째 도령은 들것에 실려 집으로 돌아갔고 무안 후작은 멀쩡하던데, 어찌 중상을 입은 쪽에서 부상도 없는 사람에게 사죄를 드린단 말이오?”근처에 있던 백성들이 그 말을 듣고 하나둘 모여들었다.신씨 가문 하인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저희 도련님 진영에서 실수로 진가 장남의 다리를 다치게 했는데 진가와 혼인을 앞두고 계신 무안 후작께서 이를 보고 화가 나서 그러신 듯합니다.”누더기를 걸친 신민준의 사람이 다시 물었다.“내 전에 들으니, 신 도령께서 먼저 진가에 혼담을 청하였는데 어쩌다가 무안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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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3화

연경은 가림막을 열고 한눈도 팔지 않은 채로 손기욱을 바라보았다.경성을 떠날 때도 이렇게 아쉽지 않았는데 낯선 곳에 온 후에서야 손기욱이 그녀에게 얼마나 든든한 존재였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녀가 뭘 하려고 하든 그는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그는 항상 그녀에게 잘했다고, 괜찮다고 칭찬해 주었고 그가 곁에만 있으면 많은 걸 그녀가 걱정하지 않아도 그가 친히 다 준비해 주었다.손기욱은 말을 타고 느릿느릿 움직였고 연경의 마차도 그와 보폭을 맞춰서 앞으로 나아갔다.연경이 이렇게 손기욱을 뚫어져라 쳐다본 적이 없었기에 그는 일부러 허리를 더 곧게 펴고 살짝 턱을 들어 전방을 내다보았다.연경은 그런 그를 어리둥절한 얼굴로 바라보았다.주변 백성들이 점점 줄어들자, 손기욱은 작은 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어제 마구시합을 보러 올 줄 알았는데, 어제 입었던 의복은 먼지가 묻어서 오늘 입지 않았다.”연경은 자신이 지어준 환한 색상의 의복을 떠올리고 말했다.“나으리께서 마음에 드신다면 앞으로 몇 벌 더 지어드리겠습니다.”손기욱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그 옷을 입은 내 모습이 마음에 든다면 널 위해 입어주지.”아주 평범한 한마디였지만 연경은 문득 그런 말이 떠올랐다. 여인은 자신을 아껴주는 사람을 위해 단장을 한다는 옛 구절이었다.갑자기 가슴이 두근두근거리기 시작했다.연경은 얼굴이 확 붉어지며 시선을 내렸다.“나으리는 뭘 입어도 멋지십니다.”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마음은 누구나 있는 법, 그녀는 단지 자신이 너무 깊게 빠지지 않도록 늘 경계할 뿐이었다.하지만 이별이 코앞이니 오늘은 조금 더 보고 있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손기욱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오늘 이 옷은 어떠냐? 잘 어울리나?”연경은 고개를 들어 간절한 그의 눈빛을 마주하며 수줍게 대답했다.“잘 어울리십니다.”손기욱의 입꼬리가 더 높이 올라갔다.“내 잠시 후 네게 줄 것이 있다.”천리까지 배웅해도 결국 이별은 정해져 있는 법, 연경은 성 밖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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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4화

그는 뒤늦게 깨달은 듯 물었다.“입술에 연지라도 바른 거야?”연경은 하려던 말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 속에서 뜨거운 열망이 느껴졌다.그녀는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뒤쪽은 마차가 가로막고 있고 주변은 태복 일행이 말을 몰아 막고 있었으며 마부와 아현 일행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연경은 즉시 그의 목을 끌어안고 스스로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하지만 키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얼마 못 가 다시 입을 뗐다.“예쁜가요?”손기욱은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를 굽혀 다시 입을 내밀었다.“입술이 좀 건조하니 네 입술연지를 좀 빌려주려무나?”연경은 한심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두 손으로 그의 어깨를 감싸고 다시 입술을 맞댔다.이번에도 손기욱은 평소처럼 저돌적으로 부딪쳐오지 않고 그녀가 천천히 입맞춤을 하도록 내버려두었다. 하지만 그녀가 물러나려 할 때마다 뒤통수를 꽉 붙잡고 물러나지 못하게 했다.연경은 하는 수없이 그가 전에 하던 대로 그의 입안을 헤집었다.그 모습은 마치 호랑이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어린 양을 떠오르게 했다.정신없이 입맞춤을 나누던 두 사람은 태복이 연거푸 기침을 해서야 손기욱이 아쉬운 듯 그녀를 놓아주었다.연경의 두 눈은 이미 흐릿해져 있었고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손기욱은 갑자기 기운이 넘치는 듯, 흡족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전에 신선준과 왕 의원을 지켜보라 했었지. 왕 의원 그놈은 당일에 가족들을 데리고 야간 이사를 했는데 신선준은 직접 관아에 찾아가 그들 일가족의 행방을 조사했더라고. 내가 혼담을 성사시킨 그날 밤에 어떤 사내가 왕 의원의 집을 찾아갔다가 신선준의 사람들에게 몰매를 맞았지.”“신선준이 하는 짓으로 보아 노부인이 독해를 당한 사건은 그자와 무관한 듯해.”“그럼 배후는 누굴까요?”손기욱은 고개를 저었다.“내가 일부러 수를 써서 놈을 도망치게 도왔어. 신선준도 그 놈도 전혀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했지.”연경은 뒤늦게 그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에게 물었다.“나으리께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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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5화

풍씨의 말에 따르면 그녀의 어머니 풍 부인은 세상을 뜨기 전에 깜짝 놀랄만한 진실을 말해주었다고 했다.풍씨와 그녀의 오라버니는 어머니의 친자식이 아니라 양반가문의 적출이라는 얘기였다.그때 풍 부인은 어느 양반댁 외실의 시녀로 일하며 아이들을 돌보았다. 사내아이가 금방 걸음마를 떼기 시작했을 때 그 외실은 또 한번 회임을 했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로는 줄곧 풍 부인이 아이들을 돌봤다.그런데 어느 날, 풍 부인은 그 여인이 시녀를 시켜 두 아이를 산속에 버리라고 하는 광경을 목격했다.풍 부인은 그제야 그 두 아이가 외실의 소생이 아닌, 양반가 귀부인의 자식이며 외실의 자식은 양반가로 보내져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외실은 아이들이 시끄럽다며 버리라고 명했다.한편, 아이를 잃은 경험이 있는 풍씨는 친히 업어서 키운 아이들이 죽는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졌다.말도 제대로 못하고 이제 금방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아이가 산속에 버려진다면 죽을 길 밖에는 없었다.풍씨는 핑계를 대고 도망쳐서 두 아이를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풍씨 부부는 마침 아이를 잃은 비통에 잠겨 있던 때였기에 자연스럽게 두 아이를 자신의 자식처럼 키우게 되었다.외실에게 진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그들은 이사를 했고 나중에는 도화마을에 안착하여 살게 되었던 것이다.“외삼촌도 진짜 제 외삼촌이었다니! 정말 놀랍네요!”연경은 장명쇠를 매만지며 당장이라도 집으로 달려가고 싶었다.그녀는 외할머니가 어떻게 진실을 알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심혈을 기울여 키운 아이가 친자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어떤 심정일지는 상상이 갔다.왜 노부인이 의식이 흐릿할 때에도 막내딸을 불렀는지 이제 이해가 갔다.손기욱은 그녀의 신경이 완전히 다른 곳으로 쏠리자 속으로 한숨을 쉬고는 당부하듯 말했다.“너는 이제 무안 후작의 정혼녀이다. 내가 돌아가면 자꾸 참고 움츠릴 필요 없어. 너희 둘째 백부네도 함부로 너를 괴롭히지 못할 것이야.”연경은 장명쇠에만 시선을 고정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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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6화

“그거 들었어? 어제 신 도령이 다리가 부러졌는데 오히려 신씨 가문에서 후한 예물을 들고 때린 사람에게 찾아가서 사죄를 드렸다지 뭐야?”“신 도령을 본 적 있는데 얼굴도 준수하고 온화한 사람이었어. 그 분은 국공부의 막내 도련님 아니었나? 누가 감히 그런 분의 다리를 부러뜨려?”“무안 후작 말이야. 진가와 혼인하려는 그 무안 후작.”“진가의 둘째딸은 신 도령과 혼담이 오가지 않았었나? 어쩌다 무안 후작이 된 거지?”연경은 이 말을 듣고 잇따라 눈살을 찌푸렸다. 신선준의 공명정대하고 마음이 너그러운 인상이 과연 이렇게 깊이 파고들었던 것일까? 손기욱은 어떻게 하루아침에 권세를 믿고 남을 괴롭히는 소인배가 되었단 말인가?그녀는 매우 우습게 느껴졌다. 작위로 보면 국공부가 분명 후작부보다 높은데, 손기욱이 대체 무슨 수로 권세를 믿고 객기를 부린단 말인가.아민은 이 말을 듣고 화가 나서 말했다.“아씨, 제가 내려가서 저들에게 따져야겠습니다!”연경은 그녀를 붙잡았다. “조급할 필요 없어. 네가 그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이후에 그들이 더욱 심한 소문을 퍼뜨릴 거야. 먼저 집에 돌아가서, 치풍에게 이 일에 대해 의논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알아보게 해야겠구나.”이런 논평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그녀는 손기욱이 이렇게 모함받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어떻게 하면 여론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지, 그녀에게는 대책이 필요했다.집으로 돌아온 세 사람은 빙수를 각 방에 나눠주고 연경은 다시 위씨 노부인의 곁으로 가서 병상을 지켰다. 노부인은 중독 증세가 이미 완화되었지만 어쩐 일인지 계속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그날 저녁, 아민이 굳은 표정으로 돌아와 치풍이 알아온 소식을 연경에게 알렸다.연경은 그제서야 이미 승주의 백성들이 모두 신선준이 다리를 다친 일에 대해 논의하고 있고 대부분 사람들은 그를 안타깝게 생각하여 무안 후작을 흉폭한 사람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평판이 이렇게 일방적일 수 있다니. 분명 신씨 가문이 무슨 수작을 부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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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7화

“위씨 노부인의 상태는 매우 허약하여 언제 숨을 거두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오랜 혼수상태가 지속되는 중에도 뭔가 미련이 남아서 지금까지 버티고 계셨던 것이지요.”진찰을 마친 서주행은 직설적으로 진단을 내렸다.큰 부인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하지만 어머님의 안색은 분명히 계속 좋아지고 계셨는데요.”서주행은 웃으며 말했다.“예쁜 누님이 오해를 하셨나 보네요. 일시적으로 안색만 좋아지게 했을 뿐이지 노부인의 오장육부는 이미 기력을 소진한 상태이지요. 이대로 혼수상태가 계속된다면 오래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큰 부인은 예쁜 누님이라는 호칭에 깜짝 놀라 얼굴을 붉혔지만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둘째 부인은 착잡한 눈으로 서주행을 빤히 바라보다가 다시 큰 부인을 힐끔 쳐다보았다.둘째 부인은 노부인이 일찍 세상을 떠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들은 이제 막 승주에 왔는데 이때 모친상을 당하면 진충안의 출세길이 늦춰질 것이다.그녀는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부디 최선을 다해 어머님을 치료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서 의원님.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 말씀하세요.”서주행은 연경의 목소리를 들은 이후로는 표정을 풀고 부드럽게 말했다.“침술을 시전해야 하는데 저는 시끄러운 것을 가장 꺼립니다. 예쁜 누님들께서는 나가서 기다려 주시고 노부인과 가장 가까운 분 한분만 남아주십시오.”이제는 둘째 부인도 얼굴이 화끈거려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두 부인은 동시에 병풍 쪽을 바라보았다.결국 둘째 부인이 결단을 내리고 연경만 남게 한 후, 큰 부인을 끌고 노부인의 침실을 나갔다. 시녀들도 부인들을 따라 차례로 나가고 한씨 어멈만 남았다.연경은 그제야 병풍 뒤에서 나와 서주행에게 인사했다.서주행은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야위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서야 안심하고 말했다.“진 소저, 오랜만이군.”두 사람은 몇마디 인사말을 나눈 후, 서주행은 즉시 침술을 시작했다.한씨 어멈은 그가 침을 놓으며 연경에게 말을 거는 것을 보고 간담이 서늘해 뭐라고 말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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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8화

얘기를 들은 서주행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어리석은 짓이야! 지금 시국에 국공부를 적으로 만드는 건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라고.”연경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서주행은 그녀의 작은 얼굴에서 핏기가 싹 사라지는 것을 보자, 달래듯 말했다.“착한 내 동생, 너무 걱정은 마. 기욱은 항상 자기 주관대로 행동하는 사람이니 분명히 뒤처리도 대비했을 것이야.”연경은 곧 이유를 추측해냈다.“경성의 정세는 대체 어느 정도로 불안정한 거죠?”서주행은 멈칫하다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난 아무 얘기도 안 했는데 벌써 눈치챘단 말이야?”연경 덕분에 이제 그는 경성에서 좋은 명성을 얻고 많은 고위 관료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그를 저택으로 초대했다. 그는 더 이상 예전처럼 게으름을 부리지 않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진료를 보고 인맥도 많이 쌓았다.그는 각 가문의 뒷방 여인이나 시녀들을 통해 복잡하고 치밀한 정보들을 알아낼 수 있었다.예를 들어, 누가 황제의 반대파에 서서 위협을 가하고 있고 누군가는 제위를 찬탈할 계획을 진행 중이며, 또 누군가는 폐하를 돕는다는 명분으로 반란을 일으키려 하고 있었다.경성은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력들이 꿈틀거리고 있었고 반란군 세력들은 적절한 기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황제는 중병으로 조회에 나올 수도 없는 상황이고 이미 대경을 통치할 힘을 잃은 상태였다.그러나 이런 소식들은 모두 경성의 높은 성벽 안에서 엄격히 차단되었고 대경에서 내란이 일 것이라는 소식이 전파된다면 나라 전체가 흔들릴 것임을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서주행은 이런 세세한 것들을 연경에게 알려 걱정만 늘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연경은 마른침을 삼키며 그에게 말했다.“오라버니, 무섭게 왜 그러세요. 나으리께서 막 경성으로 돌아가셨는데… 만약 경성이 그렇게 혼란스럽다면 돌아가면 안 되는 것 아닌가요….”하지만 손기욱의 부모님이 아직 경성에 계신다는 생각이 들자, 연경은 굳게 입술을 깨물었다.서주행은 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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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9화

서주행이 진이가 곧 다른 사내의 첩으로 간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 그녀는 이미 사내의 집으로 향하는 길에 올라 있었다.그가 오늘에야 겨우 승주에 도착한 까닭은 오는 길에 여러 차례 일행을 막아보았으나 번번이 실패했기 때문이었다. 며칠 동안 초조함에 시달리던 그는 차라리 목적지에 도착하여 기회를 엿보다가 사람을 빼내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물론 그는 충동적으로 그 사람 집으로 찾아가지는 않고 사람들을 데리고 성문 앞에서 기다렸다.거의 두 시진을 기다린 끝에 진이가 탄 소수레가 성문에 들어섰다.진이는 곧 죽을 사람처럼 안색이 파리하게 질려 있었고 맑고 곱던 눈은 생기를 잃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굳은 표정으로 소수레에 타고 있었다. 사람을 좋아하고 성격도 활발하던 그녀는 이제는 마치 혼이 빠져나간 목상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서주행은 가슴이 저릿하고 숨이 막혀왔다.그는 한참을 뒤따라가다가 진이가 동행한 어멈에게 이끌려 어느 한 작은 저택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낭자, 어서 옷을 갈아입으십시오. 승주에서는 밤이 되어야 혼례를 올린답니다. 새 부군이 될 분은 정직하고 성실한 분이라 반드시 붉은 비단치마에 면사포를 씌워서 집으로 들여보내라고 고집하시네요.”새 부군이라는 말을 들은 진이가 온몸을 떨더니 마침내 눈물 한방울을 떨어뜨렸다.이렇게 되기 직전 그녀는 부군에게 밤새도록 빌었지만 그의 마음을 바꾸지는 못했다. 사랑하는 딸이 그의 손아귀에 있었기에 진이는 결국 그의 명을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오는 내내 울며 죽고 싶은 생각이 수없이 들었지만, 딸의 유순하고 맑은 눈망울이 떠올라 죽음조차 택할 수 없었다.이런 일이 자신에게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녀는 대경에 아직도 이런 악습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몰랐을 것이다.옛 왕조에는 사내가 자신의 처를 다른 사내에게 돈을 받고 임대해 주는 풍습이 존재했는데 계약서를 써서 기간을 명시하게 되어 있었다. 임대자는 여인에게 예물을 줄 필요 없이 그녀의 부군에게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고 여인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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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0화

오후에 한씨 어멈을 통해 처를 임대하는 악습이 민간에 존재한다는 얘기를 듣고 그녀는 한참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중매인과 임대자는 진이 낭자가 사라진 것을 보고 사방으로 찾아다니더니 진이 낭자의 부군 집에 찾아가 해명을 요구하겠다고 하더군요.”아민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아씨, 저들이 관아에 고발하진 않겠지요?”연경은 고개를 저었다.“처를 임대하는 행위 자체가 잘못된 것이니 감히 관아에 고발하진 못할 거야. 사적으로 하는 거래는 관아도 눈감아 주지만 정말로 일이 커지면 불똥이 관아에 튈 수도 있거든. 그들이 진이 낭자의 부군 집에 찾아가게 해선 안 돼. 아민 너는 내일 치풍에게 말해서 내가 시킨 일을 진행시키라고 하렴.”아민 자매가 놀라며 물었다.“가능할까요? 만약에 그들이 응하지 않으면 어쩌죠?”“응할 거야. 한씨 어멈 말로는 처를 임대하는 자들은 대부분 가난한 집안 출신이라고 하더라. 그들이 정상적으로 장가들 능력이 있었다면 자연히 남의 부인을 임대하는 희한한 짓거리를 하지 않았을 테지.”연경은 은표 한 장을 꺼내 아민에게 건네며 자세히 당부했다.다음날, 서주행은 오시가 지나서야 양심재에 왔다.연경은 초췌한 그의 모습을 보고 큰 부인이 시녀들을 데리고 나간 후, 그에게 진이의 상황을 물었다.서주행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너무 울어서 내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아. 한참은 임대자의 집으로 돌아간다고 하더니 또 한참은 딸이 걱정된다고 울고….”“오라버니,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진이 낭자는 결국 다른 사람의 부인이잖아요.”평소에 온화하던 서주행의 얼굴에 살기가 스쳤다.손기욱의 뼛속부터 스며나오는 차가움과는 달리 그의 얼굴은 완전히 일그러져 있었다.“내 절대 진이를 그 짐승 곁으로 돌려보내지 않을 것이다! 전에도 이혼을 권했던 적이 있지. 하지만 진이는 감히 그럴 수 없다며 거절했어. 이제는 그 아이도 체념해야 할 때야!”연경은 품에서 종이 한장을 꺼내 건넸다.“진이 낭자는 2년 계약으로 임대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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