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시녀의 생존수칙: Bab 61 - Bab 70

100 Bab

제61화

그것은 시중에 흔한 옥으로 만들어진 옥조였는데 바닥에 떨어지면서 세 조각으로 동강이 났다.손기욱은 옥조를 집어들고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의 물건은 아니었다. 위에는 투박해 보이는 도안이 새겨져 있었고 비뚤비뚤 ‘경’자가 새겨져 있었다.‘그 아이의 물건이었어?’매화당에서 밤을 보냈던 그날 밤 얇은 속옷 한 벌 걸치고 있던 그 모습과 데여서 흉측한 상처가 떠올랐다. 그 흉터는 지금 그가 들고 있는 부적처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그는 고개를 흔들며 깨진 부적을 책상에 던지고 이불을 침상 안쪽에 던져놓았다.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그는 깨진 옥조를 다시 집어 잘 싸서 장롱에 넣은 후에야 다시 침상으로 돌아왔다.반 시진 후, 그는 태복의 부름에 잠에서 깼다.“나으리, 도련님께서 오셨습니다.”손기욱은 손유민과 한량들의 대화를 떠올렸다. 무안 후작가에 이런 인간 말종이 태어났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었다.무안 후작가는 대대로 황실의 충직한 신하였고 작위도 선조들께서 피 묻은 창으로 일구어낸 것이었다. 사당에 있는 수많은 위패들 중 대부분은 나라를 위해 희생한 선조들이었다.황제가 노후작이 손기욱의 양자를 들이는 것을 허락한 이유는 바로 돌아가신 선조님들을 봐서 무안 후작 가문이 대대로 이어지길 바라서였다.그런데 이 망나니는 후작가에 들어온지 2년만에 멍청하고 이기적인 자로 변해버렸다.“채찍을 가져오거라.”손기욱은 장롱을 열어 깨진 옥조를 품에 넣은 뒤, 밖으로 나갔다.술 취한 손유민은 얼굴이 시뻘겋고 동공도 풀려 있었다. 그는 곧이어 무슨 일이 닥칠지 예상도 못하는 모습이었다.조태복이 떨리는 손으로 채찍을 가져와서야 그는 본능적으로 어깨를 움츠렸다.“아… 아버지!”손유민은 손기욱이 화가 난 까닭을 이해할 수 없었다.‘이 늙다리가 또 무슨 짓을 하려고!’“네 잘못을 알겠느냐?”손기욱은 채찍을 잡고 허공에 몇 번 위협적으로 휘두르며 그에게 물었다.손유민은 그 모습을 보고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반성하겠습니다.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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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손기욱은 이를 갈며 그에게 말했다.“한낱 계집종 따위, 나중에 데리고 나와서 재미를 보게 해주지! 네가 한 말 아니더냐!”그 말을 들은 순간 손유민은 아무런 변명도 할 수 없었다. 그런 망언이 손기욱의 귀에 들어갔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사실 그도 연경을 데리고 나가 친우들의 눈요기가 되게 할 생각이 없었다. 그저 자존심을 세우고 싶은 허풍에 불과했다.그러나 그는 감히 아무런 변명도 할 수 없었다.“그날 취옥헌에서 내가 했던 가르침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것 아니냐! 남의 집 자식이 망나니가 되든 말든 난 관심 없어. 그러나 네가 날 아비로 부르는 이상, 난 너를 가르칠 책임이 있단 말이다!”“인간과 동물의 차이점이 뭐라고 생각하느냐? 넌 인간이 되길 거부하고 짐승보다 못한 자식들과 어울리길 택하였으니, 어찌 내가 화가 안 날 수 있겠어!”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무자비한 채찍질이 이어졌다. 조태복은 차마 그 광경을 눈 뜨고 바라볼 수 없어 고개를 숙였다.이대로 가다가는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기에 그는 향란을 송학당으로 보냈다.노후작과 노부인이 소식을 듣고 달려왔을 때, 손유민은 바닥에 쓰러져 숨만 겨우 붙은 상태였다.노후작은 경악에 빠져 눈을 휘둥그레 떴다.그는 근엄한 목소리로 호통치며 채찍을 드는 손기욱의 앞을 가로막았다.“그만 멈추지 못할까!”손기욱은 음산한 표정으로 손유민을 노려보며 말했다.“무안 후작가는 너희 같은 것들이 풍류를 즐기는 곳이 아니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있을 시, 그 다리를 부러뜨릴 것이다!”바닥에 쓰러진 손유민은 그 말을 듣고 움찔했다.‘저 늙다리는 그냥 하는 말이 아니야! 저건 진심이야!’노부인은 늘 살갑게 굴던 손유민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안쓰러워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아이가 잘못을 했으면 말로 잘 가르치면 될 것이지! 이렇게 여린 아이가 어디 때릴 데가 있다고 그리도 혹독하게 굴어?”손유민은 지원군이 온 것을 보고 목청을 높여 소리쳤다.“할머니,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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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백초당, 연경은 서주행과 그의 심부름꾼인 초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백초당에는 그들 세 사람뿐이라 격식을 차릴 필요 없다는 서주행의 요구에 의해 그들은 한상에서 식사를 했다.“발진이 좋아지지 않고 계속 심해진다는 것은 발진을 유발하는 뭔가를 계속 먹고 있기 때문이야. 이곳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안심하고 지내. 난 저승사자가 내 손에서 환자의 목숨을 빼앗아갈 능력이 있는지 친히 봐야겠어.”연경은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감사합니다, 서 의원님. 의원님께서 진료를 봐주시니 소인….”“난 네 주인이 아니야. 그런 호칭은 집어쳐. 차라리 오라버니라고 하는 게 낫겠네.”손기욱은 이때 안으로 들이닥쳤다. 경박한 서주행의 말을 들은 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들을 노려보며 물었다.“맛있게들 먹고 있네.”서주행은 쌀쌀맞은 그 말에 눈을 흘기고는 아무것도 못본 것처럼 닭다리 하나를 집어 연경의 접시에 놓아주었다.“귀여운 내 동생, 많이 먹어. 몸이라도 건강해야 짐승 같지도 않은 것들의 박해를 당해낼 힘이 생기지.”연경은 손기욱이 등장한 순간부터 입맛이 싹 사라졌다. 그녀는 허둥지둥 젓가락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그 모습을 본 서주행이 그녀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내가 말했지? 내 집에선 주종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어서 먹기나 해. 먹어야 병도 낫지.”마치 어린아이를 달래듯이 부드러운 말투였다.손기욱의 시선이 연경의 손목을 잡고 있는 서주행에게로 향했다.그 여인이 혼인한 이후로 서주행은 자포자기하며 이 여인, 저 여인 가리지 않고 추파를 던지고 다녔다. 그런 녀석이 그가 보는 앞에서 시종과 경박스러운 말이나 주고받고 앉았으니 그의 눈에는 한심한 그의 양아들과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그는 서주행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지 않으니 연경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연경은 힘을 주어 서주행의 손길을 떨쳐내고는 손기욱에게 다가가 예를 행했다.“나으리, 저녁은 드시고 오셨나요? 괜찮으시다면 소인이 가서 수저를 내오겠습니다.”“괜찮지 않을 건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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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연경은 자신이 고래 싸움에 낀 새우가 된 기분이 들었다.그렇게 숨 막히는 식사는 계속되었다. 둘은 앞다투어 그녀의 그릇에 음식을 집어날랐다. 연경으로서는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이었다.밤이 깊었지만 손기욱은 떡하니 대청을 차지하고 앉아 돌아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서주행은 연경에게 저녁 탕약을 달여준 후, 축객령을 내렸다.“백초당 문 닫을 시간이니 이만 돌아가.”손기욱은 한숨을 내쉬며 그에게 말했다.“난 단 한 번도 사람 목숨을 하찮게 여긴 적이 없어.”그는 고개를 들고 연경을 지나쳐 서주행을 똑바로 마주보며 말했다.“언제까지 이럴 셈이야?”서주행은 괜히 닭살이 돋아 목을 움츠리며 말했다.“참 요상하단 말이야. 밖에서는 네가 말 못할 병이 있어서 혼인을 거부한다느니, 미소년을 좋아한다느니, 괴랄한 소문이 돌고 있는데… 설마 너 나를 흠모하는 건 아니지?”사내의 정체성이 의심당하자 손기욱은 이를 부드득 갈았다.“말 못할 병이라니!”그는 은근슬쩍 연경을 힐끔거리고는 차갑게 웃음을 터뜨렸다.그렇게 두 사람이 화해하면서 손기욱은 백초당에 숙박하게 되었다.백초당에 침실은 세 칸뿐이었는데 이미 방 하나는 연경이 쓰고 있었다.“태복과 초욱이 한 방에서 자고 연경의 방은 네게 양보하지. 연경 동생은 어쩔 수 없이 나와 한방을 써야 하는데… 이거 왠지 미안하네.”손기욱은 능글맞은 웃음을 짓고 있는 서주행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일부러 이러는 건 알지만 괘씸한 건 어쩔 수 없었다.연경이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오늘 밤 당직은 제가 서겠습니다. 저를 위해 방을 따로 마련하실 필요가 없어요.”“안 돼!”“좋아.”서주행과 손기욱이 동시에 말했다.무안 후작가의 사정을 모르는 초욱은 그들의 대화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백초당은 애초에 초라한 약방이라 목욕탕이 없었다. 목욕은 큰 나무통 하나로 해결해야 하고 수시로 더운 물을 부어주어야 했다.손기욱은 잠시 물에 몸을 담그고 있다가 더운 물을 더 가져오라 명했다.문을 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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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첨벙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물이 튀었다.방 밖에서 들려오던 소리도 사라졌다.연경은 푹 젖은 채로 손기욱의 품에 안긴 꼴이 되었다.“죄송합니다, 나으리. 발이 미끄러졌어요.”그녀는 두 손을 손기욱의 가슴에 둔 채, 촉촉한 눈망울로 손기욱을 바라보고 있었다. 거기에 은방울 굴러가듯이 애교스러운 목소리까지 전해져 손기욱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어떤 사내라도 이런 유혹은 당해낼 수 없는 법이다.손기욱은 일어서려는 연경의 허리를 붙잡고 젖은 그녀의 옷섶을 풀어버렸다.그리고 비명을 지르려는 그녀의 입술에 깊은 입맞춤을 했다.이제 28일 남은 상황, 연경은 최근 들어 계속 속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손유민의 색욕은 그녀가 과대평가한 부분이었고 두 사람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꼴을 손기욱이 우연히 본 것도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였다. 손기욱의 방에 고의로 물건을 흘리고 왔는데도 지금까지 그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어렵게 찾아온 이 기회를 그녀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연경은 아무런 주저없이 자신의 몸을 손기욱에게 맡겼다.조태복은 딱딱하게 굳은 채로 멍하니 마당에 서 있었다. 찬바람이 그의 목덜미로 스멀스멀 파고들었다.조금 전까지 도련님에게 매질을 했다고 노후작, 노부인과 그렇게 싸우고 백초당에 와서는 작은 마임의 시종과 뒹굴고 있으니… 만약에 이 일이 탄로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왜 멍하니 서 있어?”“아, 서 의원님. 나으리께서는 지금 목욕 중이시라 밖에서 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한편, 손기욱은 서주행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동작을 멈추었다.그는 매혹적인 풍경을 뒤로한 채, 냉정하게 몸을 일으키고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 뒤를 돌아보니 연경은 옷이 푹 젖은 채로 나무통 안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결국 그는 다가가서 푹 젖은 그녀를 그대로 안아 올렸다.손기욱은 자신의 망토를 벗어 연경에게 걸쳐준 후, 서주행이 보거나 말거나 그대로 문을 열고 나왔다.그는 연경을 안고 긴 회랑을 걸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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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소인은 당직을 서야 해요. 그리고 이 방은 원래 나으리 방이잖습니까.”“그런 몰골로 밖에 나가겠단 말이냐? 좋게 말할 때 순순히 따르는 게 좋을 거야. 자꾸 쓸데없는 소리할 거면 당장 나가!”손기욱은 그녀의 간드러진 목소리를 듣자 겨우 억눌렀던 욕정이 다시 치솟아서 말투에 자연스럽게 짜증이 묻어났다.연경은 그가 또 왜 화가 났는지 몰라서 당혹스러웠다. 그저 자신이 갑갑하게 굴어서 그가 짜증났다고 생각하고 얼른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맑고 큰 눈을 깜빡이며 그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까 보였던 손기욱의 반응을 떠올리며 다시 용기를 내어 물었다.“소인이 무슨 잘못을 했나요? 그래서 나으리께서 이렇게 화가 나신 건가요?”손기욱은 애절함이 묻은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불쾌한 어투로 대꾸했다.“넌 유민이를 연모하면서 내게 접근하지 말았어야 했어!”그에게 가까이 다가와서도 안 되고 유혹해서는 더더욱 안 될 일이었다.답을 들은 연경은 드디어 안도의 숨이 나왔다.어쩌면 손기욱이 이리도 화가 난 게 조금은 자신을 신경 쓰고 있다는 의미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연경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마음을 표명했다.“소인은 도련님을 연모한 적이 없습니다. 그날 소인은 누명을 쓴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지요. 저는 언제까지나 나으리의 사람입니다! 절대 나으리를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손기욱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한두 번은 우연이라 할 수 있지만 그는 연경과 손유민이 엎치락 뒤치락거리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했고 더욱이 그녀의 몸에 지니고 있던 물건들을 생각하면 도저히 저 말을 믿을 수 없었다.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왠지 모르게 오랫동안 가슴을 짓누르던 화가 조금은 사라졌다.잠시 후, 연경이 입을 열었다.“이불은 따뜻하게 데워 놓았습니다. 나으리, 주무실 건가요?”한마디 한마디에 향기라도 묻은 듯, 그의 가슴을 간지럽혔다.손기욱은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난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았으니 잠은 너나 자거라.”말을 마친 그는 바로 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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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연경은 그가 말이 없자, 다정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혹시 싫어하시는 음식이 있으신가요? 소인이 저녁상을 준비해 두겠습니다.”“너 부엌일도 할 줄 알아?”손기욱은 곱고 보드라운 그녀의 손을 바라보며 물었다.연경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간단한 음식은 할 줄 안답니다.”손기욱은 그녀가 만든 간식을 떠올렸다. 색과 향, 맛까지 모두 훌륭했으니 아마도 저 말은 그녀가 겸손하게 한 말일 것이다. 그는 무심한듯 생각나는 반찬 몇 가지를 말했다.연경은 이내 울상을 지으며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졌다.그 모습을 본 손기욱은 찌푸린 그녀의 미간을 톡 하고 건드렸다.“다 할 줄 안다며?”하얗고 둥근 이마에 금세 빨간 손자국이 났다.“허풍이 아니라, 나으리께서 말씀하신 음식들은 결코 간단한 음식이 아닙니다.”손기욱은 입이 뾰족해서 불평하는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거짓말쟁이 같으니라고.”그 말을 마치고 그는 뒤돌아서 백초당을 떠났다.그는 뒤따라오는 조태복에게 깨진 옥조를 건네며 말했다.“장인을 불러 수리 좀 해.”“평범해 보이는 옥조인데 차라리 새 걸 사시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손기욱은 홱 고개를 돌리고 그를 노려보았다.“내가 시키면 하는 거지 뭔 말이 그리 많아?”조태복은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예, 나으리.”“연경이 유민이를 연모하고 있다는 일, 증거는 있는 소리냐?”조태복은 그가 언젠가는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기에 미리 준비한 답변을 들려주었다.“손수건과 도련님의 글이 증거이지요. 그날 연경이도 본인 입으로 인정했고요. 노부인께서는 요부라 꾸짖으며 다른 집에 팔아버린다고 하시는데 도련님이 나서서 구해주었습니다.”경위를 다 들은 손기욱은 왠지 모를 짜증이 치밀었다.“그 아이가 직접 입으로 인정했단 말이냐? 고문은 없었고?”조태복은 겁에 질려 침을 꿀꺽 삼키고는 하나도 빠짐없이 사실대로 고했다.“처음엔 인정하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장씨 어멈이 화가 나서 사람을 시켜 그 아이의 따귀를 때리게 했지요.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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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그날 밤, 백초당으로 향하던 손기욱은 대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조치풍과 마주쳤다.“나으리, 실마리를 찾은 것 같습니다.”그에게 다가온 조치풍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지난번 나으리께서 그 시종을 의심하시는 걸 보고 몰래 조사를 해보았는데요. 연경이는 다섯 살 때 무안 후작부에 노비로 팔려온 적이 있습니다.”손기욱은 이 터무니없는 말을 듣고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뜨렸다.“그래서 다섯 살 아이가 뭘 할 수 있다고?”“그야 모르지요. 그러나 소인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연경은 지금의 작은 마님을 따라 후작부에 온 이후로 저택을 나간 적도 없고 의심스러운 사람을 접촉한 적도 없습니다. 경양 후작부에 있을 때도 거의 외출하지 않았고 부모가 없는 고아입니다. 10년간 시종으로 지내는 동안 친척이 찾아온 적도 없었고요. 그러니 나으리가 사람을 잘못 짚은 것 같습니다만….”이미 한 달도 넘게 지난 일이고 그때 당시 조사를 제대로 못했으니 최적의 시기를 놓친 셈이다. 아무런 성과도 없었지만, 조치풍은 억지로라도 보고를 올려야 했다.“다만?”조치풍은 고개를 저었다.“나으리, 시간을 좀 더 주십시오.”의심스러운 대상은 있지만 아무런 증거도 없으니 함부로 말하기가 두려웠다.“너는 그 머리로 어떻게 여태 살아왔을까?”말뜻을 알아듣지 못한 조치풍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손기욱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무능하단 말이었다.”조치풍의 동공이 순간 흔들렸다.그는 볼멘 소리로 답했다.“소인은 한낱 나으리의 호위일 뿐입니다. 모든 것은 나으리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지요.”그 말을 끝으로 그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요즘 점점 간덩이가 붓고 있어.”손기욱은 그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뒤돌아서자 대문 앞에 조태복이 서 있었다.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역시나 아무런 성과가 없는 모양이었다. 손기욱은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내 너희들을 남겨서 뭐에 쓰지?”만약 조치풍도 시킨 일을 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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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하, 발칙한 것 같으니라고!’손기욱은 불만스럽게 연경을 노려보았다.연경은 모른 척, 상에 수저를 놓았다.서주행은 연경의 옷깃을 잡으며 그녀를 억지로 자리에 앉혔다.“내 밥상에선 이런 시중 들 필요 없어. 여긴 백초당이고 주종관계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먹을 거면 조용히 앉아서 먹고 투정 부릴 거면 나가.”조태복은 그 말을 듣고 신난 얼굴로 초욱의 옆에 가서 앉았다.서주행은 고기조림 한점을 집어 입에 넣었다. 고소하지만 느끼하지 않고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것이 감탄이 다 나올 정도였다.“연경이 네가 음식솜씨가 이리도 뛰어날 줄이야. 내가 무심코 한마디 했을 뿐인데 이렇게 맛있게 만들 줄은 몰랐어!”초욱도 두부 한점을 집었다.“연경 낭자가 내가 먹고 싶어하던 두부까지 해주시다니!”한입 먹자마자 그는 눈이 반짝 뜨였다.“너무 맛있습니다. 이렇게 맛있는 두부 요리는 처음 먹어봐요.”조태복도 양곰탕 한 숟가락 떠먹고는 개운한 맛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어머니께서 끓여주신 양곰탕이 제일 맛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에서야 더 맛있는 양곰탕이 있다는 걸 알았구나. 고맙다, 연경아.”손기욱은 그들이 하는 말을 들으며 입맛이 싹 사라졌다.‘다른 사람이 주문한 음식은 다 만들고 내가 주문한 것만 쏙 빼먹었단 말이지?’그가 괜히 분노를 추스르는 사이, 연경은 고기조림 한점을 집어 그의 접시에 놓아주었다.“나으리, 고생 많으셨어요.”비굴한 말투가 아닌 정말 그를 걱정해서 하는 말 같았다.손기욱은 음식을 낭비하면 안 되는 생각에 억지로 한입 맛보았다가 그 뒤로는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었다.그렇게 모두가 먹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 얼마 못가 접시가 비워졌다.서주행은 배를 만지작거리며 연경에게 말했다.“넌 어떻게든 내가 여동생으로 삼고 싶네. 무안 후작가에선 널 귀하게 여기지도 않으니 차라리 나한테 오는 게 어떻니? 오라버니가 많이 아껴줄게.”참 무례한 발언이지만 서주행의 평소 말투가 이러니 초욱은 그러려니 하고는 일어나서 뒷정리를 도왔다.밥상을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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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누군가가 그녀에게 어떻게 살아왔냐고 물어봐 준 사람은 서주행이 처음이었다.경양 후작가에서 부인과 송지운은 그녀를 화풀이 대상으로 삼았다. 간식이 맛이 없다고 매를 맞고 모양이 예쁘지 않아도 욕사발을 퍼부으며 수고스럽게 만든 간식을 바닥에 내다버리기까지 했다. 음식이 맛이 없으면 더 심했다. 접시 채로 바닥에 부은 후에 그녀에게 개처럼 엎드려 핥아먹으라고 했다. 음식은 낭비하는 게 아니라고 하면서….수놓이를 잘하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다.그녀가 뭐 하나를 잘해내면 그들은 그녀가 못하는 일을 찾아서 시키고 시비를 걸었다.“애가 얼마나 서러웠으면… 앞으로는 오라비가 아껴줄게. 누가 널 괴롭히면 나한테 말해.”말을 마친 서주행은 연경의 눈물을 닦아주려 손을 뻗었다.손기욱은 가만히 있는 연경을 보고 벌떡 일어났다.“피곤하구나!”연경은 화들짝 놀라며 곧바로 그에게 다가갔다.“제가 모시겠습니다, 나으리.”손기욱은 당연하다는 듯이 연경을 데리고 대청을 나갔다.서주행은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어리석은 놈. 어쩌자고 내가 걸어온 길을 가려는 것이냐.”무안 후작가 노부인은 만만한 노인이 아니니 연경의 앞길은 필히 험난할 것이다.그는 손유민과 배육진 무리들이 한 말을 떠올리며 눈살을 찌푸렸다.“연경아, 내가 도와줄까? 널 그 불바다에서 구해낼 수 있는 방법을 말이다.”그가 정신을 차리고 마당을 바라봤을 때, 두 사람은 이미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손기욱은 목욕을 생략하고 방으로 돌아갔다.연경은 그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뜨거운 물이라도 가져올 생각으로 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손기욱이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연경은 그대로 그의 품으로 쓰러지며 우연을 가장해 그의 허리에 손을 얹었다.연경은 재빨리 팔을 내리고 뒤로 물러섰다.“나으리, 노여움 푸십시오.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닙니다.”“뭘 잘못했다고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거지?”손기욱은 다가가서 그녀의 턱을 치켜올렸다.놀란 토끼 같이 불안에 떠는 그녀의 눈망울이 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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