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사 지휘사의 안색은 더욱 음울해졌다. 여전히 무표정했으나 눈동자에 서린 한기는 더는 감출 수 없었다. 방 안의 기류는 단숨에 칼날처럼 팽팽해졌다.그때, 밖에서 조태복이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나으리, 서신이 도착했습니다.”손기욱은 이미 일찌감치 당부해 두었다. 언제 어디서든, 승주에서 오는 편지가 있다면 반드시 즉시 자신에게 전하라고.지금 안에서 중대한 밀담이 오가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조태복은 감히 지체하지 못했다. 사흘 동안 후작이 간간이 구토를 반복하며 심기가 들쑥날쑥했던 터라 더더욱 그랬다.숨 막히던 정적은 손기욱이 자리에서 일어서는 순간 깨졌다. 그는 문을 살짝 열어 서신을 받아 들었고 익숙한 필체를 확인하는 순간, 방금 전까지 얼음처럼 차갑던 눈빛이 순식간에 달라졌다. 마치 얼어붙은 눈이 녹아 흐르듯 부드럽고 따뜻하게 변했다.연경의 회임 소식을 접한 손기욱은 잠시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눈을 감았다 뜨고 다시 읽고 또 한 번 눈을 비빈 뒤 고개를 숙여 다시 확인했다. 서주행이 짚은 맥이었고 연경은 분명 아이를 가진 것이었다.그 찰나,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터져 나왔다.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기쁨이 가슴을 가득 채웠고 손기욱의 입가에는 도저히 누를 수 없는 웃음이 번져 올랐다.이제 아버지가 된다는 말인가?방 안의 사람들은 그의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 기색을 보고 서로를 힐끗 바라보았다.“손 지휘사께서 혹 좋은 소식을 들으신 겁니까?”손기욱은 그들에게 대꾸하지 않은 채, 짧은 서신을 끝까지 꼼꼼히 읽었다.그러고는 그것을 소중히 접어 가슴께에 품은 뒤, 한결 가벼워진 걸음으로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아까 어디까지 이야기했지?”조금 전까지 사람을 짓누르던 압박감은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히 흩어졌다.황성사 지휘사는 검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손 지휘사께서는…”“내가 스물일곱 날 뒤에 혼례를 올린다 했지.”손기욱이 말을 끊었다.“방금 말한 걸 벌써 잊었나? 자네, 나이에 비해 기억력이 너무 딸리는 군.”손기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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