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탕약을 들고 들어온 한씨 어멈은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연경을 보고 못 말린다는 듯 노부인을 바라보며 말했다.“노부인, 연이 아씨가 놀라지 않습니까.”“아씨, 겁낼 것 없어요. 노부인은 그저 속에 맺힌 원한이 너무 많아 격한 말로 감정을 풀어내시는 겁니다. 노부인께서 진짜 독한 마음을 먹으셨다면 진씨 가문이 어찌 오늘날까지 건재할 수 있었겠어요?”연경은 그 말이 위로가 되기는커녕, 또 한번 놀랐다.집안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큰 사건이 있었단 말인가?위씨 노부인이 멍하니 있는 연경에게 말했다.“자, 이제 이 할미에게 솔직하게 말해 보렴. 너는 정말 무안 후작이 좋아서 혼인을 하려는 것이냐? 만약 네가 진심으로 그와의 혼인을 원치 않는다면, 내가 전 재산을 털어서라도 이 혼인을 파기해 주겠다.”“네 원래 신분이 좋지 못해서 그가 이런 일을 꾸민 것 같구나. 예전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지만, 앞으로는 이 할미가 네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마. 우리 집안의 딸은 굳이 서러움을 감내하며 싫은 사람에게 시집갈 필요가 없어!”위씨 노부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단호한 의지가 느껴졌다.한편, 경성으로 돌아간 손기욱은 먼저 궁으로 입궁하여 황제에게 문안을 올리고 경성을 떠날 수 있게 허락해준 황제에게 감사를 표했다.무안 후작부에 막 들어선 그는 갑자기 연거푸 재채기가 나왔다.손씨 가문의 큰댁과 둘째 숙부네 댁은 송학당에서 뭔가를 의논 중이었는데 손기욱을 보자마자 어색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사람들은 허둥지둥 그의 시선을 피하기에 급급했다.굳은 표정을 짓고 있던 노부인은 아들을 보자 반갑게 맞이하며 그의 손을 잡고 물었다.“혼사는 정해졌느냐?”“예. 강씨 어멈이 승주에 남았는데 앞으로 제가 직접 가기 불편할 때, 어멈이 절차를 도와주실 겁니다.”노부인은 크게 기뻐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잘됐구나. 우리 후작부도 올해는 거하게 잔치 한번 벌여야지.”손기욱이 전에 금수원의 두 무능아들을 두고 협박한 적이 있었기에 노부인은 그의 혼인 문제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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